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1)
쿠르르르―
오래된 석실 문이 거친 소음을 내며 열렸다. 먼지가 푸스스 흐릿하게 떨어진다.
댈런은 손부채질로 먼지를 몰아내며 석실 안으로 들어갔다.
횃불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석실은, 공동에서 이어지는 악마의 비처.
곧, 악마가 자신의 보물을 모아두는 곳이었다.
“···쯧.”
하지만 넓은 석실 안을 슥 둘러본 댈런은 짧게 혀를 찼다.
뭐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원래라면 이곳에는 번쩍거리는 갑주와 무기들, 궤짝 단위의 금화, 그리고 악마가 희생물로 쓰기 위해 선별해둔 포로들로 가득해야 했다.
살아있는 포로는 구출해내고 죽은 포로의 장례를 치뤄준 뒤, 토벌대가 공헌도에 따라 보물을 나눠 가지는 게 원래의 순서.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건, 으리으리한 보물들과 의식 잃은 포로들이 아니었다.
‘이 게임 하면서 이렇게 가난한 악마는 또 처음 보는군.’
대부분의 공간에는 오랜 세월 쌓여온 먼지뿐.
비처에 있는 것이라곤 한쪽 구석에 쌓여있는 시체 더미와, 그 곁의 마석 한 무더기가 전부였다.
그나마 마석 옆에 놓여있는 몇 점의 무기며 갑옷 따위마저도 썩 값어치가 높아보이지는 않았다.
죄다 탐험가들의 시체에서 벗겨낸 물건이었고, 이 시점에 악마를 토벌하겠답시고 온 탐험가들은 대다수가 어중이떠중이였으니까.
‘몇 년 뒤라면 금화며 최고급 마석, 질 좋은 갑옷과 무기 따위가 넘쳐나는 보고가 됐겠지만.’
슬그머니 피어오르는 실망감.
그러나 댈런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악마가 그만큼의 재물을 쌓았다는 건, 결국 그만큼 많은 탐험가들이 놈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댈런은 먼 미래를 바라보며 이 세상의 종말을 막아야 하는 입장.
언젠가 인류의 전력이 될 수도 있는 탐험가들의 손실을 막는 게, 금화 몇 줌 얻는 것보다 더 남는 장사였다.
댈런은 약간의 아쉬움을 떨쳐내고 시체 더미로 다가섰다.
“으으···.”
그때 시체 더미에서 다 죽어가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생존자들이었다.
“주···죽여···줘······.”
한 생존자가 어눌한 발음으로 부탁했다. 깨진 두개골 사이로 뇌가 삐져나온 게 보였다.
생존자들이라 해서, 정상적인 몰골로 살아있는 건 아니었다.
사실상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치명상을 입은 채, 악마의 마법으로 명줄만을 이어가고 있는 신세였으니까.
‘죽은 거나 다름없는 육체에, 영혼을 대충 바느질해 붙여놓은 꼴이지.’
팔다리가 뜯기고 내장이 뭉게진 탐험가들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나 방치되어 있었다.
악마가 원하는 건 끔찍한 고통 끝에 죽음을 맞이한, 신선한 희생물의 영혼이었기에.
당연하겠지만 이들이 살아남을 확률은 0에 수렴한다.
지금 당장 재생 포션을 때려붓는다 해도 살려낼 수 없는 지경까지 간 이들.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매듭지어주는 것만이, 같은 인간으로서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호의였다.
스릉―
댈런은 검을 뽑았다.
생기를 잃고 끔뻑이던 몇몇 눈동자들이, 검을 뽑아든 댈런을 보고 안도의 눈빛을 지어보인다.
괜히 입안이 씁쓸함을 느끼며, 댈런은 검을 내리그었다.
콰지직!
시체 더미가 갈려나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라판텔라의 분쇄검은 같은 크기의 바위도 부술 수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댈런은, 무너진 시체더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갈려나간 살점과 내장들 사이에, 잿빛 시체 두 구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악마의 보존식이 된 마법사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악마의 보존식이 된 자객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시발.”
보존식이라니. 네이밍 센스가 아주 미쳐 돌아가는구만.
댈런은 툴툴거리며 시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잿빛 시체가 빛무리로 화하고, 그의 손으로 스며들며힘을 더해주었다.
