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106화 (106/273)

106화 중화 청년단 (1)

“저, 정말 괜찮은 겁니까? 무려 레벨 100짜리 몬스터인데……. 더구나 일반 몬스터도 아니고 상위종인 엘더 몬스터잖아요?”

새롭게 사냥꾼 협회에 가입하게 되어 일본 지부장이 된 다나카 타이치는 한자리에 모여 있는 협회 간부들을 보며 우려를 표했다.

그도 그럴 게 다나카에게 있어서 레벨 100은 완전히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레벨이 2배 이상 차이가 나서 탐색 스킬로도 정보를 볼 수가 없으니 말이다.

‘협회장님께서 비교 상대가 없을 만큼 강한 분인 건 알고 있어.’

심심할 때마다 최초 업적을 띄우는 한국 서**은 일본에서도 유명인이고, 오사카 주변 인간 사냥꾼들을 청소하면서 그의 전투를 실제로 보기로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레벨 100의 엘더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다나카 씨가 그동안 본 게 전부가 아닙니다.”

다나카의 반응에 서울 총괄 윤시아가 말했다.

그녀의 말은 다나카가 협회의 업무를 위해 영입한 재일 교포 출신 사냥꾼이 통역해 주었다.

“네?”

“일본엔 협회장님께서 전력으로 싸울 만한 상대가 없었다는 뜻이죠. 그런 점에서 저 엘더 몬스터는 좋은 상대라 생각합니다.”

윤시아에 이어 수원 지부장 김현수도 말을 보태고.

“직접 보면 알 겁니다. 우리가 올라탄 라인이 더없이 튼튼한 동아줄이었단 사실을요.”

마지막으로 일본 원정의 원인이 되기도 한 성남 지부장 최도겸이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야말로 무한한 신뢰.

아니, 정확하게는 협회장에 대한 존경심이 극에 달해 있음을 보여 주는 모습들이었다.

사실 나이로만 따지면 23살인 협회장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어리다.

그럼에도 이렇게 순수하게 사람들이 따르다니…….

이들과 합류한 후 껌딱지처럼 협회장을 따라다녔음에도 아직 자신이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반응에, 다나카는 마른침을 삼키며 엘더 몬스터를 향해 다가가는 협회장을 바라보았다.

“당장은 엘더 몬스터의 부하가 따로 보이지 않지만, 녀석이 나중에 발악하듯 부하들을 불러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참전해야 할 수도 있으니 참고해 두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전까진 화려한 눈앞의 전투를 즐기도록 하고요.”

사냥꾼 협회의 사실상 2인자라 할 수 있는 강이솔도 기대감 섞인 얼굴로 그리 말을 했다.

이쯤 되니 다나카도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괜찮다고 하는데, 혼자 마음 졸이고 있는 것도 웃기지 않는가.

‘그래, 믿자. 협회장님이라면 문제없으실 거라고.’

그는 애써 불안을 떨쳐 내며 협회장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사실 외부인의 시선에서 보면 다나카나 협회 간부들이나, 일명 ‘서** 빠돌이’인 건 다를 바가 없었다.

* * *

언제 눈발이 흩날려도 이상하지 않은 흐릿한 날씨.

소금기를 머금은 차가운 바람이 앙상한 나뭇가지들을 흔들었다.

[엘더 데몬 다이토 / 레벨: 100]

쓸쓸한 회색 풍경 속에 백발을 연기처럼 나부끼는 몬스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인간이나 다름없는 실루엣.

하지만 가까이서 마주 보면 상대는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생김새를 갖고 있었다.

2.5미터에 달하는 신장.

피부는 회색이며, 살결은 나무 껍데기처럼 뻣뻣하게 말라 있다.

“무기 좋아 보이네?”

백발의 몬스터가 꽤나 괴이했지만, 나는 태연하게 입을 떼며 오른쪽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내 오른쪽 허리에는 ‘무왕의 보검’이 채워져 있다.

반대쪽 허리춤에는 콤팩트한 3종 무기, ‘춤추는 검’, ‘거마도’, ‘성검 칼립소’가 걸려 있고.

이 네 개의 검이 현재 내 주력 무기이며, 아끼는 컬렉션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어쩌면 새로운 컬렉션이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우웅!

