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414화
메인 던전 - Lv.15000 [기계신 - 아후라 마즈다](3)
희우는 곤란함을 느꼈다.
“이거 곧 부서지는 거 맞죠?”
“아무래도 쥐새끼의 전력을 감당하기엔 힘들었나봐.”
희우는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쥐새끼 로켓 가동 이전에 미리 수로의 위쪽을 파내어 들어가고 있었다.
방어력을 완전히 무시하는 [무오의 광휘]는 신성에 의한 강화도 어느 정도 무시할 수 있다.
굴착기가 된 것 같다면 서도 어떻게 벽을 파내어 위쪽에 모양을 만든다.
다듬어낼 마법사는 둘이나 있다.
그렇게 조종석 비스므리한 게 만들어 졌지만.
“위험해 보이는데?”
“제니! 위를 더 파!”
밀려오는 금빛 신성에 고스란히 휘말릴 위기에 처했다.
특히 블랑쉐가 파르르 떨 정도다.
입구를 마법으로 차단하려고 했던 것이 안이했음이 분명하다.
“빨리 파! 빨리!”
“으랴아아앗!”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전력 굴착한 끝에 어떻게 블록 위까지 파고 올라왔다.
* * *
* * *
* * *
사람 한 둘이 간신히 통과할 좁은 틈에 먼지도 가득하다.
산소를 필요로 하는 종족이었다면 여기서 이미 리타이어였을지도 모르겠다.
지상으로 간신히 올라오자마자 다시 광탄 세례가 보인다.
건물 안으로 숨어들었다.
“좋아, 올라온 김에 어그로 분산하자.”
어차피 해야 할 일.
희우는 날아올랐다가 너무 블록에서 멀리 떨어지면 따라갈 수 없을 거란 사실을 깨달았다.
따라서 일단 저공비행하며 광탄을 유도한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저건 명백하게 맞으면 죽는 공격이다.
“안쪽으로 갈수록 빈도도 더 빨라지고 다른 패턴도 추가가 될 거야.”
지도를 보고 있다고 친다면 중심에 있는 것이 보스인 [아후라 마즈다].
중심에서 날려대는 포격에는 종류가 있다.
이미 산달폰을 겪은 바, 그보다 더 약한 수준인 광탄 세례가 전부일 리가 없다.
사정거리의 차이일 뿐이다.
광탄은 전맵을 포착하고 날아들지만, 보스와 가까워진다면 더 사정거리가 짧아서 쏘아대지 못했던 포대가 순차적으로 발사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사실 조율하는 통제실의 한명이 중요한 보스전이다.
접근할수록 포화는 촘촘하고 벽에 가까운 탄막으로 변한다.
늘 그렇듯이 보스가 본색을 드러내기 전인 지금이 제일 행복한 시기다.
난다.
그리고 또 난다.
탄 사이를 이리저리 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감각에 진입하면서까지 시간을 끌었다.
어그로 분산 역시 모두가 아는 약속된 플레이다.
지금 이 블록은 점점 보스에게 다가가고 있다.
바둑판의 배열을 무시하고 대각선으로 그대로 날아서 말이다.
그러다가 희우는 제법 이상한 조짐을 발견했다.
블록이 갈라지고 있다.
곳곳에서 조금씩 빛이 새어나온다.
가만 보고 있으니 안에서부터 조금 부풀어 오르는 느낌도 든다.
뒤편까지 날아가서 보고 왔다.
벽을 뚫어서 로켓의 화구 같은 용도로 만들어둔 수로의 길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
저기서부터 비틀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고도를 잠깐 높여서 더 크게 살펴봤다.
블록 자체가 점점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며 무너지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쥐새끼 출력 너무 세잖아!”
광탄 어그로 분산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블랑쉐와 교대하고 오빠에게 보고한다.
“갈라지고 있다고?”
딱 거기서부터 지금의 상황이다.
이미 이 블록은 개난리가 난 상황이 마력탐지.
거대한 동심원이 퍼져나갔다가 쥐새끼 파워에 교란되어 돌아온다.
오빠가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얼치기 임기응변은 한계가 있군.”
“어떡하죠? 탈출해야하나요?”
“아니, 조금 있으면 쥐새끼의 힘도 다하긴 할 거야.”
“어? 원래 그런 계획이었어요?”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성배의 짐승이 낼 수 있는 힘이 그 정도가 한계란 말이야.”
