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사냥꾼 (3)
월광도의 안전구역에선 동쪽, 남쪽, 서쪽의 해안을 모두 볼 수 있다.
동쪽은 가의도 방면이고, 서쪽엔 괭이갈매기의 터전이라 불리는 궁시도와 더 먼 곳은 서해의 독도라 불리는 격렬비열도가 있다.
하지만 남쪽엔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바위섬들만이 듬성듬성 떠 있을 뿐이다.
구조신호로 추측되는 빛은 남쪽에서 비쳐오고 있었다.
“뭐 보여요?”
“바위섬이 보이는 것 같긴 해요. 그 위에 사람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요.”
내 물음에 눈을 가늘게 뜬 윌리아와 헤롤드는 고개를 저었다.
대충 거리는 1km 정도.
저 먼 거리에서 눈에 띄게 햇빛을 반사시키려면 거울 정돈 쥐고 있어야 가능할 거다.
그러니 주기적으로 반짝이는 저 빛은 해양 쓰레기 같은 게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신호라 여길 수밖에 없었다.
“중간 지점에도 바위섬이 있으니, 디딤판과 도약 스킬을 이용하면 다녀올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가보시게요?”
가의도에 가서 망원경을 가져오면 굳이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리저리 갔다 오는 건 비슷할 것 같다.
그리고 만약 저게 진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신호면 여유를 부릴 수도 없지 않나.
“가봐야죠.”
내 말에 윌리아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내게 블레스를 써주었다.
블레스는 1시간 동안 능력치를 20% 높여주는 스킬.
디딤판과 도약에 사용할 마력 역시 20%가 증가된다.
“다녀올 테니, 잠깐 쉬고 계세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네.”
그리고 나는 편한 움직임을 위해 무기와 방어구 등을 해제해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이어서 와이번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검은색 매직로브의 후드를 머리 위에 깊게 눌러쓰곤 안전구역이 위치한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머지않아 나는 암벽 끝에 다다랐고.
‘도약.’
힘껏 지면을 박찼다.
그동안 능력치가 많이 올라서인지, 허공을 달려 육지에 다다랐을 때보다 이동 거리가 늘었고, 속도 또한 더욱 빨라졌다.
-팟! 팟! 팟!
덕분에 내가 디딤판 스킬을 밟고 도약으로 뛰어오를 때면 공기로 이뤄진 막을 맨몸으로 뚫고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순식간에 중간 지점인 바위섬에 도착했고.
-스멀스멀.
빠르게 비워진 마력을 채우기 위해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그사이 바닷속 시커먼 그림자들이 내가 있는 바위섬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으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
‘보통 시골에선 저렇게 생긴 바위를 촛대바위라 부르던데.’
그리고 눈에 들어온 목적지는 마치 주먹을 쥐고 가운데 손가락을 펼친 것처럼 생긴 바위섬이었다.
기껏해야 폭이 20미터 정도 될까 싶은 바위섬.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곳이라 절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저런 곳에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지.’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바위섬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던 해양 몬스터들이 떠나기를 기다린 후, 다시 허공을 내달렸다.
내가 이전보다 빨라져서인지, 해양 몬스터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했다.
“허···.”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디딤판을 딛고 서서 놀란 표정을 지어야 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놀랍게도 그 촛대바위섬에 정말 사람이 있었다.
“아아···.”
햇볕에 타 얼굴은 새빨갛게 그을리고,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해 눈 밑이 퀭했으며, 해양 몬스터에게 다리 한쪽을 뜯긴 듯 보이는 남성이 멍한 눈으로 나를 올려보았다.
그는 낚시꾼으로 보이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은 즉.
‘대재앙이 발생하고 줄곧 여기 갇혀 있었단 뜻인가? 무려 13일 동안?’
그는 극한의 무인도 서바이벌이 어떤 건지를 몸소 체험한 생존자였다.
“괜찮으세요?”
***
40세의 김씨는 건설업에 종사하는 남성으로 낚시를 취미로 하고 있었다.