지금 대치 중인 엘더 몬스터가 뜨거운 열기를 뿌리는 일본도 노다치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무기 중 칼날의 길이가 늘어나는 거마도가 직선에 가까운 형태라면, 다이토가 쥔 노다치는 유려한 곡선을 가진 도검이다.

심지어 칼날의 길이도 1미터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사이즈가 무식하게 큰 노다치가 많다는 것을 떠올리면 지나치지 않아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일본 방문 기념으로 챙겨 가면 아주 좋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이랄까?

“죽을 땐 죽더라도 검은 꼭 두고 가라.”

나는 무왕의 보검을 빼 들어 양손으로 쥐었다.

무왕의 보검은 찌르기와 베기를 모두 살린 롱소드로, 날 길이가 90cm 정도라 녀석이 쥔 노다치보다 짧았다.

심지어 엘더 데몬 다이토는 덩치도 큰 만큼 리치 차이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가상 전투를 치른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렇지?’

[그럼요!]

속으로 떠올린 내 혼잣말에 검술 스승 오티스가 기분 좋게 답했다.

[이러한 검객 형태의 강한 몬스터를 마주하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모든 걸 다 쏟아붓는단 생각으로 싸우세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나와 엘더 몬스터와의 거리는 약 10미터.

칼부림을 벌이려는 것치고 너무 조심스러운 거리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녀석도 10미터 정도는 한걸음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때문에 우리는 검을 쥔 자세 그대로 굳어 눈싸움만 벌였다.

“이겨라! 이겨라! 우리 팀 이겨라!”

‘백호 님, 상황 봐서 불리하다 싶으면 바로 개입할게요. 그러니 마음 편히 싸우세요.’

그런 나의 귓속으로 속 편한 시에나의 응원과 윌리아의 텔레파시가 전해졌다.

그리고 관전을 위해 자리한 사냥꾼 협회 소속 멤버들의 시선이 집중되니, 부담스럽다기보다는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도와줄 사람이 이렇게 넘쳐 난다는 뜻이니까.

그에 입꼬리를 말아 올린 나는 뱀과 같은 동공을 가진 다이토의 붉은 눈동자를 마주 보며 칼끝을 까딱였다.

[혼자 싸우겠다는 건가? 어리석군.]

이번 전투는 나 개인의 훈련을 겸하고 있다.

그럼에도 싸우다가 정 불리하다 싶으면…….

어쩌겠는가.

동료들 동원해서 다구리 쳐야지.

그러므로 나를 어리석다 뭐다 평가할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 걸린 이상 녀석의 운명은 사망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오히려 불쌍하지.

[감히 나를 마주하고도 여유를 부리는가? 그 자신감의 근원이 뭔지 확인해 봐야겠군.]

일본도를 쥔 녀석은 서양 분위기 물씬 풍기는 검은색 로브를 걸치고 있다.

그래서일까?

-팟!

순간적으로 내게 몸을 날려 오는 엘더 몬스터 다이토의 모습은 웃기게도 검은 봉지를 연상시켰다.

다만 거구만큼 큼지막한 회색 팔이 노다치를 한 손으로 쥐고 있어서, 봉지 녀석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콰아아앙!

그리고 이어진 것은 검강과 검강의 충돌.

검강이 맞닿는 지점에서 스파크가 발생하고, 검강의 파편이 주변으로 비산했다.

검강의 파편이 스치고 지나간 지면과 나무는 맹수가 할퀸 듯한 흔적이 새겨졌다.

첫 경합은 힘 대 힘의 대결.

하지만 피지컬이 장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나는 속수무책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근력 차이가 상당히 컸다.

고로 나는 손에 힘을 풀어서 녀석의 공격을 흘리고는 자연스레 뒤로 후퇴했다.

첫 충돌에서 내가 밀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녀석의 근력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호오, 그걸 봤는가?]

“못 보면 죽어야지.”

엘더 몬스터 다이토의 물음에 나는 실소를 흘렸다.

녀석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이토의 공격이 단순한 휘두르기가 아니라, 찌르기로 상대를 속인 후, 검을 회전시켜 간결하게 목을 치는 동작이었기 때문이다.

[어딜!]

