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249화
왕국 - Lv.545 강연(4)
"미친놈들."
절로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환경이었다.
모여 있는 녀석들 전부 내가 몰래 스며들어 올 거라고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가시광선의 영역 내에서는 고요히 기다리는 모양새였으나 마법적 관점에서는 이런 개판이 또 없다.
나름대로 마스터니 그랜드 마스터니 하는 인간들이 제각각 뿜어내는 탐지는 괜히 그 사이에 섞여 있는 젊은이들을 주눅 들게 만든다.
아무리 그래도 저 사이를 뚫고 몰래 지나갈 방법은 없다.
주목받으며 입장한다고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기다렸다.
푸른 빛기둥이 내리꽂히는 것을 보고 움직였다.
마법의 신이 진짜로 나타날지에 관해서는 다들 긴가민가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가 모두의 시선을 모았을 때, 재빨리 들어갔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용케 시선을 피해 대기실로 향하는 나를 보며 여신님이 낄낄대었다.
「마법의 신이 정말 만능 보디가드로군.」
"강연 중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더라도 대놓고는 못할 겁니다. 혹은 하더라도 마법의 신을 같이 상대해야겠지요."
이미 마법의 신과 개인적인 원한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리고 마법의 신이 저들의 편을 들 생각이 없다는 점이 더욱더 좋은 일이다.
이런 일 때문에 하드스록에서 만신전을 들러야 했다.
저들 배후에도 신은 있을 것이다. 지지하는 신 없이 이렇게 왕국을 장악할 수는 없을 테니까.
강당을 지나는데 마법의 신을 따라 다른 이들도 실내로 들어오고 있다.
하나같이 강력한 마법사들이다. 저들이 이 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강당의 마력 밀도가 상승하는 기분이 든다.
지금이야 일부러 판을 키운 거지만 처음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내 강연은 처음에는 분명 대단하지 않은 일이었다.
학장의 변덕 같은 식으로 치부되었으며, 수용 인원 100명 정도의 작은 강당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학장도 당시 몽환의 숲에 함께 있었던 이들만이 참석하겠거니 생각했을 거다.
이후 소문이 퍼지며 추첨이 된 후로 500명 규모의 강당으로 급히 옮겨졌다.
이제 그 500석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
입석도 만들어졌다. 서서 볼 수 있는 공간이라면 기꺼이 개방하는 것이 아케인의 방식이다.
누가 누군지 다 알아보기에는 유명 인사가 지나치게 많다.
그러니 이중에는 반드시 [아케인]의 멤버가 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미 학장이 주목받고 있었던 이유가 연구 때문이라면, 그와 이어지는 것이 레베카다.
몽환의 숲에서 개최되는 학회의 주제가 무엇이었겠는가?
미궁의 법칙, 혹은 보정이라 불리는 불가사의한 힘에 대한 해석이었겠지.
레베카는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그녀 역시 불의 마탑 소속이다.
그래서, 공동 연구자로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
"늦었잖아!"
이미 대기실에 도착해 있던 레베카가 인상을 찡그리며 쏘아붙인다.
"그건 가져왔어?"
태도가 참으로 미묘하다. 나는 싫지만, 내가 내놓을 결과물에는 자꾸 눈이 가는 모양새.
"짜잔!"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레베카는 의도적으로 나를 외면해 왔기 때문에 이틀 전의 전투 후에 중간과정밖에 보지 못했다.
공동 연구자로 이름을 올리는 치욕,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공을 받는 그 치욕을 감당한 것도 결과물을 가장 먼저 보고 싶어서다.
그리고 솔직히 그녀는 지금까지도 나를 완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내가 검집에서 레바테인을 뽑아 보여주고, 그것을 살필 시간이 주어지자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 탄식은 좀 과격했다.
"제길. 제기랄. 제기라아아알. 진짜잖아."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어?"
"상식적으로 그게 진실이라고 누가 생각하겠어? 차가운 불이라고? 진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네. 마법사가 아닌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무슨 개소리냐고 그럴 거야. 그것도 아티팩트에서? 레바테인에서? 이건…… 말도 안 돼."
