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58화 (58/273)

< 압도적 무위 (3) >

-드드드드!

크림슨 로드 루시엘라의 등장에도 지진이 멈추지 않았다.

설마 이대로 싸우는 건가 싶었는데, 바닥을 뚫고 새로운 촉수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때서야 지진은 멈췄으나, 뭐랄까?

녀석에게 쉬이 다가가기 힘든 환경이 만들어졌다.

초토화된 대법원 일대가 촉수의 숲으로 변모한 것이다.

‘무슨 영역화 스킬 같은 건가?’

주변이 완전한 루시엘라의 영역이 되었다.

[일단 쓰레기들부터 치워 볼까?]

그 범상치 않은 위용만으로도 전의를 잃게 하기 충분했는데, 그녀가 돌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붉은색의 기운이 루시엘라의 손끝을 타고 하늘로 솟구쳤고.

이내 붉은색의 빛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리아 씨!”

“네!”

내 부름에 윌리아가 하늘 높이 디바인 쉴드를 펼쳐 해당 공격의 위력을 측정했다.

-팟!

단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찢긴 디바인 쉴드를 보며 나는 외쳤다.

“중급 방어막이 1초도 못 버텼어요! 막으려 말고 그냥 피해요!”

“네? 네!”

공대장이 아님에도 다급한 나의 외침에 모두가 순순히 따랐다.

그리고.

붉은빛이 떨어진 곳엔 지름 5미터가량의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그 살벌한 공격이 하나로 끝난 게 아니란 것이다.

-콰콰콰콰콰콰쾅!

주변의 모든 것을 짓이기는 공격.

그 무차별 공격에 대법원 건물이 맥없이 붕괴되었다.

“저, 저걸 어떻게 이겨.”

아연실색한 생존자들이 넋을 놓았다.

내 지시에 따르지 않고 방패로 막아보려 한 사람은 방패가 압착 프레스가 되어 그대로 몸이 짓눌렸으며, 내 지시에 따랐으나 능력이 되지 않아 회피에 실패한 사람들은 그대로 신체가 뜯겨나갔다.

방금 공격으로 족히 스무 명은 당한 것 같았다.

루시엘라가 등장하기 직전에 이어진 촉수 공격으로도 비슷한 수가 죽었고, 초기에 당한 사람도 있으니, 어느새 공대원 130명 중 사망자가 50이 넘었다.

‘강이솔이 서울의 명운을 건 싸움이라고 하긴 했는데···.’

아마 이 정도일 줄은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솔직히 이건 내 예상조차 상회하는 무력이었으니까.

이런 괴물의 토벌에 실패한다면 서울은 정말 붕괴할지도 모른다.

“저건 안돼.”

“도망쳐!”

덕분에 두려움에 잡아 먹힌 사람들이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고.

“자, 잠깐!”

강이솔이 말릴 틈도 없이 사람들이 현장을 이탈했다.

나는 오히려 지금까지 잘 버텨줬다고 생각한다.

누군 신념 때문에, 누군 보상을 바라고 이곳에 왔겠지만, 목숨 앞에선 모든 게 평등했으니까.

결국, 죽으면 말짱 꽝이 아닌가?

“······.”

어느새 자리를 지키고 선 사람은 20명 정도밖에 안 됐다.

도주한 사람 중엔 강이솔과 윤시아, 김현수의 부하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 남은 사람들은 각 사냥팀의 리더거나 그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뿐이었다.

[하하하하하!]

이런 상황이 우스운지 루시엘라가 실컷 비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남은 분들이 녀석의 시선만 잘 끌어 주시면 됩니다.”

“네?”

“그럼 승산 있을 거라고요.”

“······.”

오히려 이만큼이라도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망연자실해 하던 사람들은 태연한 내 태도에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두 눈을 껌뻑였다.

“지금부턴 제가 메인 탱커 겸 딜러입니다.”

위험을 무릅쓰는 건 딱 질색이다.

당연히 나도 내 목숨이 가장 소중하다.

하지만, 피할 수 없거나, 피해선 안 되는 타이밍 정돈 이해하고 있다.

나는 그게 지금이라 생각했다.

“스, 승산이 있는 겁니까?”

“물론이죠.”

승산?

당연히 있다.

승산도 없는데 나서는 건 용기가 아닌, 만용 아니겠는가.

“원거리 공격 능력이 있는 사람은 리아 씨와 함께 녀석을 견제해 주거나 기회 봐서 한 방을 노리고, 나머지 분들은 원거리 딜러들을 지키세요.”

“그 말씀은 근접전을 혼자 치르시겠단 뜻입니까?”

“네.”

내가 말하는 승산.

그건 바로 나와 윌리아 그 자체다.

