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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858화 (858/925)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858)

105. 경계 (11)

상대는 둘.

그 말에 맹효돈은 온몸에 소름이 퍼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맹효돈은 목소리가 들린 것 외에는 적의 존재를 감지할 수 없었다.

그런 수준의 적이 둘이나 있다는 뜻이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패닉 상태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쌓아 온 싸움 경험과 함근형의 존재가 맹효돈을 안정시키고 있었다.

‘옆에 선생님이 계시잖아, 괜찮을 거다.’

맹효돈은 전투태세를 갖추고 적에 대해 파악하려 했다.

말을 했으니 에너미는 아닐 것이다.

말하는 에너미도 있다고 들었는데, 저 목소리의 주인은 진족일 것 같았다.

그것도 함근형의 화살을 피할 정도로 강한 진족임이 분명했다.

맹효돈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저기서 온다!’

맹효돈은 뭐가 오는지 생각도 안 하고 바로 몸을 날렸다.

맹효돈이 회복 아이템 남용으로 인한 중독 증상에 시달리는 걸 알자 탁거산은 틈만 나면 기습을 해 왔다.

피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제자가 실전에서 다칠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탁거산은 평소엔 적당히 공격을 하지만, 가끔씩 전력을 다해 기습을 했다.

공격이 닿기 직전에 힘을 조절했기에 맞아 봤자 딱밤 수준의 일격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맹효돈은 탁거산의 진심 어린 일격을 마주할 때마다 진짜 죽는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을 받곤 했다.

그때 느꼈던 감각을 지금 느끼고 있었다.

‘이건 피하지 못하면 딱밤 수준으로 안 끝나!’

맹효돈보다 몇 수 위인 고수의 기습이었으나 그동안 해 온 수행이 빛을 발했다.

맹효돈은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기척에 곧바로 반응해 몸을 날려 피했다.

쉬이이익!

맹효돈이 몸을 날리자 함근형이 화살을 쏘았다.

함근형은 맹효돈이 반응한 것을 확인하고, 그를 노리던 무언가를 맞추고자 한 듯했다.

방금까지 맹효돈이 서 있던 자리에 화살이 대여섯 발 날아왔다.

투둑, 툭.

그러나 함근형의 화살이 맥없이 지면에 떨어졌다.

바닥을 굴러다니는 화살에 긴 머리카락이 한 가닥 감겨 있었다.

저 가느다란 머리카락으로 함근형의 화살을 저지한 듯했다.

머리카락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벅, 저벅.

새로 나타난 자는 에너미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었지만, 보통 인간과는 다른 체격을 하고 있었다.

덩치가 평범한 성인 남성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컸고, 신체 여기저기가 인간과는 다른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진족의 정체는 바로 사흉 중 하나인 도올이었다.

도올은 쉽게 이름을 입에 담지 않았기에 맹효돈은 알지 못했다.

맹효돈은 그냥 속으로 저자를 ‘긴 머리 진족’이라고만 생각했다.

“감히 피하다니.”

도올이 굵직한 목소리로 말하며 맹효돈을 노려봤다.

머리카락마다 성난 이능파가 감도는 게, 이 상황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맹효돈은 겁에 질리는 대신 의문을 품었다.

‘공격을 하면 피하는 게 당연한데 뭔 소리야.’

맹효돈이 강한 진족을 앞에 두고도 뚱한 얼굴을 하자 함근형이 속으로 안도했다.

맹효돈이 전의를 잃지 않은 걸 보고 안심했으나 함근형은 만일을 대비해 충고했다.

“맹효돈, 싸우면 안 된다,”

함근형은 눈앞의 진족과 맹효돈의 능력을 두고 객관적으로 판단한 뒤 싸우지 말라고 딱 잘라 말했다.

맹효돈은 그 말에 납득했다.

방어와 회피에 온 힘을 쏟아도 버거운 상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니, 버겁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지금 싸우면 필패할 것이다.

“네가 인간을 대표하는 그 명사수냐? 겨누지만 말고 쏴 보는 게 어떤가.”

“…….”

함근형은 도발하는 말에 답하지도 않았고, 활시위를 놓지도 않았다.

눈앞에 도올이 있었지만, 함근형은 쉽게 공격할 수 없는 상태였다.