"맞아. 이건 불가능해. 미궁의 보정을 교묘하게 이용한 사기일 뿐이지."
"그래, 이 사기꾼아. 이 사기극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기로 남을 거야. 아케인이 사라질 때까지는 말이야."
레베카는 숨도 쉬지 않고 말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내 연구는 뭐였던 거지……."
"실망하지 말라고 하는 소리는 아닌데, 이건 온전히 나 혼자 알아낸 방법은 아니야."
"거인의 어깨 위에 어쩌고 하는 소리? 뉴턴이 했던 말이지? 여긴 미궁이야. 뉴턴은 마법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 매 회차마다 마법의 신과 교류하면 가능해져. 내가 아는 이론 대부분은 역대 수많은 마법의 신들과 함께 연구가 스며 있는 거야."
레베카의 표정이 멍청해졌다.
"그게……. 가능해?"
신의 총애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보다 강력한 유배자였던 신들은 당연히 유배자의 생리를 잘 안다.
절대 쉽게 넘어오지 않는다.
거기에 마법사는 묘하게 폐쇄적인 이들이다. 과학자들과는 다르게 아주 개인적인 영역이 많은 곳이다 보니 어쩔 도리가 없다.
괜히 보통은 도제 형식인 게 아니지. 현대적인 시스템을 갖춘 이 왕국의 아케인이 대단한 것이고.
"그래, [게이머]란 거지. 비겁해……."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 난 언제나 다른 하이랭커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독보적인 존재였으니까."
"그래 너 잘났다."
"별말씀을."
그렇다 하더라도 게임의 클라이언트까지 뜯어 본 게이머로서 제공할 정보가 산더미처럼 많았던 덕이 적다고는 말할 수 없겠군.
레베카는 상심이 큰 모양이었다.
좋아, 어떻게 해도 나는 레베카에게 위안이 될 수는 없는 존재로군.
"뭐, 어쨌든 앞으로도 우리 딸을 잘 부탁해."
"네가 가르쳐. 나보다 나을 텐데."
"네가 좋다던데?"
레베카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거짓말이지?’ 하고 노려보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이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 내 설명은 너무 어렵다고 한다.
반면, 레베카는 그래도 교수였고, 밑에 거느린 다른 대학원생이 몇 명 있었다.
이것도 사회성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난 적어도 누구에게 마법을 가르치려고 했던 적이 없다.
그 부분에서만큼은 레베카가 더 낫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레베카는 급격히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그런 티를 최대한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레바테인은 내 소유였기 때문에 내가 들고 나갔다.
* * *
노인은 당황했다.
"이플릭셔스? 대체 왜 진짜로 나타난 것이지?"
마법의 신, 이플릭셔스.
위험하고도 위대한 마법의 대가.
노인이 무수한 회차를 거친 끝에 이 왕국에 정착하고서도 이플릭셔스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는 본 적이 없었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동료였다면 신좌로 올리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신좌는 분명 대단한 자리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제약되는 곳이기도 하다.
직접 나서서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진다.
이렇게 강림하는 수도 있긴 하지만 그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신앙을 희생하는가?
화신조차도 막대한 소모를 대가로 행해지는 것이다. 강림은 그것과도 차원이 다르다.
온전히 본신의 힘을 가지고 내려오는 것이니까.
달리 말하면 미궁의 죄수가 외출을 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 소모가 두려워 신이 강림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물며 필요에 따라 권능을 제공하고 신앙을 받는 관계로서만 신도를 대하는 마법의 신 특성상, 회복은 더욱 더딜 것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신들의 전쟁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보통은 왕국이 침공으로 멸망해 갈 때도 지켜만 보는 것이 신이다.
그들과는 관련 없는 일이니까.
옆의 소년이 말했다.
"그렇다면 뜬소문이 아니라 진짜로 가정해야겠군."
