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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1화 (61/1,559)

# 61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3권 10화

벌써부터 와있었는지 수십 명의 장인들이 망치를 두드리고 있다. 개중에 가장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년의 드워프 몇몇이 나를 안내해주던 골다를 보고는 인상을 왈칵 찌푸렸다.

그의 등장이 아니라 그의 뒤에 따라온 내 모습 때문이었다.

"보면 모르오? 이번에 마을에 온 인간이지."

"골다 자네 진정 미쳤군!"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인간을 데려와!"

그들의 반응은 당연했다.

골다는 8 장로. 그 말인즉슨 그를 제외한 다른 장로들도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 이 대화로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 나와의 만남도 거절하지 않았던가.

개중엔 골다와 쏙 빼닮은 노년의 드워프도 보였다.

"골다."

"형님."

"이게 무슨 짓인지 설명해라."

싸늘한 얼굴로 나를 쏘아보는 드워프들을 둔 채 골다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기였소. 여기 이 라운 왕국의 애송이 왕자님이 야장 기술을 익히고 있었다더군."

"그래서?"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작업 모습을 견학시켜주려는 것뿐이외다."

"그렇다고 이 중앙 공방에 인간을 데려와? 골다! 자네가 진정 미쳤나! 아직 술이 깨지도 않은 게지!"

"난 멀쩡하오! 간만에 마음에 드는 인간이오, 내 장로직을 걸고 이 애송이 왕자님을 믿어주시오."

"골다 자네......!"

골다의 외침은 의외로 박력이 넘쳤다. 처음 나를 봤을 때 귀찮아하던 그였다. 그건 다른 장로도 마찬가지였겠지, 다만 그는 약속을 지키는 사내였다.

"이봐, 애송이 왕자님."

"데이비입니다."

"......그래, 데이비. 자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일세,"

"네."

"약속은 약속, 내 오늘은 이렇게 자네를 도와주지만 다시는 그렇게 자네를 도울 거라 여기지 말게."

"그 정도만으로 충분합니다."

빙그레 웃는 내 모습에 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헛숨을 내뱉고는 돌아섰다.

"뭣들 하오! 오늘은 중요한 작업이 있다고 했을 텐데?!"

"젠장!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급기야 장인 중 하나가 쥐고 있던 망치를 집어 던졌다.

그들의 입장에선 내가 대화로에 들어온 게 그렇게 화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너무 과민반응하는군.

'장인들의 고집은 어딜 가나 얼마나 시간이 흐르나 똑같아, 이건 내가 몰염치한 짓을 한 거니까 더는 화내지 마.'

내 말에 그녀가 불만이 어린 듯 볼을 부풀렸다.

-그대는 참 속도 좋군.

'아마 나라도 똑같았을 거다.'

내 스승이 남겨놓은 흔적 중 하나이다.

완성품인 신검은 보았다.

유작인 쌍둥이 검은 내 손에 있다.

마지막으로 그가 남겨놓은 예전의 작품은 이곳에 있다.

"젠장! 야장의 일을 배웠다고? 우리가 하는 게 뭔지나 알고는 있는 건가?!"

"망할, 다른 물건도 아니고 무려 3천 년도 더 된 신물이라고."

"알고들 있네! 모두들, 내 장로직을 걸고 한 번만 부탁하지!"

골다의 결연한 외침에 결국 분개하던 드워프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나를 향한 적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자들을 도울 이유가 있나?

'누가 돕는데? 난 옥수수로 다이아몬드를 거래하러 온 것뿐이야.'

그 전에 이들의 모습을 한 번 정도 보는 것뿐이다.

"후학을 위해 조금만 자비를 나눠주시지요."

"뭣들 하나! 골다도 장로일세! 그가 그리 결정했다면 응당 존중해줘야지!"

그때 나를 도와준 것은 다름 아닌 골다와 쏙 빼닮은 노년의 드워프였다.

골고다.

골다의 형이자 이번 대에 태초의 섬광을 관리하던 1 장로였다.

