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183화 (183/273)

183화 큰 보상 (4)

떠돌이 상인을 한번 이용했을 뿐인데, 3억 코인을 썼다.

현재 남은 잔고는 약 19억 코인.

이런 식이면 앞으로 6번밖에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럼 4장의 소환권이 남게 되는 건데…….

‘에이 몰라. 일단 계속 사 보자.’

나는 새로운 소환권을 사용하기 전에 만약을 위해 내게 모든 물건이 팔린 아르미스에게 물었다.

“떠돌이 상인 소환권을 추가로 사용하면 혹시 아르미스 님이 다시 등장하나요? 아니면 다른 물건을 가진 새로운 상인이 오나요?”

“새로운 소환권을 사용할 때마다 다른 상인이 등장할 겁니다. 구하기 힘든 떠돌이 상인 소환권을 중복으로 낭비되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다행이다.

소환권을 계속 사용해도 상관없다는 것을 확답받은 나는 안도하며 새로운 소환권을 꺼내 들었다.

“저와의 용무는 끝난 것 같으니, 그럼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고 다음에 눈에 띄는 장소에 좀 등장해 주세요.”

“하하,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서성이면 떠돌이 상인이 이만큼 귀하게 여겨지겠습니까?”

그것도 그렇지.

곧이어 아르미스가 사라지고, 두 번째 소환권으로 새로운 떠돌이 상인이 나타났다.

[위치 추적 송수신기 / 등급: 희귀]

-위치 신호를 보내는 부착형 송신기와 최대 반경 100km 이내의 위치 신호를 추적하는 수신기로 이뤄진 세트 아이템이다.

-가격: 5,000,000코인

[호버 보드 / 등급: 희귀]

-최대 시속 800km의 비행을 가능케 해 주는 1인 탑승 장비.

-가격: 5,000,000코인

[희귀~유일 등급 장비 뽑기권]

-장비 뽑기권이 아닌, 아이템 뽑기권이다.

-가격: 15,000,000코인

[물 생성기 / 등급: 희귀]

-하루 2,000톤의 음용수를 생산하는 아이템이다.

-가격: 20,000,000코인

[화염의 레바테인 / 등급: 유일]

-검기와 검강을 씌울 경우 화검기, 화검강이 형성되며, 화염 공격으로 적에게 추가 대미지를 준다.

-사용자는 화염에 대해 강력한 저항력을 갖게 된다.

-근접 전투 스킬 공격력 100% 증가

-근력+6, 순발력+6

-자체 스킬: 불기둥 (극상급 광역 스킬 / 소모 마력: 20)

-가격: 300,000,000코인

그리고 두 번째 떠돌이 상인의 판매 물음을 본 나는 감탄사를 흘렸다.

이번에도 버릴 것 하나 없이 귀한 것만 나왔으니 말이다.

나는 이번에도 모든 아이템을 구매하기로 했다.

그런데 마지막 아이템, 화염의 레바테인을 구매하려던 손이 멈추고 말았다.

이 무기는 지난번에 구경만 했던 거라, 재차 등장해 줘서 반가웠는데, 문제는 기억 속의 레바테인은 가격이 2억 코인이었다는 점이다.

“레바테인 지난번에 판매하는 거 봤었는데, 그땐 가격이 2억이었는데, 지금은 3억이네요?”

내 물음에 새로운 떠돌이 상인 카밀라라는 여성이 피식 실소를 흘리며 거만하게 답했다.

“그때와 지금은 코인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지.”

“그럼 떠돌이 상점의 판매품은 가격이 계속 오를 수도 있다는 겁니까?”

“중요 품목일 경우에는.”

덕분에 이번엔 3.5억의 돈을 사용한 나는 쓰게 웃었다.

코인 소모량이 어째 점점 늘어나는 낌새였으니…….

하지만 나는 이내 표정을 풀었다.

‘돈으로 유일 등급 장비를 살 수 있다는 거 자체가 큰 혜택이야. 벌써 두 개의 유일 등급 장비를 구했잖아?’

모자라는 돈에 너무 목매지 말고, 차라리 즐기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음을 바꿔 먹은 나는 그 후로도 떠돌이 상인을 소환하고, 판매 아이템을 쓸어 담길 반복했다.

그렇게 오늘 총 7명의 떠돌이 상인을 불러내 7개의 유일 등급 장비와 다양한 고급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나는 손에 넣은 아이템을 정리했다.

[통역 반지]*6개

[1,000평 안전 구역 생성 토템]*3개

[200평 안전 구역 생성 토템]*2개

[공중 몬스터 테이밍 안장]*3개

[수중 몬스터 테이밍 안장]*2개

[희귀~유일 등급 장비 뽑기권]*3개

[빛을 엮어 만든 방어구]*2개

[물 생성기]*2개

[오염 정화기]*2개

[성장 촉진 인공 태양]*1개

[위치 추적 송수신기]*1개

[호버 보드]*1개

통역 반지가 무려 6개나 나왔는데, 앞으로는 타국과의 교류가 필수 사항이 될 테니, 나쁘지 않다.

