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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0화 (60/1,559)

# 60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3권 9화

자고로 계획이 중요한 법이다.

드워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술과 도박이다.

모든 드워프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의외로 이 난쟁이족은 끊고 맺는 것이 확실한 탓에 적당히 도박을 즐기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실제로 작업이 막혀 스트레스가 쌓인 이들은 도박이나 술로 그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소리였다.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라도 작업 스트레스가 없을 순 없으니.

"음? 여긴 무슨 일이지?"

거대한 주점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나를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나를 맞이했던 8 장로 골다였다.

바쁘다며 거래할 시간도 없다던 양반이 여기서 웬 술?

이미 한참을 마신 것일까, 그 앞에 놓인 잔의 수만 봐도 보통 인간은 혀를 내두를 만한 양인 건 분명했다.

"꽤 바쁘신 것 같더니 여유가 생기셨나 봅니다. 같이 한잔합시다."

여유로운 얼굴로 그의 맞은편 자리에 털썩 주저앉자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그가 픽 웃으며 소리쳤다.

"흥! 제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적절히 쉬어주지 않으면 오히려 안 한 것만 못하지, 게다가 지금은 골고다 형님이 우릴 모두 쫓아낸 상황이라, 그보다 한잔하자고?"

"드워프제 독주가 그렇게 독하다던데."

"뭐? 독주?"

내 말에 반응한 것은 8 장로 골다가 아닌 근처에 있던 드워프 파수병장 게르트였다.

문을 지키고 있을 줄 알았던 양반도 여기서 술을 마시고 있네 그래.

"이봐! 말콤! 여기 인간이 독주를 마시겠다는군!"

"잉?"

게르트의 말에 주변의 시선이 일제히 몰려들었다.

잔뜩 취해 내가 들어온 줄도 모르던 드워프들은 곧 내가 신기한 동물이라도 되는 양 신기하게 쳐다보기 바빴다.

"파하하하하핫!"

"독주를 마시겠다고? 간이 제대로 부었구만! 게다가 같이 대작하는 게 골다 장로여?"

그리고는 곧 내 말뜻을 이해한 듯 사방에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이봐, 인간, 데이비라고 했나?"

"그렇지요."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드워프제 독주는 보통 도수가 아니야, 인간이 마시기엔 지나치게 독하다고."

"뭐. 이정도로."

빙그레 웃어 보인 나는 그의 앞에 놓인 독주잔 하나를 가볍게 들어 벌컥벌컥 넘겼다.

깔끔하면서도 지독한 독기가 어린 알코올 향이 코끝을 강하게 찔러왔다.

"흐읍?!"

"호오......."

동시에 주변에서 왁자지껄 떠들며 낄낄대던 드워프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푸하! 그래, 술이라면 이래야지."

픽 웃으며 내가 짧게 혀를 찼다.

-도대체 술은 무슨 맛으로 먹는 겐지.......

'솔직히 독하기만 독하지 더럽게 맛없네.'

"조금 약한 거 같은데, 뭐 상관없죠. 어때요. 8 장로님. 한번 붙으시겠습니까?"

내 말에 놀란 듯 나를 바라보던 골다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귀찮다는 듯한 시선은 여전하지만 꽤 놀란 듯 눈이 조금 크게 뜨여져 있었다.

"이봐, 정말 괜찮아? 그걸 원샷했다고? 이게 몇 개인지 알아보겠나?"

"적당히 먹을만하네요."

"파하하하핫!!!"

내 말에 그가 결국 박장대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잔을 쾅! 소리 내며 내려놓은 그가 잔뜩 열기 붙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좋아, 우리 드워프는 술 잘 마시는 이들을 홀대하지 않지! 해보자고! 이봐 말콤! 내가 살 테니 여기 이 애송이 왕자님에게 원하는 만큼 가져다줘 보라고!"

"난 책임 안 지오!"

앞치마를 두르고 있던 근육질의 드워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내 앞에 골다와 똑같은 양의 독주가 가득 담긴 잔들이 도착했다.

