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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459화 (430/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459화

메인 던전 - Lv.17500 마술사왕 [솔로몬](2)

로스엘은 현재 단독으로는 최강의 전력이다.

그러므로 나와 엮어 움직인다. 인간인 나는 기동력 면에서는 지속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거리 대시라면 몰라도 장거리 수색에는 불리하다.

비상시에 무력으로 적을 밀어내고 나를 데리고 탈출할 수 있는 건 로스엘 뿐이다.

들키면 곤란하니 초저공으로 비행.

그 와중 대화할 짬이 생겨난다.

“그런데 그 솔로몬인지 뭐시긴지는 찾아서 뭐하려는 거야? 싸워서 이길 거야?”

“절대 안 싸우죠. 그건 상성도 딱히 안타요. 마법사잖아요.”

원소에 통달한 마법사는 못하는 게 없다. 준비된 요새에 틀어박힌 마법사는 다른 클래스의 지원도 필요가 없다.

애초에 상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로스엘은 솔로몬을 모릅니까?”

로스엘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 처음 듣는데?”

“집단으로 움직였나보군요.”

반복되는 메인 던전의 역사는 반드시 고정은 아니다 사소하게 달라지는 부분은 있다.

* * *

* * *

* * *

이번의 솔로몬은 역사의 전면에는 전혀 나서지 않았던 존재인 모양이다.

“그럼 나헤마가 솔로몬의 제자겠군요.”

“……나헤마는 마지막 마법의 신이잖아. 스승이 있단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는데.”

“로스엘이 모르면 아마 그렇게 흘러갈 겁니다.”

“그렇구나. 어떤 트리거인가 봐?”

로스엘은 유배자에 대한 이해도가 몹시 높다. 미카엘도 그 정도라는 게 대단한 문제긴하지만 말이 잘 통하는 NPC의 존재는 편리하다.

“아는 대로 세피로트와 클리포트의 성립에 대해서 말해보시죠.”

권속 삼은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바벨탑의 주변을 맴돌던 고위의 존재들은 내려와 새로운 신이 된 후, 한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그런 막대한 에너지를 다루는 위대한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벨의 힘 덕분이다.

한 왕국의 중심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위대한 바벨탑의 곁에서 그 단 힘을 빨며 살아가던 이들은 이제 자립해야했다.

단지 신앙을 모아 흡수하며 권속을 거느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거대한 힘을 지닌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힘은 소모된다.

뿐만 아니라 드러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환경을 변화 시킨다. 원소를 뒤흔들고 세상의 구성이 달라진다.

너무 강하기에 무언가 껍데기를 뒤집어 쓸 필요가 있었다.

세상을 위해서도 그들 자신을 위해서도.

그 시절은 아직 기계신이라는 인위적 존재를 만들어낸 문명이 자리잡고 있던 시절이었다.

고도로 발달했던 문명의 끝자락에서 신좌에 앉아있던 이들은 모두 영웅 중의 영웅.

그 중 하나였던 솔로몬이라는 마법사가 그 일을 해내었다.

기계신의 힘을 빌어서 좀 안정적인 형태의 껍데기를 바벨의 괴물들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다.

처음에는 신앙의 경쟁 상대이자 불필요한 존재였던 기계신 신앙의 힘을 끌어다 쓴다는 것에 불편을 느낀 바벨의 괴물들고 이내 그 이점을 납득했다.

원래의 목적 이외에도 인간적인 모습을 취함으로서 새로운 신앙을 만들어내기 용이하다.

거기에 전력을 보강하는 수도 있다.

기계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니 필멸자들 중에서도 강력한 힘을 지는 유사 고위 존재가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해관계가 착착 맞물려 솔로몬이라는 이름의 마법사, 로스엘이 알기로는 그저 그 시기의 마법사들인 이들이 세피로트와 클리포트를 만들어내었다.

이 왕국에서 마지막으로 일어난 위대한 기술의 흔적이었다.

“그 뒤로 어떻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난 메타트론에게 선택받아 하니엘이 되었고 전쟁에 전쟁을 거듭하는 나날이었거든.”

“만든 마법사는 그냥 잊힌 거군요.”

“음, 솔직히 말하면 다들 제거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런 걸 또 할 수 있으면 안 되니까요?”

로스엘이 다시 고개를 갸웃한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긴 하네. 전쟁 중이라 이래저래 세상 돌아가는 걸 알기 힘든 시기긴 했지만……. 그래도 감쪽같이 아무도 모르다니.”

“그러니까 히든이죠.”

“미궁은 그렇게 숨겨진 요소를 만드는 거구나. 또 하나 배웠어.”