[악마의 보존식이 된 마법사의 시체를 회수했습니다. 능력을 계승합니다.]
[계승 보상 : 마력 +1, 헤갈레우스의 화염의 비(D)]
[악마의 보존식이 된 자객의 시체를 회수했습니다. 능력을 계승합니다.]
[계승 보상 : 근력 +1, 체력 +2]
익숙한 고양감이 온몸을 뒤덮는다. 오랜만에 근력 역시 증가했다.
다행히 예전처럼 근육이 뒤틀리는 현상은 없었다.
그저 어떤 기운이 근섬유 사이사이에 스며드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을 뿐.
‘체력 능력치가 궤도에 올라서인가. 아니면 영역을 이뤄서?’
당장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댈런은 상태창을 열었다. 레벨은 12가 되어있었다.
아무리 최하급이라도 악마는 악마.
미궁도적 무리에 프로그맨 부족, 시체거인까지 처치하면서 겨우 하나 올랐던 레벨이 악마 한 놈만으로 하나 더 오른 것이다.
추가 능력치를 체력에 투자하고 나니, 이제 체력 수치는 25에 다다랐다.
이 정도면 전속력으로 달리는 트럭에 치이거나, 독사의 맹독을 혈관에 주입해도 타격이 없을 몸뚱이다.
“거의 사람이 아니라 괴물인데.”
어깨를 휘휘 풀며 공동으로 돌아오니, 루시아가 작은 봉분을 다듬고 있었다.
부서진 판석을 묘비 삼아 세우고, 성기사 바렛의 이름을 새긴 무덤.
그 안에는 재가 되어 사라진 육신 대신, 그의 상처 입은 갑옷이 묻혀있었다.
“사람들은 바렛 스트리먼을 그리워할 겁니다.”
무덤 앞에서 루시아가 말했다.
“타락했던 최후는 그의 갑옷과 함께 이곳에 묻히고, 사람들은 그를 악마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성기사로 기억할 테니까요.”
그의 마지막 모습은 비밀로 부쳐주셨으면 합니다. 루시아의 부탁에, 댈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돈 받고 일하는 입장에서 그 정도는 해야지.
루시아는 삼십 분 정도를 더 무덤 앞에서 보냈다.
그동안 댈런은 육편이 된 시체에서 악마의 정수를 찾아내고, 성검과 할만의 사슬을 두꺼운 천으로 감쌌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얼마 뒤, 두 사람은 다시 길을 나섰다.
***
미궁 1층의 중앙에는 거대한 비석이 있다.
하루에 한 번, 미궁도시 팔시온으로의 전이 마법이 발동되는 비석.
흔히들 귀환비라 부르는 이 비석은, 미궁 안에서 유일한 안전지대의 역할을 겸하기도 했다.
비석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보호막이, 마물들의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하기 때문이었다.
댈런과 루시아가 안전지대에 도착한 건, 마굴에서 출발한 지 정확히 열흘째 되는 날이었다.
두 사람은 하루를 안전지대에서 머문 뒤, 다음날 정오에 전이 마법을 통해 팔시온으로 돌아갔다.
우우우웅―
내려갈 때 추락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과는 반대로, 결계탑으로 돌아오는 전이 마법은 중력이 순간 역전되는 감각을 수반했다.
“으으······.”
루시아는 매스꺼운 표정을 지었지만, 금방 고개를 털고서 댈런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바로 성기사단 지부로 가시겠습니까?”
중앙 광장에 도착해서 루시아가 물었다. 댈런은 고개를 저었다.
“먼저 가 계시오. 나는 내일이나 모레쯤 들리도록 하지.”
보름이 넘도록 긴장을 놓지 않고 있었으니, 하루 정도는 푹 쉬어줄 필요가 있었다.
증가한 체력 능력치가 상당 부분 상쇄해주기는 했지만, 영역을 사용하면서 용혈로 몸을 재생한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기도 했고.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제가 성검과 할만의 사슬을 가지고 먼저 지부에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더불어 댈런이 이번 의뢰에 힘써주신만큼, 약속드렸던 보수 이상을 건의해보도록 하죠.”
“그래주면 고맙지.”
