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920화 (920/925)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920)

111. 합숙 (9)

‘유상훈의 첫 라이브 스트리밍이니까 사람이 모일 만한 콘텐츠를 택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수가 많아.’

실제 스트리밍을 하면 숫자가 더 늘어난다.

알림 설정 없이 들어온 사람도 있을 거고, 방송이 시작되면 그냥 들어오거나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도 생긴다.

시청자가 많으면 방송 관리가 좀 힘들어질 텐데 괜찮을까.

지금이라도 다른 수를 준비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

“방송 켜고 인사한 다음에 바로 레이드 들어간다. 준비됐지?”

“응, 그런데 괜찮을까? 우리 스토리 던전은 깨고 왔잖아. 리액션 기대하고 있는 것 같던데.”

“댓글 봤냐? 보지 마. 이상한 사람들 많아.”

유상훈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남욱은 넷 중에서 게임을 제일 못하기 때문에 어그로가 잘 끌렸다.

편집을 할 때, 장남욱의 망한 플레이는 제외했으나 아무리 영상을 정리해도 죽어 있거나 빈사 상태일 때가 많다 보니 숨길 수가 없었다.

파티원을 대상으로 한 악플을 봐주는 일 없이 바로 차단하고 삭제하긴 했지만, 24시간 감시하긴 어려웠고 장남욱도 그런 댓글을 몇 번 읽었다.

‘그래서 유상훈은 아예 댓글을 보지 말라는 거겠지. 장남욱을 상대로 한 악플이 많아 봤자 방패병 유상훈을 노린 어그로가 더 많은데.’

장남욱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긴 했다.

“괜찮아. 도움이 되는 내용이랑 응원하는 댓글이 훨씬 많았거든.”

“아, 그냥 보지 말라고.”

“가끔만 볼 거야.”

유상훈이 투덜거려도 장남욱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투덜거리면서도 방송 시작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방송 시작 직전, 사월세음이 보낸 디바이스 메시지가 도착했다.

[사월세음] 의신아, 우리 지금 다 모여서 방송 기다리고 있어요!

[사월세음] (사진)

사진은 영화관 안이었다.

좌석에 앉아 있는 건 우리 반 아이들뿐이었고, 각자 좌석을 넓게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크린에 유상훈의 채널이 떠 있는 게 보였다.

‘이걸 보려고 영화관을 빌린 건가.’

사실 야구를 보러 가기로 한 건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었는데, 반 아이들은 밤을 지새워서 켠왕을 같이 달리고 싶다는 이유로 야구 관람을 미루고 방송을 보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도 영화관을 빌렸을 줄은 몰랐다.

학급비로 대관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좌석 디자인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이 짓을 저지른 건 황지호일 가능성이 컸다.

저 영화관은 황명 타워에 입점한 곳으로, 황명 그룹 계열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이기도 했다.

이번 라이브 스트리밍에 관해 알게 된 황지호가 굉장히 큰 관심을 보였기에 재력과 권력을 동원해 대관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컸다.

딩동.

[황지호] 조의신, 이 몸이 빌린 게 맞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디바이스 메시지를 보낸 건가 싶었다.

읽기만 하고 대답을 안 했는데 이어서 메시지가 또 왔다.

[황지호] 사월세음이 방금 네게 사진을 찍어 보내지 않았나? 의문을 품었을 거라고 생각해서 친절히 알려 주었다.

저 메시지도 무시할까 고민하다가 답변을 했다.

어쨌든, 사진 속에 있는 반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으므로 늙은 호랑이의 호의에 감사하기로 했다.

방송이 길어질 때를 대비해 반 아이들을 잘 챙겨 먹이라는 메시지를 보냈을 때에는 세팅이 완전히 끝났다.

우리의 신상은 이미 다 퍼져 있긴 했으나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고, 만약을 대비해 송출 시간을 조금 늦추고 딜레이된 동안 자동으로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되도록 설정을 마쳤다.

“예고한 시간이야.”

유상훈이 카메라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기 시청자 수가 2만을 돌파했는데도 유상훈은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저놈은 강심장이다 싶었다.

대신 장남욱이 긴장했는데, 손을 떠는 걸 보고 도시후가 웃다가 또 맞을 뻔했다.

“안녕하세요, 방패병입니다. 소리 괜찮아요?”

유상훈의 목소리와 함께 영상이 시작되고 채팅창이 열렸다.

