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인도에서 맞이하는 아포칼립스-188화 (188/273)

188화 개인 방송 (3)

개인 방송을 시작하고 1시간쯤 지났을까?

내 레벨은 9가 되었다.

성장 속도가 느리다곤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최초 보상을 쓸어 먹던 과거와 달리 일반 사냥만 이어 가다 보니, 아이템의 드랍률이 안 좋기도 했고.

거기에 운까지 따르지 않아 변변한 장비나 스킬을 얻지 못했다.

덕분에 레벨이 오를수록 성장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엔 나보다 레벨이 높은 경우는 없었지만, 내가 바라는 건 겨우 이 정도가 아니었으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오크가 글레이브 하나 정돈 떨굴 법도 한데, 너무 안 주네요.”

현재 내 장비는 코볼트가 드랍한 길이 30cm 정도의 녹슨 단검 하나뿐, 나머지는 기본 반팔 차림 그대로다.

이런 나를 보며 시청자들은 ‘ㅋㅋㅋ’를 남발했다.

아마 편의를 위한 조치겠지만, 채팅창에 쓸데없이 번역 기능까지 있어서 더욱 거슬렸다.

“그래도 뭐, 계속 싸우다 보면 언제고 제대로 된 장비로 업그레이드하고, 스킬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시청자들과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는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때.

[속보. 당신 팀의 마법사 양이 마력탄 스킬북 획득함.]

채팅창에 속보라며 위와 같은 내용이 복사되듯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법사라면 윌리아를 말하는 것이다.

“네? 마력탄을 벌써요? 어떻게요?”

마력탄은 원거리 공격 스킬 중에선 기본 스킬이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평균 습득 레벨이 30대이니 말이다.

당연히 나는 해당 소식에 놀랄 수밖에 없었고.

시청자들은 계속해서 놀라운 소식을 알려 주었다.

[황금 고블린 잡음.]

“와…….”

생각해 보니, 나도 황금 고블린 잡고 초반에 꿀 빨긴 했었는데, 윌리아가 이를 똑같이 따라간다는 게 묘하게 웃겼다.

단독 활동을 하고 있는 나나 시에나와 달리, 윌리아는 사람들을 끌어모아 자신만의 팀을 만들어 지휘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녀의 팀에 황금 고블린의 보상이 풀렸다면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황금 고블린이 떨구는 건 대부분은 초급 스킬과 장비지만, 그게 지금은 매우 귀했으니까.

“부럽네요. 제게도 황금 고블린이 나타나 준다면 좋을 텐데.”

원래 시청자 수는 내가 1위고, 시에나가 2위, 윌리아가 5위였다.

하지만 황금 고블린 사건으로 윌리아는 시청자가 급증하며 시에나를 따라잡고 2위에 랭크 되었다고 한다.

이로써 우리 파티가 시청자 순위 1~3위까지를 독식하고 있었다.

이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녀들에게 따라 잡히고 싶지는 않으니, 나는 열심히 몬스터를 사냥하고 또 사냥했다.

그런데.

“응? 뭡니까? 당신들은?”

경험치 외엔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사냥이 계속 이어지고 있을 때.

얇은 고블린 가죽을 복면처럼 둘러 얼굴을 가린 남성 넷이 튀어나와 나를 포위했다.

레벨이 제법 되는지, 몇몇은 허접하게나마 방어구를 걸치고 있었고, 검도 오크의 글레이브와 놀의 쇼트 소드 등을 쥐고 있었다.

“죽어!”

그리고 그들은 길게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듯, 곧바로 무기를 앞세워 사방에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강한 적의가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시시각각 검이 다가오는 상황에도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이벤트가 몬스터 사냥뿐만 아니라, 인간끼리의 전투도 허용하고 있었네요.”

이어서 나는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기쁘기 그지없군요. 제게도 황금 고블린이 등장해 줘서.”

난데없는 기습 상황에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레벨은 내가 적어도 2 정도 높지 않을까 싶지만, 레벨은 장비 차이로 극복하고도 남았다.

더구나 쪽수가 4:1이니, 누가 봐도 절체절명의 상황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내가 너무 여유로워서일까?

공격을 가해 오던 한 놈의 검에서 망설임이 느껴졌다.

-텁.