그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충남 태안에 친하게 지내던 낚싯배 선장이 기가 막힌 감성돔 포인트를 찾았다며 자신을 바다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선장이 알려준 곳은 작은 바위섬이었다.
“해가 지기 전까지 올 테니, 즐기고 있게나.”
“네, 고맙습니다.”
김씨는 별생각 없이 낚시를 시작했다.
그런데 바위섬은 선장이 알려준 대로 정말 기가 막힌 포인트였다.
바닷물에 낚싯바늘만 담그면 감성돔이 줄줄이 올라왔다.
-띠리리리!
[마누라]
김씨는 신이 나서 낚시에 몰두했고, 덕분에 다급하게 걸려오는 전화의 벨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렇게 무심하게 시간은 흘러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그가 가져온 아이스박스는 감성돔으로 가득 차 있었다.
-띠리리리!
그런 그가 전화를 받은 건 낚시를 시작하고 3시간이 지난 후였다.
[이 미친 인간아!]
“아이, 깜짝이야. 왜 그래?”
[지금 세상이 난리가 났는데, 뭐하고 자빠진 거야!]
“뭐?”
비로소 김씨가 대재앙의 상황을 인지한 순간이었다.
그는 마누라와의 통화 후 다급하게 낚싯배 선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고, 뒤늦게 자신이 아는 선주들에게 전화를 돌려봐도 결과는 같았다.
최종적으로 해경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 역시 연결되지 않았다.
그렇다.
김씨는 그 바위섬에 고립되고 만 것이다.
[생존 1일 차]
그나마 바위섬이 밀물에 가라앉지 않는 곳이라 다행이다.
그가 가진 식량은 물 2리터와 컵라면 하나, 낚시로 잡은 생선이 있다.
김씨는 물을 최대한 아끼면서, 컵라면은 비상식량으로 두고 생선회로 배를 채웠다.
[생존 2일 차]
구조가 올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김씨는 탈출 방법을 알아보던 중 북쪽 1km 지점에 월광도라는 제법 큰 무인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존 3일 차]
구명조끼가 있으니, 헤엄쳐서 월광도에 가보기로 했다.
전날은 파도가 너무 강했으나, 이날은 파도가 잔잔해서 도전하기 좋아 보였다.
그런데 맙소사, 바닷속에 무언가가 있다.
김씨는 바다를 건너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생존 5일 차]
바다 한가운데서도 터지던 위대한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었다.
배터리 아끼려고 가족과의 통화도 최소한으로 하고 있던 만큼, 김씨의 허탈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생존 7일 차]
식수가 다 떨어진 상황에서 아이스박스와 비닐, 페트병을 이용해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조금이나마 목을 축일 수 있게 되었다.
[생존 10일 차]
낮부터 하늘이 심상치 않다 싶더니,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실컷 목을 축일 수 있었지만, 높아진 파도가 바위섬을 수시로 삼켰다.
그리고 높아진 수위 속에는 괴물이 숨어 있었고, 그 괴물은 김씨의 다리 하나를 가져갔다.
[생존 11일 차]
무릎 아래를 뜯긴 부상으로 김씨는 종일 고열과 통증에 시달렸다.
벨트로 동여맨 환부는 마치 벌레들이 야금야금 살을 먹는 것 같았다.
김씨는 절망하고 또 절망했다.
“어?”
하지만 그때.
착각일까?
우연히 김 씨의 눈에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그는 눈을 비비고 또 비볐다.
“어어!”
하지만 착각이 아니었다.
무인도로 알려진 월광도 방면에서 분명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은 문명의 가호.
김씨는 월광도에 사람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생존 13일차]
김씨는 이틀 동안 쉬지 않고, 월광도 방향을 향해 거울을 비쳤다.
그곳에 있는 누군가가 자신의 신호를 알아봐 주길 바라면서.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구조는 오지 않았다.
‘하긴, 괴물이 득실대는 바다를 누가 건너겠어.’
