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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796화 (796/925)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796)

99. 새로운 1학년 0반 (7)

흑막은 시간과 공을 들여 플레이어와 진족의 명예와 의지를 깎았다.

하지만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성국언이었다.

플마고 속 성국언은 플레이어로서도, 국회의원으로서도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았다.

성국언의 강직하고 진솔한 행보가 굳은 지지율을 유지시키고 있었고, 흑막 측이 정치 공작을 벌여도 성공은커녕 역풍을 맞기 일쑤였다.

성국언은 정부와 이계의 말도 안 되는 요구와 언론 플레이에 맞서 여론을 플레이어 쪽으로 바꾸기도 해, 흑막에게 있어선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플레이어 특별법을 개정하기 전에 성국언을 제거하려 했지.’

플마고 속에서는 환몽 경매를 통해 연줄을 넓힌 어느 인물이 집권 여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는 데에 성공한다.

성국언이 사망한 후, 그 국회의원이 움직였다.

플레이어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죽어 걸림돌이 사라졌기에 그 국회의원은 플레이어 특별법 개정안에 관해 발의한다.

개정안에는 폭주한 플레이어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동안 경찰과 군의 개입은 인명, 재산 피해 등이 발생하거나 예상될 때에만 가능했다.

사고가 커지지 않는 한 보통 폭주한 플레이어는 플레이어 협회의 규정에 따라 대응했다.

그러나 개정한 법에 따르면 피해가 없어도 플레이어가 폭주했다고 판단한 순간, 경찰과 군은 바로 플레이어에게 즉결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살인을 저지른 현행범에게도 즉결 처분은 불가능하고, 전시에도 저런 명령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데…….’

저런 말도 안 되는 법이 통과될까 싶지만, 의외로 현대에도 말도 안 되는 법이 입안되곤 한다.

큰 사건을 터뜨려 입법 과정으로부터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고, 실제 법의 내용을 곡해해서 정보를 퍼뜨리고,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이들을 지겹고 유난스러운 존재로 만들면 여론은 금방 움직인다.

그렇게 저 악법은 국민들의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공포되었다.

로비를 한 이들의 자금력, 이를 중재한 환몽 경매 출신 국회의원의 수완이 만든 결과였다.

플레이어를 죽일 법의 원동력이 된 자금이 환몽 경매에서 플레이어를 팔아 번 돈이라고 생각하니 지금 생각해도 열이 올랐다.

‘그 법 때문에 염준열이 폭주하자마자 타깃이 되어 죽었지.’

법안이 공포된 이후, 국민 여론은 별 반응이 없었으나 플레이어 협회와 프로 플레이어 팀의 반발이 상당했다.

플레이어들의 영향을 받아 여론이 움직이려 하자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흑막과 손을 잡고 어떤 사건을 일으키기로 했다.

‘심각한 폭주 피해를 일으킬 뻔한 강력한 플레이어’를 성공적으로 처분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킨 상황을 연출하려는 게 그러했다.

흑막은 그 제물로 염준열을 택했다.

천동하와 마진승이 사망해 불안정한 염준열을 폭주시키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붉은 사자와 용족을 제치고 가장 먼저 폭주 현장에 접근해 염준열을 죽였지. 영상도 남기고.’

염준열이 폭주하고, 홍룡화되어 힘을 억제하지 못하는 모습이 자극적이고 과장되게 편집되어 언론을 탔다.

말 그대로 죽이지 않으면 이쪽이 어떻게 될 것 같은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염준열은 거의 폭주하자마자 사살당했기에 아무도 해치지 않았는데 살인마 취급을 받았다.

염준열의 팬들은 슬퍼하는 중에도 악플러와 혈전을 벌여야 했다.

그리고 염준열이 폭주할 걸 안 것처럼 언론과 병력을 대기시킨 국회의원이 아들을 죽인 원흉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염방열은 복수를 결의했다.

‘염방열의 복수가 실패하자 많은 프로 플레이어 팀이 한반도를 떠났어.’