나는 바로 자리를 이탈해 그놈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내 행동에 놈은 언제 망설였냐는 듯 다급히 검의 경로를 바꿔 목을 노려 왔지만, 상체를 뒤트는 것으로 공격을 피해 낸 나는 바로 타깃의 팔을 붙잡아 비틀었다.

“끄아악!”

“틈을 주지 마!”

동시에 놈에게서 검을 빼앗아 뒤를 공격해 오던 세 자루의 검을 단번에 쳐 냈다.

각각의 시간 차이를 두고 휘둘러진 검을 동시에 쳐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이를 가볍게 해냈다.

그리고 원래 무장인 코볼트의 녹슨 단검을 던졌다.

“아아악!”

녹슨 단검은 그대로 명령을 내리던 대장의 허벅지에 날아가 박혔다.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하는 대장의 모습에 한 놈은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쳤고, 한 놈은 이를 악물며 연이어 내게 공격을 해 왔다.

‘용기는 가상하다만…….’

두 놈이 동시 공격을 해 와도 모자랄 판인데, 이렇게 혼자 달려들어 주다니.

내겐 먹기 좋은 먹이밖에 되지 않았다.

공격을 검면으로 받아 낸 후, 그대로 팔에 힘을 주자 적의 검이 맥없이 손을 벗어나며 멀리 날아갔다.

“…….”

강제로 무장 해제를 당한 놈은 벙찐 표정을 짓고, 다른 놈들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습격자들에게 다가갔다.

-촤아악! 촤악!

이어서 내게 검을 빼앗긴 놈과 검을 놓친 놈의 목젖이 갈라졌다.

[경험치 452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 470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 10을 달성했습니다.]

그러자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원래 사람을 죽일 경우 아이템은 강탈할 수는 있어도 경험치는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벤트 기간 중엔 죽인 상대로부터 습득한 경험치의 일부를 빼앗아 오는 게 가능했다.

더불어 어차피 이벤트 도중 죽는다고 실제로 죽는 것이 아니고, 기습을 가해 온 것은 저쪽이었으니 굳이 봐줄 필요가 없었다.

“너, 너 뭐 하는 거야!”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인지 남은 놈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나는 허벅지에 검이 박힌 대장을 남겨 두고 나머지 놈도 베었다.

[경험치 455를 획득했습니다.]

참으로 짭짤한 경험치.

이 정도면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보다 인간을 사냥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사람들이 나오기 충분해 보였다.

“자 그럼.”

“오, 오지 마.”

나는 마지막 남은 대장에게 시선을 옮겼다.

허벅지에 검이 틀어박혔지만, 치료 수단이 없다.

출혈량을 봐선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순순히 죽게 둘 수는 없으니, 나는 검을 휘둘러 녀석의 복면을 베어 버렸다.

“헉!”

놈은 급히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푹푹.

내 검에 겨드랑이를 베인 녀석은 팔에 힘이 풀리며, 얼굴이 드러났다.

“내게 악감정이 있는 것 같던데, 얼굴은 알아 놔야지.”

“죄, 죄송합…….”

“이 녀석 정보를 구합니다. 누군지 아시는 분.”

얼굴만 봐선 히스패닉 계열로 보인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내가 좀 사람을 많이 만났어야지.

그가 누군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은 정보 확인 스킬도 초기화되어 없는지라 이런 식으로밖에 상대의 정체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빌어먹을! 베네수엘라 독재자의 아들입니다!]

[베네수엘라의 메인 사냥팀 리더 파블로 니콜라스네요.]

다행히 그의 정보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내 방에 있던 시청자 중 베네수엘라 사람들도 있었는지, 바로 정보가 올라온 것이다.

“파블로 니콜라스?”

“…….”

나는 사색이 된 그의 모습에서 정답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 * *

레벨이 초기화되고, 스킬과 장비도 봉인되었다.

더불어 무장 수준도 자신들이 우위에 있으니, 상대가 아무리 서백호라 해도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자신들은 어디에나 있을 동네 건달이 아니라,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냥꾼들이었으니 말이다.

‘젠장! 이런 빌어먹을!’

그런데 웬걸?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그동안의 전투 경험이고 뭐고 모두 소용이 없었다.