"드워프는 내기를 좋아하지, 만에 하나라도 이기면 뭘 원하나? 비록 현재 중한 일 때문에 그대의 제안이 무엇이건 들어줄 상황은 아니지만."

"이야기나 들려주시지요."

다가갈 땐 조심스레.

내 말에 그는 뭔가 마음에 드는지 호탕하게 껄껄 웃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목제 잔의 손잡이를 쥐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봐주는 일 없을걸세. 내가 이기면 자네는 이곳을 떠나주게. 간만에 마음에 드는 인간이 들어오긴 했다만 시기가 나쁘니."

"얼마든지요."

* * *

"끄응...... 이봐. 난 멀쩡하다고, 자네는 이제 포기하는 게 어때?"

"제가 볼 땐 이제 한계이신 것 같은데요."

"젠장...... 빌어먹을 독한 인간 같으니......."

좀 더 고집을 부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깔끔하다.

애초에 마나가 마스터 급으로 풍부한 내게 취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대작이기도 했다.

물론, 이것도 정신력으로 버티는 꼴이긴 하지만 내가 육체 상태는 예전만 못해도 정신력은 변함이 없거든.

-순 사기꾼.

'마나를 쓰지 않아도 저 정도는 이겨.'

-도대체 뭔 짓을 해야 그리되는 게야?

기가 막힌다는 듯 물어오는 페르세르크의 물음에 과거의 일이 아련히 떠올랐다.

내게 검을 가르쳤던 두 명의 스승 중 하나.

중원 무림에 나타나기가 무섭게 모든 것을 통일시킨 영웅.

사람들의 머릿속에 공포로 남아 있는 그가 어째서 영웅이 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처음엔 들었었다.

다만 결국 그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거지.

단 한 사람의 영웅.

회랑의 다른 영웅들은 천마 독고준을 그리 불렀다.

-단 한 명의 영웅이라.

'뭐, 그 세계의 이야기는 언뜻 들은 게 전부라서.'

어찌 되었건 내가 이놈의 미친 주량을 가지게 된 건 그놈의 천마, 독고준 때문이었다.

명실상부 최고의 술고래.

술을 좋아하던 배덕한 성녀 다프네조차 그와는 절대 대작하지 말라며 경고한 사례가 있는 것을 보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문제는 그에게 검을 배우다 보니 자연스레 그와 대작하는 일이 많아졌었다는 점이다.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회랑에서 그에게 수련을 받을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그놈의 대작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마나를 다루는 초월자들도 한 방에 보내버리는 독주가 메인이니 버티기도 쉽지 않다.

'그 양반에 비하면 드워프 독주 정도야.'

[끅! 더 배우고 싶다고? 끅! 그럼 가서 한 병 더 가져와. 먹고 버티면 가르쳐줄 테니. 참고로 뻗으면 뺑이를 시킨다.]

술을 무슨 신처럼 모시며 포교활동을 해대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절절히 남아 있다.

"끅! 젠장. 살다 살다 드워프보다 더 술을 잘 마시는 인간이 있을 줄은......."

"세상은 넓은 거 아니겠습니까."

"파하하하하! 끅! 눈앞에 핑핑...... 도는......."

쿵!

결국 골다는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아 잠들어버렸다.

누가 봐도 주량대결의 승자가 드러난 꼴이었다.

"오오! 골다 영감탱이가 쓰러졌어!"

"세상에 진귀한 경험을 다 하는구만!"

"파하하하하하!!!"

골다가 그대로 뻗어버리자 주변이 다시금 왁자지껄해지기 시작했다.

내 말도 안 되는 주량에 기겁하던 드워프들조차 뭐가 그리 신나는지 낄낄 떠들어댔다.

방금까지 취기로 인해 몸도 가누지 못하던 작자가 잘도 판단하네.

"인간! 정말 대단한데!"

"세상에 저걸 어떻게 다 마신 거야?!"

"우리 부족 최고의 술고래가 저렇게 뻗을 줄이야!"

최고봉?