댈런은 씩 웃었다. 원래 의뢰 내용는 성검을 되찾는 게 끝이었다. 악마를 처치하는 건 필수 목표는 아니었다는 이야기.
그러나 댈런은 둘 모두 완수했을 뿐 아니라, 오래 전 기사단이 잃어버린 성물까지 찾아다줬다.
넉넉하게 원래 약속했던 보수를 두 배쯤 올려받아도 될 일이었다.
“말이 나온 김에, 혹시 보수로 받고자 생각해두신 게 있으십니까?”
“신성문신을 새길 수 있소?”
댈런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성기사단의 신성문신.
수많은 의뢰들 중 성기사단의 의뢰를 택한 건, 처음부터 그걸 보수로 생각해뒀기 때문이었다.
‘게임에서 신성문신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각종 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거지.’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방법이 레벨업밖에 없는 건 아니다.
각종 비약이나 주문, 의식을 통해 능력치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으니까.
다만 미궁에서 캐먹었던 약초처럼, 대부분의 방법은 극심한 부작용이나 여러 폐혜들을 달고 있었다.
성기사단의 신성문신은 그 중에서도 부작용 없고 깔끔하기로 독보적인 종류였다.
‘그만큼 받는 조건 자체가 까다롭긴 하지만.’
본디 신성문신은 외부인에게 새겨주지 않는, 성기사단의 전유물이다.
애당초 전쟁의 신에게서 하사받는 신성력을, 문신을 매개 삼아 효율성을 높여 사용하는 게 그 본질이었으니까.
다만 외부인에게 신성문신을 새겨주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했다.
고위 귀족이나 그에 준하는 인물이 성기사단을 방문해, 많은 양의 헌금을 하며 정중하게 신성문신을 부탁하는 경우가 대표적.
댈런의 말에, 루시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가능하긴 할 겁니다. 다만 댈런이 그 문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 지는······.”
“그건 상관 없소.”
그녀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신성문신을 받아가는 귀족들이 몇 있긴 해도, 그 문신의 힘을 사용할 수는 없었으니까.
애당초 전쟁의 신이 하사하는 신성력이 없으면, 평범한 장식용 문신이랑 크게 차이가 없는 게 신성문신이다.
거액을 헌금하고 신성문신을 새겨가는 귀족들 역시, 그저 행운의 부적 정도의 의미로 여길 뿐.
‘전쟁의 신과 관련된 물건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구해주는 부적처럼 여겨지니까.’
물론 댈런의 생각은 달랐다.
악마를 때려잡아가며 얻어낸 의뢰 보수를, 고작 행운의 부적 따위에 쓸 수는 없는 법.
신성문신을 사용하는 데 신성력이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얻어내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댈런은 어디에서 그 신성력을 얻어낼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성기사단이 지키고 있는 계곡 안쪽, 미궁으로 향하는 통로인 균열의 깊은 곳.’
그곳에 잠들어있을 시체는, 그가 원하는 신성력을 넘치도록 품고 있을 테니까.
“신성문신을 받으려면 본단까지 가셔야 할 겁니다. 문신을 새기는 권능은 기사단장님과 부기사단장님께만 계승되는지라.”
“언젠가 한 번 들리면 되겠지.”
급할 필요는 없었다.
미궁에 들어가기 전과는 달리, 댈런의 체력 수치는 근력을 꽤 많이 따라잡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제 영역을 한 번 사용했다가 며칠씩 몸져누울 일은 없었다.
본신의 능력이 가까스로나마 균형을 맞췄으니, 이제 주목해야 할 건 다른 일들이었다.
‘우선은 휴식이 먼저다.’
쉴 새 없이 달려가기만 하면, 언젠가는 지쳐서 쓰러지기 마련.
몇 년 단위의 미래를 내다보고 대비하는 입장에서, 적절한 휴식은 단순한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이틀 안에 성기사단 지부를 방문하기로 약속한 뒤, 댈런은 순은 구역에서 숙소로 삼고 있는 엘가이아 마탑으로 향했다.
“···자네, 등 뒤에 그게 뭔가?”
“한 탕 하고 왔소. 신세 좀 지겠소.”
“······잠시만 기다리게. 그대로 방에 내려놨다간 방바닥이 내려앉겠어.”
