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272화
43서버 - Lv.3365 언더 그라운드(2)
“이질적이군.”
이중 나를 빼고 가장 미궁에 익숙한 자가 누구인지를 꼽으라면 그것은 에길이다.
희우나 미아는 말할 것도 없고, 블랑쉐 역시 미궁의 공략에 대한 실마리는 찾지 못할 연차에 불과하다.
제니는 너무 소박하게 지내왔고 말이다.
에길은 바깥에서 전사로서도, 그리고 미궁의 유배자로서도 가장 경력이 길다.
그리고 그 세월은 고스란히 어떤 감각이 된다. 바깥에서 흔히 말하는 육감.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성장하듯, 유배자 역시 반복되는 모험 사이에서 불현듯 그렇게 느끼는 때가 오는 것이다.
나는 즐거워졌다.
이런 식으로 파티를 구성할 생각을 한 것은 지난 97년간 내가 생각했던 것 중 최고다.
하이 랭커는 미덥지 못하다. 오래 살았으므로 오히려 중간의 어딘가에서 무너져있다.
그런 이들은 더 이상 위를 보지 않는다. 나와 나란히 서려 하지도 않는다. 적이 되거나 부하가 될 뿐이다.
동료가 될 이가 필요하다면, 바닥부터 이렇게 키우는 것은 정말로 옳은 선택이었다.
언젠가는 내가 도리어 파티원들에게 도움받는 날도 오겠지.
그 날이 너무 기대된다.
바로 그런 종류의 즐거움을 담아 에길에게 물었다.
“어떤 점이 말입니까. 에길?”
특히나 나는 에길이라는 고정 유배자 NPC에게 각별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던 초보자이던 시절의 내 스승이었으며, 동료였다.
돌고 돌아 그와 함께하고 있는 지금에 정말로 감사한다.
“심히 작위적이야. 그간의 모든 것들은 다 자연스러웠다. 레벨 디자인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
“오호, 아주 게이머스러운 사고군요.”
“리더가 그러길 원하니 배운다. 노르드인은 언제나 노인을 존중했다. 그들의 지혜에서 얻을 것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
“노인이라니…….”
“아앗, 괜찮아요! 오빠는 젊어!”
에길이 느낀 점이 바로 그런 경험에 의한 직관이다.
여기까지 오기 위한 여정에 만난 히든 던전들은 그의 말대로 자연스럽다.
무언가의 개입이 없더라도 그 자리에 그렇게 배치될만한 지형, 몬스터들이다.
하지만 많고 많은 하늘 유적 중 숨겨진 하나, 그곳에 존재하는 불합리할 정도로 강한 전력의 적들.
어떻게 뚫어야 할지 막막할 뿐인 구성.
미궁은 언제나 리스크에 걸맞은 리턴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결코 이겨낼 수 없는 시련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실례로 희우의 간섭을 통해 어그러진 상황도 탈출구만큼은 있었다.
만약 내가 정면으로 이겨낼 생각을 하지 않고 어떻게든 탈출만 할 생각이었다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행운이 간섭을 한다 하더라도 길은 열려 있는 법.
“일부러 찾아와야만 알 수 있는 곳이라기엔 운이 나빠 끌려오는 경우도 꽤 많지 않나.”
“그리고 우리 서브 리더가 함께하는데도 여기로 끌려 들어오는 우연은 없었죠.”
“흠, 그 생각은 해보지 못했는데. 확실히 그것까지 듣고 나니 더욱 작위적이군.”
비로소 메인 스트림의 시작이기에 그렇다. 서버 하나를 포괄할 뿐인 [종족 메인스트림]이 아닌, 미궁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큰 줄기.
뭐, 자유도가 높다 보니 시작이라는 말도 약간 어폐가 있다.
그저 합류했다가 적당할지도.
“메인 던전도 이런 식입니다. 가 본 적이……. 없다고 하셨었죠.”
“메인 던전 [아스가르드]. 난 결국 지난 세월 간 한 번도 그곳에 도달해본 적이 없었지.”
“자유롭고 방치되는 세계에 약간의 방향성만 부여된 것이 왕국과 일반적인 홀짝 층이라면. [메인 던전]은 설계된 고난과 시나리오죠.”
개발사는 클리어가 다가오는 시점부터는 오픈 월드적 장점을 조금 포기했다.
대신 선형적으로 정해진 스테이지 구성을 취했다.
오픈 월드 내의 ‘던전’으로서 말이다.
“과연……. 어째서 클리어한 자가 아직 단 한 명도 없다고 알려져 있는지 알 것 같군.”
“게이머라면 다들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 시절의 설정상으로는 그렇게 못 박혀 있었거든요. 물론 그러면서도 혹시 모른다고 말끝을 흐리는 게 악질이지만.”
확실한 게 적은 게임.