그런데 그 공격을 막아 낸 후, 기습처럼 2차, 3차 공격이 연속기처럼 펼쳐졌다.

다만 처음의 일격과 달리, 공격에 무게가 실리지 않아, 나는 수월하게 쳐 낼 수 있었다.

-콰아앙! 콰아아앙!

물론, 무게가 실리지 않았다는 건 내 기준에서의 이야기고,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하나가 바위를 쪼갤 정도의 위력이었다.

-쇄애애액!

[큭!]

자고로 연속 공격을 실패하면 대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다이토의 3번째 공격을 쳐 냄과 동시에 검을 쥔 오른손을 쭉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무왕의 보검이 펜싱의 막고 찌르기 기술처럼 녀석의 목을 노리며 쇄도했다.

-핏!

다이토는 뒤로 몸을 젖히며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뺨에 가늘고 긴 상처가 생겨났고, 그로 인해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찌르기 공격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던 나는 이내 검을 회수하며 실소를 흘렸다.

“맛보기는 나의 승리인 것 같은데?”

일진일퇴를 반복하며 서로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굳이 우위를 따지자면 상대에게 피를 흘리게 한 내가 우세했다고 볼 수 있다.

‘탐색전은 이것으로 끝이다.’

악어처럼 송곳 같은 이빨이 외부로 돌출되어 보이는 흉측한 얼굴의 다이토가 표정을 한껏 굳히며 전혀 다른 기세를 뿜어 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검강을 쓰긴 했어도 각자가 가진 검술 실력을 드러내는 것에 의미를 뒀다면, 이제부터는 이판사판 오로지 적을 죽이기 위한 전투를 하게 될 터이다.

즉, 스킬 사용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는 뜻이다.

-파아아악!

그 증거로 다이토의 검에 서린 열기가 화염으로 변하며 주변이 한겨울임에도 아지랑이를 피워 냈다.

-치치치칙!

그에 대응하듯 나의 검에서 굵직한 뇌전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쿵!

우린 사양할 것 없이 바닥을 박차며 서로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화염과 뇌전의 충돌.

이번에는 누가 우위랄 것 없이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뒤로 밀려났다.

동시에 물결과도 같은 충격파가 주변에 먼지를 일으키고, 나는 정면의 모든 것을 꿰뚫을 듯한 기세를 가진 찌르기 스킬 쾌격을 사용하며, 거리를 좁혔다.

[막아라!]

-콰아아아앙!

하지만 돌진과 함께 이뤄진 찌르기 공격은 뛰어난 방어력을 가진 불의 벽이 솟구치며 상쇄시켜 버렸다.

그런데 그 불의 벽은 내 공격은 막아 내면서 다이토의 공격은 막지 않는 모양이다.

“흡!”

-쉬익!

시야를 가리던 불의 벽 속에서 노다치가 나타나 내 심장을 노려 왔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불의 벽이 검술 스승의 공격 예측 표시와 색상이 비슷하기까지 해서 반응이 느렸다.

블링크를 이용해 피하기에는 너무도 빠른 공격.

상급 방어막을 펼친다 한들 유리처럼 꿰뚫릴 게 뻔해 보였다.

-핏! 쿠웅!

그래서 나는 춤추는 검에 강기를 씌워 띄웠고, 즉각적으로 대응한 단검이 다이토의 찌르기를 막아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적의 공격을 멈추게 한 건 아주 잠깐뿐이다.

다이토의 힘을 이기지 못한 춤추는 검이 밀려나고 말았다.

-콰아아앙!

-화아아악!

하지만 그 ‘잠깐’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나는 무왕의 보검을 쥔 오른손을 휘둘러 즉시 노다치를 올려 쳤고.

남은 왼손으로 성검 칼립소를 빼 들어 불의 벽을 겨눴다.

‘없어져라.’

성검이 방출되며 그 막강한 방어력을 가진 불의 벽이 촛불처럼 맥없이 날아가 꺼져 버렸다.

쏟아부은 마력이 많지 않아 이전처럼 광선 형태로 발사되지는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큭! 잔기술을!]

허공을 빙글빙글 돌던 춤추는 검이 성검의 공격을 대신해 검환을 연사했으니 말이다.

더불어 노다치를 올려 쳤던 무왕의 보검도 빠르게 경로를 바꿔 내장 스킬인 난격을 사용했다.