로스엘이 흥미로워한다. 어쨌든 그 상태로 계속 비행을 했다.

대충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디테일에서 변하는 부분을 조금씩은 더 예측할 수 있다.

“그런 배경이면 높은 확률로 살아있겠는데요.”

“인간이라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살아있어?”

“이젠 데미 리치겠죠. 언데드는 생각보다 출신 종족을 엄격하게 따지고요.”

“오호.”

단언하건대 샤크마는 아주 귀여운 리치다. 겨우 히어로 유닛 따위가 마법의 신의 스승이었으며 편린급 보스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존재와 맞먹을 수가 있겠나.

신급의 데미리치라고 보면 된다.

“뭐, 그것대로 나쁘지 않을 수도 있긴 한데…….”

솔로몬을 다시 풀어두면 더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개판에 개판을 더하면?

흠.

어쨌든 가능한 최대한 개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솔로몬은 마침 상성 상 악마에게 강하다. 반대로 천사에겐 약하지.

미카엘은 솔로몬을 감당할 수 있겠지만 바알은 꽤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진짜 풀어놓으려고?”

“사실 희망사항입니다. 풀어놓겠다고 풀어지는 양반도 아니라서.”

기본적인 목표는 그냥 도둑질이지만 뭐, 마주칠 일은 없으면 없을수록 좋다.

나헤마에게 갖다주고 호감을 살만한 정도의 재보면 충분하겠지.

그라면 그게 제 스승의 물건임을 알 것이고 그래서 가치를 높이 쳐주겠지.

그리고 나헤마가 바알의 통수를 후려갈길 결심을 하게 만든 다음에 릴리움도 메타트론의 통수를 후려갈기게 한다.

흠, 좋아. 윤곽이 잡히고 있다.

능청떨며 지들끼리 치고받게 만든 다음에 가능한 적은 피해로 모두를 제압한다.

된다면 최고겠군. 판만 크게 벌이고 가능한 빠르게 잠적해야겠다.

다만 미카엘이 우릴 똑바로 인식하고 있으니 악마측은 어떨지 모르겠다.

어떤 식으로건 모두들 우리를 솔로몬 마냥 이용해먹다 버릴 생각을 하게 되면 솔로몬과 비슷한 꼴이 되겠지.

재수가 없으려니 이 상황의 선배 같으신 분이군 그래.

당연히 나는 일단 왕국으로 돌아가 정비를 먼저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여겼다.

리프트 중 하나가 이 전장에 있으니까.

아니면 하다 못해 왕국의 문이라도 발견되면 좋겠다.

본래는 보스전급의 다수 잡몹전이 존재하는 곳인 만큼 중요 거점으로서 리프트와 왕국의 문이 배치된 필드다.

다른 모든 맵과 이어지는 부분도 있고 여러모로 광대하니까.

그리고 수색 개시 후 단 두 시간 만에.

어찌 보면 그게 자연스럽게도 희우가 솔로몬의 무덤을 발견했다.

응, 그럴 것 같았어.

“어떡하죠? 정비를 위해 더 수색해볼까요?”

“내가 인간이니까 솔로몬과 싸우지 않을 수 있어.”

“그렇게 되는 거군요!”

“하지만 그게 우리가 딱히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야. 보스전을 안 할 확률이 아주 몹시 높다는 정도?”

“그건 왜 그렇게 되죠?”

마법사니까.

마술사왕이라고 불릴 정도의 위대한 마법사니까.

그 마법사가 제 무덤에서 살아있다면 무슨 짓을 벌여뒀을까?

그것도 시간이라면 썩어 넘치는 기간 동안 숨어 지냈다면?

“아…….”

“멀린도……. 제 거처를 지옥 같은 곳으로 쉽게 바꿔놓는 인물이었지.”

“일단 돌입하자. 조심스러워야 할거야. 우린 마법사도 없으니까.”

무덤이라고는 해도 그게 뭐 거창하지는 않다.

사실 특별히 표식조차 없다.

솔로몬의 무덤이라 불리는 이유도 죽은 것으로 하고 숨어 지내는 탓이다.

위대함의 편린들이 제게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말이다.

그 던전과도 같은 무덤의 입구는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꿈에도 눈치 챌 수 없을 만큼 단출했다.

“단촐하게 십자가 하나 있는 곳을 발견하라니 너무한 주문이긴 했어요.”

“못 찾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히든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솔로몬은 이 테마가 끝날때까지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인물이다.

“젠장, 오랜만에 보러 가야하는군.”

십자가에 손을 올린다. 본래라면 나헤마를 먼저 만나 그에게 힌트를 얻고 도달할 수 있는 지역이다.

