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91화 (91/273)

091화 사냥꾼 협회의 도시 (1)

“어어?”

“어?”

돌발 행동이나 다름없는 시에나의 냅다 사격에 나와 윌리아는 바보 같은 감상평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동시에 시에나가 발사한 화살에 순백의 빛이 깃들고.

곧 강렬한 광선이 되어 어두운 보스룸을 잠식해 나갔다.

-고고고고!

마치 만화나 영화 속 빔 병기를 발사하는 듯한 이펙트.

화려한 이펙트 만큼이나 시에나의 ‘레이저샷’은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품고 있었다.

-이야아아아아!

그리고 그 위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이어진 보스의 분노 섞인 쩌렁쩌렁한 포효소리가 증명했다.

그게 어찌나 크고 강렬한지···.

갑자기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기습공격 및 도발 성공.”

뿌듯한 표정으로 내게 따봉을 날리는 시에나의 모습에 나는 살벌하게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농구공 잡듯 양손으로 강하게 움켜쥐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내 물음에 양 뺨이 납작해진 시에나가 잘난 척하듯 ‘에헴’거리며 이유를 설명했다.

“원래 흥분하면 시야가 좁아지잖아. 그러니까 도발은 중요해.”

나름 납득이 되는 설명이긴 하지만, 그것도 상대에 따라 다른 것 아닐까?

지금까지 성장의 탑에서 만난 몬스터는 골렘뿐인데, 골렘에게 도발이 통할 리···.

-콰아아앙!

-콰아앙!

[들어와라, 이 무례한 것들!]

통했네?

안에서 지랄발광하고 있는 보스몬스터의 외침에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난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뭘 하기 전에 알려 주셔야 합니다? 파티에서 소통은 중요하니까요.”

“응, 미안.”

이해하긴 한 건지, 시에나는 상큼한 미소로 미안하다 사과했다.

그리고 나는 시에나의 머리에서 손을 떼며 확인하듯 물었다.

“이번 전투에서 시에나 님이 맡기로 한 포지션은 뭐죠?”

“후방 또는 측면에서 전투 지원 및 딜링.”

“네, 맞습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오케이!”

현재 시에나는 길들어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존재.

때문에 나는 수시로 그녀에게 임무를 부여하며 적응을 도와야 했다.

그런데 웃긴 건, 시키는 일은 또 시키는 대로 나름 잘한다는 거다.

문제는 종종 돌발 행동이 튀어나와서 그렇지.

선두엔 나, 그 뒤는 시에나, 윌리아, 멍멍이 순으로 줄지어 들어갔다.

내 왼손엔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장비하는 일이 거의 없는 희귀 등급의 방패가 들려 있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만약을 대비한 거였다.

[이놈들!]

-콰아아아앙!

아니나 다를까.

우리 파티가 안에 들어서자마자.

흐릿한 신형의 인간이 내 방패를 때렸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방패를 착용해둔 것이다.

[보스 인간형 골렘 에피르 / 레벨: 100]

드디어 마주하게 된 보스는 약 2미터에 달하는 건장한 체구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곱상한 얼굴을 가진 남성이었다.

다만 검은색의 도복을 입고 있는 녀석은 관절이 구체관절인형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눈앞의 상대 에피르는 인간의 형태를 가지고 있을 뿐인 골렘이라는 뜻이다.

‘압도적인 질량을 가진 초거대 아이언 골렘이 상대면 어쩌나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야.’

물론, 레벨 100의 보스몬스터를 상대해 보는 게 처음인 만큼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레벨 100의 보스몬스터가 레벨 93의 엘더 몬스터보다 강할 것 같진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더구나 녀석은 기이한 이형의 몬스터도 아니고, 무기 한 자루 쥐지 않은 격투가형 몬스터였다.

-스스스.

전신에 검붉은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대고 있는 모습이 꽤나 위협적임에도 만만해 보이는 외형에 안도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콰아앙! 콰아앙!

그 순간, 에피르는 섬전과도 같은 기세로 강기를 머금은 펀치와 킥을 내게 날려왔지만, 나는 빠르게 방패를 들어 연속기를 막아냈다.

그로 인해 에피르는 윌리아와 시에나의 표적이 되었다.

“레이저샤샤샷!”

“폭발.”

시에나의 레이저샷이 세 발 연이어 날아들었지만, 에피르는 그 공격을 주먹과 장으로 아무 피해 없이 막아냈다.

