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107화 (107/273)

107화 중화 청년단 (2)

전투가 끝나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음이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원래부터 다들 나를 존중하고, 대접해 줬다.

당연한 거다.

내가 다른 이들보다 출중한 무력을 갖고 있다는 걸 여러 차례 증명해 왔으니까.

하지만…….

역시 레벨 100의 엘더 몬스터를 단독으로 토벌해 냈다는 건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특히 강력한 스킬 외에도 순수 검 실력 자체가 뛰어나다는 것이 부각되다 보니 이전까지 나를 전신이라 칭하던 일부 극성맞은 멤버들은 ‘알고 보니 전신이 아닌 검신이었다’고 계속 쌍따봉을 날리며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대박! 대박이므니다!”

모두가 감탄하며 놀라움을 표했지만,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이는 건 역시 내 전투를 제대로 직관하는 게 처음인 일본 지사의 사냥꾼들이었다.

특히 다나카는 어설픈 한국말로 연신 ‘대박’라는 말을 토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다들 너무 극성맞아서 마치 열렬한 팬들에게 둘러싸인 연예인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크흑, 보았지? 우리 협회장님의 대단함을…….”

“협회장님 사랑합니다!”

아니, 너무 극성맞아서 이건 조금 깬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강이솔에게 말했다.

“사람들 진정시키고 복귀 준비하도록 하죠.”

“맡겨 주십시오!”

아무래도 이 뜨거운 열기는 한동안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괜히 나댔나 보다.’

과연 사람들이 내 전투를 보고 배운 게 있을지 의문이다.

나는 오사카로 돌아올 때, 인간 가마를 타고 왔다.

“좋은 거 나왔어?”

그리고 철수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조용한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자, 내 양옆으로 시에나와 윌리아가 다가와 앉았다.

두 사람 모두 내가 얻은 보상을 궁금해했다.

그에 비로소 표정을 푼 나는 씨익 웃어 보이며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엘더가 검사형 몬스터라서 그런지 제 맞춤 보상이 나왔네요.”

“오오!”

“뭔가 죄송합니다. 저만 좋은 걸 먹은 것 같아서.”

“아니에요. 혼자서 잡으신 건데, 저희까지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시에나와 윌리아의 편안한 반응.

나는 보상을 궁금해하는 둘을 위해 메시지창에 손가락을 얹어 엘더 데몬 다이토의 토벌 직후 메시지를 살폈다.

[엘더 데몬 다이토를 토벌하여 경험치 4,000,000을 획득했습니다.]

[데몬을 최초로 토벌하여 경험치 750,000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은 두 개가 올라 91이 되었다.

하지만 이건 경험치를 나 혼자 먹은 바람에 레벨이 2나 오른 거다.

평소처럼 윌리아와 시에나에게 경험치가 나뉘었다면, 레벨은 겨우 1 정도가 올랐을 것이다.

얼떨결에 레벨 차이가 발생했으니, 한동안은 두 사람에게 경험치를 집중 분배해야겠다.

[엘더 데몬 다이토의 토벌 보상을 지급합니다.]

-205,1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상급 회복 물약 15개를 획득했습니다.

-인벤토리 10칸을 획득했습니다.

-겁화의 야태도를 획득했습니다.

-일렁이는 불꽃 망토를 획득했습니다.

[데몬의 최초 토벌 보상이 지급됩니다.]

-50,0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스킬북 ‘반월참’을 획득했습니다.

-스킬북 ‘투명검’을 획득했습니다.

2개의 장비와 2개의 스킬북.

그리고 그 2개의 장비 중엔 내가 원하던 무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겁화의 야태도 / 등급: 희귀]

-화룡의 이빨과 아다만티움을 섞어 만든 합금 도검으로, 아다만티움의 함량이 높아 동급의 야태도에 비해 무거운 편이다.

-근접 공격 스킬 공격력 50% 증가

-근력+3, 마력+3

-자체 스킬: 화염 방출

[화염 방출 / 최상급 스킬 / 액티브]

-검기, 검강에 불꽃 속성을 더하거나, 화염을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여 방출할 수 있다.

-불꽃 방출 사거리 20m

-소모 마력: 초당 2

[일렁이는 불꽃 망토 / 등급: 희귀]

-일렁이는 불꽃이 피어오르는 화려한 망토.

-아군과 사물에게는 화염 피해를 주지 않지만, 적대 관계의 상대가 망토에 닿을 경우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모든 능력치+2

-최상급 화염 내성을 부여.

-체온 유지 기능.

-하루 5회 최상급 방어 스킬 ‘불의 벽’ 사용 가능.

불 속성 아이템들.

겁화의 야태도(노다치)는 예상만큼 뛰어난 무기였으나, 의외인 건 망토 쪽이었다.