-푸푹!

-쉐에에엑! 쉭! 쉭!

검환은 강기를 원거리로 발사하는 스킬인 만큼, 다이토의 몸 여기저기에 구멍을 냈지만 난격은 빠른 4연격 베기 스킬임에도 첫 일격을 제외하고는 후속타가 막혀 버렸다.

하지만 첫 일격이 녀석의 팔 하나를 날리는 데 성공하여 큰 대미지를 입혔다.

[이, 이놈!]

한쪽 팔을 잃은 녀석은 뒤로 물러나려 했고.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로 도약으로 거리를 좁히며 뇌력참과 쾌격, 난격 등의 스킬과 강기를 머금은 일반 검격을 섞어 공격을 쏟아부었다.

-쿠쿠쿠쿵!

하지만 앞서 보여 주던 검술 실력은 장식이 아니었다.

다이토는 근접 거리에서 쏟아지는 내 공격을 한 손으로 놀랍도록 잘 막아 냈다.

귀신과도 같은 검 솜씨.

-푸푸푹!

그러나 이리저리 하늘을 날며 검환을 쏘아 대는 춤추는 검까지 상대할 여력이 되지 않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 부위가 계속 늘어 갔다.

-콰아앙!

그러다가 계속 왼손에 쥐고 있던 성검이 찰나의 틈을 포착하여 다시금 방출되었다.

덕분에 다이토의 옆구리는 상어에 물어뜯긴 것처럼 날아가 버렸다.

[크으윽! 감히!]

계속해서 축적되는 대미지에 다이토가 분노해서일까?

아니면 2페이즈에 접어들려는 걸까?

검에서 피어오르던 불꽃이 녀석의 전신으로 번지기 시작하고.

‘흠칫.’

이내 시야 한가득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검술 스승의 공격 경로 예측 기능이 광역 공격을 알려 주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블링크를 사용할 여력이 되어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고.

내가 거리를 벌림과 동시에…….

-화아아아악!

새빨간 화염이 일대를 불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블링크를 사용했기 망정이지, 어설프게 달려서 피하려 했다면 산 채로 구워지는 경험을 하게 됐을 것이다.

[제법 뛰어났다만, 이젠 끝이다.]

자신감에 가득한 대사.

불지옥 중심에 선 다이토는 어찌 된 건지, 모든 부상을 회복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2페이즈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건 애초에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전투에서 한 번도 우위를 내주지 않았던 만큼, 패배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최대한 녀석과 대치 상황을 이어 가며 틈틈이 마력을 회복했고.

무기도 무왕의 보검은 검집에 꽂아 놓고 성검만 움켜쥐었다.

그리고 씩 웃어 보이며 말했다.

“폭주.”

-파악!

결전 스킬인 폭주가 실행되며 내가 인지하는 시간의 흐름이 느려졌다.

다소 섣부른 선택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폭주 타이밍이지만, 나는 승리를 확신했다.

설사 일을 그르쳐 마무리 짓지 못해도 괜찮다.

그때는 내 뒤를 든든히 받쳐 주는 동료들이 나설 테니까.

뭐, 그래도 가장 베스트는 폭주 스킬이 끝나기 전에 내 손으로 녀석을 처치하는 거지만.

* * *

인공위성이 알 수 없는 몬스터에 의해 파괴되어, 위성 통신 사용이 막혔다.

덕분에 곳곳에 정보 공백이 생기고 말았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와 군부가 크게 당황했는데, 이유는 현재 북한의 상황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넘어온 로드급 엘더 몬스터가 수많은 엘더 몬스터를 부리며 남하하고 있던 상황이다.

군부에서 미리 심어 놓은 공작원이 많아 예전에는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던 게, 지금은 딱 끊기고 말았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됐네. 이래서야 북한이 뚫렸는지, 아직 막고 있는지 알 수가 없잖나.”

청와대 대회의실.

전 육군참모총장이자 대한민국 22대 대통령인 김응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에 새로이 육군참모총장으로 취임한 박대길 대장이 강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생존 2달째를 채우고 지난달처럼 이벤트가 발생하면 무조건 점수를 긁어모아야 합니다.”

