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2화
1층 - Lv.2 사냥꾼(1)
이 미궁에서의 삶이 100회 차가 넘었을 무렵 나는 깨달았다.
뭐가 되었건 죽어도 좀 남는 게 있는 게임을 해야 했다.
죽었다 살아날 때마다 처음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소울라이크조차도 꾸준히 뭔가를 남겨줘서 결국 클리어 하도록 유도하는데.
로그라이크는 자비가 없다.
친하게 지낸 NPC도, 공들여 육성한 ‘나’라는 캐릭터도, 전부 없었던 일이 된다.
마음만 같아서는 한 일주일 늘어져서 아무 것도 하기 싫다.
그렇게 내 상실감을 달래고 싶은 기분이 굴뚝같다.
허나 그럼에도 느긋할 수는 없었다.
[남은 시간 : 1216일 12시간 12분]
언제나 우상단에 떠올라있는 스크린이 나를 끊임없이 몰아세운다.
3년하고 조금 더 남았나? 그나마 지금부터 잠깐 동안은 줄어들지 않을 터.
내가 아직 다음 게임을 시작하지 않아서 주어지는 유예기간이다.
현실이 되기 전 게임 시절의 시간제한은 그냥 배경 설정 중 하나였다.
플레이어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잔설정이다.
이젠 아니다.
온갖 세계에서 이 미궁에 끌려온 사람들은 모두 무수한 죽음을 딛고 넘어서 클리어를 향하여 나아간다.
그 영웅적인 목표에는 시간제한이 있다.
100년.
설정 상 그 시간이 지나면 일어나는 일은 간단하다.
게임을 다시 시작할 수 없다.
죽음에서 돌아올 수 없다.
그 시점부터는, 그 세계에서 나는 주인공이 아니다.
그 대신 성공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의 설정도 있다.
완전한 해방.
미궁의 모든 것이 해방된다.
온갖 세계에서 유배당한 모두가 각자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나는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작게는 탄산음료가 그리웠고, 크게는 이 세상에 진절머리가 났다.
대부분의 판타지는 막상 현실이 되면 끔찍하다.
로그라이크 게임의 세계라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의 악의가,
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이,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비참함이.
그런 것들이 늘 내 삶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 사실을 깨닫고도 그에 눈 돌리며 홀로 행복할 수 있는 인간은 적다.
게임이 좋았다.
게임 시절에는 모든 것이 화면 속에 있었다.
도트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은 살아 숨 쉬며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대화하지 않았다.
그들의 삶에 관해서도 간략한 설정이나 있을 뿐이지 결코 디테일한 묘사는 없었다.
애초에 리얼 타임조차 아닌 턴제 게임이었다.
현실이 되자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저 플레이어와 같이 미궁에 납치되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을 뿐이던 NPC들이었다.
이제는 죄다 그들이 겪은 회차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모두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무미건조한 코드 덩어리들이 아닌 진짜 인간들이 여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어째서 이곳에서 그 무수한 삶의 명멸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가.
집에 가고 싶다.
진짜로 존나게 집에 가고 싶다.
현대사회의 그 평화와 평안이 그리워 견딜 수가 없다.
그러니 또다시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른다.
남은 시간 아래에 떠있던 시작 버튼이 반짝이며 사라지고.
[2975회차 시작! 행운을 빕니다!]
또다시 시간은 흐르기 시작한다.
[남은 시간 : 1216일 12시간 11분]
* * *
[TIP : 유배자라는 명칭은 언젠가는 그들이 끌려왔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담아 만들어진 호칭이다.
실제 역사에서 몇이나 돌아갈 수 있었던가를 생각하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로딩 게이지 위의 지겹디 지겨운 문구가 사라졌다.
"어? 아저씨 일어났어요?"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하는 것은 주변의 상황이다.
기습은 없었다.
퍽이나 상징적인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자랑하는 던전 1층은 이미 지겹도록 보아온 모습 그대로였다.
"저기요, 일어난 거 아니에요?"
좋은 추억이 있는 곳은 아니다.
이제는 지겨워졌음에도 최초의 강렬한 기억은 내 마음을 좀먹는다.
1층은 이 미궁에 도달한 경험 없는 유배자들을 절망케 하는데 쓰인다.
"눈은 뜨고 있는데. 뭐지? 왜 반응이 없으시담."
천장이 없어 개방된 잿빛 돌의 미로.
장엄한 유적과도 같은 장식적인 벽들.