능력치 상승 폭도 큰데, 그 외에도 기능이 4개나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착용해 봐! 바로 착용!”

내 보상 목록을 보고 있던 시에나의 재촉에 못 이겨 일렁이는 불꽃 망토를 착용하니 세상에 이런 관종이 없었다.

“오오! 장난 아닌데?”

“위엄 있어 보이고 좋네요.”

좋게 말하면 윌리아의 말대로 위엄 있어 보이지만, 지나친 어그로 능력이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더불어 내가 꽃미남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남자다운 외모를 가진지라, 왠지 악당 보스처럼 흉흉한 분위기를 풍겼다.

‘뭐, 능력치만 좋으면 그만이지. 무려 최상급 방어 스킬을 5번이나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아이템인데.’

그렇게 불꽃 남자가 된 나는 사냥꾼 협회 동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스킬 보상을 살폈다.

[반월참 / 상급 스킬북 / 액티브]

-검을 빠르게 횡으로 휘둘러 전방 3미터 이내의 모든 적에게 피해를 준다.

-소모 마력: 2

[투명검 / 최상급 스킬북 / 액티브]

-칼날과 검기, 검강을 투명하게 만들어 적을 혼란시킨다.

-검기와 검강 외의 스킬을 사용할 경우 투명화는 자동으로 풀린다.

-소모 마력: 초당 2

내게는 공간참이라고, 전방 10미터 이내의 적 전체를 공격하는 광역 스킬이 있다.

‘반월참’은 그런 공간참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면서도 마력 소모량이 2로 매우 적어 실전에서 자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였다.

근거리 스킬의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여기던 찰나에 제법 훌륭한 스킬이 등장했다.

‘투명검? 칼날이 5미터까지 길어지는 거마도와 같이 쓰면 시너지가 장난 아니겠는데?’

그리고 두 번째 투명검 스킬은 자체적으로 공격력을 가진 스킬은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칼날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거마도와 조합이 기대되는 스킬이다.

“와, 정말 하나같이 좋네?”

“그러게요. 특히 투명검은 잘만 사용하면 최고의 비장의 수가 되겠는 걸요?”

시에나와 윌리아도 같은 생각인지 둘 모두 감탄사를 흘렸다.

너무도 좋은 보상들.

그래서인지 자연히 두 사람이 신경 쓰였다.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럼 이건 내 꺼! 퉤퉤퉤.”

시에나가 방금까지 내가 입고 있던 크리쳐 보아 망토 로브를 뺏으며 침을 묻혔다.

“그, 그러세요.”

이번에 오사카 악인들을 털어 먹고 대량의 장비를 얻게 된 만큼, 특수 등급 외투는 얼마든지 있을 텐데…….

평소엔 분위기 잡고 어른인 척 말을 하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일 때면, 시에나의 나이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이스! 내가 뱀피 패턴을 좋아하거든.”

“보통 엘프는 살상을 싫어하지 않나요?”

“난 몬스터도 마구 때려잡고 고기도 잘만 먹잖아. 그런 게 어딨어?”

“하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러자 윌리아가 쟤는 무시하라며 내게 팔짱을 껴왔고, 나는 헛기침을 하며 윌리아가 매달린 팔에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갑작스럽고 적극적인 행동에 잠시 놀랐지만.

“정말 일행에겐 피해를 주지 않네요? 불이 안 뜨거워요.”

윌리아의 말대로 일렁이는 불꽃 망토는 동료인 그녀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다.

-띠이이이.

나는 동료들과 나란히 앉아 협회의 철수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번에 손에 넣은 게 워낙 많다 보니, 철수 준비에도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통신 반지의 알림이 울려 나는 바로 연락을 받았다.

해당 통신 반지는 아버지가 갖고 계신 것과 연결된 거였다.

[백호야, 바쁘니?]

“아뇨, 괜찮아요.”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당혹감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어떤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혹시 한국엔 언제 복귀할 예정이냐?]

“안 그래도, 오늘 복귀할 생각이었어요. 지금 동료들도 철수 준비 중이고요.”

[그래? 일본에서의 용건은 완전히 끝난 거야?]

“아마 다시 오게 될 가능성이 크겠죠. 그래도 예정했던 일은 마무리 지어서, 당장 급한 건 없어요.”

[다행이구나.]

나는 안도한 듯한 아버지의 반응에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인데요?”

[실은 북한 일과 관련해서 중국 측에서 사람이 왔거든.]

북한 일?

아무래도 그것인가 보다.

중국에서 건너와 북한을 침공하고 있다는 몬스터 세력 말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중국에서 사람이 왔다니.