베이스부터가 서사의 비중이 낮은 로그라이크 장르이기에 그럴 것이다.
에길이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망치를 본다.
무기로서도 훌륭한 아티팩트지만, [둔기 마스터리]가 주력이 아닌 에길에게는 조금 아쉬운 장비다.
결국 그에게 묠니르는 유틸성을 보고 사용할 뿐인 임시 장비다.
실제 용도는 그저 [키 아이템]일 뿐.
그리고 묠니르가 바로 에길이 그토록 갈구해 오던 [아스가르드]의 입장권이다.
에길이 망치를 쥔다. 그 묵직함을 느껴보듯.
“내 지난날에는 아마 누군가가 꽁꽁 숨겨두고 결코 세상에 내놓지 않았던 것이겠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찾아다니는 입장에서는 화나는 경우죠.”
북구 신화는 너무나도 유명하고, 그런 [메인 던전]이 존재하는 시점에서 입장의 방식은 뻔해진다.
그러니 이렇게 알기 쉬운 [키 아이템]들은 좀처럼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바보가 아니라면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순한 [아티팩트] 이상인 가치도 깨닫는다.
그리고 어느 하이랭커에게 팔려 그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면 영영 행방이 묘연해지는 것이다.
그가 그걸 다시 뱉어내는 일보다는 어디서 객사할 확률이 차라리 더 높다.
같은 아티팩트는 같은 회차 내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으니 미칠 노릇이다.
아마 묠니르도 처음의 위치에 있진 않았을 것이다. 소유자가 죽은 후, 그 층이 무너져 내리고 아주 깊은 [심연]의 구렁텅이로 가라앉아 있었겠지.
그것이 우연히 46서버의 튜토리얼에 분출될 때, 그것을 손에 넣은 9층의 오크 전사 만세!
그의 행운 만세! 마찬가지로 우리 파티의 행운 역시 만세!
* * *
긴 복도가 시작되었다.
이 던전은 짝수층에 있는 홀수층과도 비슷한 곳이다.
정상적으로 섬의 부피대로 이어져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검은 아다만타이드 재질의 복도는 함부로 부술 수도 없다.
두께조차 알 수 없는 순도 높은 아다만타이드를 파괴할 힘이라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한다.
복도는 덤프트럭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은 되었으나, 달리 말하면 겨우 그 정도였다.
모두 긴장하여 숨죽이고 걸었다. 절그럭거리는 갑옷의 소음만이 들리고 있다.
사소한 조정은 금방 끝난다. 포션병의 위치라거나, 무기의 내구도를 다시 가늠해 보고, 던전의 특성에 맡게 소모품과 보조무기를 준비한다.
상성 관계는 꼭 미궁의 불가사의한 힘이 아니더라도 실존하며 적재적소는 날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천사들을 상대로는 당연히 어둠이 유효하다.
그리고 그 천사 본인인 희우는 몸서리를 쳤다.
“으아으으아. 끼이이익.”
그 몸서리는 정적 속의 아주 괴이한 신음으로 표출된다. 본 적 있는 반응이다. 랜덤 NPC로서 희우에게 주어진 낙인.
게임이라면 아마 [끔찍한 것을 보지 못함] 같은 게 상태창에 달려 있을 것이다.
뭐, 개인 성향에 따라 그 끔찍한 것에 피와 살점은 포함이 안 되어서 다행이다.
무기에 피어난 검은 불길이 못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제가 이걸 들고 싸우는 게 맞을까요?”
“막 거부감 들고 쳐다보기도 싫고 그래?”
“이상하게 그러네요.”
지금 든 단검은 미스릴이다.
미아가 건 [흑염]을 더 오래 씌워두기 위해서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7층에서 엔젤에게 마법이 통했던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때 내가 썼던 [다크니스 폴] 말하는 거지? 어둠 속성이 아니라면 이빨도 안 박혔겠지.”
“제가 천사가 되고 나니 알겠어요. 마법사는 천사를 못 이긴다는 걸.”
약간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는 상성 관계는 체험하는 게 최고다. 미궁만의 룰이기에 그러기 전에는 제대로 체득할 수 없으니까.
“그런 것치곤 너 천사면서 [아케인]은 아슬아슬했잖아.”
“렙 차에는 장사가 없죠.”
“숫자에도 말이야.”
“6대 2긴 했네……. 그러고 보니 이제 우리가 수로 짓눌릴 위기군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지.”
분명 [아케인]이 해둔 대량의 파밍을 가로챈 것은 호재였다.
하지만 당장은 미아와 나 이외의 파티원들은 그렇게 달달한 스펙업을 하지 못했다.
마법사 이외의 물품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에 별수 없었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순수한 마법사들답게 [아케인]은 전사를 깔보는 경향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식인일 수밖에 없는 마법사들이 타락한다면 그렇게 된다.
