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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17화 (117/1,559)

# 117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5권 17화

"선생님! 저희도 찾으러 갈 수 있게 보내주세요!"

"철없는 소리 하지 마! 이미 세 견습생을 찾으러 보리스 선생님과 프리도스 선생님이 3층으로 가셨다!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

"그래도 여기서 계속해서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과하게 반응하는 펜디르의 외침에 견습생들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떨어졌던 루시아 쉘만은 펜디르의 파트너였으니 말이다.

가장 그와 호흡을 맞춰왔고 친한 이였으니 가장 속이 탈 것이다.

다만, 반대로 시오 하울의 파트너인 환술사 트레브나 데이비의 파트너인 일리나는 처음에 비하면 상당히 침착한 모습이었다.

"저기...... 일리나......."

걱정스레 주변을 둘러보던 쌍둥이 자매가 일리나를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은 거야?"

"아? 아아...... 응. 처음엔 조금 당황하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별문제는 없겠다 싶어서."

그리 말하는 일리나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가차 없이 베틀엔트들을 찢어발기고 있는 메가트론이 보였다.

이곳의 모두를 지키라는 말을 묵묵히 수행하는 저 거대한 골렘은 이곳에 체류하면서 습격해오는 마물들을 향해 닥치는 대로 드릴을 들이밀고 전기톱으로 갈라버렸다.

그야말로 하나의 광전사.

일리나는 저 무식한 골렘의 저런 모습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어찌 잊을까. 검의 천재라 불리며 17살의 나이에 익스퍼트 최상급까지 오른 그녀가, 비록 칼디라스는 없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검까지 착용했던 그녀가 무참히 패배했던 놈의 모습인 것을 말이다.

문제는 그때보다 놈의 움직임이나 파괴력이 일면 상승한 모습이라는 점.

마냥 마스터 급인 선생님들에 비하면 미약하나 견습생들의 입장에선 똑같이 재앙이나 다름없다.

현재 견습생들을 지키던 선생 중 보리스와 프리도스는 아래층으로 떨어진 세 사람을 찾기 위해 떠났다.

결국 남아서 혹시 모를 사태를 책임질 수 있는 건 상급 정령술사인 실리아 하나뿐이라는 소리였다.

괜한 불안감. 쉴만하면 모습을 드러내는 베틀 엔트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쳐있다.

본래라면 곧바로 밖으로 나가 버렸을 테지만 어째서인지 유적의 구조가 바뀐 탓에 함부로 나갈 수도 없는 처지였다.

"당장 바닥이 덜컹! 하면서 열리고 세 사람이 안전하게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쌍둥이 자매의 말에 몇몇이 동조했다.

"그래, 크게 걱정하지 말자. 선생님들도 가셨잖아?"

"시오도 있으니까. 그 녀석 성격은 그 모양이라도 실력은 확실하지?"

"데이비도 있을 테니......."

"골렘이 여기 있으니 문제지. 그 녀석 연금술사이면서 골렘술사잖아."

"아......."

환해지던 분위기가 다시 급 다운되기 시작했다.

저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강력한 마스터들인 선생님들조차 내려간 지 한참이 지났는데 찾지 못하고 있다.

듣기로는 지하 3층부터는 위험한 것들이 돌아다닌다고 했으니 어쩌면 벌써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었다.

"아마 큰 문제 없을 거야."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던 일리나가 떨떠름하게 중얼거렸다.

"네?"

"괜찮다니요?"

일리나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견습생들의 얼굴을 보며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데이비라는 이 소름 돋는 천재 연금술사 흉내를 내는 녀석이 실은 소드마스터라고?

정작 본인도 처음에 당황해서 난리를 피웠는데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본들.

고민을 하던 그녀가 애꿎은 바닥을 툭툭 찼다.

우웅.......

그때였다.

"바닥이 왜...... 헤그 떨어져!"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던 일리나가 눈을 부릅뜨며 헤그에게 소리쳤고 헤그는 곧 그가 서 있던 바닥이 큼지막하게 서서히 붉어지는 것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우왁!!"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물러난 그는 곧 바닥에서 김이 올라오며 새빨갛게 변하는 것을 보고 파랗게 질린 얼굴을 했다.

"이...... 이게 무슨?!"

"얘들아 물러나렴!"

동시에 그것을 발견한 실리아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멀든을 준비시켰다.

갑자기 고열에 녹아 없어지는 바닥 너머로 무엇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으니까. 애초에 오러 블레이드로도 잘 잘리지 않는 석재로 된 이 유적의 벽이 열로 녹일 수 있는 수준이던가. 싶은 그녀였다.

치이이익.......

이윽고, 새빨갛게 익은 바닥이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내자 몇몇이 긴장했는지 목울대 너머로 침을 꿀꺽 삼켰다.