묻지 않아도 맹효돈은 그 이유를 알았다.

함근형이 앞서서 상대는 둘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교전을 시작해 틈을 보이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한 명이 함근형이나 맹효돈을 노릴 것이다.

‘저 긴 머리 진족을 내보내서 견제시키는 동안, 한 놈은 숨어서 사각을 찾아내 선생님이나 나를 노리려 들지 않을까?’

맹효돈은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곧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맹효돈을 공격할 것만 같았다.

맹효돈의 싸움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갔다.

함근형이 제힘을 발휘해 싸우게 하려면 남은 하나는 맹효돈이 붙잡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곤란했다.

‘다른 한 놈은 어디에 있는 거야! 찾아내야 광림을 쓰든 말든 하는데……!’

오늘 맹효돈은 광림, 싸움꾼의 인력을 두 차례 유용하게 써먹었으나 지금은 쓸 수 없었다.

싸움꾼의 인력은 맹효돈의 스테이터스를 증가시키고, 싸움의 대상으로 지목한 상대를 싸움터에 묶는 능력이다.

즉, 상대를 묶기 위해선 싸움의 대상을 지목해야 한다.

보이지도 않는 상대를 싸움터에 묶는 건 불가능했다.

함근형이 제힘을 발휘해 도올과 싸우게 하려면 맹효돈이 다른 하나를 찾아내야 했다.

“흥, 쏠 생각이 없나? 그러면 쏘게 해야겠군.”

도올은 대치 상태를 길게 끌고 갈 마음이 없는 듯, 공격을 감행했다.

도올의 머리카락이 몇 가닥 길게 뻗어 나가 함근형과 맹효돈을 노리며 움직였다.

머리카락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함근형을 노렸다.

쐐애액!

함근형은 흔들림 없이 화살을 쏘았다.

화살촉은 정확하게 머리카락을 갈랐다.

빛나는 화살이 머리카락을 꿰뚫자 이능파가 차단되고, 힘을 잃었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맞춘 데다 이능파의 흐름까지 끊자 도올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

“과연, 그놈이 애를 먹을 만해.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는 문제였어.”

짧게 감탄사를 뱉은 도올이 말했다.

거드름을 피우는 듯한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함근형의 실력을 인정하는 것 같았다.

도올이 끊어진 머리카락을 보며 입꼬리를 당겼다.

겉보기엔 그냥 긴 머리카락으로 보이나 수천 년 산 도올의 힘이 담겨 있는데, 그걸 끊어 내다니 보통이 아니었다.

“다른 하나를 견제하면서 내 머리카락을 끊어? 상위 존재의 힘을 빌렸다 해도 이건 좀 대단하네.”

“…….”

칭찬의 말에도 함근형은 답하지 않았다.

험악한 얼굴을 무표정으로 유지하면서 주변을 경계할 뿐이었다.

도올은 답변을 들을 생각이 없었는지 재촉하지는 않았다.

대신 힘을 끌어 올렸다.

고오오오…….

도올의 머리카락이 이능파를 머금고 넓게 퍼져 나갔다.

함근형의 실력을 인정해 더 강한 공격을 할 작정인 것 같았다.

‘안 돼, 저 긴 머리 진족이 힘을 더 내면 위험해!’

위험을 직감한 맹효돈은 무언가를 하려고 했지만,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함근형이 도올과 맹효돈 사이에 서 있었으므로, 싸움꾼의 인력으로 도올을 붙잡는 건 위치상 불가능했다.

지금 있는 수단으로 위기를 타파할 방법을 생각하려 했으나 막막했다.

그 막막함은 맹효돈이 파이트 클럽에 있던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이 광림으로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나…….’

그 시절 맹효돈은 광림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지만, 플레이어가 행할 수 있는 기적이라는 건 알았다.

막 17살이 된 맹효돈은 그 기적으로 부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길 기원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싸움꾼의 인력은 강해지는 데에 도움은 되었으나 지금 당장 파이트 클럽을 탈출하고, 술과 도박에 빠진 친부를 개심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맹효돈은 자신의 광림을 좋아할 수 없었다.

은광고에 들어온 후, 도저히 좋아할 수 없었던 광림에 대한 생각이 점점 바뀌긴 했다.

