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63화
8층 - Lv. 159 여단 본부(8)
이렇게 말하면 우습지만, 신에게 신도는 비즈니스적 존재다.
신앙은 힘이 되며 영향력이 된다.
대륙의 주민, NPC가 확실한 신도들에게는 조금 다르겠으나 유배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이득을 주고받는 거래 관계.
그런 비즈니스 관계에서 우위를 잡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서로 단 한 번도 대놓고 말한 적은 없지만, 내가 암묵적으로 혼돈의 신도를 늘리지 않았던 것 또한 그래서였다.
만신전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다던 3층을 예시로 들더라도 그곳에서 혼돈의 신도가 될 수 있다고 하면 구름처럼 많은 이들이 몰려들었으리라.
하지만 그러면 여신은 목적을 이룬다.
당장의 생존이 확실시된 이상 내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수 있다.
나는 그래서 그것을 억제했다.
철저하게 내 영향력 하에 있는 녀석들만 신도로 만들었다.
천사를 신도로 내어준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건 다른 신으로 갈아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사나 악마를 신도로 거느리고 싶어 하는 신은 널려 있다.
자유 접미의 신은 언제나 그것을 경계할 것이다.
혼돈의 여신은 계속해서 을이었다.
생존권을 틀어쥐고 있었던 내가 갑이었다.
그렇게까지 해놓고, 을에게 희생이 섞인 배려를 받는 것은 아주 뜨뜻미지근한 기분이다.
적어도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미안하고, 간질간질하고. 그런 기분이었다.
* * *
트롤과 오우거는 아주 거대한 생명체다.
오우거는 크게는 3미터도 넘으며, 트롤은 덩치가 좀 있다면 5미터도 넘는다.
거대한 괴물들은 그만큼 강인한 신체와 그에 걸맞은 완력을 지니고 있다.
순식간에 자라났으나 그럼에도 수천 년은 묵은 것처럼 거대한 수목들이 돌진의 충격에 쓰러진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격돌에 낙룡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트롤들도 그들이 탄 몬스터들도 피해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피해 갈 공간도 없었고.
그래서 온 사방에서 숲이 신음했다.
무게가 육중하다면 중력에 의한 피해도 크다.
트롤들은 구르고 부딪히며 작게는 찰과상을, 크게는 골절상을 입었으나 특유의 회복력으로 금방 다시 일어섰다.
그런 트롤들을 맞이한 것은 요정들의 포화였다.
아직 일부 난쟁이 마을 외엔 제대로 된 화포가 없는 시대임에도 그리 표현하는 것이 적당하리라.
자연의 신도, 요정도, 이 순간만큼은 숲을 불사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오랜 옛날 그들의 제국을 멸망시킨 원흉들이 저곳에 있기에.
화려한 색채의 화살들이 날았다.
각기 다른 마력의 격류가 꼬리를 끌며 궤적을 그린다.
탄착하는 화살들은 저마다 성대한 원소의 폭발을 일으켰다.
트롤은 마법에 강하다. 하지만 저항력이 있어서는 아니다.
상대 마법사의 마력 소모보다 재생이 더 빠르기에 강하다.
하지만 이런 단체전에서 밑도 끝도 없이 쏟아지는 마법의 포화는 그 재생을 넘어서 치명적인 장기에까지 닿기 충분했다.
트롤들은 얼고, 전격에 경련을 일으키며, 불태워졌다.
개중에는 빛이나 어둠의 원소도 있었다.
미쳐서 주변의 동족들을 공격하는 녀석도 나타나고 애룡의 목을 꺾어버리는 녀석도 있었다.
전원이 최소한 [아케인 아처].
"이 정도면 요정 쪽에서도 최정예인데."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에게 설명하게."
요정 마법사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그 표정은 황망했으며, 동시에 희망찼다.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이 날뛰는 그 얼굴은 퍽이나 우스운 꼴이었으나 나 역시 웃을 수는 없었다.
"우리 여신님께서 뭔가 하셨습니다."
"여신? 그때 혼돈에게 공물을 올렸었지. 혼돈의 여신 말인가?"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는가 하는 표정이 신에 대한, 그리고 혼돈에 대한 인식을 대변한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모르는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허허, 어찌. 신에게 그리 사랑받는 유배자는 처음 보는데."
"저도 처음이군요."
