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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7화 (107/1,559)

# 107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5권 7화

43. 유적 탐색.

장기인 장거리 포격과 연금술 도구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상대를 견제한다.

끊임없는 방해로 자신의 위치를 계속해서 숨기며 미끼를 흩뿌리기도 했다.

자칫 낚여 든 아이들은 그대로 함정에 빠져 무력화되었고, 필사적인 수색으로 찾아내도 기다렸다는 듯이 상대의 움직임을 유도해 충돌, 혹은 떨쳐내 버린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자신의 파트너의 상황을 잊지 않고 새로운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만약 저 함정들이 정말로 살상력 있는 것들로 만들어졌다면.

저 특이하게 생긴 골렘이 쏘아 보내는 보랏빛 포탄이 살상력을 띠고 있었다면.

결과는 생각할 것도 없을 만큼 압도적인 유린이다.

서로 간에 협력하지 못하게 다른 팀 간의 접촉을 철저히 막고 그 사이로 영역을 넓힌다.

땅따먹기라는 현 상황을 계속해서 인지시켜 영역을 빼앗음으로써 상대들이 가지고 있던 최소한의 여유까지 빼앗아버렸다.

여유가 사라지니 문제가 드러나는 건 당연했다.

처음 보는 사태에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던 견습생들은 급기야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고 다시 제압당하고 많은 것을 잃는다.

그리고 또다시 급박한 현 상황에 무리수를 던지고 제압당한다.

악순환.

그것만큼 이 상황을 잘 표현하는 단어는 없으리라.

"이건 무슨......."

훈련 상황을 전체적으로 지켜보던 실리아와 보리스는 숲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입을 쉬이 다물지 못했다.

농락.

다른 단어로 표현할 것도 없이 현 상황은 단 한 명에게 14명이 휘둘리는 꼴이었다.

정확히 노린 것은 고작 6명 정도가 전부지만 그들을 잘 이용해 여파가 닿지 않는 쪽의 견습생들까지 모조리 휘말리는 게 훤히 보였다.

"이건 정말 놀라운 상황이에요."

질린 듯 중얼거리는 실리아의 발언에 보리스가 침음성을 흘렸다.

골렘 제작능력이나 조종능력은 뛰어나지만 실전경험은 부족한 녀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일리나 견습생이 움직이는 경로 보이세요?"

"음? 아아...... 보고는 있소만......."

"아이들의 움직임을 조금만 보고 다음 상황을 거의 예측하고 있어요. 골렘이나 함정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건 일리나 견습생을 최단 루트로 이동시켜서 견제하고 있다는 소리예요. 이건 그러니까......."

말끝을 흐린 채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해 허우적거리던 실리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소년...... 다수전에 한해서 완전히......."

"노련한 장군 그 이상이라는 소리군...... 아니, 그들도 이렇게까지 빈틈없이 몰아치진 못하겠지. 당연히 휘말리고 있는 아이들은 자신이 왜 이렇게 말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으니......."

상대의 수준을 알기에 벌이는 과감한 전략에 할 말을 잃는다.

현실이었다.

화력은 강하지 않다, 발목을 붙잡는 시간도 그리 길진 않다.

이 모습을 보고 있는 두 사람이 작정하고 나선다면 거의 방해요소로 자리매김하지도 못할 수준.

하지만.

그 순간판단력과 함께 상대를 견제하는 방식, 그리고 팀원과 손발을 맞춰 최대한의 효율을 내는 수준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다.

사람은 한쪽 면만 봐선 알 수 없다는 말이 절절히 느껴지는 케이스였다.

엉성한 움직임을 보이던 검술은 최악의 재능이었지만 나머지는 180도 다른 수준이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을 저지르고 있는 이가 아직 젊은. 갓 성년이 된 소년이라는 점이었다.

"이게 우연이 아니라면, 터무니없네요......."

"일리나 견습생이 절대적으로 신용하는 줄은 알았지만...... 허!"

천재가 아니라 재앙에 가까운 수준.

"시작한 지 15분 만에 영역이 3배로 늘었어요. 영역을 직접 확장하는 일리나 견습생의 속도도 속도지만......."

