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에 갇힌 고인물-99화 (99/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99화

10층 - Lv. 335 황제 친위대(4)

전쟁의 신은 분노했다.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광전사인 그에게 분노란 숨 쉬는 것만큼이나 당연하고 친숙한 행위였다.

거대한 팔이 신좌를 움켜쥔다.

물론 이건 파괴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전쟁의 신은 그 점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선다.

답답한 방이다. 신이란 게 이런 건 줄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인데.

벽을 주먹으로 두들겼다.

한 번, 두 번, 열 번, 스무 번.

뼈가 드러날 정도로 주먹이 상해도 순식간에 회복된다.

불사라고 불러야 할 지경에 도달한 트롤의 힘이다.

이 빌어먹을 신좌의 방은 나갈 방법도 없다.

도전자가 오지 않는 이상 열리지도 않는다.

와도 문제다. 싸워야 한다. 순순히 신좌를 넘기는 방법도 있겠으나 그러면 실컷 척을 져둔 다른 신들이 자신을 어찌 생각할까?

이젠 신이 아닌 일개 트롤 전사를.

이건 감옥이다.

신을 어째서 죄수라고 부르는지, 누가 가장 먼저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겪어보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될 뿐.

물론 전쟁의 신은 알고 있다.

어차피 도전자가 오더라도 순순히 신좌를 넘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일구어온 것이 너무 많다.

답답할 때는 많으나, 신좌는 모두가 바라마지 않는 지위이다.

100년의 기한도 다한 이상 여기서 내려갈 이유가 없다.

혼돈처럼 오래 살아서 미쳐버렸다면 또 모를까.

그러나 지금 잊고 있었던 그 신좌의 주인은 그에게 실컷 놀리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캬캬캬캬컄 빙시얔ㅋㅋㅋ 우리 대전사 맛이 어떠냐? 정신 못 차리겠지?]

[아 말하는 걸 깜빡했는데 대신관도 쟤야! ?('???)?]

저딴 거지 같은 이모티콘은 대체 어디서 배워 온 거지?

애초에 죽은 줄 알았다. 너무 오랫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자살하겠다며 교단을 내던진 지도 너무 오래되었다.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혼돈은 미쳐버릴 만큼 오래 존재한 신이었고, 미치기도 딱 좋은 신좌였다.

그러니 그냥 곱게 가는 것을 기뻐했다.

아마 모든 신들이 그랬으리라.

그런데 어디서 저런 끔찍한 유배자를 물고 와서 갑자기 다시 나타나는가.

그리고 왜 이렇게 신나 하는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머릿속을 스치는 여러 가지 가능성은 있긴 하다.

전쟁의 신은 강대한 트롤답게 오만했으며 굽히지 않았다.

처음 신이 되었을 때부터 그랬다. 그는 정상에 다다른 유배자였으며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래서 저 오래된 혼돈의 신격에게 제대로 찍혔었다.

하지만 대체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이걸 아직.

하.

상대가 지나치게 즐거워하니 도리어 냉정해진다.

전쟁의 신은 다시 신좌에 앉았다.

지금 그의 상대는 오래된 여신이 아니다.

이 서버에서 가장 중요한 유적에서 날뛰고 있는 여신의 하수인이다.

비록 그 뒤에서 여신이 무언가 꾸미는 중이겠지만.

* * *

본래 게임의 진행 상황이 이쯤 커지고 나면 이제 봐야 할 상대는 눈앞의 그린스킨이 아니다.

그동안은 규모가 좀 소소했다.

내가 줄 수 있는 타격도 소소했다.

혹여 내가 직접 내 손으로 용암망치 대대를 전멸시켰더라도 거대한 제국의 입장에서는 감수하기 힘든 피해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대의 [히어로 유닛]들은 다르다. 그린스킨의 영웅들만 잃는다면 모를까, 당장 적대하게 된 요정들의 왕족이 풀려난다.

그린스킨의 신이 그런 일을 바랄 리가 없다.

인식의 전환은 중요하다.

전쟁의 신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곳을 주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지금부터 적들의 판단은 하나하나가 신이 내리는 지시라고 봐야 한다.

100년의 여정을 끝마치고 신좌에 올라, 그 몇 배의 세월을 보내왔을 유배자의 정점이 내리는 지시.

황제 본인이 아닌 이상 신과 대등하게 의견을 나눌 수는 없다.

신이 분노하여 강압적으로 명한다면 대체로는 따르리라.

하지만 흩어져 영웅들부터 깨우는 이번 판단은 실수였다.

차라리 모두 모여 나를 공격하려고 했다면 더 곤란해졌을 것이다.

