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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08화 (108/1,559)

# 108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5권 8화

그 희귀하다는 특질능력자도 있는데 전투 연금술사가 없다.

사실상 전투 연금술사라는 직종은 여러 가지 요소에서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나로서도 고대의 기술이 집약되어 만들어진 골렘의 원판이 없었다면 메가트론을 만들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초 고대문명에선 어떤 복잡한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까지 연금술이 발전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현재의 시점에선 연금술은 그저 발전해가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과거가 오히려 발전성은 높았으리라.

-모든 발전은 무기의 발전으로부터 온다지.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학창시절을 즐기는 학생처럼 스스럼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던 중이었다.

"그나저나 두 사람은 무슨 사이?"

"그러게. 일리나는 그...... 적탑의 최연소 장로님과 약혼내정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했지? 그럼 연인관계는 아닐 테고."

크게 부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마음이 없지는 않은 모양인데.

'윈리의 연적이 좀 하이 스펙인데? 성격이 좀 괴리감이 들어서 그렇지.'

-쯧쯧.

저들끼리 고민하며 궁금해하는 모습이지만 애석하게도 동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그리 흥미를 끌만 한 요소는 아니다.

뭐라고 답을 해야 좋을지.

내가 펠리스티 공국에서 일리나를 물 먹이고 도망갔고, 그 후에 열이 뻗친 그녀가 나를 단호하게 응징하기 위해 하인스 영지까지 찾아왔다가 엮인 사이다?

음, 제법 그럴듯한데.

"비밀을 공유한 친구."

다만 그런 쓸데없는 미사여구를 붙일 생각이 없는지 일리나는 그저 담담한 얼굴로 조용히 답할 뿐이었다.

다만, 친구라는 단어에 상당히 집착을 한다는 느낌도 피할 수 없었다.

-저 아이 정도의 황족에겐 친구라는 존재도 함부로 만나고 사귈 수 없는 입장일 테니.

이해는 된다.

"어머! 일리나 님,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어요."

그때였다.

백색의 화려하면서도 단정한 복장의 소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일리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루시아?"

동시에 그녀의 정체를 파악한 일리나가 움찔거리자 그녀가 헤실헤실 웃어 보였다.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 얼마 만에 돌아오신 거예요?"

"아. 그게......."

"이 모든 게 초대 성녀님이신 다프네 님의 은총이지요."

아무리 봐도 주신 프리아를 모시는 성국 신관의 복장인데.

주신 프리아도 아니고 그 성격 나쁜 성녀 다프네?

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자 맞은 편에 있던 린시가 쿡쿡 웃어 보였다.

"루시아 쉘만은 지독할 정도로 초대 성녀의 광팬이거든. 그래서 매번 초대 성녀의 업적을 줄줄이 외우고 다니면서 전파하고 다녀. 문제는 그게 좀 과한 편이라......."

그녀의 설명에 황당하다는 심정을 숨기지 못하고 루시아를 바라보았다.

"반가워요. 루시아 쉘만이라고 해요. 여긴 제 파트너인, 데이비 님이시죠?"

"아...... 네."

"정말 잘 오셨어요. 이럴 게 아니라 데이비 님도 초대 성녀님이신 다프네 님의 숨겨진 업적들에 대해서!......."

이미 시동이 걸린 듯 조잘거리는 그녀의 얼굴에는 성녀 다프네를 향한 존경심으로 가득해 보였다.

저 녀석은 모를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 존경해마지 않던 초대 성녀가 회랑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내 생각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질린 표정으로 도망가려는 제 파트너의 손을 꽉 잡고는 여지없이 다프네의 업적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다프네 님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신의 환생이라 불릴 만큼 고결하고 선하시며, 신성하신......."

아니 그 여자 욕쟁이에 성질 더러운 술고래라고.

* * *

루시아 쉘만은 생각 이상으로 찰거머리였다.

세상에 여러 케이스의 인물이 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이렇게 모든 일에 다프네가 빠지지 않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일리나가 검신의 흔적에 집착을 부리는 건 봤지만 이건.......'

-집착 수준이 아닌 게지.......

광적인 사생팬!

"성서에 남아 있는 초대 성녀 다프네 님은 어릴 적부터 비상했다고 전해진답니다. 그분의 성품에 반한 또래의 소년 소녀들이 하나같은 마음으로 따랐다고 해요."

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렇게 존경해 마지않는 다프네가 실제로 일대 아이들을 아우르는 최고의 골목대장이었다는 사실을.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들은 그 작은 주먹으로 모조리 다 쥐어팼다고 하더라.

"다프네 님의 인품은 성국 내에서도 유명하답니다. 어떤 범죄자도 그분과 대화를 하고 나면 스스로 참회한다고 전해져 올 정도니까요.

그 자애로운 언변에 [x발]이나 [x같네], [개x 같은 잡 x러지 x끼] 라는 단어도 포함이 된다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정확히는 자애와 포용으로 범죄자를 참회시킨 게 아니라 주먹으로 참회시키긴 했다만.

-데이비 참아! 그 사실을 알려주면 그대는 분명 멱살을 잡힐 게야!

입이 근질근질하다.

"그뿐이 아니에요! 초대 성녀님이신 다프네 님은 프리아 주신님을 섬김에 있어서 하루도 빠짐없이......."

"매번 하는 정기 예배가 귀찮다고 짱박혀 숨어있다가 걸렸다고는 했지."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목소리에 나는 뜨끔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네?!"

-아이고...... 주둥이가 화근인 게지.

'사실인데 어떻게 하라고, 본인 말로는 별 같잖은 이유를 들먹여서 잘만 넘어갔다고는 했어.'