하지만 무게감에 의해 뒤로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시에나의 화살보단 날아든 속도가 조금 느린 폭발스킬이 절묘하게 그 틈을 파고들어 에피르를 삼켰다.

-콰아아앙!

윌리아의 폭발 스킬은 여전히 우리 파티가 보유한 스킬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자랑한다.

그러니 직격으로 맞은 에피르는 제법 충격을 입은 모양새가 되었다.

그 즉시, 나는 방패를 인벤토리에 수납하며 휘청이는 적을 향해 무왕의 보검으로 난격 스킬을 퍼부었다.

무기의 내장 스킬 난격은 +3강의 효과로 공격력 2배 상승한 상태.

여기에 검강이 더해지고, 이번에 시에나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받은 근접스킬 30% 증가 옵션을 가진 반지 덕에 위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콰콰콰쾅!

충만한 기운을 머금은 검격이 공기를 찢으며 성장의 탑 10층의 보스 에피르를 난도질했다.

그런데.

[크크큭.]

신체가 어떤 재질로 만들어진 건지, 깊은 칼자국을 양팔에 새겼을 뿐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상상 이상의 방어력.

인간형 골렘의 육체는 매우 특수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겁나 단단하네.”

그럼 그렇지.

성장의 탑 최종 층의 보스인데, 쉬울 리가 있나.

에피르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몸을 웅크리더니, 곧 탄환처럼 몸을 날려왔다.

녀석의 타겟은 선빵을 날렸던 시에나였다.

-멍멍!

하지만 에피르의 돌진이 막혔다.

우리 팀의 마스코트이자 후방 지킴이 멍멍이(섀도우 울프)가 그림자 공격으로 시에나를 지켰기 때문이다.

바닥에서 검은 그림자가 날카로운 꼬챙이로 변하더니 연거푸 솟구쳐 올랐다.

비록 그림자 창은 단단한 에피르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지만, 이동 속도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나는 꽤나 여유롭게 에피르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었다.

-쿠웅!

[귀찮은 녀석이로군.]

“날 두고 어딜 가려고?”

검붉은 강기가 넘실대는 대가리와 뇌전강기를 머금은 검이 부딪혔음에도 마치 금속끼리 부딪치듯 불꽃이 튀었다.

곧이어 자세를 바꾼 에피르의 주먹과 내 검이 연이어 충돌하고.

그로 인해 풍압과 날카로운 충격파가 이리저리 튀었다.

[흡!]

-콰아앙!

“큭!”

한 치의 양보 없는 주먹과 검.

하지만 상황은 내게 좋지 않았다.

녀석이 중간중간 이상한 스킬을 사용했는데, 마치 무협 속 발경처럼 방어를 뚫고 들어오는 무언가에 속이 끊어지는 듯한 충격과, 심한 두통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힐!”

물론, 눈치 빠른 윌리아는 내 상태가 안 좋아 보일 때마다 힐 스킬로 통증을 줄여주어 전투 속행에 문제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 알 수 없는 공격 때문에 내가 다소 불리해 보이는 상황이 펼쳐졌고.

‘백호님! 백스텝이요!’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윌리아가 주도적으로 텔레파시를 보내오기도 했다.

그녀의 지시에 엘더몬스터 크리프를 토벌하고 얻은 회피 스킬 ‘백스탭’을 사용했다.

그러자 나는 뒤로 튕겨지듯 밀려나고.

-콰아아앙!

윌리아의 폭발 스킬과 시에나의 관통 스킬이 동시에 쇄도하며 보스몬스터 에피르를 때렸다.

그뿐 아니라, 나 역시 뒤로 물러나면서 근접 스킬임에도 사거리가 긴 찌르기 ‘쾌격’을 날리니, 세 사람의 연계 공격이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춤추는 검.’

“정령소환!”

“정령소환!”

정령의 재소환과 내 원거리 공격 수단인 춤추는 검을 날리고, 멍멍이까지 가세해 7:1로 싸우는 느낌이 들었다.

[이, 이 자식들이?]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공격에 에피르가 당황했다.

모름지기 다구리란 예로부터 변하지 않는 전투의 승리 법칙이니 당연했다.

“뒈져!”

“하하하하! 죽어랏!”

하지만 애초에 성장의 탑은 10인 파티까지 입장이 가능한 곳.

[이놈들!]