어찌 되었건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신이 임하는 기적의 현장에서 모든 인간 병사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곧바로 트롤 기병을 요격하는 요정 궁수들의 모습을 보고도 멍하니 바라만 보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지휘권을 가진 자들은 좀 더 빨리 정신을 차렸다.
"성문을 열어라! 나가서 지원한다! 요정은 우군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요정은 우군이다!"
곳곳에서 메아리치듯이 같은 말이 울려 퍼졌다.
국경지대의 성을 지키는 병사들은 결코 무능하지 않다.
곧바로 도르래가 돌아갔다. 성문이 열리고 보병으로서 수비 중이던 기병들은 허겁지겁 제 말을 찾아 달려간다.
성문이나 성벽이 뚫린다면 그 자리를 틀어막기 위해 대열을 갖추고 있던 기사들도 애마를 찾아 달렸다.
전선의 조금 뒤편에서 후방을 지휘하던 영주가 고래고래 소리치는 것이 성벽까지 들릴 정도였다.
"지금 호위가 중요하나! 어서 빨리 가서 저 빌어먹을 녹색 놈들을 하나라도 더 죽이라고! 저 뾰족 귀들은 우리 뾰족 귀라고 하지 않나!"
어허, 뾰족 귀라니. 그거 요정한테는 니거랑 비슷한 종족 차별적 발언인데. 하나, 경황이 없을 만은 하다.
"하지만! 와이번들이 아직 있습니다!"
와이번은 용종이라곤 하나 이 세계에선 보통 그리폰보다는 작은 편이다.
물론 오우거를 태울 정도니 작다곤 해도 괴수인 것은 변함없다.
갑작스러운 요정 군대의 출현에 공중에 있던 와이번 라이더들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이내 그린스킨 특유의 호전성이 정신의 고삐를 틀어쥔다.
영주가 있는 방향으로 와이번들이 날아든다.
요정의 화살 몇 발이 날아와 격추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요정 마법사가 다시 허겁지겁 마법을 짜올린다. 마법의 신이 발한 권능은 여전히 마법사의 몸에 임해 있다.
나 역시 총구를 돌렸다. 여기서 이걸 다 쓰는 건 아쉽지만…….
우두머리로 보이는 오우거를 빠르게 색출한다.
그린스킨은 알기 쉽다. 주술사를 뺀다면, 항상 더 강한 녀석이 지휘관이다.
그리고 그런 녀석은 더 커다란 탈것을 원한다.
가장 커다란 와이번을 찾았다. 원근감을 자체 보정하는 일은 이제 너무나도 익숙하다.
단 세 번의 사격으로 오우거들은 우두머리를 잃었다.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
어차피 저것들은 후퇴라는 단어를 모른다.
이곳을 불사르거나 자신들이 불살라질 때까지 덤빌 것이다.
전쟁과 야성의 신앙은 특히나 그러하다.
영주는 꽁지가 빠져라 달렸다. 달려드는 와이번보다 빠르지는 못했다. 호위기사들이 와이번들을 막아선다.
기사들의 검에서 빛이 피어오른다. 더스번 경만큼이나 선명한 오러는 아니었고 블레이드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했다.
하지만 절삭력은 충분하다.
두꺼운 갑옷을 걸쳤음에도 키의 몇 배나 되는 높이를 점프하여 와이번들을 막아선다.
와이번이 반 토막이 나거나 하는 멋진 장면은 아니었다.
그러나 스쳐 지나간 자리엔 생명을 다한 고깃덩이만 남는다.
정확하고도 날카로운 검술이다.
아무렇게나 추락하는 와이번 등 위에서 오우거가 뛰어내렸다.
몽둥이 끝에 화염이 일렁인다.
기사들이 대열을 맞춰 떨어지는 괴물들을 하나둘 제압하기 시작했다.
저길 달려가서 지원해야 하나, 아니면 요정 쪽으로 가야 하나 고민하는데 소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전 이제 뭘 하면 되죠?"
그러면서도 눈은 이미 영주 쪽을, 그리고 성벽 안에서 공격받는 병사들을 향하고 있다.
아마 이 아이의 인식에는 저들이 일반인일 것이다.
요정은 상대적으로 인간의 범주가 아닐 것이고.
판단은 순간적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성벽을 뛰어내렸다.
요정 마법사가 허둥지둥하더니 나를 따라 내려온다.
"그렇게 막 뛰어내리면 어쩌나!"