밤하늘이라기에도 비정상적으로 어두운 먹먹한 심연이 하늘대신 자리하고 있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내 눈앞에서 손을 흔들던 소녀가 마침내 뺨을 때리려하는 것을 보았다.
"일어나있으니 진정해."
"내가 왜 진정을 해요. 사람을 보고도 못 본 척 하니까 그러죠."
소녀가 샐쭉하게 말을 받는다.
그러더니 다시 기대하는 모습으로 표정을 바꾸며 물었다.
"아저씨,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알아요?"
그 무구한 얼굴에 거짓은 없다. 보통 이럴 경우에는 미궁에 처음 끌려온 초회차 뉴비다.
압도적인 광경과 분위기에 넋을 놓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하면 훌륭한 태도다.
나는 거의 습관적으로 대답했다.
"아니, 몰라."
한순간에 시무룩하게 가라앉는 소녀의 태도.
표정 변화가 참 다채로운 아이군.
"일단 가자."
"예?"
의아해하는 소녀가 따라오건 말건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 * *
1층은 언제나 이렇게 고대 사원풍의 테마다.
우주공간과도 같은 심연 위에 떠있는 형태가 퍽이나 신비롭다.
빠져나갈 공간은 다음 층으로 향하는 계단 외에는 없다.
보통은 여기서 최초의 죽음을 경험한다.
도처에 널려있는 무수한 함정이나 인간을 사냥하는 고참 유배자들이 죽음의원인을 제공한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분위기와, 반복되는 죽음.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계와 전혀 다른 곳이라는 강렬한 암시다.
처음 발을 디딘 이들 태반은 아무것도 모르고 죽을 것이다.
그리고 수십 번의 죽음을 반복한 끝에 마침내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다년차 유배자가 우연히 근처에 있었다면, 그리고 그 유배자가 친절했을 경우라면 행운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졸졸 따라오는 소녀에게 굳이 그 행운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설명할 틈이 없었다.
자살이 마려워질 정도의 정신적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래서 네 연애를 왜 내가 도와줘야하는 건데 하고 그랬는데······."
"꼬마야, 부탁인데 좀 조용해주지 않겠니?"
소녀는 정말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꼬마 아닌데요."
"왜 뒤가 아닌 앞에 의문을 가지는 거냐. 꼬마야."
"고등학생 정도면 꼬마는 아니죠."
쬐끄만 게 뭐래는 거야.
"그래 알았으니 아가씨, 좀 조용히 하지 않으련?"
소녀는 해맑게 대답했다.
"에이, 이런 낯선 곳에서 입도 다물고 있으면 너무 분위기가 쳐지잖아요."
나는 그냥 설득을 포기했다.
확실히 여고생이란 건 겪어 본적이 없는 생물이다.
소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의 쉼도 없이 입을 놀렸다.
여자 셋이면 접시도 깨트린다고 하지만 이 아이는 혼자서도 해내겠거니 싶다.
그 덕에 꽤 많은 것을 알게 되긴 했다.
대부분은 고등학교 반 친구의 연애사라거나 호색한 오라버니에 대한 불만 따위의 쓸모없는 정보였다.
모든 정보가 그렇지는 않았다.
"잠깐, 거기 멈춰라."
"왜요?"
말없이 돌을 주워서 던진다. 픽 소리와 함께 벽에서 화살이 발사된다.
화살이 벽에 세차게 부딪혀 부러지는 소리는 그보다 훨씬 컸다.
제대로 맞으면 절명한다.
"와, 집에 있는 거랑 비슷하네."
당연하지만 보통의 여고생은 집에 이런 화살함정이 설치되어있지는 않다.
오빠를 오라버니라 호칭하지도 않는다.
랜덤으로 생성되는 모든 NPC들은 개연성을 위해 배경 설정을 가지고 있다.
게임 시절이라면 그저 마우스를 올려 우클릭하면 만능의 상태창이 떠올라 알려주었을 정보다.
지금은 하나하나 대화를 통해 유추해가는 수밖에 없다.
"한국에 사니?"
밟으면 바닥이 꺼지는 함정을 아슬아슬하게 뛰어넘자 소녀도 살포시 뒤따라 착지했다.
나는 숨이 차오르는데 소녀는 힘든 기색은커녕 미소를 잃지 않는다.
"당연하죠. 지금도 한국어로 말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니다. 미궁에서는 모든 언어가 하나로 통합된다. 바벨탑이 무너지기 전이 이랬겠지.
"혹시 성씨가 정씨냐?"
아무리 초반 구간의 내가 집돌이 특유의 저질 체력에 허우적댄다지만, 이 아이 역시 여고생이라고 보기 힘든 우월한 신체능력이다.
