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성장의 탑 (1) >
오늘 하루 동안 획득한 이벤트 점수는 총 500점.
이 중 100점은 이미 여주팀과의 사냥이 끝난 직후 써버려서 남은 게 400점이다.
앞서 구매한 것들을 염두에 두고 물건을 추가 구매하면 될 것이다.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살 수 있는 물건이 적건 많건 고민하는 건 같다.
무려 400점이 모여 있으니, 미친 척하고 희귀~유일 장비 뽑기권(300점)을 사볼까란 생각이 잠깐 스치고 지나갔지만, 도박으로 낭비하기엔 너무 큰 점수여서 당장 도움이 되는 것을 구매하고자 했다.
‘역시 강화템이지. 강화는 직접적으로 전투력에 영향을 주는 거니까.’
강화 성공률을 20% 높여주는 ‘마법의 가루’와 장비의 파괴를 50% 확률로 예방해 주는 ‘축복의 가루’.
이 두 개는 적어도 20개씩은 쟁여놔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각각 5점짜리 아이템이니, 20개씩 쟁여놓으면 이걸로만 200점이 나간다.
‘거기에 귀환 스크롤도 쟁여놓자. 이건 언제든 도망칠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이니 여분의 목숨이나 다름없어.’
나는 추가로 귀환스크롤도 대량으로 매입했다.
‘통신 반지도 몇 개 더 구매해 놔야겠어. 그래, 아예 어머니한테도 따로 하나 드리자. 앞으로 어머니는 가의도에 계실 테니, 가의도의 소식도 바로 전해 들을 수 있겠어.’
‘텔레파시 반지는 아까 사놨으니, 더 안 사도 되겠지?’
‘안전구역 생성 토템이 100점이라 비싸긴 한데, 하나 정돈 갖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 내 허락을 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란 게 매력적이야. 이번에 받은 설치형 웨이포인트와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도 좋을 것 같고.’
‘그리고 마르지 않는 물통도 만약을 대비해 여유롭게 확보해 놓자.’
‘또 축산을 위한 동물들도···.’
이후로도 나는 아이템을 사고 또 샀다.
분명 점수가 꽤나 많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중에 남은 점수는 고작 17점뿐이었다.
‘훅 가네.’
남은 17점으로 뭘 할까 고민을 하던 나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출장뷔페 호출권을 구매했다.
[출장뷔페 호출권은 3일 이내 사용하셔야 합니다.]
세상이 변하고 하루하루 전투가 일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맛있는 것을 먹고, 술도 마시며 노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출장뷔페 호출권이란 아이템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
나는 남은 17점을 모조리 출장뷔페 호출권 구입에 사용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 자리한 이벤트 상점표 아이템들을 살펴보며 만족했다.
‘좋네. 아니,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라. 대박이야.’
참고로 윌리아는 따로 점수를 받은 게 없다.
NPC에게 보상이 따로 지급되는 경우는 공식적인 순위가 매겨질 때만 해당되는 모양이다.
이번엔 각자에게 점수만 매겨졌을 뿐, 순위가 매겨지거나 그런 게 아니다 보니, 윌리아의 활약까지 내 점수로 들어온 것 같다.
‘아마 계속 100점을 딴 이유가 윌리아 덕이겠지.’
나는 사냥꾼협회의 수뇌부가 모인 테이블에 끼어 있는 윌리아를 보며 웃었다.
윌리아는 출장뷔페의 음식 이것저것을 입에 넣으며 입을 쉬지 않고 오물거렸다.
먹기 편하게 눈 밑을 가리고 있던 베일을 머리 뒤로 젖히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눈을 내놓고 다니다가 이번엔 선글라스로 눈만 가리고 있으니, 눈썰미 좋은 사람들은 윌리아의 얼굴 생김새를 파악했을 것이다.
덤으로 엄청난 미인이란 사실까지.
나는 사냥꾼협회 수뇌진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고.
좋은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성남팀과 여주팀도 사냥꾼협회에 가입하겠다고 합니다.”
강이솔의 말에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애초에 오늘 일과가 끝나면 최도겸 파티를 사냥꾼협회에 데려가 가입시킬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최도겸은 흉측하게 생긴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협회장인 나도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그런 건 가입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더불어 유튜버 선배님, 조유나는 사냥꾼협회에 소속된 주요 사냥팀의 수준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멤버가 멤버이다 보니, 그녀가 오더를 내릴 일은 거의 없었지만, 잠깐씩 보여준 순간 판단력은 제법 좋았다.
추후 사냥꾼협회의 주요 참모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조유나가 내게 빙긋 웃어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잘 부탁한다며 악수를 건네곤, 최도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아닌 척하면서도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최도겸이 어지간히 신경 쓰이는 모양이네.’