1 장로라는 말은 가장 높은 위치의 장로라는 소리겠지. 실질적으로 이 부족의 통수권자라 봐도 무방했다.

"크흠...... 골고다 장로의 말이니 내 그냥 넘어가리다."

"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게요!"

장로 골고다의 입김이 강하긴 강했던 탓일까.

투덜거리던 드워프들은 곧 다시 집어 던진 망치를 주워들더니 제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인간."

"예."

"내 아우의 부탁으로 받아주긴 했다만 쓸데없는 짓을 하다 걸리면 당장 내 배틀 해머가 그대의 머리통을 으깨버릴 거다."

이윽고 골고다의 위협에 내가 빙그레 웃어주자 그는 묘하게 마음에 안 드는지 고개를 휙 돌려 가 버렸다.

* * *

태초의 섬광은 그 사이즈부터가 거대한 검이다.

길이가 2m에 달하는 초 거대한 검으로 너비만 따져도 30센티는 가볍게 넘는 검날을 가진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거검이라 할 수 있다.

아니, 말이 검이지 이건 검이 아니라 수많은 부속을 붙인 거대한 구조물과 같았다.

베지 않는 검.

베지 않는 게 아니라 못 베는 검이라 해도 무방하리라.

지금껏 드워프 마을의 신물이나 다름없던 그 검은 작업장의 중앙에 반쯤 부러져 놓인 채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태초의 섬광을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지켜만 보았다.

-뭘 그리 유심히 보는 게야?

'저거 못 고쳐.'

말없이 지켜보던 내가 과감하게 평가했다.

고친다고? 다 늙어서 천수를 누리고 죽은 노인을 다시 살리겠다는 것만큼 멍청하고 예의 없는 짓일 거다.

'차라리 새로 만드는 게 맞을 거다. 너무 오래됐어.'

신검과 비슷한 공정법.

하지만 신검처럼 완성품이 아닌 비 완성품이다.

그렇기에 태초의 섬광은 그 긴 세월을 견디지 못했다.

"다들 뭣들 해! 빨리 잡아당겨!!"

"거기! 만들어놓은 쇠는 어떻게 됐나!!"

"망할 놈들! 망치질 똑바로 안 해?! 전부 뒈지고 싶냐!"

작업장은 그야말로 전쟁터 그 자체였다.

하나같이 뛰어난 실력을 지닌 부족 내의 드워프들이지만 그들 모두가 달려들어도 몇 주째 고치지 못하고 있는 검이기도 했다.

일반 검이었다면 이렇게 많은 드워프들이 달려들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태초의 섬광은 휘두르는 검이 아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가호가 어린 마법 검.

아니, 마법기구라 봐도 무방했다.

그 탓에 부분 하나하나씩 떼어내어 수 명이 달려들어 조심스레 다루고 있는 것일 테고.

-성격들이 더러운 것치고 제법 열심이군.

일사불란하게 의논하고 조심스레 손을 대고 있는 드워프들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자니 페르세르크는 의외라는 듯 중얼거렸다.

'드워프들 성격 불같은 거 이제 알았냐.'

-알다마다.

저런 성질머리라도 자신들이 인정한 자에게는 끝도 없이 정중해지고 경의를 보내는 양반들이다.

직접 살아있는 그들과 마주한 건 처음이지만 그런 이야기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복원작업은 벌써 해가 중천에 떴음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았다.

애초에 대화로가 있는 중앙 공방은 지하에 자리 잡은 터라 해가 보이지 않지만.

마치 영혼을 갈아 넣는 것마냥 망치를 두드리고 연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열정만큼은 높게 사주리라.

나는 마치 먹이를 노리는 사자마냥 조용히 앉아 느긋하게 그들의 작업 모습을 관찰하며 다른 생각에 빠졌다.

'저 정도 열정에 기술력이면 영지 시설 개발을 맡기면 아주 잘해주겠는데.'

내 예상 이상으로 그들의 실력이 대단했다.

당장 저 검에 매달려 다른 일을 보지 않는 드워프들이니 내 영지에 와서 수로시설을 포함한 여러 시설 정비를 부탁한들 들어줄 리 만무하지만 말이다.