4명이 달려들었음에도 서백호에게 공격다운 공격을 제대로 한번 못 하고 일방적인 패배로 끝났다.

분명 서백호의 능력치도 자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스킬도 사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파블로는 지금의 상황을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다.

“파블로 니콜라스?”

“…….”

하지만 상대에게 자신의 이름을 불린 순간.

파블로는 머릿속이 하얘지며 잡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후환이 두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생각이 많아지는 모습이네. 그럴 거면 애초에 덤비질 말았어야지.”

-푹!

그리고 갑자기 목이 따끔해졌다.

시선을 내려 보니, 파블로는 자신의 목에 틀어박힌 검이 보였다.

“하긴 그 정도의 판단력이 있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도 않았으려나?”

익숙하지 않은 죽음의 공포.

동시에 그 너머로 서백호의 마지막 대사가 들려왔다.

“잘 가, 황금 고블린. 너희 장비는 내가 잘 쓸게.”

파블로는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며, 이벤트 장소 밖으로 튕겨졌다.

* * *

경험치에 다양한 부위의 장비까지.

베네수엘라산 황금 고블린 네 마리 덕분에 단번에 무장의 질이 높아진 나는 이후 더욱 쉽게 사냥을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사냥 속도가 올라가자 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 역시 크게 즐거워했다.

[과연 급이 다르네.]

[4:1은 불리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장비만 토함ㅋㅋ]

[ㄹㅇ 황금 고블린 그 자체.]

[몬스터들 맥없이 썰리는 거 봐라 ㅋㅋ 애초에 세계 1위는 아무나 하는 줄 아나 ㅋㅋㅋ]

[그런데 상대들도 국가대표급 사냥꾼이었음. 아무리 격투기 세계 챔피언이라 해도 프로 격투가 4명을 상대로 이기긴 힘듦. 하지만 손오공 vs 인간 4명의 싸움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덕분에 나도 흥이나 유쾌하게 이벤트를 진행해 나갔다.

그런데.

“쳐!”

몬스터 사냥만으로 만족할 수 없단 걸까?

여지없이 한 방을 노리는 불나방들이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촤촹!

-서걱! 서걱!

“컥!”

“미친. 뭐야, 저 괴물은?”

“그자입니다! 지난 대전 우승자요!”

“제, 젠장, 잘못 건드렸네.”

당연하지만 나는 그런 불나방들을 사정없이 척살했다.

인간끼리의 전투를 허용하고, 사망 시 경험치를 일부나마 떨구게 한 것 자체가 이 상황을 이번 이벤트가 의도한 거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먼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사람을 처치하는 게 가장 보상이 후한데, 어째서 공격하지 않냐고요?”

때문에 몇몇 시청자들도 이런 내 행동에 의문을 표해 왔다.

어차피 실제로 죽는 것도 아닌데, 그냥 공격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그에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이벤트 점수가 생존하고 직결되는 귀한 보상일 수도 있거든요. 괜히 저를 만났단 이유만으로 죽어서 조기 탈락하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잖아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저는 알아서 위로 올라갈 수 있으니,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더구나 알아서 목을 베어 달라며 덤벼드는 불나방이 좀 많은가?

“저 새끼 죽여!”

-와아아아!

그런 불나방들만 베어도 충분하니 굳이 무구한 사람들을 노릴 필요는 없었다.

* * *

그렇게 몬스터와 불나방들을 제거하길 3시간째.

[3시간이 경과했습니다.]

[현재 성장 순위를 발표합니다.]

1위. 대한민국 서** / 레벨: 22

2위. 대한민국 시** / 레벨: 18

3위. 대한민국 윌** / 레벨: 17

4위. 미국 ***주 / 레벨: 16

5위. 인도 ***자다브 / 레벨: 16

6위. 미국 ***제임스 / 레벨: 15

7위. 대한민국 윤** / 레벨: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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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순위가 떠올랐다.

그냥 순위가 떴으면 모르는데, 거기에 한술을 더 떠서.

[현시간 부로 해당 순위가 머리 위에 표기됩니다.]

[순위는 1시간 간격으로 갱신됩니다.]

머리 위에 아주 대놓고 공격하라며 순위라는 타깃 포인트를 찍어 놨다.

이거 한시도 심심할 틈이 없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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