염방열이 거병했으니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희망을 품었던 플레이어들은 포기했다.

한반도에서 프로 플레이어 팀을 운영하면 언제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플레이어 협회 한국 지부는 이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플마고 속 협회는 이 세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패하고 무능해 대처하는 건 불가능했다.

‘끝까지 법의 힘을 믿고 저항한 플레이어블 캐릭터도 있지만…….’

변호사인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말도 안 되는 법이 입법되었다며 법률 사무소에 소속한 이들과 함께 헌법 소원, 시위 등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그러나 일거리가 없어서 이계 공략으로 먹고사는 약소 법률 사무소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고,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저 사건을 끝까지 캐고, 입법 절차에 있던 추악한 로비 정황을 알아차리나 제거당하고 만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성국언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성국언이 있다면 국회 내에서 벌어지는 로비 행각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지. 흑막이 플레이어 특별법 개정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하기 전에 성국언이 막을 거야.’

호랑이들에게 플마고 속 올해에 벌어질 사건 개요를 전하자 김신록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

저렇게 정이 많으니 졸업한 제자도, 김신록을 고인이라고 생각하는 제자도 그를 따르는 걸 거다.

성국언은 학생이 아니게 된 지 한참이 흘렀는데 매번 학생이라고 부르는 것도 참 김신록다웠다.

“성국언 학생이 위험하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 게임 속에서는 암살 사건이 일어날 때 자세한 정황이 나오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는요. 하지만 확실히 막기 위해서는 리플레이가 필요할 거예요.”

“그렇습니까…….”

플마고에 나온 정보만으로 완전히 사건을 막는 건 어려울 것이다.

또, 암살 사건 중 성국언과 전무영은 따로 행동하게 되는데,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정보가 자세히 필요했다.

그 둘에게 죽는 순간을 보여 주는 건 나도 내키진 않았지만, 실제로 그 사건이 벌어지는 것보단 낫다.

“국회의원을 암살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상대는 국언무쌍입니다. 악랄한 수단을 준비하겠군요. 대비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조의신, 그 사건은 언제 벌어지는 일이지? 그자가 날을 바꿔 노릴 가능성은 없나?”

그 사건이 일어나는 시기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그날은 성국언에게 있어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

“아니, 아마 플마고 때와 같은 날에 움직일 거야. 성국언 선배님은 매년 그날, 같은 장소에 방문하기 때문에 움직여서 노리기 쉽거든.”

“자세히 설명해 다오.”

이건 김신록과 관련이 있을 거다.

아마 김신록도 성국언의 어떤 루틴을 말하면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성국언 선배님은 매년 스승의 날,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은광고에 들르셔. 작년에도 저녁에 은광고 근처에 왔었어.”

성국언은 스승의 날, 은광고에 들렀다가 귀가하는 길에 암살당했다.

작년 스승의 날, 성국언과 성시완은 내 앞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

―국언이 형! 담임쌤이셨다는 분은 만나고 왔어요? 또 다치신 거예요? 회복 아이템 카드는 안 써요?

―오랜만이다, 시완아. 어제 이계 공략하다 팔에 금 가서 깁스했는데, 선생님이 이거 봐 봤자 걱정밖에 더 하시겠어. 그냥 파투 내고 왔어.

성국언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넘어갔지만, 그의 배경이나 상황을 이해하면 다르다.

성국언은 3년 내내 0반이었고, 그의 담임은 김신록의 옛 신분이었다.

3학년 때에는 김신록이 자주 자리를 비워 함근형이 부담임으로서 반을 맡았다고 하지만, 성국언이 말하는 담임은 김신록이다.

성국언은 죽은 스승에게 인사하기 위해 은광고에 들른 것이다.

‘그 약속이라는 건 혼자 한 약속이겠지. 매년 스승의 날에 학교로 얼굴을 비치러 오겠다고.’

작년에는 다쳐서 약속을 파투 냈다고 했으나 어쨌든 은광고 근처에는 왔고, 올해에도 반드시 모습을 보일 거다.