그리고 안전 구역 생성 토템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당연하고, 공중 몬스터 테이밍 안장은 협회의 비행 전력을 늘려 줄 귀중한 아이템이다.

‘그런데 수중 몬스터 안장은 어떤 식으로 사용되는 거지?’

안장이라면 탑승형 펫을 길들일 수 있단 의미다.

문제는 수중형 펫에 탑승을 하면 호흡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고, 사방에서 달려들 몬스터는 어찌 될지 모르겠다.

‘물론, 바닷속이 궁금하긴 해. 육상과 달리 바닷속의 상황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으니까.’

아무래도 수중 몬스터 테이밍이 어떤 이점을 줄지는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희귀~유일 등급 장비 뽑기권은 겨우 3장이라 큰 기대는 힘들 것 같고……. 빛을 엮어 만든 시리즈는 기존에 남는 거랑 합치면 한 세트 더 나오겠는데? 그럼 헬레나 주면 되겠어.’

그리고 내가 봤을 때, 유일 등급 외에 가장 귀중한 아이템이 바로 물 생성기와 오염 정화기라 생각한다.

물 생성기는 무려 하루 2천 톤의 음용수를 생산해 낸다.

1인이 2리터의 물을 마신다 치면 무려 100만 명분의 식수를 마련할 수 있는 양이다.

그동안은 조잡한 필터로 강물을 1차로 거른 후 끓여 마시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날이 추워 강물이 얼면서 식수를 얻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게 있으면 조금이라도 생존에 도움이 될 터.

더불어 생존 구역과 협회 도시는 인구 밀집도가 매우 높다.

사람이 많다는 건 그만큼 오물도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데, 오염 정화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오물을 한곳에 모은 후, 그곳에 오염 정화기를 놓으면 하루 3천 톤의 오물을 정화할 수 있다.

‘제대로 씻기도 힘든 환경에서 오물마저 처리하지 못하면 온갖 전염병이 창궐할 테지.’

이는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니, 귀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성장 촉진 인공 태양도 좋아.’

성장 촉진 인공 태양은 식물의 성장 속도를 5배나 높이는 아이템이다.

마경에 3배 속도로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비료가 있는데, 그것과 함께 사용하면 엄청난 농장이 만들어질 터이다.

내 동료인 드워프 토레프의 도움을 받으면 플랜트형 대형 농장을 지을 수 있으니, 아예 농작물 생산을 협회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한동안 농작물은 사치품일 수밖에 없으니. 세계 각지와 교역이 가능해진 지금이라면 무시할 수 없는 수익을 가져다줄 거야.’

그 외 남은 건 호버 보드와 위치 추적 송수신기뿐인데, 우리 파티는 대부분 비행 능력을 갖고 있어서, 호버 보드는 필요 없고, 위치 추적 송수신기만 챙기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보니, 내가 가져갈 만한 게 몇 개 없는 것 같다.

‘뭐, 상관없나?’

딱히 협회에 더 많은 아이템이 배정된다고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그 협회의 장이 바로 나니까.

‘자 그럼 이제 하이라이트.’

나는 7개의 유일 등급 장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1. [브라흐마스트라 / 투척 무기]

-자동으로 적을 공격하는 유도 화살(+장비 파괴)

-광역 공격 스킬 보유

2. [화염의 레바테인 / 한손 장검]

-적에게 추가 대미지를 주는 화염의 검

-광역 공격 스킬 보유

3. [스발린 / 중형 방패]

-강력한 냉기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경직시키는 방패

-광역 구속 스킬 보유

4. [크리샤오르 / 대낫]

-극상의 예리함을 품은 대낫으로 풍압만으로도 적을 벨 수 있다. 크리샤오르에 베이면 지속적인 출혈이 발생하며, 상처가 잘 치료되지 않는다.

-광역 공격 스킬 보유

5. [비비안 링 / 반지]

-내장 스킬인 디스펠을 사용하여 적의 마법형 스킬을 취소시킨다.

6. [페일노트 / 활]

-쏘아 낸 모든 공격이 유도화되며, 상황에 따른 다양한 화살을 무한으로 생성한다.

-광역 공격 스킬 보유

7. [에기르 헬름 / 투구]

-상대에게 강한 공포심과 위압을 주며, 소유자의 부상을 자동으로 치료한다.

-대인 카운터 스킬 보유

이 중 4개가 우리 거고, 3개는 협회 거다.

떠돌이 상인 소환권 11장 중 1장은 원래 내가 갖고 있던 거였으니까.