갑자기 등장한 최도겸의 존재는 기존 사냥꾼협회 정예들을 긴장시키기 충분했다.
현재 나와 윌리아를 제외하면 가장 강한 사람은 서울의 윤시아와 수원의 김현수를 꼽을 수 있다.
40에 근접하는 레벨도 레벨이지만, 두 사람은 싸움 자체를 잘했다.
그런데 그런 두 사람과 경쟁할 수 있는 최도겸이 등장했다.
더구나 내가 손수 데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다들 최도겸 파티를 내 개인세력으로 여기고 있는 상태다.
그러니 긴장하는 게 당연했다.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그런 최도겸이 내게 깊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 오고, 나는 부담스러우니 됐다며 손사래쳤다.
“감사할 게 뭐 있어요.”
“저희 성남에 정부의 지원이 닿을 수 있게끔, 사냥꾼협회를 통해 정부에 요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성남 생존구역의 규모와 인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죠. 결국, 그들도 정부가 보호해야 할 국민인데, 손 놓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성남 생존구역은 내가 본 민간 생존구역 중에서도 가장 크다.
정부에서도 언제까지 이런 민간 생존구역을 모른 척할 순 없지 않은가.
단순히 의견 제시 정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강이솔에게 협회 이름으로 정부에 요청하라 지시했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혹시 도겸 씨가 성남의 왕이 되고자 했는데, 제가 방해한 건 아니죠?”
“아, 아닙니다. 저야 부담을 덜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죠. 성남의 생존자들도 모두 기뻐할 겁니다.”
아마 정부의 케어가 시작되면, 성남에 관리자와 군대가 파견될 터이다.
그럼 최도겸이 말했다시피 부담감도 줄어들겠지.
이는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성장에 몰두하란 뜻이기도 했다.
“앞으로 사냥꾼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도겸씨는 그런 사냥꾼들의 한 축이 될 거라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저와 우리 팀은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서아님을 향한 존중과 지지를 잃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그게 최도겸 파티가 취해야 할 포지션이다.
사냥꾼협회 안에서도 맹목적으로 나를 지지하고 따르는 세력.
추후 여기에 성장의 탑에서 열심히 레벨을 올리고 있는 보령팀이 합류하게 되면 기존팀과 신생팀들 사이에 좋은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다.
‘겸사겸사 협회 내에 허튼짓하는 세력이 없나 잘 살피게 하고.’
그 뒤로도 나는 인사를 하고 싶다며 다가오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얼마 후, 윌리아를 불렀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그에 윌리아는 들고 있던 쪽갈비를 내려놓으며 아쉬워했지만, 내가 출장뷔페 호출권을 많이 샀다는 소식을 전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쏜살같이 달려와 내 옆에 섰다.
그렇게 안 생겨서 식탐이 있다는 것도 귀엽게 느껴지는 윌리아였다.
*
나는 이후 보령을 찾아가 콩나물 님과 그 일행에게 출장뷔페 소환권을 사용해주었다.
모처럼의 진수성찬.
다들 어찌나 기뻐하던지, 연신 내게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생명의 은인인 내가 자신들을 신경 써 주는 게 그리 고마운 모양이다.
보령팀의 경우 콩나물님 일행을 비롯해 상위팀 20명은 레벨 30을 목전에 두고 있었으며,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레벨이 20을 넘겼다.
이대로 성장해 나간다면 며칠 지나지 않아 수도권의 주요 사냥팀 몇 개를 합친 것과 규모가 비슷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때가 되면 이들도 사냥꾼협회에 가입을 시키고, 성장의 탑도 협회 측에 공개할 예정이다.
사냥꾼협회 소속이라면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게끔.
그럼 한국의 사냥팀들은 더욱 질이 높아질 테고, 나라도 빠르게 안정이 될 거라 생각한다.
‘더불어 내 위치도 더욱 공고해지겠지.’
그리고 나는 보령을 찍고 홍성에 들렀다.
“오, 왔는가?”
바로 드워프 토레프의 호감도 작업을 위해서다.
“오오, 진수성찬이로구만.”
나는 술과 음식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출장뷔페 소환권을 사용했고.
그로 인해 토레프의 호감도는 어느덧 28%를 찍게 되었다.
기분 좋은 식사와 취기가 오르니 그의 아재개그는 쉬지 않고 이어졌다.
나는 애써 웃으며 그의 개그를 너그럽게 받아주었고, 덕분에 호감도가 또 올라 29%가 되었다.
토레프의 호감도 작업 1차 목표가 30% 달성이다.