그리고 5월에는 성국언을 죽여야 법률 개정안이 올해 말에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수 있으니, 5월 전에 일을 벌일 거라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기 중 성국언의 스케줄이 가장 확실하게 고정되어 있는 건 스승의 날이다.

“성국언 선배님과 시간을 들여 접촉했으니, 이제 협력하자는 뜻을 밝혀도 될 것 같아.”

“흠, 자주 얼굴을 보이긴 했지.”

성국언은 학교 축제에서 나타나 용제건과 체스를 둘 정도로 진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바꾸지 않았는가.

이제 슬슬 호족의 대표로 황지호가 성국언과 만날 타이밍이 되었다.

성국언과 황지호는 준비가 되었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호랑이가 있는 것 같긴 하다.

“아들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 저는…….”

김신록이 머뭇거렸다.

성국언은 이미 그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먼저 밝히는 걸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망설여지나 보다.

하지만 예전에 성국언의 이름이 나오면 바로 얼굴이 시허옇게 질렸던 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

그때는 정체를 밝히는 건 상상도 못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망설일 만큼 성장한 거다.

“아직 시간이 없는 건 아니니까 생각해 주세요.”

“……알았습니다.”

서두르면 좋겠지만, 기다리기로 했다.

성국언이 진족을 상대로 생각을 많이 바꿨긴 하지만, 그 자리에 김신록이 있고 없고에 따라 태도가 많이 달라질 테니까.

*    *    *

다음 날 아침.

은광고는 입학 첫날부터 1학년 0반이 친 사고로 떠들썩했다.

은광고 종합 게시판에는 어제 일어난 사건의 경위을 정리한 글과 반응 글들로 넘쳐났다.

추천을 많이 받은 글들 중 유독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글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지익회장 반응 속도 비교 짤 (전vs현)]

글 안에는 두 개의 상황을 비교한 영상이 있었다.

하나는 작년 입학 첫날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내 근처의 방에 배정된 학생이 찍은 영상으로 비명 소리가 들린 후에 성시완이 얼마 만에 왔는지 찍혀 있었다.

다른 하나는 어제 폭발이 일어난 후 ‘계’새끼가 온 과정이 담겨 있었다.

‘이놈은 기어 오나.’

성시완과 ‘계’새끼는 지익회장으로서 같은 에어보드를 탔을 텐데 속도가 비교도 안 됐다.

‘계’새끼는 성시완보다 무려 3분 더 늦었다.

작년에는 없던 폭발이 있어 알아차리기 더 쉬웠을 텐데 어처구니없었다.

성시완의 인망이 깊었기 때문에 댓글로 그를 그리워하는 학생들이 넘쳐났다.

물론, 현 지익회장을 생각하면 나도 옛 지익회장이 그리웠다.

“의신이 형, 안녕하세요.”

지익회관의 기숙사 식당에 도착하자 우연히 은호와 마주쳤다.

은호가 천성헌이었던 시절에서도 수업 시간이 같은 것도 아닌데 학생 식당에서 자주 마주쳤던 기억이 나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꽤 오래전에 있던 일인데, 지금은 서로 겉으로는 그때보다 어린 모습을 하고 있으니 뭔가 어색했다.

마침 만난 덕에 같이 아침 식사를 하고 음료수를 사 주며 별거 아닌 선배 노릇을 했다.

따뜻하게 데워진 캔 커피를 받아 든 은호가 말했다.

“어제 저택에서 나누었던 내용에 관해서 들었어요. 나중에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은호는 플마고에 관해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많았기에 바로 승낙했다.

각자 다른 구역으로 향할 때까지 등교를 함께한 후, 나는 2학년 0반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 있는 아이들은 고민에 잠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또 있었나 싶어 물었더니 홀로그램을 띄우고 여러 문구를 적었다 지웠다 하던 김유리가 답했다.

“오늘 우리 급훈 정하고 학급 임원 뽑아야 해.”

그 말에 나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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