기나긴 경험이 그 사실이 암시하는 것을 찾아낸다.
NPC들도 결국 존재하는 여러 가지 설정의 랜덤한 조합일 뿐이다.
단순한 경우의 수는 바다의 모래알만큼이나 많겠지만 어느 정도 특징만 알면 유추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출현만 한다면 변수가 아닌 상수인 NPC들이 있다.
언제나 반드시 초인의 가계로 설정되는 한국의 정씨 집안은 개중 하나다.
"어떻게 알았어요?"
어리둥절한 표정.
그러면 그렇지.
이번 세계에서는 정씨 집안에 딸이 있나보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던 소녀가 주의를 주었다.
"어, 아저씨 거기 조심해요."
"알아."
소녀가 말하기 전에 이미 목을 기울이고 있었다. 벽에서 발사된 독침이 스쳐 지나간다.
이 소녀는 이미 1층의 함정 정도는 쉽게 알아볼 정도로 훈련되어있다. 재능면에서 어느 정도의 설정일까?
"혹시 집안에서 천재 소리 좀 들어봤냐?"
"우와, 저 아세요?"
이번에는 진심으로 놀라워하는 표정. 그 사이에 슬쩍 뿌듯함도 섞여 흘러나온다.
97년을 이곳에서 구르며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표정이나 몸짓으로 상대의 생각을 읽는 기술이다.
리얼 로그라이크는 NPC 상대로 심리전까지 해야 하는 난이도다보니 별 수 없다.
그리고 경험상 언뜻 내비쳐지는 자신감은 대부분 긍정적인 단서였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녀석은 꼭 살려서 내려가야겠군.
무슨 클래스로 키워야할지는 차차 생각할 문제다.
시작은 나쁘지 않다.
끊임없는 수다에 정신적으로는 가까워지고 있던 리셋 마라톤각이었다.
이제 약간 멀어진 기분이 들었다.
* * *
소녀가 알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착실하게 주변을 수색하는 형태로 움직이고 있었다.
미로는 랜덤하게 생성되지만 오래 하다보면 이래저래 어느 정도는 규칙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좀 더 오래하면 다른 이들이 스폰 되는 위치와 그들이 움직이기 쉬운 방향까지 짐작할 수 있다.
모퉁이를 돌자 과연 생각대로 네 명의 사람들이 헤매는 것이 보였다.
저들 중 처음으로 미궁을 겪지 않는 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한 명은 이미 함정에 당한 모양인지 절뚝거리고 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의 부상자와 그를 부축하고 있는 한 명,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갈피를 못 잡는 나머지 둘까지.
분위기만 보아도 다들 처음인 것이 느껴진다.
나는 소리쳐서 따라오게 한 뒤에 함정을 무력화하며 전진했다.
멋도 모르고 졸졸 따라온 사람들도 앞서가는 모습을 보고 믿음을 가지게 된 모양이다.
계단을 가리키자 두말없이 2층으로 내려간다.
다만, 처음의 소녀는 그들과 같이 내려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고 하지 않았어요? 완전 거짓말 같은데."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거짓말 맞아. 습관 같은 거지."
"어째서죠?"
"아는 척해서 이득 볼게 적은 동네라."
모난 돌이 정 맞는 것은 어느 사회나 그렇겠지만, 이런 극단적인 환경에서는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할 거라면 아예 모두를 이끄는 리더가 되어야한다.
혹은 전혀 드러나지 않거나.
대장 노릇은 저번 회차에 질리도록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계획에 없다.
나만의 작은 파티 멤버 서넛 정도만 추리면 만족한다.
돌아다니고 있으면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얼빠져있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미궁의 경험이 없어도 위험한 함정이 도처에 설치되어있다는 점은 곧장 알게 된다.
그 과정에 누군가의 희생이 동반될 뿐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살기 위해, 주변의 약자들을 떠밀어 함정을 해체하려는 이도 생긴다.
희박한 양심과 약간의 재치만 있다면 가능한 발상이다.
한번 발사된 화살이 다시 리필되지는 않을 테니 타당한 판단이기까지 하다.
적응력이 좋다면 좋은 것이지만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나도 매 회차마다 눈살을 찌푸렸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을 줄이는 행위 자체는 좋게 생각해주기 힘들었다.
생존자가 줄어들면 가능성도 줄어든다.
긴 세월이다. 미래의 파티원이 될지 모르는 이들은 살려둬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단독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위협이란 건 꽤 흔하다.