나는 때가 되었음을 느끼며, 지하 미궁에서 손에 넣은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실은 미궁 탐색 중 특별한 술을 발견했거든요.”
“그래?”
흥미를 보이는 그의 앞에, 나는 인벤토리에서 브륀힐드의 눈물이라는 희귀 등급의 술을 꺼내 들었다.
아무런 옵션 없이 오로지 술이라는 개념으로 휘귀 등급이 박힌 아이템.
“이, 이건!?”
그 술을 본 토레프는 기겁했고.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이, 이 귀한걸, 설마 나 주는 건가?”
“네, 그러려고 챙겨왔습니다.”
쿨한 대답한 토레프는 갑자기 짧은 양팔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며 외쳤다.
“오오! 친구여!”
대체 이 술이 뭐길래 이러나 싶었는데.
[대장장이 토레프의 호감도가 30% 상승하였습니다.]
[대장장이 토레프의 호감도가 59%가 되었습니다.]
이어진 메시지에 나는 입안에 머금고 있던 출장뷔페의 음식을 뿜었다.
‘호감도 50%가 넘으면 3강과 4강을 시도할 수 있는 거잖아?’
설마 이렇게 한 번에 호감도가 대폭 오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역시 이 술은 호감도 아이템이었던 모양이다.
“자네들은 마셔 보았는가?”
“아뇨···.”
“그럼, 한잔들 하지.”
안 그래도 맛이 궁금했는데, 잘 되었다.
나와 윌리아는 호기심을 표하며 그가 건네주는 술을 받았고.
토레프는 조심조심 진짜 한 모금씩만 우리에게 따라 주었다.
-화아아악.
“크음.”
브륀힐드의 눈물을 들이켜자 도수 높은 증류주 특유의 화한 느낌이 식도를 타고 몸 안에 퍼지는 게 느껴졌다.
솔직히 술맛을 잘 모르는 나로선 그냥 도수 높고 목 넘김이 부드러우며, 향이 특이한 술일 뿐이지만, 토레프는 그렇지 않은지 한 모금을 마시곤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엑···.”
옆을 보니, 윌리아도 술맛을 모르는지 혀를 빼고 한껏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쨌든 잘됐다.
이로써 3강 이상의 강화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3강은 미스릴 주괴 3개에 정령석 1개가 필요하고, 4강은 아다만티움 주괴 3개에 정령석 2개가 필요하네.”
문제는 지금 바로 강화를 하기엔 재료가 부족하단 거였다.
“정령석? 그게 뭐죠?”
“정령형 몬스터를 잡으면 낮은 확률로 드랍하는 아이템이지.”
정령형 몬스터라.
아무래도 3강 이상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 맡길 일이 강화만 있는 게 아니다.
“실은 제가 감정을 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거든요.”
아이템 감정은 호감도 30%부터 할 수 있다.
나는 예전부터 인벤토리에 보관해온 아이템을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유물 / 등급: 확인 불가]
-알 수 없는 금속으로 이뤄진 막대기.
-감정 스킬 또는 대장장이 NPC를 통해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허, 이건?”
바로 김씨 아저씨가 황금삽으로 삽질을 하다가 얻은 유물 아이템이다.
하얀색의 30cm 남짓한 막대기.
역시 성남에서 만났던 대장장이 NPC처럼 토레프도 그 아이템을 보며 크게 놀랐고, 이내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자넨, 여러모로 날 놀라게 하는군.”
그러자 하얀색의 막대기(유물)가 빛에 휩싸였다.
아무래도 감정 스킬을 사용한 모양이다.
그리고 곧이어.
“이런 귀물을 보게 될 줄이야.”
[성검 칼립소 / 한손반 장검 / 등급: 유일]
-오리하르콘제 성물로 신성력이 충만하게 깃든 빛의 검을 생성한다.
-근접전투 스킬 공격력 100% 증가
-모든 능력치+4
-자체 스킬: 성검 방출
[성검 방출 / 극상급 스킬 / 액티브]
-마력을 소모하여 신성력이 깃든 칼날을 생성한다.
-성검을 방출한 상태에서 근접전투 스킬을 사용하면 위력이 더욱 증폭된다.
-마력을 한 번에 쏟아부어 강력한 원거리 공격을 할 수도 있다.
-소모마력: 초당 2
“······.”
생전 처음 접하는 유일 등급의 아이템.
더구나 성검이라니?
나는 말을 잃었다.
이거 김씨 아저씨가 엄청난 선물을 내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아무래도 뭔가 크게 보답을 해야겠다.
나는 자세히 아이템 정보를 살폈다.
일단 능력치 상승률만 해도 이 검 혼자서 총 12를 올려준다.