바람이 몸을 감싼다. 두둥실 하며 착지할 수 있었다.
나는 역으로 화를 냈다.
"[플라이] 쓰실 거면 저기까지 갑시다!"
"미치겠구먼."
요정 마법사의 마법에 의해 아름드리나무들이 지금도 쓰러지고 불타는 숲을 향해 이동했다.
다행스럽게도 이제 와서 성문 따위를 신경 쓰는 그린스킨은 없었다.
그들의 인식에도 인간은 성가신 존재 정도지 요정 같은 숙적으로 인식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나긴 세월 적대하며 몸에 새겨진 본능이 트롤들을 숲으로 이끌었다.
괴물들은 닥치는 대로 부딪혀댔다. 신의 권능도 아무 제한 없이 발현할 수는 없다.
자연의 신 같은 선신 계통이라면 더 엄격한 제약에 묶여 있다.
잎사귀 요정 사제들의 기도에 의해 뿌리들이 뒤엉키며 거대한 괴물들의 발걸음을 묶는다.
하지만 저건 게임에서도 거대함 보정과 힘 스탯 보정에 의해 지속시간이 감소하는 종류의 권능이었다.
그래도 무의미하진 않았다.
잠깐 멈칫하는 트롤들과 그 탑승물들 위로 화살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느리지만 착실하게 괴물들의 숫자가 줄고 있었다.
오크 제국으로서도 저런 존재 자체가 공성 병기인 초중기병들을 아무렇게나 양산할 수는 없다.
이미 여단 본부의 주요 전력인데 아까 멀리서 달려오는 모습을 보기로는 쉰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그 후 확인한 것만 열은 확실히 쓰러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대로는 못 버틴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서버의 패권은 그린스킨에게 있다.
그리고 자연의 신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신도들을 개죽음시키려고 이곳으로 보내진 않았으리라.
마음속으로 약식의 기도를 바친다.
받아줄 상대가 항상 툴툴대는 여신이 아닌 것이 벌써 어색하다.
‘자연이시여! 어떠한 방도가 있습니까?’
[자연의 신이 후방에 잎사귀 요정들을 준비해 놓았다고 이릅니다.]
잎사귀 요정? 그러고 보니 끊임없이 새로 자라나는 거목들을 벙커 삼아 트롤들을 저지하는 것은 요정은 대부분 그루터기 요정들이다.
후방이 어디지? 요정 마법사에게 일러 고도를 더 높이자 숲의 구석에 공터가 하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위치상 후방이라면 후방이다.
그곳에 아주 많은 잎사귀 요정들이 모여 있다.
"뭘 하려는지 알겠군."
요정 마법사가 그렇게 말하며 속도를 올려 공터로 향했다.
급조된 숲 사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평야의 일부인 공터는 여전히 북부의 추위에 꽁꽁 얼어 있다.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다.
"앗! 저번의 눈표범 인간!"
"대마법사!"
"이번에는 눈표범 없어?"
마찬가지로 낯익은 사제가 조잘거리는 요정 셋을 제지한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께서 당신에게 의지하라 하셨습니다."
"세상에, 이게 다 뭐지?"
요정 마법사가 기가 차다는 듯이 나를 본다.
공터는 완벽하게 준비가 끝나 있었다. 상징적인 문양들이 빼곡하게 그려진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공터를 가득 메우고 있다.
학식이 뛰어난 사제들 몇몇이서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도안대로 새겼던 모양이다.
"부끄럽게도 정령의 친구를 자처하면서도 현세의 우리들 중 정령왕의 계약자는 없습니다."
[자연의 신이 기대합니다.]
‘설마 혼돈께서 정령왕 정도는 쉽게 뽑을 거니까 준비만 해두라고 했습니까?’
[자연의 신이 긍정합니다.]
이런 젠장할.
"할 수 있어 대마법사!"
"대정령사도 겸직하자!"
"힘내! 또 도와줄게!"
그러니까 지금 여기 우글우글 모여 있는 다양한 종류의 짐승 귀 요정들은 전원이 마력 배터리인 셈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순수하게 나에게 의지하되,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마력만을 제공하기 위한 준비가 끝나 있다.
내 표정이 엄청나게 이상했던지 사제가 황급히 덧붙인다.
"보조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습니다. 왕의 문을 찾는 이정표도 있습니다."
그럼 내미는 것은 낡은 보석이었다. 당연하지만 나는 알아보았다. 요정 마법사도 감탄한다.