게임 시절 동료가 된 성배의 짐승은 일회성 봄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다 죽으면 성배를 회수할 수 있으니 또 나쁠 것 없다.
성직자라면 그 힘을 활용하여 신성한 배터리처럼 쓸 수도 있지만 파티에 성직자는 없다.
일종의 던전 기믹으로서 자리하는 일회성 강력한 도구.
쥐새끼의 입지는 처음부터 그런 것이다.
과연 그만한 힘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지속력이 좋다고는 할 수 없기도 하다.
“캣틀링건 같은 거군요.”
“디스도 사격을 그리 길게는 못하니까.”
지치면 사격을 거부한다.
강제로 시킬 수도 없긴 하다.
체력이 떨어지면 탄이 나가질 않으니까.
열심히 비행한 희우를 내버려두고 오빠가 얼른 나가서 확인하고 온다.
“주변에 블록은 많아. 로스엘이 지속적으로 치우고 있는 모양이야.”
“그럼 옮겨 탈 블록을 가져다 달라고 어떻게 전달을 해야겠네요.”
본래라면 약속된 사인으로 할 일이다.
하지만 로스엘이 파티의 사인을 외우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마법으로 그림을 그릴까?”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파국이 닥쳐온다.
대지가 수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드드드득.
귀가 딱히 좋지 않아도 충분히 무시무시한 소리였다.
그런 것 있지 않은가.
거목이 찢겨나가기 시작하는 소리, 콘크리트가 통째로 뒤틀리는 소리, 건물이 출렁이는 소리.
제니가 털을 곤두세운다.
“어, 이대로 폭발 엔딩인가요? 저는 그거 정말 싫은데!”
“그럴 수는 없지. 쥐새끼한테 좀 멈추라고 해야겠는데.”
이대로는 폭발한다.
그런 위기감이 강하게 새겨져있다.
“일단 블랑쉐 다시 데려와야겠는데.”
“저 날개 덜 식었는데.”
곡예비행을 그만큼 하고서 날개가 무사할 리가 없다.
이미 한번 혹사했다.
“제니, 제니만 믿을게.”
“위험할거 같으면 스킬 다 켜. 차라리 검으로 광탄을 쳐 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거든.”
제니가 후다닥 나가고 블랑쉐가 돌아왔다.
“마력 탐지는 쥐새끼 파워 때문에 도무지 작동을 안 할뿐더러 마법을 구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천리안]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꽤나 많이 받는다.
괜히 마력 탐지가 마법사의 디폴트 시야인 게 아니다.
“물리적 관측이 필요하단 말이군.”
블랑쉐는 개조된 병기창을 하나 더 열었다.
그 안에서, 가상 전함 느와르와는 다른 거대한 것의 동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수는 근본적으로 장비를 소모하며 싸우는 클래스다.
“광탄은 어떡하지?”
“설치 시간 동안 우리가 막을게.”
제니가 날아다니는 와중, 희우와 오빠도 그 사이에 합류한다.
오빠가 그 와중에도 말했다.
“혹시 쥐새끼가 올라오면 꼭 챙겨와! 그거 필요해!”
“알았어요!”
주변의 뒤틀린 기천사들도 함께 유도해야했다.
블랑쉐는 파티원들이 벌어주는 시간 사이에 평지를 찾고, 안전을 확인했다.
병기창에서 물건이 꺼내진다.
철컹하고 발사대가 설치되고 [길을 찾는 날개]의 드론들이 장갑에서 분리되어 사방으로 유도한다.
조립은 금세 끝났다.
그렇게 되도록 연방의 기술자들이 노력해주었다.
카운트다운은 생략.
바로 쏘아 올린다.
발사대는 해체해서 다시 집어넣고 관측이 시작되었다.
로스엘은 기겁했다.
“이제 완전히 찐빵이 되어 있잖아?”
모서리 같은 곳이 꽤나 마모되긴 했지만 그래도 정사각형이던 블록이 이제 동글동글해 보일 지경이다.
갈라진 곳곳에서 번쩍번쩍하는 금빛 번개가 솟구치고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나, 이거 어디서 많이 봤는데!”
폭발하기 직전의 행성 같은 모양이다.
서버의 미래 구간에서 주로 활동하다보면 대전쟁의 시기에 드물게 볼 수 있다.