제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간다.

처음엔 모두 같은 영역을 가지고 있었지만 벌써 데이비에게 완전히 영역 대부분을 빼앗기고 이도 저도 못한 채 발이 묶인 팀만 3팀이다.

훈련의 예상은 사실 서로 비등비등하게 영역을 뺏고 빼앗으며 서로 간에 경험을 쌓게 하려 했다.

판도라 영역에 실전 단원으로 투입되기 시작하면 수십 명과 팀을 이루고 다수 영역전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비의 능력은.

어떤 의미로는 자신들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품고 있다.

"실리아 선생님."

"네?"

"지금 봐서 하는 말입니다만...... 저만한 센스에 지혜를 가지고 있는 소년이 시오 견습생과의 대련 때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골렘이 얼어붙는 걸 방치했던 걸까요."

"애초에 그 골렘은 제대로 얼어붙지도 않았음이지, 어쩌면...... 가지고 논 것일지도......."

-거기까지! 훈련을 종료한다! 모두 복귀하도록 부상자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선생님들을 기다려라!"

이윽고 보리스의 외침이 마법을 통해 숲 전체에 퍼져나가자 폭음이 완전히 잦아들었다.

"정말...... 도대체 뭐하다가 온 녀석일까......."

요즘 같은 시대에 저렇게 망설임 없이 행동하는 경험을 쌓긴 쉽지 않을 텐데.

수정구를 통해 훈련 상황을 지켜보던 실리아는 느긋하게 변신을 해제하는 골렘을 이리저리 만지고 있는 흑발의 소년, 데이비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 * *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고 했던가.

아니 이건 거의 빼낸 수준이 아니라 박살 낸 수준이 되어버렸지만 서로 간의 이해관계를 위해선 이 정도의 출혈은 감수해야 했다.

일리나는 시험의 파트너로 내가 참가할 수 있게.

그리고 나는 전략적인 구도에서 움직였을 경우 생기는 메가트론의 여러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그게 다른 견습생들의 질투를 불러온다고 할지라도 내게는 실상 그녀와의 약속 이외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모두가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던 건 아닌 모양이었다.

단 한 번의 훈련으로 견습생들은 내가 육체 능력은 엉성해 보여도 정말 뛰어난 전장파악능력과 골렘 조종능력을 가진 골렘술사라고 판단한 듯했다.

이후 정확히는 연금술사라고 정정하긴 했지만 골렘 메가트론의 존재감이 워낙에 컸던 모양이었다.

"일리나! 여기야 여기!"

바깥에서야 무서울 것 없는 거대 제국의 황녀이지만 이곳에선 그저 같은 동기일 뿐이라서일까.

식당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일리나를 반기며 손을 흔드는 이들의 얼굴엔 딱히 계급에 대한 거부감이나 어려움이 전혀 묻어있지 않았다.

"린시!"

"정말 오랜만이야! 몇 달 만에 보는 거야? 바깥세상은 즐거워?"

쉴 새 없이 조잘대는 갈색 머리의 소녀를 시작으로 쌍둥이로 보이는 연분홍빛 머리칼의 소녀 두 명.

그리고 가만히 있어도 존재감이 보통이 아닌 거구에 짧은 적발을 가진 소년이 하나였다.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듯 다가와 일리나를 한번 꼭 끌어안아 보인 린시가 그녀의 팔을 잡아 긴 테이블의 한편에 앉혔다.

"여기야 여기, 여기 앉아. 그리고......."

"데이비 올 라운입니다."

"앗 맞아요! 데이비 씨! 저는 린시 페일라 라고 해요! 여기 쌍둥이는 샤이르 렌다 와 펜디르 렌다. 그리고 저기 적발 바보는 헤그! 아...... 음...... 동갑인데 말 놔도 괜찮죠?"

"편한 대로 하셔도 됩니다."

"그래! 여기 앉아 여기!"

붙임성이 좋은지 내게도 자리를 권하는 그녀는 내가 메가트론의 폭격으로 그녀를 한번 날려버렸다는 사실은 이미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아슬아슬한 시기에 맞춰서 왔네?"