뜯겨나간 다리엔 더 이상 감각이 없고, 썩은내가 진동했다.
그는 자신에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고, 결국 모든 걸 포기했다.
‘아무래도 죽을 때가 되었나 보다.’
그렇게 김씨는 죽음을 기다렸다.
그리고 갈 때가 되었을까?
웬 신선이 하늘을 달려와 그의 앞에 멈춰 섰다.
신선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김씨는 손을 맞잡았다.
***
-탁!
“어어?”
완전히 로빈슨 크루소의 모습 그 자체인 남성.
나는 그를 월광도 안전구역에 내려놓았다.
원래부터 체구가 작기도 하고 며칠간 바짝 마른 덕인지 업고 오는 데 그리 무겁지 않았다.
남성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 못 해 멍청한 소리를 냈다.
나는 그를 위해 인벤토리에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꺼냈다.
“일단 그거라도 드세요. 모자라면 말씀하시고요.”
“무, 무슨 꿈이 이리도 생생한.”
그는 아직도 자신이 구조되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이미 회복 반지의 상급 회복 스킬로 남성의 뜯겨나간 ‘다리를 복구’하고, 기력을 회복시켰음에도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좀처럼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덕분에 상황을 설명하는데 꽤나 애를 먹어야 했다.
“그럼 제가 살아 있다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제, 제 가족은 살아 있습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무래도 그는 나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모양이다.
‘뭐,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어느 정도 배가 찼으면, 이제 목욕하시죠.”
그의 몸에서 나는 악취가 너무 심했다.
윌리아는 숨을 참고 있고, 헤롤드는 코를 막은 채 근처 10미터 이내로 접근하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100코인을 쥐여주고, 그대로 안전구역 목욕탕에 던지다시피 밀어 넣었다.
그리고 약 30분이 흘러 멀쩡해진 외모의 남성이 걸어 나왔다.
목욕탕은 들어갔다 나오면 옷도 자동으로 세탁되기 때문에 복장이 해지긴 했어도, 더 이상 냄새는 나지 않았다.
“살려 주신 은혜 평생 갚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그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모습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김씨 아저씨요? 이름은요?”
“그냥 그렇게 불러 주시면 됩니다. 다들 저를 김씨라 불렀거든요.”
나는 그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이유는 나만을 위한 월광도에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NPC 제외)가 들어선 거였으니 말이다.
더구나 그는 월광도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내가 마력포션을 다시 구하거나, 아버지가 말했던 동행인을 이끌고 웨이포인트를 탈 수 있는 아이템을 얻지 않는 이상 말이다.
“혹시, 가족과 연락할 방법은 없을까요?”
“밖에 나가면 아버지에게 알아봐 달라고 해볼게요.”
나는 김씨에게 웨이포인트를 이용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그에 김씨는 감탄하면서 연신 고맙다고 고개를 조아렸다.
“이래 보여도 무슨 일이든 잘합니다. 시키실 일 있으면 뭐든 시켜주세요.”
“뭘 잘하시는데요?”
“기계도 좀 다룰 줄 알고, 건축 쪽은 전반적으로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혹시 장비가 있으면 오래된 지하수 펌프도 고치실 수 있습니까?”
“상태를 봐야겠지만, 구멍만 막혀 있지 않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오!”
이제 보니 맥가이버였다.
지금 월광도에 부족한 것.
그건 바로 삶의 질을 높여줄 시설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김씨는 그게 가능한 사람이었다.
‘내가 섬을 벗어나면 월광도는 멈춰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그런데 만약 이 사람에게 편의 시설들을 짓게 한다면? 즉, 나 없이도 월광도가 자체 발전하는 셈이잖아?’
뭔가 빠져있던 퍼즐 하나를 손에 넣은 느낌이다.
김씨 아저씨의 존재로 월광도가 내가 원하는 형태로 개조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쁘지 않은데?’
수도도 설치하고, 태양광 설비도 구해와서 설치하고, 아예 집도 화려하게 꾸며서 이전의 삶 못지않은 호화를 누리는 거다.