엄청난 수치.
더불어 근접전투 스킬의 위력을 100% 증가시켜주기까지.
“음···.”
다만 문제가 한 가지 있었으니.
이 검은 칼날을 생성하는 순간부터 마력이 초당 2씩 증발한다는 거다.
이 아이템을 착용하면 내 마력은 약 50이 되는데, 겨우 25초 동안만 칼날을 꺼낼 수 있단 뜻이다.
‘아니지, 스킬을 사용하면 검의 유지 시간은 더욱 짧아질 테니까. 실제 유지 시간은 10초 남짓으로 보는 게 맞을 거야.’
제약이 많아 주무기로는 사용하기 힘든 장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일이란 아이템 등급은 장식이 아닐 터이니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성검을 방출했다.
-파앗!
[아니, 이건? 성검 아닙니까?]
그러자 검술 스승 오티스가 기겁하며 끼어들었다.
검술 스승답게 오티스는 성검을 알고 있었다.
나는 검을 이리저리 휘둘러 보았고.
[폭주 스킬에 검강까지 함께 사용하면 백호님의 실력을 생각했을 때, 지금 단계에선 못 잡을 몬스터가 없겠는 걸요?]
오티스는 연신 감탄하며 성검을 분석했다.
나는 만족스레 미소 지으며 성검을 수습했다.
소모마력이 절반 정도만 되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이것만으로도 막강한 일격 필살의 무기였다.
이거 뜻하지 않게 엄청난 보물을 얻고 말았다.
‘유물 장난 아니네. 전국의 땅을 파고 다녀야 하나.’
*
이벤트 몬스터를 사냥한 다음 날.
아버지의 서울 전출이 확정되었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의 계급은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되었다.
준장(진)이 아니라 원스타, 준장 말이다.
아무래도 나라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진급 과정을 간소화한 모양이다.
그렇게 아버지는 별을 달고 서울 청와대 생존구역 내 본부를 둔 수방사로 이동하게 되었다.
처음엔 괜히 힘들게 서울까지 행군해서 가야 하는 거 아닐까 싶었는데, 다행히 수방사에선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웨이포인트 점퍼를 이용해 아버지를 모셨고, 안전하게 서울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일정을 마치게 되면 퇴근 시간에 맞춰 내가 부모님 두 분을 가의도로 모실 예정이다.
어머니는 앞으로 가의도에서 생활하시게 되고, 아버지는 가의도에서 수방사로 웨이포인트를 타고 출퇴근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늘 부모님 이사가 끝나면 가의도 사람들 모아 놓고 출장뷔페 불러서 잔치나 해야겠다.’
세상에 재앙이 닥쳤음에도 시간은 흐르고, 출세할 사람은 출세한다.
약 80%의 인구가 정부에서 주는 보급만 받으며 겨우겨우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우리 가족은 운이 아주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성검 방출.’
당연하지만, 나는 오늘도 사냥을 하는 중이다.
다만 어제와 다른 점이라면 사냥터가 지하 미궁이 아닌, 성장의 탑이란 것이다.
[이, 이럴 수가 내가 이리 허무하게.]
[성장의 탑 5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성장의 탑 5단계 교환권 20장을 획득하셨습니다.]
성장의 탑 5층의 권장 레벨은 41~50.
내 레벨이라면 적어도 다음 층 이상에서 놀아야 한다.
하지만 성장의 탑은 최초 방문시 무조건 1층부터 올라가야 해 어쩔 수 없이 레벨 10 이하의 몬스터들을 쓸면서 한층 한층 올라와 5층까지 뚫은 것이다.
윌리아는 내가 준 텔레파시 반지를 더 잘 맞는 손가락에 끼우려 뺏다 꼈다를 반복했다.
“왼손 4번째 손가락이 잘 맞지 않을까요?”
“아니에요. 조금 헐렁해서 오른손 중지에 딱 맞아요.”
그러면서 윌리아는 중지를 들어 잘 어울리냐며 자랑했다.
곧장 텔레파시를 쓰면서.
‘예쁘죠?’
너무 싱글벙글해 그 손가락은 웬만해선 들면 안 된다는 조언을 해주기가 쉽지 않았다.
“어, 음. 예쁘면서도 도발 당하는 기분이긴 하네요.”
“백호님, 오늘 몇 층까지 도전하실 생각이세요?”
다음 층인 6층의 권장레벨(51~60)은 내게 딱 적정 수준이다.
하지만 착용 장비로 더해지는 능력치와 스킬과 전투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했을 때.
“펜트하우스까지 가볼까요?”
성장의 탑의 최고 층.
10층(권장레벨 91~100)에 한 번 도전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