채팅창은 ‘방패병’에게 ‘하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걸 줄인 ‘방하’로 줄줄 도배가 되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글자의 압력에 2만이라는 숫자가 실감 났다.

[방하]

[방-하!]

[방하 소리 ㄱㅊ음]

[첫 라이브임?]

[소리 괜찮아요 방하]

[이거만 보려고 기다렸다]

[ㅂㅎㅂㅎㅂㅎㅂㅎ]

[채팅 올라가는 속도 봐;;]

[방하 나만 소리 작게 들리냐?]

[뒤에 있는 거 친구들인가? 방 넓네]

[저 중에 음유시인도 있나]

[누워 있는 건 누구냐ㅋㅋㅋㅋㅋ]

[근거는 없지만 눕방하는 점마는 흑마도사일 것 같다]

눕방하는 점마가 채팅창을 보며 감탄했다.

도시후는 오늘 누워서 방송할 작정인 것 같았다.

현재 방송 화면에는 누워 있는 도시후의 하반신만 잡혀 있는 상태였다.

“와, 숫자가 많으니까 금방 올라가네.”

“여기 지금 구독자, 실명 인증된 시청자만 채팅칠 수 있게 설정되어 있는 데도 엄청 많다. 그런데 진짜 계속 누워 있을 거야?”

마이크에 소리가 들어가지 않도록 장남욱이 작은 목소리로 잔소리를 했다.

도시후는 채팅창을 보며 실실거릴 뿐, 일어날 생각을 안 했다.

한편, 유상훈이 인사를 마치지도 않았는데 각종 알람음과 후원을 열라는 요구로 방송이 난장판이 되었다.

후원만 닫아 두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유료 구독 알람은 생각하지 못했다.

[도네 열어 줘 도네 열어 줘 도네 열어 줘 도네 열어 줘 도네 열어 줘 도네 열어 줘]

[수금 태도 불량한 거 봐라;;]

[저 은광고 떨어졌습니다 은광고 학생들은 다 나가 주세요 혼자 있고 싶습니다]

[그럼 방패병도 나가야 되잖아]

[그건 좀 아니니까 너만 나가는 걸로 하자]

[후원 대신 유료 구독으로 혼내 준다]

[정기 구독 알림 때문에 방패병 목소리가 안 들리잖아 작작 좀 해]

[지는 구독해 놓고 왜 남한테 뭐라 함ㅋㅋㅋㅋㅋ]

[신입 스트리머 주제에 도네를 안 열어????]

[도네 열 때까지 숨 참음]

[오늘 질식사할 놈들 많겠네]

“잠시만요. 인사 마치기 전까지는 구독 알림 끄고 후원 닫아 둘게요.”

겨우 알람 소리가 잠잠해졌다.

유상훈은 지나치게 짧은 자기소개와 인사를 마치고 오늘 할 방송에 관해 말했다.

유상훈에 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하는 시청자가 있어 너무 짧다고 항의하는 내용의 채팅이 있었으나 오늘 콘텐츠를 기대하는 이들이 더 많았기에 넘어갔다.

인사를 마친 유상훈이 VR기기를 착용하는 동안, 나는 설정을 정리했다.

‘시청자 수가 너무 많아. 후원 가능 최저 금액을 올려야겠어. 천원 펀치를 허용하면 방송 종료할 때까지 후원 알람음이 울릴 거야.’

이 점을 고려해 공지를 작성하고 후원 기능을 설정하는 사이, 채팅창이 개판이 되었다.

별 것 아닌 소리로 싸우고, 거기에 편승해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들이 등장한 탓이었다.

[CBT 씹어먹던 랭커 스트리머 중에서 진도 제일 느린데 이 방이 시청자 제일 많네]

[오픈빨인 것도 있음. 그리고 랭커 중에 스트리밍 안 하는 사람 많은데? 방패병이 진도 제일 느린지 어떻게 앎ㅋ]

[‘스트리머 중에서’ 라고 했잖아. 이 난독아]

[지가 말을 개같이 해 놓고 난독이래]

[채팅창 꼬라지ㅋ 멸망ㅋ]

[난독도 병이네; 병자는 꺼져]

[너나 꺼져]

[방송 시작한 지 얼마나 됐어요?]

[응~ 다음 난독~]

[챗창 관리 안 하냐? 챗창 관리 안 하냐? 챗창 관리 안 하냐? 챗창 관리 안 하냐?]