나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중화 청년단이란 단체에서 사람을 보내왔어. 북경을 중심 거점으로 활동 중인 사냥꾼 협회 같은 단체인 모양이야. 자기들 주장에 의하면 가입 인원이 100만 명에 달한다나.]

“허…….”

가입자가 100만 명인 중국의 사냥꾼 협회?

나는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흥미를 보였다.

그들의 인구수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거대 세력이 있으면서, 중국에서 발생한 그 로드급 엘더를 놓쳐서 북한으로 흘러가게 만들었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화 청년단에서 북한을 침공한 몬스터를 공동으로 대응하자는구나.]

“그래요?”

제안만 들어선 나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버지가 연락할 정도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대표의 태도가 심히 거슬려서 신뢰가 안 가. 아무래도 진실의 눈 스킬을 가진 네가 와야 할 것 같아.]

“알겠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복귀할게요. 어디로 찾아가면 되나요?”

[청와대로 찾아오면 돼. 녀석들이 청와대 생존 구역 앞에 진을 치고 있거든.]

중화 청년단도 웨이포인트 점퍼를 갖고 있는 건지, 무려 정예 병력 1천 명을 끌고 왔다고 한다.

다른 나라와 협의를 위해 방문한 것치곤 꽤나 위협적인 숫자 아닌가.

통신으로만 들어도 거슬리는데, 우리 군부 정권께서 어쩌고 있을지 쉬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 * *

대한민국 22대 대통령 김응수는 군대의 힘을 이용해 대통령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독재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때문에 자신을 중화 청년단 전략실장이라 밝힌 류웨이라는 인물의 제안에 얼굴에서 표정을 지워야 했다.

“그러니까 나더러 북한을 흡수하고, 당신들을 이용해 한반도 내에서 불온한 세력을 청소하라?”

“어디까지나 북한에 닥친 위협을 해결하고 난 뒤의 이야기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남한 내부 상황도 꽤 복잡하다고 들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요? 그러니 북한 사태와 더불어 남한의 일에 대해서도 저희가 도움을 드리면 어떨까 합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하지 않습니까?”

류웨이는 김응수 대통령의 불편한 표정에도 굽히지 않았다.

어차피 한국은 자신들의 도움 없이 자생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김응수 대통령이 입꼬리를 꿈틀거리며 물었다.

“자네들이 그럴 능력은 되고? 미래를 이야기하기 전에 당장 북한에 닥친 위협조차 해결할 능력이 될지 의심스러운데?”

직설적인 김응수 대통령의 반응에 류웨이는 순간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의심했다.

그리고 이내 얼굴을 붉히며 항변했다.

“설마 중국의 능력을 의심하는 겁니까?”

“중국의 능력을 의심한다기보다 자네들의 능력을 의심하는 거지. 여력이 되면 바로 북한으로 올라가 엘더들을 퇴치하든가.”

류웨이는 한국 대통령이 군부 출신이라 그런지 말이 안 통한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러니 사냥꾼 협회라는 민간단체에게 밀리는 거지.

하지만 이어진 대통령의 말에 류웨이는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어디서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주워들은 내용이 있는 모양인데, 그 안에 이런 내용은 없었나?”

“무엇 말씀이신지요?”

“그 사냥꾼 협회의 지도자가 ‘서땡땡’이란 사실 말이지.”

“흐음…….”

서**이면 중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현재 사냥꾼들에게 순위를 매긴다면 전 세계 1위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으니까.

“사실 그 서땡땡이 이끄는 사냥꾼 협회의 도움을 받으면 자네들이 나서지 않아도 북한 건은 해결할 수 있네.”

그러나 류웨이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북한의 몬스터들은 중화 청년단에게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으니 말이다.

아무리 서**이란 한국인이 잘난들, 그 외에는 인상적인 업적을 낸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 많은 몬스터들을 해치우는 게 가당키나 할까?

때문에 한국의 대통령이 자신들의 몸값을 부풀리기 위해 양념을 치는 거라 생각했다.

“제가 장담컨대, 우리가 내미는 손을 잡지 않으면 당신들은 무너집니다. 괜한 자존심 세우지 말고 웃으며 손을 내밀 때 잡으시죠.”

과연 이게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할 말이란 말인가?

김응수 대통령은 더는 대화를 나눌 가치를 못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그때.

“대통령님.”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와서 귓속말을 건네고.

그에 대통령의 눈이 커졌다가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

“사냥꾼 협회의 지도자도 이 자리에 함께했으면 하네만……. 괜찮겠지?”

“네?”

그리고 대통령의 그 말과 동시에…….

-쿵!

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던 회의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등 뒤로 불꽃을 두르고, 허리춤에 장검과 단검 등을 주렁주렁 단 사내가 등장했다.

“아직 식사를 못 해서 출출한데, 혹시 여기 짱깨 요리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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