내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루시아에게 어색하게 웃어주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다른 사람 말입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지요? 초대 성녀님이 짱박혀 숨어있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손바닥으로 하늘 못 가린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가 가라앉았다.

-그대는 회랑 영웅과 관련되면 의외로 충동적인 경우가 많아.

글쎄, 나도 왜 그럴까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굳이 오해하고 넘어가 준다면 더 이상 물고 늘어질 이유는 없었다.

계속해서 다프네 찬양론을 늘어놓으려는 루시아의 기세에 질린 그녀의 파트너가 급히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아하하, 미안해. 얘 발동 걸리면 나도 못 막으니까. 우린 다른 곳으로 갈게. 따라와 이 기지배야."

"꺄악! ! 초대 성녀님과 같은 교단의 성기사로써 좀 더 교양있게......."

"내가 모시는 건 주신 프리아 여신님이지 다프네 성녀가 아니다."

급기야 창백하게 질려가는 다섯 명의 눈치를 빠르게 확인한 그는 이런상황이 익숙한 듯 루시아의 뒷덜미를 낚아채 가버렸다.

", 루시아의 파트너다 보니 매번 고생이네."

"그러게."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더니.

이런 걸 두고 내로남불이라고 하던가.

[내래 로동당의 이름으로 남조선 간나새끼들을 불태워버리갓서!] 라는 뜻은 아니고.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이야.'

익숙하다는 듯 대화를 나누는 걸 보니 하루 이틀 일도 아니라는 소리일 터다.

"저기 린시? 기사단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정신없던데......."

그때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던 일리나가 조용히 물었다.

"아, 데이비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를 말하는 거지? 확실히, 외부인이라고 해도 선생님들까지 그렇게 긴장하는 모습은 드무니까. 시오도 선생님도 좀 과하게 나서긴 했지. 그 녀석 나서는 거 엄청 좋아하잖아?"

"으음...... 이걸 설명해야 하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쌍둥이 자매가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있던 중이었다.

"초월체 샨드라를 누가 건드렸다는 모양이에요."

좀 전까지 멀찍이서 구경만 하던 주홍빛 머리카락의 예쁘게 생긴 소녀가 천천히 다가와 매력 있게 웃으며 대답한 것이다.

"알리사 페트릭......."

동시에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일리나가 약간 피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랜만이에요 황녀 저하."

"여기서까지 저하를 붙이지 마."

"후훗."

만족스러운 듯 우아하게 웃어 보인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상부에선 기사단 내부에 분열을 조장하는 첩자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덕분에 분위기도 요 모양 요 꼴이죠. 게다가 최근엔 마물의 공습으로 기사단원분들이 다수 죽고 다쳤어요."

"알리사! 그거 견습생에겐 기밀이야!"

"어머, 그랬나요?"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싱글벙글 웃어 보인 그녀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하지만 당신들도 알고 있는데 일리나와 데이비 님만 모른다는 것도 웃긴 일이죠, 그렇지 않나요 데이비 왕자님?"

그녀의 말에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런가요."

"후훗, 설마 데이비 왕자님까지 이곳에 올 줄은 몰랐는데."

"나를 아십니까?"

"어머, 당연하죠. 저도 로밍나이트 소속이니까요, 동대륙에서 현재 데이비 왕자님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이는 거의 없답니다."

사근사근하게 말하며 내게 다가온 그녀가 고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외모 면에서 평가하자면 그녀는 일리나보다 조금 아래의 수준.

물론, 비교 대상이 사기적이라 그렇지 충분히 굉장한 미녀에 속했다.

하지만, 미묘하게 기시감이 든다.

나쁜 느낌은 아닌데, 뭐라고 설명하는 게 좋을지 모를 듯한 느낌이다.

"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나를 말없이 지켜보는 그녀의 모습에 그녀가 짧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고 당당하게 내밀었다.

"필체를 남겨주세요! 기왕이면 제 이름을 써주시면......."

"예?"

"팬입니다! 당신은 제 우상이에요 데이비 왕자님!"

빨개진 얼굴로 외치는 그녀의 모습에 아주 순간이지만 얼빠진 얼굴을 하고 말았다.

* * *

알리사 페트릭은 그녀와 같은 팔란 제국의 소귀족이었다는 모양이다.

"알리사의 가문인 페트릭 가문은 보수파의 일원이거든. 그래서 그 녀석. 어릴 때부터 여자로서의 교양이라든지 여자답게 살아라 라든지,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해."

"그게 내가 우상인 것과 무슨 상관이지?"

"알 만한 사람은 아니까. 네가 라운 왕국의 왕실에서 힘 하나 없이 그저 격류에 휩쓸리던 유약한 왕자라는 걸. 그런 네가 독립해서 굉장한 사업을 성공시키고 빠르게 영지를 발전시키고 있으니까."

네 이름, 의외로 중부대륙에도 많이 퍼져있어.

그녀는 작게 웃으며 뒷말을 덧붙였다.

테이블에 걸터앉아 다리를 까딱거리던 일리나의 설명에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까."

"또 뭔가를 달겠다고?"

"그냥 욕심이지. 커스텀 파츠 붙이듯이 떼었다가 붙일 수 있는 거면 좋겠는데."

-그대의 로망이 전기톱이라면 본녀는 드릴 쪽이 더욱 끌리는데.

페르세르크의 의견에 고민하듯 메가트론을 바라보던 내가 눈을 반짝였다.

"드릴...... 오오. 그거 좋다."

"드릴? 그게 뭐야?"

내 말에 불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일리나가 떨떠름하게 물어왔다.

그에 나는 대답 대신 지켜보라며 그저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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