“리아 씨. 폭발이요.”

“네!”

내 지시에 윌리아는 지체 없이 루시엘라를 향해 폭발 스킬을 날렸다.

그것에 당한 경험이 새삼 다시 떠오르는지 루시엘라는 와락 인상을 찌푸렸고.

나는 루시엘라가 폭발 스킬을 막아내려 촉수를 담벼락처럼 세우는 것을 보자마자, 즉시 발도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의문을 표하는 공대원들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낸 직후, 블링크 스킬을 사용했다.

-콰아아앙!

루시엘라가 폭발 스킬에 정신이 팔린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블링크를 사용해 녀석의 등 뒤로 이동했고, 그와 동시에 일섬 스킬을 사용했다.

‘일섬.’

내가 가진 스킬 중 가장 빠르면서 살상력이 높은 스킬.

그에 흠칫 놀란 루시엘라가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나의 검은 그녀의 허리를 베어가고 있었다.

[하하핫!]

시끄럽게 웃음을 흘리는 루시엘라.

분명 허리를 베었다고 생각했지만, 손에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파닥. 파닥.

그 순간 박쥐 떼가 시야를 가득 채웠고, 깨닫고 보니 루시엘라는 내게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몸을 옮긴 뒤였다.

“촉수 괴물이라서 말미잘의 사촌쯤으로 생각했는데, 흡혈귀란 거네?”

[재밌는 놈이로군.]

크림슨 로드라고 해서 긴가민가했는데, 녀석은 뱀파이어 계열인 모양이다.

그때, 사방에서 촉수들이 날아들었다.

나는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콰아아앙!

윌리아가 폭발 스킬을 재차 사용해 주변의 촉수들을 날려버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윌리아의 대응.

때문에 나는 촉수를 무시하고, 오로지 크림슨 로드 루시엘라를 향해 도약스킬로 달려들었다.

우리 사이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어리석은.]

그런데 이런 내 행동에 대해 녀석은 손가락을 튕겼고.

그로 인해 눈앞의 공기가 폭발하며 나를 밀어냈다.

속에서 울컥 피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그걸 꾹 삼키며 검기가 깃든 검을 휘둘렀다.

[내가 마법형으로 보여서 필사적으로 엉겨 붙는 건가?]

-까아앙!

그러자 루시엘라는 나와의 장단을 맞춰주려는지 손톱을 길게 뽑으며 내 검을 맨손으로 받았다.

-끼기긱!

그리고 이어지는 힘겨루기.

접근전에도 자신 있어 보이는데, 내가 쉽게 밀리지 않자, 루시엘라는 꽤나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팡!

[귀찮은!]

윌리아가 루시엘라에게 타깃 포인트 스킬을 사용했는지, 큰 곡선을 그리며 날아든 워터샷(마력탄+워터)이 그녀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꽂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공격은 루시엘라의 날개가 우산처럼 펼쳐지며 막아냈다.

높은 관통력을 지닌 워터샷은 중급 방어막 정돈 어렵지 않게 뚫어낸다.

하지만 그게 평범하게 펼친 날개에 막혔다.

이는 그녀의 날개가 상급방어막에 비견되는 방어력을 지니고 있단 뜻이 된다.

‘미친.’

말도 안 되는 견고함.

순간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나는 빠르게 감정을 수습하며 재차 검을 뻗었다.

이번 공격은 쾌격.

강력한 찌르기 스킬이다.

-깡!

그런데 황당하게도 루시엘라는 내 공격을 파리 쫓듯 휘휘 내저은 손짓으로 쳐냈다.

단순한 힘과 스피드는 경쟁이 될지 몰라도, 신체의 내구도 자체가 아예 급이 다른 느낌이다.

[승산이 없어 보이는데?]

이죽거리는 루시엘라.

그럴 만하다.

녀석이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녀석의 패턴을 끌어내는 게 지금 전투의 목적이니까.’

내 강점은 빠른 성장을 통한 ‘선점’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반드시 선행 조건이 있어야 한다.

그건 바로 남들보다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하는 능력이다.

나는 그게 적의 전투 패턴을 ‘분석’하는 감각과 뛰어난 ‘적응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똑똑하다곤 할 수 없지만, 목숨을 건 싸움에서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머리가 냉정하고, 신체는 기민하게 반응한다.

때문에 다양한 공격을 쏟아 부으며, 녀석의 패턴을 이끌어 내는 거였다

-철컥!

나는 보조검을 뽑아 들었다.

보조검 자리에는 또 다른 주력 무기인 제르카의 검(거력참)이 아니라, 크루더의 검(분열검)이 자리하고 있었다.

‘분열검.’