“가족이 무사히 잘 계시면 제가 찾아서 안전하게 보호해드릴게요.”
“그, 그래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추후 ‘월광도 밖’에서 가족과 함께 사실 수 있는 수단을 찾아볼 테니, 그전까지 많이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월광도에 충실한 집사 겸 SCV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
김씨는 진짜 맥가이버였다.
가의도에서 구해온 장비로 뚝딱뚝딱하더니, 월광도 폐가의 막혀 있던 지하수를 다시 뚫은 것이다.
덕분에 나는 일일이 다른 곳에서 물을 구해올 필요 없이 월광도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나보다 더 열의에 불타서 은인을 위해 멋들어진 성을 지어주겠다며 안전구역 앞에 터를 다듬기 시작했다.
안전구역 상점에 워낙 편의성을 더한 신자재가 많아 작업도 어렵지 않을 거라나?
그래서 나는 그에게 건축자재 구입을 위해 2만 코인을 쥐여주며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이왕이면 아늑하고 분위기 좋은 파티풀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에 김씨는 바로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좋아 보이세요.”
“김씨 아저씨가 꾸밀 월광도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돼서요.”
“하긴. 재주가 많아 보이시더라고요.”
“하하, 그렇죠?”
이렇게 솜씨 좋은 만능 SCV를 줍게 되다니, 역시 나는 운이 좋은 것 같다.
덕분에 나는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사냥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보스룸이군요.”
회색의 벽돌을 쌓아 만든 넓은 공동.
나와 윌리아는 그 끝에 위치한 커다란 문을 보며 눈을 빛냈다.
현재 우린 새로운 던전을 공략하고 있는 중이다.
장소는 충남 천안시 천안시청.
그렇다.
이곳은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던전 중 하나로, 아버지가 알려준 곳이다.
더구나 홍성처럼 프리스트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언데드 몬스터 던전이었다.
이름은 ‘지하무덤’.
적정레벨은 25로, 몽마의 던전보다 5가 높다.
‘이 정도면 어렵지 않게 깰 수 있겠지.’
방심은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긴장할 필요 없다.
때문에 나는 자신감을 갖고 던전을 공략했고, 채 3시간이 되지 않아 이렇게 보스룸에 닿았다.
“마력 채우고 바로 진입하죠.”
“네, 알겠습니다.”
우린 보스룸 앞에서 재정비를 했다.
공략 멤버는 이번에도 나와 윌리아, 멍멍이 셋이다.
“준비 다 됐습니다.”
“그럼 갈까요?”
-컹!
짧은 재정비가 끝나고.
우린 보스룸 문에 손을 얹었다.
-끼익!
이어서 거대한 문이 열리고.
[보스 스켈레톤 메이지 카트라 / 레벨 35]
우리가 상대할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형?”
“그렇네요.”
이거 운이 좋지 않은가.
홍성의 ‘잊혀진 광산’ 던전의 재공략을 대비하기 위한 곳 같다.
[스켈레톤 / 레벨 25]
[스켈레톤 / 레벨 25]
게다가 보스인 스켈레톤 메이지 카트라는 일반 스켈레톤 5마리를 부하로 부리고 있었다.
“스켈레톤은 맡기겠습니다.”
“네!”
일반 스켈레톤 5마리 정도는 윌리아와 멍멍이 둘이서도 해치울 수 있다.
나는 오로지 스켈레톤 메이지 카트라만을 눈에 담았다.
[어리석은 놈들이 등장했구나.]
그 순간 보스 몬스터가 대사를 내뱉고, 어두웠던 보스룸에 횃불이 일시에 켜지며 환해졌다.
“마법형 몬스터면 원거리 공격 스킬북을 떨구려나?”
나는 전력으로 놈에게 달려들었다.
[끌끌, 마력탄.]
그런 나를 향해 녀석이 손가락을 뻗더니, 너무도 익숙한 스킬을 사용했다.
-핏!