“얼마 안 남았잖아!”
리프트가 있는 블록은 너무 멀다.
그건 처음 위치부터가 보스 옆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보스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금빛 블록이지만 아직 반도 못 왔다.
“일단 다른 거! 다른 거!”
근처의 블록은 혼란하기 짝이 없다.
일단 길을 만들어야하니 정신없이 치운 탓이다.
덕분에 보스들이 득실득실한 이상한 블록도 생겼고, 안전한 블록 자체가 잘 보이지를 않는다.
“아니지, 저쪽은 상당히 강하니까.”
아까 어둠의 정령왕급 뱀장어들이 어떻게 토막 나는지 잘 보았다.
약간 강력한 적 정도는 문제없을 것이다.
그래도 좀 안전한 자연환경 블록을 찾아서 붙이려고 했다.
“어라? 느려지네?”
좋은 소식일까?
블록 내에서 새어나오는 빛은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일단 아무 블록이나 가져다 붙인다.
사막같은 모래가 가득한 블록이 근처에 보였다.
붙였다.
“고저차가 나네?”
애초에 통제를 벗어나 폭주한 블록이다. 고도가 유지가 되지는 않았다.
다른 블록보다 꽤나 위쪽으로 올라가있다.
“밑으로 집어넣어야하나?”
금빛 블록은 점점 느려지는 중이다.
“충돌해서 박살……나겠지?”
이것만은 로스엘도 알 수 있었다.
무조건 박살난다.
“그래도 다들 제 위치인 것 같고.”
시간이 없다. 로스엘은 그대로 사막 블록을 금빛 블록에 처박았다. 사막블록의 모서리가 금빛 블록의 꼭지점과 충돌했다.
쥐새끼는 온힘을 다해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왠지 모르게 가지고 있는 이 힘을 이렇게까지 제대로 사용해보는 것은 처음이다.
문득 자아가 생겨났을 때, 주변에 있는 것은 쥐들뿐이었다.
그래서 쥐의 모양으로 변하고 그 습성대로 살았다.
자연스러운 형태를 취하고 있지 않으면 무언가의 심판이 떨어져 으깨버린다.
나쁜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쥐들이 말이 잘 통하는 존재들은 아니다.
단락 적이고 단편적인 사고만을 구사하는 심연의 파편들인 탓이다.
쥐새끼는 그걸 몰랐지만 그래도 뭔가 자신과 다르다는 것은 알았다.
제대로 된 대화라는 게 성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천사나 악마라는 족속들은 그를 발견하면 제거하려고 들었으니까.
이 사람들을 처음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위험할 테니 도망 다니며 번개를 뿜어대었다.
그러다 결국 붙잡혔다.
그런데 특별히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다. 쥐새끼는 비로소 처음으로 대화라는 것을 해보았다.
[우오오오옷! 힘이 넘치는구나!]
어쩐지 그 기천사 누님의 말투를 따라 해보고 싶어졌다.
이런 건 꽤 재미있다.
[아닌가! 힘이 슬슬 부족한가!]
있는 대로 쏟아내라고 했다.
남자 쪽이 그런 요령에 대해서도 가르쳐줬다.
증폭하기 위한 마법진 같은 것도 사방에 깔려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새롭고 신기하니 아무래도 좋다.
[음, 힘이 모자랄 것 같으면 지체 없이 그만두라고 했었지.]
끝까지 소모하면 죽는다고 했던가.
그럴 수는 없지.
황금빛 격류가 휘몰아치는 지하수로에서 쥐새끼는 서서히 힘을 줄이기 시작했다.
“후우우.”
천천히 힘의 방출량이 줄어들고 몸에서 무언가 많이 빠져나갔음이 느껴진다.
고개를 흔들며 누님이 있는 곳으로 쫄랑쫄랑 뛰어올라갔다.
[없네? 하지만 갈라진 길이 있군!]
잘은 모르겠으나 위로 통하는 길이다.
쥐답게 후다닥 올라갔다.
끄트머리로 빠져나올 때 쯤, 갑자기 올라가던 길이 수축하기 시작했다.
[으어엉? 압사당하겠다. 꾸에에엑!]
간신히 빠져나오나 했더니 엉덩이가 끼어버렸다.
[으아아앗! 누님! 살려주십쇼!]
여기까진가. 아쉽군.