[나가서 싸워 ㅡㅡ]

[다들 왜 이렇게 흥분함]

[분위기 개판이네 탈주]

[곧 망할 방송이라고 생각하면 개추]

[ㄱㅊ]

[저급 어그로들 왜 이리 많음;]

시청자 수는 많은데 이쪽은 완전히 초보라 아직 제대로 된 규칙이 없고 대응이 서툴렀다.

게다가 현재 관리자는 나뿐인데, 본격적으로 방송이 시작되면 관리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유상훈에게 계약을 제안한 MCN은 여럿 있으나 아직 정식으로 계약을 마친 건 아니므로 그쪽에 도움을 청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때 채팅창을 쭉 보던 도시후가 말했다.

“음, 그냥 놔두면 안 될 것 같은데. 지원군을 부를까?”

“지원군?”

“친구 중에 일주일에 한 번씩 인방 매니저 하면서 채팅창 관리하는 애 있어. 요새 그 방송은 휴방 중이라 심심하다니까 도와달라고 해 볼게.”

“그 친구가 누군데?”

매니저 경력이 있는 사람이 도와준다면 고마운 일이긴 했다.

수를 두기도 전에 이렇게 쉽게 된다면 환영할 일이었다.

마침 도시후가 말한 그 친구는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규연이.”

남궁규연 말하는 건가.

사관학교 소속인 남궁규연은 홍규빈의 동생이고, 남궁 그룹의 관계자이자 문새론의 친구였다.

또, 제천대성이 주관하는 비정기 오찬회의 참석자이기도 했다.

‘남궁규연에게 신경 쓰이는 부분이 꽤 있었지.’

실제로 대화를 나눠 보기도 하고, 디바이스 코드를 주고받긴 했으나 아직 남궁규연에 관해 알 기회가 적었다.

이번 기회로 도움을 받으면 대화를 나눌 기회가 더 늘지 않을까?

도움을 청하고 싶다는 요지의 말을 전하자 도시후가 바로 답했다.

“규연이도 방송 보고 있었대. 아이디 알려 줄 테니까 매니저 권한 달래.”

“방송을 보고 있었다고?”

“응, 지금 사관학교랑 은광고 애들은 거의 다 보고 있을걸. 같이 보고 있느라 시청자 수가 오히려 낮게 잡히는 걸 거야.”

방학이라 그런가, 다들 심심했나 보다.

그리고 지금 시청자 수가 낮게 잡힌다는 말은 사실이긴 했다.

우리 반만 해도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이 한 영화관에서 보고 있으니 시청자 수가 실제보다 적게 잡히고 있을 거다.

매니저 권한을 받은 후, 남궁규연은 직접 움직이기 전에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남궁규연] 님, 다른 방송에서 쓰는 규칙 보냄. 문제없으면 이대로 관리함요.

남궁규연이 보낸 리스트는 욕설, 싸움, 어그로, 다른 스트리머, 타스 언급, 과도한 훈수, 스포일러, 친목 등 기본적인 금지 사항이 적혀 있었다.

몇 가지 부분을 수정해 답변하자 남궁규연이 경고와 차단을 날리며 순식간에 채팅창을 정리해 갔다.

남궁규연이 한차례 칼춤을 추자 신입 스트리머라고 얕보며 어그로를 끌던 이들이 사라졌다.

[남궁규연] 플레이어 방송은 원래 어그로 많이 끌리니까 신경 쓰지 마셈요.

남궁규연의 대활약 덕에 유상훈이 VR기기를 착용했을 때에는 채팅창이 얌전해졌다.

가끔 매서운 말이 섞여 있었으나 방송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채팅으로 그 내용을 밀어내기도 했다.

말투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좋은 말을 써 준 사람 중에는 은광고나 사관학교의 지인들이 있을 것 같았다.

“VR기기 스크린에 채팅창 뜨게 했는데, 반응이 느릴 수도 있어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유상훈의 말에 이어서 PlayerZ 로그인 화면이 떴다.

‘ㄷㄱㄷㄱㄷㄱ’라는 채팅으로 도배된 가운데 우리들도 전원 로그인을 마쳤다.

우리 넷의 캐릭터는 같은 공간에 서 있었다.

속칭 뉴비 절단기,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는 보스 레이드의 게이트 앞이었다.

저곳에 수많은 뉴비의 비명과 눈물이 묻힌 탓일까, 화면 너머로도 음산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럼 첫 레이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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