나는 보조검을 빼 들며 바로 자체 스킬을 사용했고, 그러자 상하좌우 네 방향으로 쪼개진 검기가 루시엘라를 삼키려 압박해갔다.

-팡!

그녀는 날개를 펄럭이며 빠르게 뒤로 빠졌다.

-콰아앙!

그로 인해 분열검은 엉뚱한 허공을 때리며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루시엘라의 날개는 단순 방어용이 아닌, 정말 하늘을 날기 위한 것임을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콰앙! 콰앙!

[끈질긴 녀석들!]

루시엘라가 거리를 벌리자 곧바로 윌리아를 포함한 원딜러들의 공격이 연거푸 쏟아졌다.

그에 루시엘라는 날개를 더욱 크게 펼쳤고, 붉은색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며 날아드는 모든 공격을 쳐냈다.

“큭!”

루시엘라가 발한 기운은 이내 나까지 집어삼켰다.

동시에 내장을 뒤집히는 느낌이 들며, 순간적으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힐!”

멀리서 윌리아가 내게 힐을 써줌으로써 상태는 빠르게 호전되었지만, 나는 루시엘라를 보며 질린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전투패턴도 다양한데 하나같이 위력도 높았다.

[이제 놀이는 그만하도록 하지.]

그때.

루시엘라가 따분하단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그녀의 기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전신에서 핏빛 기운이 줄기줄기 내뿜어지는데, 우연히 날아든 나뭇잎 하나가 그녀의 기운에 닿자 가루가 되어 버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끼아아아아!]

그리고 루시엘라는 돌연 비명과도 같은 포효를 내질렀다.

[엘더 크림슨 로드 루시엘라의 포효에 모든 능력치가 20%하락합니다.]

[엘더 크림슨 로드 루시엘라의 포효에 주변의 몬스터가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연이어 떠오른 메시지.

그 내용을 본 나는 표정을 굳혔다.

[정신력 강화 스킬이 부여되었습니다.]

[포효에 따른 능력치 하락이 복구됩니다.]

다행히 디버프는 윌리아의 ‘정신력 강화’ 스킬로 바로 상쇄가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절망해라.]

-키아아아!

-꾸아아악!

사방에서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이 요란하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엘더 몬스터의 또 다른 특징.

하위 몬스터를 조종하는 능력이었다.

“군인들이 백업할 겁니다! 그냥 엘더 공략만 신경 쓰시면 됩니다!”

이럴 때를 대비한 존재가 바로 군인들이다.

일반 몬스터라면 군인들의 개인화기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까.

강이솔이 대기하고 있던 군인들에게 명령을 내리면서 내게 그렇게 외쳤다.

-타타타타탕!

그와 동시에 요란한 총성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강이솔의 말과 달리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강북과 강남을 잇는 모든 다리가 끊기면서, 끌고 온 군대의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리를 끊은 건 루시엘라 본인의 판단이다.

그러니, 그녀도 우리의 상황이 불리하단 것쯤은 알고 있을 터이다.

‘조급해하지 말자.’

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지금은 눈앞의 표적만 신경 쓰기로 했다.

[꺼져라.]

루시엘라가 내게 날개를 펄럭였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칼날이 내게 날아들었고, 나는 어깨와 허리에 깊은 부상을 입었다.

“큭. 쾌격.”

부상을 입어도 나는 윌리아가 치료해줄 거라 믿으며 꾹 참고는 검을 찔러 넣었고.

설마 한 대 맞은 상황에서도 검을 뻗어 올 거라 생각 못 했는지, 루시엘라의 뺨에 긴 상처가 생겼다.

피가 뚝뚝 덜어지는 상처.

그런데 트롤이라도 되는지, 그 상처는 금세 아물었다.

다만 스친 것이어도 한 대 맞은 게 성질을 긁었을까?

[이놈이.]

루시엘라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하며 온갖 공격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차량에 치인 느낌이 들게 하는 타격 공격에 갈비뼈가 함몰되고.

화생방의 괴로움을 몇십 배 키운 것 같은 독 안개는 호흡기를 난도질했으며.

거대한 핏빛의 창이 날아들어 내 왼쪽 어깨를 뜯어가기도 했고.

앞서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붉은 비를 내게 집중시켜 온몸을 잘게 다진 고기로 만들기도 했다.

“힐!”

그럼에도 나는 윌리아의 회복 스킬에 버티고 또 버티면서 단 한 번의 기회를 노렸다.

“힐!”

“힐!”

“힐!”

이쯤 되니, 루시엘라의 표정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력한 공격을 퍼부어도 필사적으로 머리를 지키며 신체를 복구하는데, 복구 능력이 보통의 힐을 넘어서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상급 회복은 되어야 복구가 가능한 부상이었고, 상급 회복은 그리 쉽게 남발할 수 있는 스킬이 아니었다.