환경은 언데드인 나에게 극도로 유리하지만, 황제 친위대라면 보나마나 현대의 [히어로 유닛]도 섞여 있을 터.

그걸 상대로 수월한 승리를 거두는 것은 힘들다.

그렇게 소모되다 보면 변수가 늘어난다.

크게 뭔가 잘못되면 내가 여기서 죽는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도 꼬맹이를 잃는다거나. 소녀가 죽어버리거나.

여러 가지 위험 요소는 많았다.

전쟁의 신의 판단은 문제를 단순화시키는 안전책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에게도 사태를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편리한 방향이다.

이것까지 의도였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내가 보여준 퍼포먼스가 굉장했을 수는 있지만, 저 미친 광전사 트롤마저 한 수 물릴 정도인 줄은 몰랐다.

하지만 신이 일개 유배자에게 쫄아서 수를 접는 다라. 이상한 일이긴 하다.

마치 나보다는 뭔가 다른 것을 의식한 듯한.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일단 다 족쳐야지."

꼬맹이가 슬쩍 눈을 들어 나를 본다. 갑작스레 나온 혼잣말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한가?

아니 그건 아니군. 금세 흥미를 잃는다.

말이 참 없다. 미래에서 왔을 때는 조잘조잘 시끄러울 정도였는데 아직까지 그 정도로 신뢰받고 있진 못한 모양이다.

꼬맹이가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잘 모르는 친척 아저씨 정도이려나.

아예 남보다야 낫지만 아주 잘 따르는 건 또 아닌.

어쨌건 난 일단 꼬맹이를 안아 들었다.

갑작스레 자신의 마법 장벽을 넘어들어온 손에 잡혀 올라오자 꼬맹이가 의아해한다.

"달릴 거다. 꼭 붙어 있어."

뱀파이어는 빠르다. 특출나게 빠른 종족들에 비하면 별것 아니지만 지치지 않고 전력 질주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나다.

살아 있는 녀석들은 이런 온도에서 쉽게 달릴 수 없다. 방호복을 입고 전력 질주를 할 수 있냐의 문제다.

나는 가능하다. 머리카락이 좀 타고, 화상에 피부가 좀 짓물렀다 회복되긴 하지만 어쨌건.

달리는 길은 거침이 없다.

일천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부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하던 내구력은 이제 없다.

마법진이 폭주하며 연결되어 있던 모든 함정체계가 다운되었다.

당연히 벽을 강화하던 힘도 없다.

그래도 여전히 일반적인 돌벽은 아니지만 마력을 담아 후려치며 터뜨리면 쉽게 쉽게 박살이 난다.

그대로 달려가면 종종 보이는 그린스킨의 영웅들.

멈춰 있는 시간 속의 전사들은 모든 공격에 면역이다.

2층에서 석상처럼 굳어 있던 그리폰이 어지간한 타격으로는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이쪽이 더 고등한 마법이다.

그리고 저들의 주변은 곧 전쟁의 신이 볼 수 있는 범위다.

꼬맹이는 끊임없이 마력 탐지를 사용했다. 내 등에 달라붙어 이것만 하라고 했다.

적들의 움직임이 어떻게 되는지는 중요하다.

몇 명의 적들이 돌아서 중앙광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최후까지 격전지였다. 가장 많은 영웅들이 굳어 있다.

먼저 깨운다면 승리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곳의 봉인은 푸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나는 굳이 그들을 요격하러 가지는 않았다. 우리 쪽이 더 빠를 것이다.

* * *

전쟁의 신의 눈에는 광장의 상황도 보이고 있다. 그곳에 잠든 그린스킨 전사들은 요정왕의 계략에 빠지기 직전까지도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 수가 이미 수십이다. 역동적인 전장을 그린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모습이다.

신은 신좌에서 다시 으르렁거렸다.

화살 몇 발이 벽을 부수고 날아들었다.

곧이어 그 유배자의 동료들이 비쳤다.

낯선 얼굴들이 있다. 요정들이다. 활을 빼 든 궁수들.

빠르다. 지나치게 빠르다.

자연의 신마저 저쪽에 붙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이 미로의 구성을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속도다.

전쟁의 신은 대략적인 구조밖에 알지 못했다.

그러니 방향 하나를 지정하고 그쪽으로 뚫을 생각만 했다.

사실 저 유배자가 여기에 끼어들 줄도 몰랐다.

유배자가 쉽게 들어올 공간이 아니다.

이 서버는 열린 지 오래되지 않았다.

왕국에서 이런 중요한 장소로 통하는 길을 뚫을 [키 아이템]을 벌써 얻었다고?

그럴 수가 없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서버는 아주 험난하다. 우주 테마를 통과한 유배자는 거의 없다.