그런 고로 나는 달려가서 맨들맨들한 민머리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제발! 1층에서 사람 좀 죽이지 마!"
차라리 제 손으로 죽이면 경험치라도 들어오지. 함정에 사람을 밀어 넣는 꼴은 못 본다.
욕설을 퍼부으며 뒤돌아보는 것은 팔에 문신이 꿈틀거리는 근육질의 히스패닉이었다. 어디 남미 마약 카르텔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사나운 눈매를 치켜뜨고 곧바로 주먹을 쥔다.
슬프지만 오히려 이런 쓰레기들이 더 미궁에서의 육체활동에 쓸 만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일단은 살려야했다.
주먹이 날아온다. 능숙하게 쳐내며 붙잡고 관절을 뽑는다.
봐줄 필요는 없다. 다리만 멀쩡하면 걸을 수는 있으니 기선 제압은 빡세게.
빠르게 양 팔을 쓸 수 없게 만들자 상대는 기겁하여 욕설을 퍼부어댔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충분히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하긴 웬 깡패가 윽박질러 놀랐는데 이제는 내가 나타나 그 깡패의 어깨를 뽑는다.
따라오는 소녀보다야 정상적인 반응이군.
하지만 겁먹었기에 시키는 말을 더 고분고분하게 따르게 되는 효과는 있었다.
발로 차며 걸으라고 해주자 남미 카르텔도 상황파악을 끝냈다.
폭력을 벗하여 지내는 시정잡배들은 한편으로는 다루기 편한 점이 있다.
그 벗 앞에서 얌전해진다는 점이 그러하다.
그런 일단의 무리들도 우선 2층의 계단을 찾아 밀어 넣는다.
경우의 수, 그러니까 생존자는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소녀는 이번에도 내게서 이탈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대신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질문했을 뿐이다.
"아저씨는 영웅이나 뭐 그런 거예요?"
명백하게 사람을 구하고 있는 모습이니 그런 생각을 할만도 하지.
나는 이번에는 고개를 젓지 않았다.
대신 농담처럼 말했다.
"물론이지. 내가 이 미궁의 히어로다."
클리어해서 다들 해방 시키면 사실이 될 것이니 거짓말은 아니다.
"아하하, 아저씨, 미친 거 같아요."
소녀는 기가 막혀 웃는다.
나도 웃었다.
나를 히어로, 영웅, 혹은 신으로 여겼던 NPC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2975회차를 넘어, 다시 볼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저 웃고 있는 소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
----- 작가의말 -----
주인공은 지금까지 평균 12일에 한번 꼴로 죽었습니다.
NPC의 설정에 대하여 이해하기 힘드시다는 분들이 너무 많은 관계로 우선 작가의 말에 임시로 설명을 달아두겠습니다.
본문의 정리가 진행되고 나면 작가의 말 설명은 삭제합니다.
빙의 이전, 원작인 로그라이크 게임에 대한 설명부터 하자면.
처음부터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같은 ‘유배자’라는 설정을 가진 NPC들이 랜덤으로 생성되어 배치되는 게임이었습니다.
설정상의 플레이어는 일개 ‘유배자’일 뿐입니다.
플레이어를 포함한 모든 ‘유배자’는 100년의 기한을 받으며, 그 기한이 지나면 죽음으로 다른 세계에서 다시 깨어나는 능력을 잃습니다.
그 시점부터의 죽음은 회귀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죽음입니다.
그런 상황에 처한 유배자들끼리는 자조적으로 ‘미궁의 주민’이라고 말합니다.
그와 별개로 ‘유배자’가 아닌 미궁의 원주민인 ‘NPC’ 역시 존재합니다.
그들은 유배자를 곱게 보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고향인 땅에 종종 나타났다 사라지는 불쾌한 족속들로 여기지요.
주인공은 긴 세월 동안 NPC에 대하여 고민해왔습니다.
가능성은 여러가지입니다. 최악의 경우 자신 또한 일개 랜덤 생성된 NPC일지도 모릅니다. 게임에 빙의된다는 설정 역시 랜덤생성의 일환으로 자신이 부여받은 기억일지도 모르죠.
2975회차의 경험을 부여받은채 생성된 NPC말입니다.
그러니 주인공은 결국 편한대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나 말고 전부 NPC.
그게 제일 편리하고 믿기 쉬운 정답이니까요.
+4월 22일 추가.
여러분 피폐물 아닙니다. 진짭니다...
로그라이크가 원래 좀 목숨을 버려가며 하는 게임이라 그런거 뿐입니다...
+4월 25일 추가
NPC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일부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