"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르겠는 저 녀석이 이플릭셔스가 신좌를 팽개치고 내려올 만큼 대단한 마법사라는 걸?"
"그렇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아?"
노인의 파티 리더가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하기에 노인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하나? 이 자리에서 제거하는 건 무리겠군."
"이플릭셔스가 보고 있는 가운데 그럴 수는 없지. 의도된 행동인 것 같군."
"지키러 내려올 정도라……."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시티즌]엔 내가 연락하지. [하드스록]에는 그것들이 알아서 알릴 테니까."
"마침 그분이 지금 이곳에 와 있군."
"가끔 얼굴도 보고 그래야 해. 안 그러다간 정말로 잊을지도 모르니까."
요정은 그 긴 수명 덕분에 많은 유배자들에게 각광받는 카드다.
하지만 그 수명을 제대로 누리는 유배자는 사실상 없다.
어떤 식으로건 그전에 죽는다. 인간의 정신은 수천 년을 살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왕국의 근본된 국가를 세운 세 길드의 꼭대기는 그런 이들이 모인 곳이다.
여러 차례의 종말을 겪으며 다시 새로운 왕국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서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이들.
그러기 위해 긴 세월을 살아온 이들.
신을 제외하자면, 혹은 일부 신들보다도 길게 살아왔다.
가끔씩 생각하곤 한다. 우리도 고장 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그들보다도 훨씬 오래된 유배자가 그들 사이에 한 명 존재했다.
까마득한 세월, 수천 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꺾이지 않고 살아온 그 인물은 어딘가 인간적이지 못했다.
가끔 그 모습을 떠올리면 오싹해지곤 한다.
뒤틀리고 사악한 무언가가 인간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마저 들어버리니까.
겉으로는 평범하고 정상적인 인간 같아 보여서 더욱 그러하다.
무서운 존재다.
노인은 그 남자를 친근하게 대할 자신이 없었다.
그만 그리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분’이라고만 부른다.
그러는 편이 더 거리를 두는 느낌이니까.
"그래서 주제도 알려지지 않은 이 초청강연이 어떤 건지 좀 두고 보자고."
"그러지, 우리도 일단은 마법사이니."
탐구를 그만둔 지는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가끔은 옛날에 하던 것처럼 지내고 싶을 때가 있다.
* * *
마법의 신의 존재로 인해 강당 위에 누군가가 나타났을 때, 그리고 그 곁에 푸른 달의 따님이 함께였을 때.
그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적었다.
하지만 마법의 신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 하는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진다.
신의 거동에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집중하고 있던 이들도 비로소 강사가 나타났음을 알았다.
아무도 따라서 박수를 치지는 않았다.
무언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중 조금 더 강연 자체에 관심이 있었던, 동시에 마법의 신에 대해 상대적으로 불경한 일부 마법사들은 좌석마다 설치된 장치에도 관심을 가졌다.
마력의 선이 이어져 있다. 피를 기반으로 이어져 있어 마력의 전도율을 신경 쓴 장치였다.
그것은 중앙 무대로부터 뻗어 나오고 있다.
그렇다. 강단이라기보다는 무대였다.
마치 무언가 쇼를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로브를 그럴듯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나섰다.
일부 마법사들은 그제야 무대 위에 석판이 하나 있음을 깨달았다.
좀 더 가까운 자리의 사람들은 무대에서 빠져나온 마력의 선이 그 석판에 이어져 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석판에는 홈이 있었다. 딱 어떤 검을 꽂으면 적당할 정도의 홈이.
"반갑습니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그랜드 마스터 에제키엘 님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강사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나 신과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었던 이들은 저 인사가 귀에 들려오지도 않았다.
마법의 신은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자신의 푸른 신성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이 강림한 이곳에 은은히 번져나가는 푸르스름한 기운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명석한 마법사들도 이런 상황에서 시작된 강의에 집중할 수는 없었다.
신이다.
그래 신.
마법의 정점에 도달한 자만이 앉을 수 있다는 마법의 신좌의 주인.