왕국에 있는 전쟁의 신도들도 그 바람에 이곳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수완이 좋은 유배자라고만 생각하기엔 정상이 아니다.

그때 한 가지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

저 녀석 혹시 아직 우주를 통과하지 않았나?

유적은 굳이 따지자면 북부에 있다. 제국의 북방, 과거 전쟁에서 승리한 후 요정들을 쫓아내었던 땅.

마지막 항전이 벌어졌던 곳.

아직 설원 테마의 범주 내에 들어간다.

[키 아이템] 같은 게 없이 이런 스테이지로 입장할 수 있으려면, 보스층.

짝수 보스층.

그럼. 저 녀석은 10층이다.

전쟁의 신이 입매를 비틀었다. 교활하고 노회한 트롤은 다른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 서버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저 혼돈이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다시 왕국을 집어삼킬 셈인가?

그 옛날처럼.

* * *

여신은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예전부터 시종일관 귀찮게 굴던 전쟁의 신이 골탕을 잔뜩 먹는 게 좋았을 뿐이다.

저쪽에서는 신이 주도하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신도가 그녀를 쥐고 흔드는 것에 가깝다.

그래도 느낌상으로는 상하관계는 아니고 같은 파티라는 느낌 정도일까.

신에게 이런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고참 중의 고참인 신의 눈에 찰만한 유배자는 드물다. 당연히 신들의 평가 기준은 자기 자신이기에.

저놈이 너무 대단한 거지.

여신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이런 형태의 스테이지는 여신 역시 겪어본 적이 있다.

요정들은 꽤 자주 이런 식으로 항전한다. 시간 마법은 상대의 마법저항력을 무시한다.

그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더라도 벗어날 수 없다.

만능의 함정인 것이다. 사실이 그러하니 역사가 그렇게 흐르는지, 아니면 그저 이 미궁이 그렇게 되도록 어떻게든 유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상황은 여신에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선발대가 거의 전멸하였으니 똥줄이 타겠지. 멍청한 트롤 녀석. 낄낄낄."

강력한 전력이었다. 과연 미친 난이도의 보스층이다.

카크리쉬에 비견될 만한 것들이 아주 많다.

그때 혼돈의 여신에게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10층에 진입하자마자 규율의 신에게 전달했던 거래에 대한 답이다.

규율의 신은 우선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보겠다고 했다. 교활한 녀석.

[이제는 위험한 수준은 지났군요. 승기를 잡았으니 성녀를 보내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할 것입니다.]

규율의 신이었다. 그는 이 서버에서 전쟁의 신과 싸울 것을 결의하였지만 그럼에도 쉬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하는 이들이 있다면 상관이 없다는 태도다.

성녀 같은 걸 보유하고 있으니 그렇다.

인간의 [히어로 유닛]은 무수한 영웅들 중에서도 격이 다른 수준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교단 하나 정도야 건사하니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러니 구경만 한다.

심연의 성물을 줘버린 것은 잘한 짓이다.

신명이 규율이요, 접미가 금전이니 대가를 받았다면 그것을 어길 수 없다. 온전히 비즈니스니까.

성녀가 나섰을 때의 리스크에 가격을 어떻게 매길지 까지 신좌의 영향을 받는다.

저건 그런 신좌다. 저런 것에 앉지 않아서 다행이다.

[성녀가 멀리 있진 않나 보군?]

[저는 제 안목을 믿는 편입니다. 해낼 거라고 생각해 미리 이동시켰지요.]

* * *

전쟁의 신은 명했다.

유적의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든 황제 친위대들에게.

주술사들이 바삐 움직였다. 내부 상황은 신께서 무려 신탁으로 전달해 주셨다.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다.

멀리 떨어진 제국의 수도에 있는 황제가 말을 걸어왔다.

낮고 굵은, 전사다운 걸걸한 목소리.

하지만 오크라기엔 또 아주 지적인 음성이다.

"신이시여,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 친위대들로도 부족하다니."

「그 유배자가 또 나타났다.」

"본 지 얼마나 되었다고 참 질긴 악연이군. 그냥 내가 가서 박살 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데."

그린스킨의 황제에게 용사가 성장하기를 기다리는 마왕 같은 취미는 없다.

그는 정말로 달려가서 저 귀찮은 유배자를 으깨버릴 것이다.

아주 손쉽게.

하지만 전쟁의 신은 인상을 찌푸리고 고민해야 했다.

미래, 전쟁의 신도 중에 아직 미래에 도달한 이는 없다.

왕국에 도달한 이 서버 출신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전부 문명을 접하지 못했다.

미래는 민감한 곳이다.