오늘 하루만 맹효돈의 선생님들을 돕는 데에 두 번이나 써먹었으니 조금은 좋아졌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콰아아아!

수십 가닥의 머리카락이 요동치다가 함근형을 향해 휘몰아쳤다.

도올에게서 떨어져 나온 머리카락들이 제각각 의지를 가진 것처럼 쏘아졌다.

화살이 날아가는 모습을 모방한 게, 마치 함근형을 도발하는 것 같았다.

그 머리카락의 움직임에 맹효돈은 저 진족이 반쯤 장난으로 전투에 임할 만큼 여유와 힘이 넘친다는 걸 깨달았다.

저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움직였다.

“맹효돈, 뒤에 있어라!”

적의 도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던 함근형이 제자를 걱정했다.

함근형은 제자를 아끼긴 하나 과보호하는 선생님은 아니었다.

싸울 때는 싸우게 하고, 학생이 제실력을 발휘하는 걸 지켜보는 교사였다.

맹효돈에게 뒤에 있으라고 하는 건 그냥 실력이 안 돼서였기 때문이었다.

맹효돈은 그걸 알고 우뚝 멈춰 섰다.

함근형의 말대로 뒤에 서 있기로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다른 하나를 찾아야 해.’

맹효돈은 함근형의 전투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떠올렸다.

맹효돈의 머릿속에서 지금까지 봐 온 싸움의 장면이 다 스쳐 갔다.

그중 스승의 싸움이 떠올랐다.

‘도인은 보일 리가 없는 걸 보고 반격했어. 어떻게 한 거지?’

맹효돈은 탁거산이 싸우던 모습을 떠올렸다.

탁거산의 눈이 천리안을 쓰는 주수혁이나 명사수의 시선을 빌린 함근형처럼 빛났던 적은 없었다.

탁거산의 눈이 타고났거나 상위 존재가 던져 준 것 같은 특별한 것은 아닌 듯했다.

그럼 대체 탁거산은 어떻게 그런 눈을 가진 걸까.

‘도인이 싸우면서 얻은 깨달음의 결과다.’

오래도록 싸우고, 싸우는 법을 연구한 자가 보는 싸움터는 일반인이 보는 것과는 다르다.

탁거산은 긴 세월 무예를 갈고닦고, 싸우면서 깨달음을 얻어 새로운 눈을 얻은 것이다.

그 순간, 맹효돈의 스킬 ‘싸움’의 파생 스킬이 발동했다.

‘싸움꾼의 눈’이 열리자 맹효돈은 머리가 맑아졌다.

맹효돈은 지금 눈에 닿는 모든 공간과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이동 중 보았던 공간들을 모두 떠올렸다.

그중 가장 효과적으로 싸우기 위해 적이 숨을 만한 곳을 추려 냈다.

‘내가 적을 기습해야 한다면, 내게 저 긴 머리 진족 같은 동료가 있다면 저기에 숨어서 기습할 기회를 노리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싸움꾼의 눈이 상대를 포착했다.

지금 맹효돈의 위치에서 보일 리가 없는 적이 보였다.

무언가가 맹효돈과 함근형 중 어느 쪽부터 처리할지 아주 즐겁게 고르고 있었다.

정확하게 상대를 인식했으니 이제 맹효돈은 싸움꾼의 인력으로 저자를 붙잡아 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맹효돈의 생각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광림으로 붙잡아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잠깐 시간을 끌어 봤자 못 이겨. 그래, 어차피 못 이기지만, 더 시간을 끌어야 해.’

그렇다고 해서 지금 맹효돈의 힘으로 저자를 쓰러뜨릴 순 없다.

눈이 좋아졌으니 싸움 실력도 훨씬 나아지겠지만, 역량 차는 명확했다.

그래도 맹효돈에게 유리한 점이 존재했다.

맹효돈이 저 진족을 인식하고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는 것.

저 진족은 완전히 방심하고 있다는 것.

맹효돈은 이 둘을 이용해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도인이 나를 기습했을 때처럼, 저놈한테 기습을 걸면 돼!’

맹효돈은 탁거산이 전력을 다해 기습을 감행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탁거산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그 모습이 그려지고, 어떻게 하면 그처럼 움직일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러자 맹효돈은 이어서 두 번째 파생 스킬을 각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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