그리고 그들의 신앙의 대상.
그런 신이 주변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고 집중하고 있는 강사에게까지 생각이 미치기는 어려웠다.
대다수의 마법사들은 자신의 연구에 대한 조언, 마법에 대한 고민 한 줄이라도 저 위대한 마법의 신에게 여쭙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탐구는 마법사의 본질이지만, 그 과정이 편안한 것은 아니다.
지금 그 무엇에도 통달한 지름길이 그들 사이에 얌전히 앉아 있지 않은가.
몇 마디 대화만으로도 새로운 영역으로, 혹은 막힌 연구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마법의 신이란 그런 존재니까.
그렇게 단 한 명의 악마와 두 명의 하이랭커를 제외한 모두가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무대에서는 인사와 공치사가 끝났다.
남자는 검을 뽑았다.
아티팩트와 연관된 부분의 지식이 있는 자들은 한눈에 그것이 강력한 마검임을 깨달았다.
아티팩트 자체를 연구 과제로 삼은 일부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들은 그래서 의아해졌다.
미궁에 존재하는 아티팩트는 대부분 바깥의 전설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므로 형태는 일정, 어느 회차에서나 알아볼 수 있는 모양과 기능을 지니고 나타난다.
그러나 평생 연구를 해온 그들도 저 검이 무슨 검인지 곧바로 말할 수 없었다.
눈썰미가 좋은 이는 [레바테인]과 흡사하게 생겼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레바테인은 저렇게 냉기를 뿌리지 않을뿐더러, 이 회차에서는 주인 없는 마검이다.
아직 수르트의 아내가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혹시 하는 의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강사가 석판에 검을 꽂았다.
불길이 타올랐다.
그 불길은 그대로 석판을 타고 이어진 장치를 내달렸다.
500명이 앉아 있는 좌석의 구석구석으로 피로 그어진 선이 불길을 옮겨 붙였다.
이제야 다들 그 장치가 화로임을 알았다.
선을 타고 내달린 불길은 화로 속에서 안정화되어 조용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내는 다시 한번 침묵에 휩싸였다.
지금까지도 침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깊고 어두운,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마법사들을 빨아들여 버릴 것 같은 깊은 심연이었다.
불길의 색이 푸른색이었다. 흑체복사에 의한 초고온의 색은 결코 아니었다.
도리어 서늘했다.
일부 마법사들이 몸을 떨었다. 누군가 온도를 재었다.
그리고 저 불길이 번져나가는 순간 강당의 온도가 한순간에 5도 정도는 내렸음을 알게 되었다.
원소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연구과제가 아니더라도 모든 마법사들이 사대원소에 대하여는 알고 있다.
각자 재빨리 눈앞의 화로에 마력을 흘려 분석하려고 했다.
불이 맞았다. 온전한 불의 원소다. 한 점의 물의 원소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냉기와 얼음은 물의 원소의 영역이다.
차가운 불의 원소라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존재에 대하여 예측은 되어왔으나 그것이 실존하는 것과는, 그것도 아주 완전하게 지금 눈앞에 존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무대 위의 강사가 다시 말했다.
"이것은 말하자면, 아티팩트의 고유 속성을 변화시킬 경우 원소가 어떤 상호작용을 하며 어떤 특질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강연입니다."
화로로 고개를 처박고 있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동작에 의해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합창처럼 겹치며 침묵 속의 강당을 웅장하게 울렸다.
이제 누구도 마법의 신에게 눈길을 주지 못했다.
몇 명이 홀린 듯이 영상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마법의 신이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쳤다.
이번에는 외롭게 울리지 않았다.
한 명, 두 명, 그리고 이윽고 모두가 경의를 담아 박수세례를 만들어갔다.
강사가 난처한 듯 말했다.
"강연 중에는 정숙을 유지해 주시겠습니까?"
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을 목소리였다.
그럼에도 박수 소리가 뚝 그쳤다.
혹여 누군가 이 강연을 방해한다면 498명이나 되는 마법사들의 진노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