그게 아니라면 존재조차 모를 수도 있는 그런 보스라서.

그리고 당연히 입장법도 나헤마에게 배워야하지만.

“미리 알고 있다는 건 참 좋은거야.”

파티원들이 모인 상태에서 십자가를 향해 손을 뻗는다.

그리고 솔로몬 문하의 형태로 십자를 긋고 마력을 움직였다.

나헤마는 곧잘 이런 짓을 하곤 한다.

스윽하고 무언가 움직였다.

세계의 구멍과도 흡사한, 하지만 법칙에 가까운 심연의 잠식과는 다르게 지극히 마법적인 힘이 몸을 감싼다.

익숙한 로딩창.

[TIP : 인간으로 남고자 했기에 인간으로 남은 마법사의 무덤. 마술사왕이라 불렸던 위대하고 위대한 존재. 당신의 마법을 감히 그와 겨루려 하지 마십시오.]

[메인 던전의 비경에 발을 들였습니다!]

[솔로몬의 무덤]

미카엘은 미아에게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미아는 그럴 수 없어서 그러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는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곧 적의 군세가 들이닥칠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다만 감금만큼은 철저했다.

빛의 천사다운 권능이 천상의 도시 상층요새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방에 임했다.

벽과는 별개로 창살처럼 자잘한 것이 온 사방에 꽂혀있다.

리온과 라리사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지만 미아는 [원소의 눈]으로 가만히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다.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리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야하는지는 모르겠다. 선생님은 아무 언질도 없었다. 그럴 시간도 없었다.

“그냥은 못할 것 같은데.”

리온이 조금 실망하는 동시에 안심한다.

사실 여기서 빠져나가야하나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일단은 아주 안전해보였고 미카엘의 자신감을 보면 가만히 있다고 쉽게 요새가 무너질 것 같지도 않다.

무너진다면 그것대로 어떻게든 탈출해서 기계 무덤의 캠프로 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쥐새끼를 굳이 라리사와 함께 남긴 것도 아마 선생님의 그런 의도일 것이리라.

미아는 계속해서 미카엘의 권능을 관찰하고 있었다.

리온은 입맛을 다시며 라리사를 보았다.

전 용사이자 현직 게스트 성기사인 라리사는 쥐새끼를 끌어안은 채로 미아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리온은…….

한때 미아가 자신을 물었을 때를 떠올렸다.

계보처럼 물려 내려온 바르바로이의 망토는 이제는 마왕 아르바리온의 몸에 걸쳐져 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라리사에게도 많이 했다.

처음에 용사를 기를 때야, 그로서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그냥 혼자만 당할 수는 없지라는 마음이 제일 앞서있었고, 기대에 부응하고자하는 마음이 클 때였다.

못할 말도 많이 한 것 같은데…….

라리사는 미아가 리온을 제법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서로 다르게 흐른 시간 사이에서 미아는 때때로 혼자 놀러오곤 했다.

미아는 변하지 않았고 리온과 라리사는 변했다.

선생님의 딸인 것과는 별개로 셋은 나름대로 친한 관계였다.

하지만 서로 다르게 흐르는 시간 탓에 이상한 관계기도 했다.

특히 라리사는 리온을 쟁취한 최종적인 승리자가 되었음에도 선생님 파티의 서브 리더나 마법사에게 기묘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모든 인연은 자신보다 먼저 시작되었으니까.

그 복잡한 감정이 이리저리 흐르는 가운데, 침묵만이 자리 잡는다. 쥐새끼는 힘을 너무 써서 지친 모양인지 잠들어 있기에 누구도 입을 더 열지 않았다.

미아가 눈을 비비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문쪽을 보았다.

바깥의 정보는 완전히 차단되어있다.

마법사가 주업인 [마왕]인지라 리온 역시 마법에 조예는 깊다.

그는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문이 열렸다.

미카엘이었다.

“이걸 좀 여기다 둬도 되겠지?”

형식적인 질문이지 사실은 통보다. 빨간 머리카락의 천사 하나가 휙하고 던져졌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다.

미카엘은 다시 문을 닫고 사라졌다.

신음하는 천사는 어딜 보아도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흠씬 두들겨 맞은 흔적이 여기저기 있는 치천사다.

미아가 말했다.

“라파엘이네.”

위대함의 편린의 껍데기.

이제는 그냥 천사.

사실 아무런 힘도 없는 존재.

가브리엘을 보며 생각했던 것 하나가 떠오른다.

“이제는 탈출할 수 있을지도?”

리온은 미아가 대체 무슨 발상에 도달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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