"바깥일도 있으니까."

"하긴, 일리나는 로밍나이트 소속이지?"

귀엽게 헤실헤실 웃어 보이던 린시가 이내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데이비는 일리나가 데려왔으니 로밍나이트가 되는 건가?"

"로밍나이트?"

처음 듣는 단어에 흥미로운 표정을 짓자 식사를 하던 적발의 소년, 헤그가 픽 웃어 보였다.

"속세와 연결점을 만드는 외부 기사단원이라 할 수 있지. 바깥세상과 이곳을 오가는 기사단원들은 로밍나이트. 그리고 속세와 연을 끊고 이곳에서 생활하는 앵커나이트."

확실히,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게다가 물자나 여러 가지를 조달받으려면 돈은 필수.

이어지는 헤그의 설명에 따르면 리인포스 알파의 경우 두 가지 기사단으로 나뉜다는 모양이었다.

첫째가 바로 로밍나이트. 주로 하는 일은 자금 조달이나 물품 보급, 정보 수집.

그리고 두 번째가 앵커나이트.

바깥세상과 단절되어 이곳을 지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사단이며 감시 지역을 칼같이 지키는 병력이다.

이곳에 오는 이들은 모두 각기의 사정이 있는 편인 만큼 각기 원하는 방식대로 머무르는 편이기도 했다.

"그렇게 말하면 로밍나이트 쪽이겠네."

"데이비는 그럼 밖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거야? 성이 있으니 귀족? 아니면...... 왕족인가?"

"저래 봬도 왕자야. 일국의 왕자, 그리고 영주이기도 하고."

"와아...... 왕자님을 실제로 보다니......."

일리나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포크를 들어 나를 가리켰다.

황족의 예법 따위는 가져다 버렸다는 듯 소탈하게 행동하는 그 모습을 팔란 제국의 황족이나 귀족들이 봤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나저나 정말 대단했어! 그 골렘 직접 만든 거라며?"

"맞아, 훈련할 때 갑자기 마탄이 쏟아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어어? 하는 사이에 영역을 죄다 빼앗겼지 뭐야."

쌍둥이 소녀가 문득 생각난 듯 재잘거리며 물어왔다.

훈련할 때 내가 저들을 얼마나 엿 먹였는지 모르는 게 아니기에 당장 멱살을 틀어잡아도 이상하지 않으련만.

이들은 그저 훈련이니 그렇고, 강한 이가 견제하면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얘들 머리가 전부 꽃밭인데?'

[꼭 그렇게 비뚤어지게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훈련 당시에 그녀에게 걸어두었던 의지 전송마법을 변용해서 말을 건네자 그녀의 답변이 들려왔다.

[사실 나도 걱정이긴 해.]

그러면서도 걱정을 하는 일리나였다.

확실히 몇몇은 훈련 당시 내가 보여준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경계하는 건지 분했던 건지 경계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였다.

한쪽에는 아주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고 있는 시오 하울과 무슨 일이 있어도 놀라지 않을 것처럼 무표정한 트레브도 보였다.

시오 하울과 트레브의 팀은 내가 있던 팀의 정 반대편.

그 탓에 내 공격에 의외로 영향을 받진 않았지만 시오 하울에게 있어선 내가 훈련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둬버린 것이 그렇게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시오 하울은 뼛속까지 앵커나이트야. 그래서 로밍나이트 소속의 단원들을 좋아하지 않아. 뭐라고 할까, 앵커나이트와 로밍나이트 사이에 있는 알력싸움도 있고.]

'멍청한 새끼.'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두 가지 기사단이 서로 힘을 합치지 않고 분열하면 비밀 기사단 라스트 위스프의 한 축인 리인포스 알파는 예전에 분열되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애초에 인종 차별주의자가 해박한 논리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잖은가.

페르세르크의 절묘한 비유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런데 나는 골렘이 그렇게 강한 존재인 줄 처음 알았어. 게다가 일리나가 퍼뜨려놓은 함정에 당하기만 하고......."

"확실히 도구로 싸우는 스타일은 처음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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