해골의 손가락 끝이 번쩍이고, 입고 있던 셔츠 형태의 얇은 방어구가 길게 베였다.
심장을 노리고 날아든 공격을 눈으로 보고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피한 거다.
마력탄이 빠르긴 해도, 진짜 총알만큼 빠른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총질하는 적들과 싸운 게 도움이 될 줄이야.’
그리고 실탄을 쏘는 적들과 상대해 본 경험에 의하면, 이 경우 수시로 움직임에 변화를 주면 된다.
[촐랑촐랑 바쁘시군.]
“뭐래.”
그사이 녀석은 두 발의 마력탄을 더 날렸다.
하지만 나는 문제 없이 해당 공격을 피해냈고, 이내 스켈레톤 메이지 카트라의 거리가 3미터 이내로 좁혀지는 순간.
‘쾌격!’
근접 공격임에도 3미터의 사거리를 가진 쾌격이 검끝을 타고 발사되었다.
[큭! 중급 쉴드!]
요란하게 기술명을 외치며 쾌격을 막아내는 카트라.
하지만 중급 쉴드는 쾌격 한 번에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금이 가서 이어지는 연격에 대비가 힘들어 보였다.
‘검기! 거력참!’
방어막으로 공격 기회를 날림으로써 나와 녀석의 거리는 제로가 되었고, 길게 볼 것 없이 가장 강력한 공격을 꽂아 넣었다.
-콰아앙!
[큭!]
레벨 35의 네임드 몬스터는 이미 여럿 상대해봤다.
비록 눈앞의 적은 네임드 몬스터가 아닌 보스 몬스터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고, 고작 그걸로···.]
이번 공격 역시, 카트라는 막아냈다.
중급 방어막을 연발해서 말이다.
내 공격은 중급 방어막을 한 개를 깨뜨리고 두 번째는 깨지 못했다.
“걱정 마, 계속 가니까.”
그러나 이 공격 한방에 죽지 않을 거란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이어서 검기+거력참을 또 사용했고.
[무, 무슨.]
‘검기, 거력참.’
이번에도 막히자 바로 연이어 같은 공격을 시도했다.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의 싸움.
[이런 무식한.]
녀석의 감상대로 나는 무식하게 계속 카트라를 두들겼고.
“힐!”
적절한 타이밍에 이어진 윌리아의 센스 있는 백업에 의해, 결국 균형은 깨졌다.
[아, 안돼! 끄아악!]
전투가 예상보다 싱겁게 끝이 난 것이다.
“역시 단순한 게 최고일 때도 있네.”
[보스 스켈레톤 메이지 카트라를 토벌하여 경험치 25,500을 획득했습니다.]
[스켈레톤 메이지를 최초 토벌하여 경험치 10,000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라 ‘부상’과 ‘상태 이상’이 모두 회복됩니다.]
[보스 스켈레톤 메이지 카트라의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8,552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상급 회복 물약 2개를 획득했습니다.
-인벤토리 3칸을 획득했습니다.
-스킬북 파이어를 획득했습니다.
[스켈레톤 메이지의 최초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1,0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스킬북 윈드를 획득했습니다.
절로 손뼉을 치게 만드는 보상이다.
“백호 님!”
“아, 넵!”
하지만 윌리아의 외침에 뒤늦게 그녀와 멍멍이가 아직 싸우고 있단 사실을 깨달은 나는 아차 싶어 바로 백업을 했다.
내가 끼어들자 스켈레톤들은 금세 정리가 완료되었다.
“휴우···. 고생 많으셨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끝났네요.”
덕분에 우린 더 없이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뭐지?”
“왜 그러세요?”
나는 문뜩 이상함을 깨달았다.
“던전 클리어 메시지가 안 떠서요.”
내 말에 윌리아 역시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때.
[시나리오 조각 보유자임을 확인했습니다. 숨겨진 필드로 이동됩니다.]
“뭐?”
나와 윌리아, 멍멍이는 갑자기 낯선 곳으로 이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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