"바람의 결정이로군. 결정화된 원소는 아주 귀한데."
"이 정도면……, 아니, 젠장. 그래도 너무 빡센데.
[자연의 신이 혼돈은 호언장담했다고 말합니다.]
대체 뭘 팔아먹은 거야 이 양반은?
이제 보니 자기가 뭘 주는 게 아니라 날 팔아먹은 거 같은데?
하지만 이건 성공해도 [미티어 스웜]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마법의 부하는 발동 순간까지 일시적인 부하다. 소환되어 지속적으로 부하를 가하는 정령왕은 전혀 다르다.
부를 수 있다고 치자, 그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길어야 5초 정도.
그것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 시간 동안 어떻게 정령왕을 움직여야 할까?
소환하고 생각하면 늦는다.
미리 어떤 지점을 어떻게 공격할지 고려해야 한다.
정령왕은 전략 병기 같은 존재다.
"위치 정보, 지금 하늘에서 관측 중인 바람의 정령이 있나?"
"있습니다."
"시야 공유가 필요한데."
"준비하겠습니다."
새로운 술식이 곧바로 그려진다.
나를 처음 보는 요정들도 군소리 없이 상황에 따른다.
신이 직접적으로 이곳저곳에 메시지를 보내며 간섭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 상황 자체가 자연의 신으로서도 도박수일 것이다.
몰락한 요정 제국의 후예들이 강대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을 리가 없다.
잎사귀 요정들만 해도 원래부터 유랑민들은 아니었다.
요정 마법사는 어느샌가 준비된 정령 소환진을 살피고 있었다.
뭘 알고 본다기보다는 마력의 흐름을 어찌 새겨두었는지 보는 모습이었다.
"나도 돕지. 나는 정령술에는 문외한이지만 마법의 신께 빌도록 하지."
또 다른 신의 권능이 내 몸에 깃든다. 부하를 나눠 가지는 식의 링크다.
"선배님은 하나뿐인 목숨을 거는 건데 괜찮겠습니까?"
막말로 그는 여기서 내빼고자 하면 못할 것은 없다. 종족만 요정이지 인간처럼 지내고 있었으니 자연의 신에게 밉보여도 큰 상관은 없으리라.
"말했지 않은가. 나는 이제 랭커고 뭐고 다 지긋지긋하다고. 그저 일개 NPC로서 살아가고 싶을 뿐이네. 그리고 일단은 나도 요정이고."
"인간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으시고요?"
"되었네. 나도 잘생긴 게 좋거든."
농담을 하며 웃지만, 그 얼굴은 어찌 보면 고결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번에는 잠깐 죽음을 잊은 것이 아니다.
"후우."
일단 성공 여부부터 가늠해 보자.
정령 계약은 그냥 내 마력을 미끼로 이리 와라 하고 살살 낚는 것과는 다르다.
최하급 정령이면 그게 맞지만, 중급 정도 되면 정신적인 미로와도 같은 정령계에서 매순간마다 올바른 길을 찾아내야 한다.
발을 잘못 디딘다고 반드시 죽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마법 시전을 물리적으로 방해받은 것과도 비슷한 수준의 캐스팅 실패 패널티가 온다.
폭발은 기본에 스탯이나 레벨 감소, 스킬의 소실, 심연으로 추방, 적대적 악마 소환 등.
마법 구현 실패와 달리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패널티다.
그것이 누적되면 정령 계약의 실패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심각한 사태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정령왕의 계약자가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로 드문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보통은 시도 중에 죽어 성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신님께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확신하고 입을 털었단 말이지.
고마움이 좀 사라지려고 한다. 결국 내가 다 하는 거잖아.
나중에 다시 보면 화내야지.
"괜찮으시겠습니까?"
유일하게 나와 직접적인 친분이 있는 사제가 와서 묻는다. 이미 저지른 이상 어차피 선택지는 없지만, 확신을 구하는 얼굴이었다.
이게 또 정령왕을 부를 수 있냐고 저렇게 묻는다면 대답은 해야 한다.
"할 수 있다."
요정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사제들조차도 귀가 끊임없이 파닥이는 게 불안한 듯하다.
처음 해보는 일은 당연히 아니다.
꽃잎 요정이었던 회차에서도, 요정제국을 재건한 나는 정령왕의 계약자였다 그 정도가 아니면 그런 일을 해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