개중에 가장 열정적이고 진도를 빨리 빼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던 드워프, 골다의 형이자 1 장로인 골고다였다.

그는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묵묵하게, 그리고 제 몸을 생각하지 않고 미친 듯 망치를 두드렸다.

"망할! 골고다 자네 그러다가 넘어가! 적당히 쉬어가면서 하라고!"

"됐네! 집게 어디 갔나! 빨리 다음 부위를 대!"

"망할!!"

어찌나 자신을 몰아붙이는지 다른 드워프조차 사색이 될 정도로 그는 필사적이었다.

아마 제 손에 관리되어야 할 태초의 섬광이 부러진 게 가장 큰 책임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본래는 골고다와 골다 형제의 아버지가 관리하던 검을 그들이 물려받자마자 검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까.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고 작업하는 그 모습에 나는 말없이 혀를 찼다.

"저런 식이면 될 것도 안 돼."

평가하자면 그는 냉정함을 잃고 있었다. 다만 그만큼 뛰어난 실력이 겨우 그를 붙잡고 있는 꼴이었다.

실력이 부족해 검을 고칠 수 없는데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으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도 일보전진 일보 후퇴하고 있는 꼴이다.

뭐가 되었건 그들은 겨우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있는 꼴이다.

그때였다.

말없이 그들의 작업을 지켜보던 중 뜻하지 않게 내가 나설 기회가 생겨버렸다.

"하! 빌어먹을 황색 바위 부족 놈들, 기어코 검을 아작을 냈구나."

다름 아닌 검은 옷을 입은 드워프의 난입이었다.

"토르스?"

"검은 바위 부족이 왜 여길 나타나."

검은 바위 부족. 분명 대륙의 남부에 있는 드워프 부족의 이름이다.

거리가 꽤 될 텐데 언제 온 것일까.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작업장이 조용해졌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신물을 부숴먹어 놓고 잘도 뻔뻔하게 말하는구만."

"그 입 닥쳐라 토르스!"

골다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쳤지만 토르스라는 검은 옷의 드워프는 어깨만 으쓱일 뿐 성큼성큼 중앙 공방의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흥미롭다!

말없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토르스는 곧 그가 오건 말건 무시하던 골고다를 향해 비웃음을 던졌다.

"어찌 생각하시오? 골고다 장로. 솔직히 당신이 이 검을 관리한다고 했을 때부터 나는 그리 내키지 않았소만."

"이놈이!!"

"지금이라도 우리 검은 바위 부족에게 검을 넘기게, 우리 부족의 장인들이라면 적어도 이것보단 나을 테지. 퉷!"

침을 탁 뱉으며 도발하는 그 모습에 다른 드워프들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에겐 최고 장로님이 계신다고!"

"하! 웃기고 있군, 아무리 검은 바위의 최고 장로라도 이걸 쉽게 고치진 못할걸세!"

"그렇게 말하는 그대들은 벌써 한참 동안 이 검을 고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고 있지."

그 말이 사실이었던 탓일까.

분개한 드워프들이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골고다는 묵묵히 달궈진 태초의 섬광 일부를 두드릴 뿐이었다.

캉!! 캉!!

마치 그가 있다는 것도 무시한 채, 그는 필사적으로 망치를 휘둘렀다. 마치 애절하게 애원하듯. 그의 망치질은 쉼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넘겨. 더 이상 신물을 욕보이지 말고!"

토르스의 외침에 드워프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동시에 골고다의 망치 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분한 마음에 이를 악물고 눈까지 충혈된 이들도 보인다. 어찌나 분했는지 그 감정이 절절히 느껴질 지경이었다.

"이건 다른 부족의 장로 모두가 합의한 결과요. 드워프 부족 중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그대들에게 맡겨둘 순 없지. 뭐, 고르드 대장로가 있었다면 믿을 만했겠지만."

드워프는 실력으로 말하는 자, 그렇기에 그 누구도 토르스의 말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깡!! 깡!!

점차 거세지는 망치 소리가 공방 내부를 진득하게 울려왔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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