그 왜, 하찮은 우민들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타입의 캐릭터 있지 않은가.
선민의식은 똑똑한 자들일수록 더 쉽게 빠지는 함정이지.
“오빠는 안 빠지고요?”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보는 희우에게 도리어 의아하게 대답했다.
“클리어도 못 하는 내가 대체 왜?”
“아, 기준이 너무할 정도로 다르구나……. 하지만 그런 점이 또 좋아요.”
“맞아. 내가 잘난 게 아니라 니들이 못난 거야.”
“음음. 우리 남친 짱이야.”
“쉿, 지금부터는 조용히 해라.”
척후로 앞서던 블랑쉐가 신호를 보내왔다.
나는 슬쩍 주변을 살핀다. 리더와 서브리더의 만담은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 모양이다.
약간 질린 표정의 제니와 재밌다는 듯 미소 짓는 미아가 보인다. 에길은 무표정하다.
리온은 쓰게 웃는다. 내 거야 인마.
블랑쉐가 가만히 앞으로 움직인다. 마력적 탐지는 적에게도 단서를 준다. 오로지 감각만을 이용하여 이 앞의 환경을 잰다.
어두운 복도는 완전한 암흑은 아니지만, 무언가 제대로 보일 만한 밝기도 아니다.
늘씬한 바디 수트의 암살자는 슬금슬금 앞으로 향했다. 발소리는커녕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레벨이 오르며 각자 특화한 지금, 희우나 나조차도 단순 기술만으로는 흉내 내기 힘든 은밀함이다.
직선이던 복도가 이리저리 구부러지기 시작한다.
때로는 완만한 곡선으로, 때로는 직각보다 더한 예각으로.
[언더 그라운드]의 던전도 많은 던전들이 그렇듯이 큰 틀에서 고정되어 있되 작게는 이리저리 랜덤 요소가 있다.
내부의 천사들이 어떤 배치일지 모르는 상황이니 주의해야 한다.
신체 능력뿐만 아니라 마법적 능력도 출중한 이블은 최적의 척후 종족 중 하나다.
천사와 악마는 그렇기 서로 대적할 수 있는 것이다.
블랑쉐가 멈춰 섰다. 복도가 끝나고 방으로 이어지는 길목이 멀리 어렴풋이 보인다.
제니가 긴장하며 무기를 쥔 손에 힘을 넣는다.
미아가 제니의 뒤로 숨었다.
이젠 기천사라고 봐주는 것도 없다. 희우도 자세를 낮추고 기습할 준비를 한다.
미궁에는 무수한 기믹이 존재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필요한 것은 때리고 치고 쏘는 힘 그 자체.
블랑쉐의 손가락이 움직인다. 모두가 조금씩 더 전진하며 시선만으로 그것을 좇았다.
[최소 10개체, 숨어 있는 개체가 있다면 그것까지는 알 수 없음.]
아직 파티원들의 무기에 [흑염]은 타오르고 있다.
나는 레바테인을 들었다.
소리 없이 조용히 물질 분해 블레이드를 만들어 내기 위해 검을 눈앞에 눕혀 들고 손가락으로 검신을 훑었다.
소리 없는 불길 같은 오러가 타닥타닥 타오른다.
내 신호와 함께 모두 돌격했다.
복도가 끝나고 휴면에 가까운 상태로 앉아 있던 석상 같은 천사들이 고개를 돌렸다.
처음 하나는 희우가 절명시켰다. 그다음으로 희우의 그림자 속에서 블랑쉐가 암습을 구겨 넣었다.
강렬한 판정과 함께 천사의 목이 하나 더 날아간다.
에길은 묠니르를 집어넣고 양손 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두 암살자가 제거한 천사의 뒤편을 힘껏 내리친다.
거대한 종족을 위해 만들어진 무식한 크기의 도끼가 바닥을 내리찍었다.
미아가 재빨리 마법을 발동했다.
아다만타이드 바닥이 미미하게 진동할 수준의 충격이었으나 소음이 나지 않았다.
에길의 공격은 소리 없는 충격파를 일으키며 직격당한 천사 하나와 바로 옆의 둘을 넝마로 만들었다.
최소 10체라고 했던가? 12체였다.
아직 7체가 남아 있다.
그 7체는 일제히 기동하기 시작했다.
핀 형태의 날개가 진동한다.
몽환의 숲에서보다 개체 수가 많으며 사격 지원을 할 넓이도 없다.
희우가 별동으로서 출격하고 에길과 블랑쉐는 물러났다.
7체는 곧바로 NPC 천사로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
후방 지원을 시도할 ‘언데드’ 마법사와 ‘악마’ 암살자를 먼저 노린다.
앞으로 튀어나온 ‘동족’ 희우는 잠깐 무시한다.