“그, 이벤트 상점이란 곳에서 판매하는 통신 반지를 대량 구매하자는 거지?”

“그렇습니다.”

맞는 말이다.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자리는 당장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장이지, 추후 계획을 정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지금 자신들에게 필요한 건 북한의 상황을 빠르고 상세하게 파악할 방법이었다.

“현재 정부와 군에서 보유하고 있는 3쌍의 통신 반지를 적응군에게 쥐어 주고, 그들을 북한에 투입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때, 회의실의 가장 말석.

이번에 수방사 참모장으로 취임한 서인호 준장이 의견을 냈다.

사실 고민하고 말고 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다.

서인호 준장이 낸 의견이 최선이라는 것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역시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

“심플한 게 최고긴 합니다.”

김응수 대통령도 주변의 반응에 결국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서인호 준장과도 가까운 수방사 소속 적응군 주영우 중령의 부대가 북한에 투입되기로 결정됐다.

아무래도 신속을 요하는 상황이다 보니, 졸속인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도 이들은 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을 한 것이고, 이제 남은 건 각 시나리오별 대처 방안을 미리 정해 놓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회의가 다시 이어졌는데…….

“대, 대통령님!”

회의실의 문을 거칠게 두들기며, 비서실장이라 들어와 외쳤다.

“주, 중국 측 인사가 접견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중국 측 인사?”

“네. 자신들의 소속을 중화 청년단이라 밝힌 이들이 현재 북한을 뒤흔들고 있는 몬스터와 관련하여 공조를 하고 싶답니다.”

“엘더 몬스터를 따르는 인간 집단인 건 아니고?”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가입 인원이 100만 명이 넘는 중국식 사냥꾼 협회입니다.”

“허, 가입 인원 100만 명?”

역시 아무리 위기에 빠져 있어도 중국은 중국이라는 걸까?

인구 대국답게 엄청난 가입 인원을 자랑하는 단체에서 만남을 요구해 오니,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네. 만나 보도록 하지.”

그리고 운이 좋으면 이번 사태에 대한 지원을 얻을 수 있을 터.

애초에 북한의 로드급 엘더는 중국에서 건너온 거였으니, 그들도 책임이 있었다.

* * *

이번에 떠돌이 상인에게 빛을 엮어 만든 부츠를 구매하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다.

이 부츠 덕분에 나는 불지옥에서도 뜻대로 달릴 수 있었다.

더불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같은 시리즈의 투구와 장갑이 폐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고, 무기를 쥔 손을 불길로부터 보호해 주었다.

완전히 화염 몬스터로 변모한 엘더 데몬 다이토지만, 난 뛰어난 장비로 크게 힘들이지 않고 녀석을 상대할 수 있었다.

폭주 모드의 내가 성검을 쥐고 공격을 휘몰아치니, 때로는 반격도 하면서 버티던 다이토는 끝내…….

[하아, 내가 단 한 놈에게 당하게 될 줄이야.]

패배의 대사를 입에 담으며 무릎을 꿇었다.

폭주 스킬의 종료까지 약 3초 정도가 남았을 때였다.

“후우.”

꼴에 녀석도 검사라는 건지, 몬스터 주제에 1대1를 고집했지만, 죽음이 코앞에 다가오자 다급해지는 건 별수 없었나 보다.

다이토는 결국 부하 몬스터들을 호출했다.

물론, 다이토는 그 부하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내 손에 죽임을 당했지만 말이다.

-키아아악!

뒤늦게 집결한 잡몹들은 협회 동료들이 해치웠다.

내 전투를 보고 격정이 최고조에 달한 다나카는 자체적으로 애니메이션 BGM을 틀고 싸우기까지 했다.

그렇게 잡몹들까지 다 잡아내고 난 후.

시에나가 활을 쥔 팔을 번쩍 위로 들며 소리쳤다.

“한일전 한국 승!”

덕분에 강이솔이 말을 고쳐 줘야 했다.

“아니, 아니. 일본팀도 함께 싸웠잖아요.”

그런데 힘겨운 전투가 끝나 한겨울에도 비 오듯 흐른 땀을 훔친 다나카와 사카이팀이 시에나에게 화답하듯 외쳤다.

“한국이 이겼다!”

“만세!”

어느새 그들은 명예 한국인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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