그렇게 쿨한 생각을 할 때, 천사가 지나간다.
[우오옷! 누님!]
“너! 너무 힘을 많이 냈잖아!”
[으엥?]
일단 꿀밤부터 얻어맞은 후에 바람처럼 날아간다.
광탄이 쏟아진다. 쥐새끼는 눈이 핑핑 도는 가운데 희우의 가슴에 안겼다.
“탈출해야해!”
[뭔진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희우는 그대로 쥐새끼를 붙잡고 날았다.
오빠가 나타난다.
블랑쉐가 방향을 가리킨다.
제니도 근처에서 나타났다.
광탄의 한 웨이브가 사방을 두들긴다.
블록이 더 찌그러지는 기분이다.
“안에서 부풀리던 힘이 사라지니까 그냥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어! 폭발보단 낫다만!”
“어? 그래요? 로스엘이 블록은 가져다 줬어요?”
“어, 지금 하나 다가오고 있는데.”
블랑쉐가 보고 있는 화면을 얼른 본다.
쏘아올린 인공위성이 공중에서 찍어 맵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이거 위험하네요.”
“충돌한다아아아!”
쾅이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세상에 잡아 뜯기는 느낌.
아래서부터 올라온 충격을 피해 비행한다.
내부로부터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수축하고 있던 블록은 충분히 약해져있다.
아랫부분과 충돌하자 그야말로 갈려나가기 시작했다.
그 충격은 순식간에 블록의 윗부분까지 전해졌다.
대지가 파도처럼, 아니 쓰나미처럼 솟아올라 덮쳐온다.
그러나 가야하는 방향이 그쪽이다.
괴조들도 날뛴다.
뒤틀린 기천사들도 지금만큼은 뭔가 큰일이 났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순간적으로 어떤 전투도 없이 다 같이 한 방향으로 뛰었다.
곳곳이 제멋대로 가라앉고 무너져 내린다.
단층이 실시간으로 발생하고 먼지가 피어올랐다.
흔들림은 진도로 나타내면 9.0은 가뿐히 넘으리라.
비행하는 와중에도 그 충돌이 대기의 떨림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단단하니까 충겨격이 메테오보다 더한데요?”
“메테오도 단단한 돌맹이로 하면 더 세! 원래 그래!”
희우가 쥐새끼와 오빠를 매달고.
천사보다는 명백하게 느린 블랑쉐가 제니에게 매달려 그대로 날았다.
솟아오르는 건물을 피하고, 갑자기 단층이 솟구쳐 들리고.
곡예비행이란 말로도 모자란다.
입 벌린 균열 사이로 괴조 한 마리가 끼인 것도 보았다.
“아마겟돈이 따로 없네요!”
“일단 좀 날아!”
마법사들이 단거리 공간이동을 반복한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는 비행이란 것도 의미가 없다.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가장자리부터 시작된 대지와 구조물의 해일에 부딪히기 직전이다.
“마법!”
위치를 보지 않고 마법으로 넘어가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해야 한다.
그냥 무작정 최대 거리로 이동을 잡고 두 사람이 공간을 열어젖혔다.
일그러지는 공간의 균열 사이로 반대편의 하늘이 고개를 내민다.
통과하자 사막 블록의 하늘이었다.
빨려 들어가고 직후에 본래 타고 있던 블록이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사방으로 치솟고 튀고 흔들린다.
“이리로도 쏟아지는데요?”
“그야 관성을 따라 그렇겠지?”
계속 날아가야 했다.
아무튼 뭔가가 부서지고 흔들리고 찢겨나가는 현장이다.
사막 블록 위에 존재하는 모래들도 흔들림에 따라 가장자리로 쏟아지기 시작한다.
사막의 모래 수위가 낮아진다는 것은 꽤 진귀하고 장관인 모양새다.
희우는 그 와중에 익숙하고 낯익은 끄트머리가 잠깐 보였다고 생각했다.
“오빠, 저거 그거 아니에요?”
“뭐?”
오빠도 인지했다.
어딘가 익숙한 끄트머리.
무언가 문의 윗부분 같은 것.
모래 속에 잠겨 있다가 모래의 수위가 내려가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왕국의 문]이잖아?”
“어어어어? 저거 [왕국의 문]이잖아? 이런 식으로 숨겨놨구나!”
로스엘도 통제실에서 정확히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