그리고 거의 사람만 한 금고를 짊어지고 오는 그를 보고 고개를 내저으며, 펠버 발렌티노는 그가 묵을 방의 바닥을 손수 마법으로 강화해야만 했다.
***
다음날, 댈런은 다시 중앙 광장을 방문했다.
광장의 북쪽, 순은 구역에서도 보기 드문 10층짜리 건물에는 ‘미궁 관리청’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미궁 관리청은 사실상 미궁과 관련된 거의 모든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도시 기관.
댈런이 이곳을 방문한 건, 다름아닌 악마 토벌을 정식으로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미궁의 악마를 토벌한 탐험가에게, 금강궁은 상당한 포상금을 현금으로 지급하지.’
댈런이 악마의 사체에서 그 정수를 회수해온 건, 그 포상금을 받기 위해서였다.
도시의 정부 역할을 하는 금강궁에서 직접 지급하는 보상이기에, 포상금은 그 단위부터가 남달랐다.
아무리 못해도 금화 백 닢. 악마의 강함에 따라 금화 몇 궤짝이 오가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거기다 루시아가 자신은 악마에게 칼 한 번 휘두르지 않았다며 극구 사양했기에, 받아내는 포상금은 온전히 그의 차지였다.
“미궁 관리청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악마의 정수를 가져왔소만.”
접수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그렇게 말하니, 직원은 화들짝 놀라며 자기보다 더 높은 상사에게 그를 모셔갔다.
그렇게 윗사람의 윗사람, 그 윗사람까지 안내받은 긴 여정의 끝.
악마 토벌 담당자를 모셔오겠다는 말과 함께, 댈런은 어느 으리으리한 응접실에서 잠시 기다리게 되었다.
‘게임 화면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진짜 응접실 하나에 별 돈지랄을 다 해놨군.’
잔에 담긴 커피를 홀짝이며 댈런은 생각했다.
가구마다 금박이 안 입혀진 게 없으며, 작은 보석들로 화려하게 치장된 찻잔과 접시들.
천장의 샹들리에는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산산히 부숴 방 정체에 흩뿌렸다.
과장 조금 보태서, 마탑 연합의 청동 구역 지부가 동네 판자촌으로 보일 지경.
후릅.
지구에서나 맛보던 고급 원두의 커피를 즐기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며 한 젊은 남자가 응접실 안으로 들어왔다.
선이 뚜렷한 이목구비. 곱디 고운 하얀 피부. 짧게 올려쳐서 단정하게 정돈한 머리칼.
척 봐도 나 귀족이오 하고 말하는 듯한 모습의 남자는, 자연스럽게 댈런에게 걸어와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반갑습니다. 미궁 관리청 소속의 에반이라고 합니다.”
깔끔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댈런에게 악수를 청하는 남자.
그 몸짓이며 자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초인들이 즐비한 순은 구역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평범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댈런은 알고 있었다.
그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을 뿐, 일신의 능력은 여느 범인과 다르지 않아 보이는 이 남자가.
사실은 그에게 이미 한 번 접근한 적 있는, 금강궁의 가장 깊고 높은 곳에 기거하는 초월자들 중 한 명이라는 것을.
‘노인의 모습으로 등장했을 땐 게임에서 본 적 없어서 눈치채는 게 늦었지만, 이렇게 정해진 순서대로 등장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게임에서 처음으로 미궁의 악마를 퇴치하고 이를 관리청에 보고했을 때.
플레이어는 초월자와의 첫 조우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초월자가 바로 눈앞의 남자.
관리청의 고위 공무원으로 위장한 채 등장하는 남자의 정체는, 바로 금강궁의 스물여섯 초월자들 중 하나.
‘천변만화의 얼굴’이라 불리는 에버론 라크탈라였으니까.
“미궁 초행길에 악마를 퇴치하시다니, 신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대전사는 역시 다르군요.”
그랬기에, 장난스레 웃으며 그를 떠보는 남자의 말에.
“운이 좋았지. 그리고 그 운이 지금도 나를 따라오고 있는 모양이오.”
이번에는 댈런 역시 마주 웃으며 대답할 수 있었다.
“금강궁에서도 가장 높은 스물여섯 전당의 초월자들 중 하나를, 이런 순은 구역에서 두 번이나 마주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