픽 웃음이 나와 그를 보았지만 그는 지독하게 오른 취기 때문에 인사불성이 되어 완전히 뻗어있었다.

-하루는 기다려야겠군.

'그렇지?'

드워프들에게 실려 나가는 골다를 보던 나는 곧 남은 드워프들을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

"다음, 저와 한판 붙으실 분?"

불을 붙였으면 캠프파이어라도 해야지.

* * *

"그래, 내기는 내기지. 그래, 뭐가 그리 궁금하나."

"태초의 섬광이라고 했나요? 그것 때문에 부족이 현재 어수선하다고."

내 말에 취기에 몸을 가누지 못하던 그가 우뚝 굳었다.

그러더니 픽 웃으며 테이블 위에 추욱 늘어졌다.

"뭐 별거 있나. 우리 황색 바위 부족을 지켜주던 오래된 검이 부러진 게 문제지."

"부러졌다고요?"

"그래.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뭔가 불만인지 골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포기하면 안 됩니까?"

사심없는 내 질문에 의도를 파악하려는 듯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비록 오래되고 벨 수 없는 검이지만 어떤 의미로는 정신적 지주에 가깝네."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본래 각 부족이 돌아가면서 검을 관리해 왔다네. 검을 양도받은 부족은 일정 기간 동안 그것을 관리하는 것이 약속이고 계율인 게지. 이번 대엔 본래 내 아버지께서 관리하셨네만...... 아버지께서 생각보다 일찍 땅의 품으로 돌아가셔서 그 관리를 나와 내 형인 골고다가 맡고 있었다네."

그의 말에 상황이 대충 이해가 되었다. 돌고 돌던 드워프 신물이 이번에 황색 바위 부족으로 넘어왔다. 그런데 관리인으로 제격인 골다의 아버지가 일찍이 타계하면서 그 관리가 골다와 골고다 형제에게로 급히 넘어가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런 마당에 검이 부러졌으니.......

대충 상황을 파악한 내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그가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자네같이 마음에 드는 인간이니 물어보지. 정말 알고 싶은 건 그것뿐인가?"

그의 질문에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드워프는 자존심이 강하지만 호의를 보인 종족에게는 확실히 호의로 답한다. 나는 고작 그와 술 대작을 한 것뿐이지만 첫 만남부터 괜히 이미지 신경 쓴 게 아니다.

"실은 제가 어쭙잖은 야장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말이지요. 그 작업이라는 거, 후학도로써 저도 한번 구경해봐도 되겠습니까?"

내 말에 그의 몸이 움찔거렸다.

* * *

날이 밝기가 무섭게 골다는 언제 술을 들이부었냐는 듯 일찍 황색 바위 부족의 최고 공방인 중앙 공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를 따라 묵묵히 걸어 들어갔다.

비록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이지만 이 세계는 마법이 발달했기에 과학력이 지구와는 다르게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실제로 지구에서는 기술적으로 극도로 끌어올리는 용광로의 온도를 대부분의 왕국이나 제국에선 마법이나 연금술의 힘 없이는 만들지도 못하니까.

대부분 영지나 도시에 자리한 대장간의 화로는 고작 철을 녹이는 정도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드워프제 대화로는 달랐다.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이 대화로는 그들의 기술력이 결집한 그야말로 드워프만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수백 개의 물레가 돌아가면서 자동으로 풀무질을 가하며 특수재질로 만들어져 초 고열의 열기에도 끄떡없이 버텨낸다.

그 탓에 이 대화로가 끌어올리는 열기는 섭씨 3천 도에 달했다.

물론, 그 뛰어난 대화로도 무리하게 온도를 끌어올리면 서서히 부서지겠지만.

-이것들이 전부 마법이나 연금술 없이 그들만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니.

내 설명에 페르세르크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를 따라 쪼르르 날아올랐다.

그녀가 오래 살았다곤 해도 이런 부분까지 익히진 못했을 것이다. 그녀가 살아온 형태는 대부분이 영체.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봐, 골...... 어이, 자네 지금 누굴 데려온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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