왕국 이후에도 그에 합당한 [키 아이템]과 [종족 메인 스트림] 진행도 없이는 결코 미래의 세력 구도를 관찰하지 못한다.

이건 언제나 그랬다. 미궁의 법칙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이 서버의 미래는 확정되지 않았다.

문득 치솟는 불안감.

저 황제가 죽으면 어떡하지? 저 유배자가 살아남아 이긴 미래가 펼쳐진다면?

신은 잠깐 고민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당연하지만 황제는, 그린스킨의 제국의 황제는.

가장 강력한 전사의 자리다.

「다음엔 내 반드시 그렇게 하지.」

"황좌도 신좌만큼이나 따분한 곳이란 말이야. 기대해 보겠어."

「흥.」

그것을 끝으로 황제는 침묵했다. 제도에 무언가 다른 일이라도 있는 모양이지.

그곳을 살필 시간은 없다. 다른 서버도 내팽개쳤다.

새로운 서버다. 새로운 파이다. 뜯어먹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 * *

자연의 신이 알려왔다.

갈라둔 일행들이 광장에 도달했다고 한다.

가장 먼저 깨울 것은 요정왕 부부.

광장에는 이미 사냥꾼과 영감님이 도달했다.

그사이 깨운 다른 요정들과 함께다.

광장은 시간 마법이 터진 폭심지다. 아직도 풀기 힘들 정도로 봉인의 힘이 짙게 남아 있다.

가장자리의 옅은 봉인과 달리 훨씬 더 진하게 남아 있다.

영감님은 가진 모든 마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깨운 [히어로 유닛] 요정들은 닥쳐오는 황제 친위대들을 상대했다.

딱 거기까지 듣고 나는 멈춰섰다.

주술이 날아온다. 마력 탐지를 남발하며 뛰어다니니 우리 위치도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화려한 장식을 두른 황실 친위대의 주술사는 상당히 고레벨이다.

못해도 200은 넘을 것이며 이런 곳까지 들어왔다면 300 가까이 될지도 모른다.

제국의 규모가 워낙 크니 그 이상일 수도 있고.

하지만 그런 걸 따질 필요는 없다. 따질 이유도 없다. 애초에 그러기 위해 만들어낸 상황이다.

뱀파이어에게 너무나도 유리한 작열지옥의 환경.

큰 폭발을 터뜨리며 상대의 공격을 상쇄해낸다.

묵직하게 뒤로 밀려난다.

강하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그대로 [대시]을 쓰며 전진한다. 빠르게 움직이자 몸을 보호하던 마법이 견디지 못한다.

천사 깃털 패딩은 튼튼해서 이겨내지만 내 몸은 아니다.

몸이 불타면서도 전진하여 마력을 응축한 주먹을 마구 날린다. 주술사는 힘겹게 무언가 하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몸을 보호하던 주술이 날아간 시점에서 숨을 쉴 수가 없고 열기에 몸이 익기 시작한다.

비참한 신음과 함께 주술사가 쓰러졌다.

내가 직접 준 타격은 열기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막이 벗겨질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기여가 그대로 경험치로 계산된다.

경험치가 아주 짭짤하다. 내 생각보다 더 고레벨일지도 모른다.

트동트는 네임드라 늘 비슷한 레벨로 나오지만 상황에 따라선 이런 잡 주술사가 더 강하다.

정정당당하게 싸웠다면 꽤 힘들지 않았을까? 달달하군.

그런 식으로 끊임없이 훼방을 놓는 도중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자연의 신이 소녀 쪽에서 냉기 마법사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당연하지만 히어로 유닛이 득실득실한 이 미로에 네임드 NPC가 없을 리는 없다.

고정적으로 출현하는 냉기 원소 전문의 마법사 요정이 하나 있다.

이번에는 여길 좀 식혀보도록 하자.

정령사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럼 그 마력을 빌려 쓰면 정령왕을 쓸 수 있다.

히어로 유닛 수준의 정령사라면 10초는 가동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네임드들은 보통 가장자리 어디 구석탱이에 처박혀 있다.

소녀가 열심히 수색을 잘했으면 좋겠다. 점점 편해질 테니까.

그때 꼬맹이가 알려왔다.

마력 탐지에 새로운 병력들이 감지된다.

확신하지는 못했는데 역시 모든 병력이 이 유적 안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입구에 진을 치고 있는 다른 놈들을 급하게 충원한 모양이군.

전쟁의 신이 점점 급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혹시 몰라 성녀도 불러두길 잘했다.

10층의 계단은 바깥에 있다. 또 신세를 지게 생겼다.

뒤끝없는 정당한 거래이기에 문제는 없지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