상황이 불리해지자, 녀석이 생각지 못한 새로운 수단을 꺼내 들었다.

그건 바로.

[중력 필드!]

마치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온몸을 무겁게 만드는 고중력 필드의 생성이었다.

“이, 이런 미친.”

덕분에 의기양양했던 우리팀의 표정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

서백호 일행이 외출하고 나면 월광도는 침묵에 물든다.

원래부터 무인도였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월광도의 시간까지 멈추는 것은 아니다.

서백호의 펫들이 열심히 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홉고블린 콩쥐는 서백호가 데려온 3번째 펫이다.

그의 주요 업무는 가축 돌보기.

-음메에!

-삐약. 삐약.

서백호가 지난번 이벤트 상점에서 적지 않은 수의 가축들을 구매해 가의도와 월광도에 들여 왔다.

때문에 콩쥐는 뜻하지 않게 가축들의 돌보미가 되었다.

김씨가 지은 튼튼한 축사 안에는 병아리 20마리와 송아지 10마리, 새끼돼지 10마리가 자라고 있었다.

냉기 가득한 외부와 달리 축사 내부엔 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온풍기(이벤트 상점표)가 설치되어 훈훈한 온도를 유지했다.

콩쥐는 하루의 대부분을 그곳에 상주하면서 먹이를 주고 오물을 치웠다.

어떻게 보면 가장 지저분하지만, 식량 확보란 과제 면에서 콩쥐가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볼 수도 있다.

-쾅! 쾅!

그리고 서백호가 데려온 4번째 펫인 홉고블린 팥쥐는 월광도의 환경을 정비하는 일을 맡고 있다.

팥쥐는 해머를 들고 월광도의 폐허마을을 해체하고 있었는데, 펫들 중 제일 노동강도가 높은 작업이었다.

그동안 꾸준히 작업을 진행해 10채가 조금 넘던 건물들이 어느새 뼈대만 남기게 되었다.

이게 모두 서백호 일행이 틈나는 대로 그곳에 스킬을 날려대며 위력을 실험한 덕에 작업 속도가 빠른 것이었다.

이제 건물의 철거가 모두 끝나면 흙을 채워 자연 풍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그마저 끝나면 방파제와 해변 등의 정비에 투입될 것이다.

-딸깍. 딸깍.

마지막으로, 서백호의 5번째 펫인 스켈레톤 감자는 저택에 사는 사람들의 시종역이다.

주요 업무는 청소 및 화목 난로를 통한 내부 온도 유지.

이벤트 상점에서 구입한 온풍기 몇 개가 설치되어 있지만, 저택이 워낙 커서 한두 개로는 커버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서백호가 코인상점에서 구매한 땔감을 정해진 시간마다 난로 안에 넣고 꾸준히 청소를 하며 시설의 청결을 유지했다.

스켈레톤인 감자가 실내에서 일하게 된 이유는 깨끗해서였다.

온몸이 새하얀 백골이라 때를 탈 리가 없어서.

그렇게 세 펫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정해진 임무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드드드드드드.

월광도에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고.

그에 세 펫이 깜짝 놀라 무슨 일이냐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펄럭! 펄럭!

월광도의 하늘 높은 곳에서부터 은빛의 비늘을 온몸에 두른 날개 달린 거대 도마뱀이 내려오는 게 보였다.

그 거대 도마뱀은 월광도의 안전구역을 전부 덮을 만큼 거대해 보였고, 이내 월광도 북부의 호수지대 방향으로 사라졌다.

서백호의 펫인 콩쥐, 팥쥐, 감자는 흠칫 놀라며 제자리에서 동동 발을 굴렀고, 자신들의 주인이 오면 꼭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고중력의 필드에서 싸우는 건 처음이다.

설마 앞으로 레벨 100 이상의 고등 몬스터와 싸울 땐, 이런 특수한 상황이 자주 일어나게 될까?

[하하! 이전처럼 설쳐 보시지!]

-쾅! 쾅! 쾅!

고중력 존에서 싸우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손오공의 기분을 직접 체험하게 된 나는 이를 악물며 에피르의 공격을 쳐냈다.

당연하지만 녀석도 고중력의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에피르는 인간이 아닌 골렘이었기에 우리처럼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을 뿐이다.

‘죽겠구만.’

슬쩍 눈을 굴려보니, 윌리아와 시에나도 꽤 버벅이고 있는 게 보인다.