[뭐, 뭐냐? 대체.]

처음으로 당황한 듯 보이는 루시엘라의 모습에 나는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설마 아무 대책 없이 달려들었겠냐.”

내 회복의 비밀은 윌리아가 착용 중인 반지에 있었다.

[회복력 전달 반지 / 특수]

-자신이 섭취한 회복 물약의 효과를 다른 파티원에게 전달해줄 수 있다.

-10회 한정

즉, 이 반지를 끼고 있으면, 윌리아가 마신 회복 물약의 효과가 내게 전달된단 뜻.

이 아이템의 획득 경로는 바로 이것이다.

[던전 최초 클리어 보상]

-최고급~특수 등급 아이템 뽑기권.

그동안 던전을 클리어하고 클리어하면서 모아놨던 뽑기권.

나는 레이드를 앞두고 뽑기권들을 쓸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모조리 사용했고, 그중 딱 하나 ‘회복력 전달 반지’를 건지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나는 죽음의 위기를 수차례 넘기고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거였다.

[그래, 결국 저년이 문제인 거군. 저년 덕에 네놈이 그렇게 버틸 수 있는 거야.]

루시엘라의 시선이 윌리아에게 날아가 꽂힌다.

하지만 소용없다.

“이제 패턴 학습 끝났어.”

[뭐?]

지금부터 녀석은 윌리아에게 신경 쓸 틈이 없을 테니까.

나는 서늘한 눈빛으로 루시엘라를 바라보며 아끼고 아껴왔던 스킬을 사용했다.

‘폭주.’

[폭주 / 최상급 스킬 / 액티브]

-1분간 모든 능력치를 50% 증가시킨다.

-폭주 스킬은 중첩되지 않는다.

-스킬이 종료되면 30분 동안 모든 능력치가 50% 하락하는 페널티가 부여된다.

-소모마력: 5

빠르게 내 전신에 루시엘라와 비슷한 붉은 기운이 치솟고.

세상의 모든 게 느려 보이기 시작했다.

“죽어.”

나는 그 짧은 말을 마지막으로 루시엘라에게 달려들었다.

이전과 전혀 다른 스피드와 파괴력.

내가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루시엘라의 표정이 굳어졌다.

***

강이솔, 그는 스스로를 나름 엘리트라 생각하고 있다.

유도 국가 대표 출신에 세계 선수권과 아시안 게임에서도 메달을 땄고, 미리 은퇴를 대비하며 경찰시험을 꾸준히 준비해온 결과.

바라던 대로 경찰이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세상에 대재앙이 닥치면서 위기를 겪었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오히려 더욱 출세하여 대통령 직속 기관의 본부장이 되었다.

때문에 강이솔은 모든 일에 자신만만했고, 자신을 엘리트라 평가했다.

오늘 한 사람의 무위를 목격하기 전까진.

-촤악! 촥! 서걱!

[크윽! 이노옴!]

압도적인 포스를 뽐내며 등장했던 엘더 몬스터.

단 한 번에 수많은 사냥팀의 전의를 꺾으며 사람들을 도망치게 만들었던 그 몬스터가 붉은 기운을 줄기줄기 내뿜은 서**에게 유린을 당하고 있었다.

처음 서**이 엘더 몬스터에게 끈질기게 달라붙어 버틸 때만 해도 눈뜨곤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처절했는데, 단 한 순간에 전세가 역전되고 만 것이다.

-타타탁! 탁! 탁!

그 무시무시했던 엘더 몬스터가 서**의 스피드를 쫓아가지 못했다.

디딤판 스킬로 벽과 천장을 만든 서**은 마치 스쿼시볼이 된 것처럼 복잡하고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며 엘더 몬스터를 난도질했다.

[젠장!]

그러다가 엘더 몬스터가 공간이동을 시도하면, 서**도 똑같이 공간이동으로 쫓아가며 공격을 날렸고.

오히려 공간이동 직후, 상대의 위치를 잘못 파악하는 바람에 엘더 몬스터가 위험에 빠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보는 이의 숨을 막히게 하는 공격.

[아아악!]

엘더 몬스터는 자체적인 회복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회복이 점점 상처가 발생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이길지도 모른다.

이대로라면···.

[끼아아아아악!]

그리고 그런 강이솔의 응원과 바람을 이뤄주듯, 엘더 몬스터가 처절하게 비명을 내질렀다.

정확히 서**의 공격 스타일이 바뀐 지 1분이 됐을 때.

[축하드립니다. 최초로 로드급 엘더 몬스터를 토벌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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