에길은 한눈에 보기에도 속도로 제칠 수 있는 전사로 보일 것이다. 무기가 실제로 그러하니.
그리고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제니와 리온보다도 뒤편에 숨어 있었다.
자세를 낮추며 거의 바닥에 붙은 듯한 속도로 돌격한다.
노리는 궤도가 뻔하니 제니와 리온이 한순간을 벌어준다.
나는 뱀파이어다. 저 천사들의 일격을 제대로 맞으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내 검이 천사들에게 입히는 피해는 그저 치명적인 걸로 끝나지 않는다.
블레이드가 스친다.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8%가량의 마력이 빠져나가며 다섯을 베었다.
오러 블레이드까지는 감지할 수 있을지라도 이런 변칙을 제대로 알고 있는 천사는 드물다.
맥처럼 [위기 감지]라도 있으면 모를까. 사실 그조차도 만능은 아니거늘.
순식간에 다섯이 사라졌다.
남은 천사 둘이 잽싸게 자리를 이탈하려고 했다. 먼저 앞으로 돌격했던 희우가 퇴로를 차단했다.
미아의 마법이 다시 소리를 지우고 블랑쉐의 레일건이 작렬한다.
좁은 공간은 원활한 화력전을 방해하지만, 동시에 기천사의 기동력 역시 봉쇄한다.
돌아선 기천사들은 처음에는 연사를 피해내었으나 희우와 에길이 재빨리 거리를 좁혔다.
가용할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해지자 하나가 격추되었다.
날개가 손상되어 비틀거리는 기천사의 머리통을 에길이 양손 도끼의 긴 리치를 활용해 낚아챘다.
한순간 자세 제어가 흐트러졌으나 그대로 바닥에 메다 꽂히고 만다.
남은 하나는 희우를 강행 돌파하려고 했다.
들고 있는 검에 [신성한 분노]가 피어오른다. 희우는 마주 신성의 불길을 휘감지 않았다.
천사에게 상극인 어둠 원소의 불길이 종족 특유의 새하얀 불꽃과 길항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약점인 우스운 꼴이다.
하지만 희우가 훨씬 더 노련했다.
신성은 천사에게 대단한 위협이 아니다. 충돌에 의해 물리력을 잃은 상대의 검을 왼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자유로워진 흑염의 단검을 내지른다.
기천사는 예상치 못한 일격에 그대로 당했다.
날개의 핀 지직거리며 바닥으로 비틀비틀 추락한다.
희우는 검을 뽑고, 그대로 목에 다시 꽂았다.
경동맥을 타고 흐르던 무기질적인 붉은색의 액체가 푸확 하고 치솟았다.
미아는 마지막까지도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게 통제해 냈다.
그 장면을 보는 즉시 나와 다른 파티원들은 바닥에 널브러진 기천사들을 마무리하기 시작한다.
목이 떨어져 나간 둘과 에길에게 곤죽이 된 하나를 제외하면 아직 거의 멀쩡하다.
상극인 [흑염]에 당해 순간적인 그로기 상태일 뿐.
그러나 당장 기동하는 개체는 없다.
짧은 단순작업이 끝났다.
“위험하네요. 숲 같은 넓은 곳과는 전혀 달라요,”
“그때 같이 대천사와 치천사가 조합되어서 나오기도 할 거야.”
골라 먹던 몽환의 숲과는 다르다. 여긴 진짜다.
“계속 이렇게 급습으로 일방적인 그로기를 유도하는 식으로 간다.”
치고받기 시작하면 그 소모를 감당할 수 없다.
당장 제니가 삐끗한다면 미아는 한순간에 사망한다.
그 뒤는 한번 사상자가 나오면 걷잡을 수 없다.
“보스는 [오버클럭 익스텐션]이 있다고 했죠?”
“여기 보스를 잡는 게 그 스킬의 습득 조건이라 반드시 있다.”
종족 유니크 스킬은 칭호 제한 이외에도 보통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이 달려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걸 가진 놈이 하나가 아니란 점이다.
보스가 하나란 법은 없지. 끔찍하게도 말이야.
다섯 이상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희우를 슬쩍 본다.
흠, 좋아. 좀 아슬아슬해도 지금은 해볼 때다.
이제 희우도 자신이 불러오는 난이도 상승을 감당할 수 있으니까.
“소리 크게 내서 어그로 튀면 이 던전의 모든 천사가 기동할 거다. 그럼 끔찍하게 힘들어져. 지금처럼만 하자.”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파티 플레이.
어차피 앞으로도 꾸준히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하이 랭커전 보다야 훨씬 낫지 않은가.
천사가 지키는 언더 그라운드의 신좌 부품을 손에 넣는다.
하이 랭커라고 해봐야. 그게 신좌 부품인 줄 아는 놈도 없을 거다.
시티즌의 그 게이머라면 혹시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