특히 윌리아는 근력이 낮아서 멍멍이의 도움 없이는 편히 움직이지도 못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렇게 고중력 필드에서의 전투가 계속되면 결국 우린 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예 반격의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퍼퍼퍼퍽!

[에잇! 귀찮은 놈들!]

에피르는 신나게 나를 몰아붙이다가도, 중력에 영향을 밭지 않는 정령들의 공격에는 무척 귀찮아했다.

무엇보다, 내게는 아직 쓰지 않은 필살 스킬이 남아 있다.

‘폭주 스킬을 쓰면 중력도 이겨낼 수 있겠지.’

능력치를 단번에 50% 상승시켜 주는 폭주 스킬.

하지만 문제는 유지시간이 1분밖에 되지 않는 반면, 페널티는 무려 30분간 이어진다는 거다.

때문에 이긴다는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사용할 수 없는 스킬이다.

그래서 나는 꾸역꾸역 버텨내면서 녀석의 패턴을 익혀 나갔다.

전투패턴을 분석하는 건, 내 특기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주, 죽겠다. 어떻게 좀 해봐.”

시에나가 개처럼 혀를 빼고 헥헥 댔다.

시에나와 윌리아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아마 에피르도 그때를 기다리고 있을 터.

‘폭주.’

그 후로도 나는 버티고 버티다가 이쯤이면 나름 해볼 만하다는 싶은 생각이 들 때.

폭주 스킬을 사용했다.

-고고고!

윌리아의 블레스에 의해 이미 능력치가 30% 상승한 상태에서, 추가로 50%의 능력치 상승이 이어졌다.

덕분에 기본 능력치와 비교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숫자가 상태창을 장식했다.

-스스스.

온몸을 짓누르던 압박에서 몸이 자유로워지고, 곧이어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중력을 이겨낸 내 전신에선 새하얀 연기가 뿜어지고, 마력이 형상화되어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당연히 에피르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리고 나는 녀석을 향해 전력으로 내달렸다.

이전과 전혀 다른 움직임에 에피르가 기겁하고.

나는 에피르가 반응하지 못할 속도로 그 단단한 몸을 미친 듯이 때리기 시작했다.

[젠장!]

녀석이 어어? 하는 순간 몸에 마침내 균열이 생기고 그다음 타격에는 외피가 뜯겨나갔다.

폭주 스킬을 사용한 적을 마주한 경험이 없을 테니, 에피르의 시선에 지금의 나는 악마처럼 보일 터이다.

-쾅! 콰직! 콰직!

[그, 그만.]

나는 녀석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완전히 부숴 버리겠단 생각으로.

그에 에피르가 골렘 주제에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적의 입장을 봐주지 않았다.

[그만!]

그런데.

-흠칫.

-파앗!

녀석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과 함께 강렬한 빛줄기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다행히 윌리아와 시에나, 멍멍이는 무사했지만, 나는 얼굴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그 공격에 귀 한쪽이 날아갔으니까.

설마 폭주를 쓴 상황에서 얻어맞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지만, 나는 당황했음에도 싸움을 이어갔고, 녀석은 발악하듯 계속해서 내 귀를 도려낸 빛을 쏘아 보냈다.

‘발악기인가?’

아무래도 죽음 직전의 발악 스킬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 빛줄기는 점점 약해졌다.

‘빠르게, 더 빨리.’

그렇게 승기를 잡은 나는 녀석을 계속해서 파괴해나갔고.

이제 녀석의 머리든, 가슴이든 두세 대만 더 때리면 완전히 끝나겠다 싶을 때.

[폭주 스킬의 사용 시간이 끝났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50% 하락합니다.]

폭주 스킬이 끝났다.

에피르의 신체 왼쪽은 완전히 뜯겨나가고, 쓸 수 있는 팔과 다리 또한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상태로 하나씩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조금만 더 때리면 진짜 끝이 나는데, 하필 이 타이밍에···.

[하, 하하···. 깜짝이야.]

이대로라면 다 죽는다.

윌리아와 시에나 모두 땅에 붙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끝나나 싶었는데.

[공격한다.]

[공격한다.]

-멍!

내 전투에 쉬이 끼어들지 못하고 있었던 두 정령과 멍멍이가 녀석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 어어? 잠깐.]

그리고.

-빠각!

무언가가 부서지는 위험한 소리와 함께.

[축하드립니다. 성장의 탑 10층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최초로 성장의 탑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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