아직 사용하지 않은 떠돌이 상인 소환권 4장은 천천히 사용하기로 하고, 나는 먼저 우리가 가져갈 장비를 챙기기로 했다.

“백호! 이거 내 거지? 그렇지?”

“흠흠, 이건 제가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전 몬스터라서 안 주시겠지만, 저거 곡선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

그런데 동료들은 벌써 하나씩 눈독을 들리고 있는 장비가 있었다.

심지어 건방지게 헬레나까지 말이다.

“너 몬스터잖아. 테이밍 된 것도 아니면서 건방 떨래?”

“하,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인간을 봤지만, 대낫을 무기로 쓰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걸요?”

헬레나가 가리킨 것은 그녀가 장비 중인 사신의 낫과 거의 비슷한 형상을 가진 대낫 크리샤오르였다.

확실히 동렙의 다른 펫들보다 강력한 전투 능력을 가진 그녀가 유일 등급 장비까지 갖게 된다면 시에나와 윌리아 수준으로 1인분을 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다.

신뢰가 좀 쌓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녀석은 시스템적으로 엮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크리샤오르에서 눈을 못 떼는 헬레나를 보며 턱을 쓰다듬다가 윌리아, 시에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두 분이 원하는 게 뭐라고 하셨죠?”

“전 이거요.”

“난 이거!”

내 물음에 두 사람이 각각 반지와 화살을 택했다.

윌리아는 적의 마법형 스킬을 삭제하는 디스펠 반지(비비안 링)를, 시에나는 적을 자동으로 공격하는 유도 화살(브라흐마스트라)을 택했다.

“윌리아 님은 왠지 그걸 택할 것 같긴 했는데, 시에나 님은 의외네요?”

“왜? 활을 선택할까 봐?”

“네.”

“궁수로서 좋은 활에 끌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난 너처럼 여러 무기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상식적으로 판단했지.”

어린애처럼만 굴더니 나름 성장한 걸까?

나와 윌리아는 그런 시에나를 보며 장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검과 방패, 대낫, 활, 투구다.

이 중 두 개를 선택하면 된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오랜 장고 끝에 두 개를 택했다.

“엥? 웬일이래?”

그리고 내가 택한 것을 보며 시에나도 의외란 반응을 보였다.

아마도 무기광인 내가 화염의 검 레바테인을 선택하지 않아서 그럴 거다.

내가 택한 건 바로 에기르 헬름(투구)과 크리샤오르(대낫)였다.

“오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백호 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헬레나에게 크리샤오르를 던져 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선물을 안아 들고 눈물까지 뚝뚝 흘리며 감동했다.

사실 헬레나의 말대로 협회엔 대낫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이런 판단을 한 것뿐이다.

만약 내가 욕심대로 레바테인과 에기르 헬름을 선택하고, 대낫을 협회에 넘겼다면 너무 짬 처리하는 느낌이지 않은가.

욕심을 접은 결과, 협회엔 검과 방패, 활이 구색 좋게 배정되었다.

“왕관임?”

내가 빛을 엮어 만든 투구를 벗어 에기르 헬름을 쓰자 시에나가 쿡쿡 웃음을 흘렸다.

에기르 헬름은 금으로 만들어진 월계관과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안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너무 대놓고 왕관 같아서 조금 그렇다.

시에나가 하도 웃어서 디자인을 바꿔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색이라도 바꿀까요?”

“아뇨, 멋지기만 한데요?”

여자 친구분께서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해 자신감을 갖기로 했다.

“남은 떠돌이 소환권 4장은 어떻게 할 거야?”

아이템 분배가 끝났다.

떠돌이 소환권 4장을 쓰지 못한 건 아깝지만, 이 4장을 모두 까기 위해선 적어도 12억 코인이 넘는 비용이 추가로 필요하다.

한창 도시를 건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12억씩이나 되는 큰돈은 협회에도 없을 터.

그냥 나중을 위한 즐거움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아깝네.”

“하지만 돈을 모으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돈 나올 곳은 얼마든지 있다.

거기에 협회 공금을 더하면 오래지 않아 나머지 네 장도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로써 우리 파티에 유일 등급 장비가 14개나 되었군. 어쩌면 다른 사냥꾼들이 보유한 유일 등급 장비보다 우리 파티가 보유한 게 더 많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2주 동안 전 세계를 열심히 돌면서 고등 몬스터를 사냥하고 다닌 결과 레벨도 175를 달성한 상태다.

한동안은 다시 나인포의 계획에 따라 사냥을 해 나가겠지만, 벌써 코앞으로 다가온 생존 이벤트를 떠올리면 마냥 여유를 부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만의 시나리오 조각이 모두 모이고 난 후부터 모든 게 빡세진 느낌이니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