"거...... 걱정 마 얘들아. 선생님이 반드시 지켜줄게."

무엇이 튀어나오려는 것일까.

잔뜩 긴장한 그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무너져 내린 구멍 속에서 튀어나온 건 괴물이 아닌 가벼운 대화 소리였다.

괴물이 아닌 사람의.

"륀느, 효율이 높지 않다고 판단."

"뭐가 안 좋은데."

"데이터를 분석, 데이비 님은 이보다 더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고 계산, 아동착취라고 명시. 이것은 륀느가 낮게 평가."

"너 연식 오래되었다면서, 나이는 네가 더 많을 거 같은데."

"륀느, 감정회로가 심각하게 과열 중, 이것을 격한 분노라 판단."

"야 인마!?"

"미사일 드롭킥을 채택. 이것은 륀느가 높게 평가!"

도저히 방금까지 피 튀기는 싸움판이었다고는 생각지 못할 가벼운 대화 소리.

동시에 무언가에 맞은 듯 구멍 위로 튕겨 올라오는 남자와 그를 향해 맹렬한 드롭킥을 날리며 튕겨 올라오는 나신의 소녀까지.

그야말로 닭 쫓던 개마냥 그곳에 있던 모두는 구멍 안에서 튀어나온 이들을 그저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47. 5000 대 8.

결과적으로 유적 탐사 자체는 사상자 없이 해결되었다.

실제로 사상자라고 해봐야 우선적으로 유적의 3층을 탐사하던 이들 중 몇몇이 사망한 게 전부라 차라리 기사단의 미래인 견습생들이 살아남은 것에 안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건 일의 사후엔 그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하는 법.

당연히 이번 일에 휘말렸던 루시아 쉘만과 시오 하울, 그리고 나는 기사단 상층의 호출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이 있었다.

본래라면 그 상층부라는 양반들 한번 만나는 거야 문제 될 게 없다만.......

나는 상부의 호출에 단 한마디로 거절 응답을 던졌다.

'영지에 쥐새끼가 숨어들어서 박멸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비록 내가 라스트 위스프 중 하나인 리인포스 알파에 편승해 재미를 좀 보고 있다지만 내 본래 직업은 엄연히 한 영지의 영주.

그리고, 기사단 내에서의 내 위치는 견습생이라곤 해도 후방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로밍나이트를 지망한다.

당연히 속세의 연을 끊지 않는 조건에서 기사단에 각종 보급 물자나 자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활동 대부분을 채운다.

즉, 각 마경에 뼈를 묻고 움직이는 앵커나이트와는 다르다는 소리였다.

물론, 로밍나이트의 조건은 그런 지속적인 자원제공의 능력이 있을 경우에 한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한둘도 아니고 수천 명을 담당하는 자리에 있는 인물이었기에 기사단 상층부도 별다른 핑곗거리를 찾지 못했는지 그러라는 허가만 내려왔다.

본래라면 곧 있을 그녀의 시험에 맞춰 그곳의 볼일을 끝내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이제 슬슬 왕실 측에서 큰 사달이 날 것 같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참는 것으로 해온 처음이자 마지막 효도가 끝을 볼 시기도 다가올 것이다.

유적 지하에서 만난 뱀파이어, 밀피유의 말이 사실이라면 겁대가리 없는 모기 새끼 하나가 나를 노리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아마 거짓은 아니리라. 실제로 황색 바위 부족에서 나를 노리고 덤벼든 뱀파이어 놈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놈들과의 악연은 펠리스티 공국 때부터 이어져 왔지만 마냥 놈들을 박멸하기엔 사실 정보가 조금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현재 내 정보원을 담당해주고 있는 잭, 아니 아이나 헬리샤나의 정보력으로도 이들의 움직임을 잡는 게 쉽지 않다.

애초에 무언가 단서를 남기거나 발견이 되어야 정보가 되는데 그런 게 일절 없으니 그야말로 외계인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기우라면 기우였던 것일까.

아니면 이 영지에 있는 뱀파이어의 천적을 눈치챈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당장 큰 습격이 없다 해서 안심할 부분은 아니었다.

"모기 새끼 빨리빨리 튀어나와 주면 좀 후딱 파리채로 때려잡겠는데."

짜증스레 중얼거리면서도 내 입가에선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영지로 돌아온 뒤 약 일주일.

내 눈앞에는 륀느를 제외한 5기의 제각각인 골렘들이 도열해 내 기분을 극도로 도취시켜주었다.

전체적인 구상은 사실 회랑에서 심심할 때 만들어둔 것을 현재 가용 가능한 상황에 맞춰서 만든 게 전부지만.

워낙에 압도적인 출력과 섬세한 마법세공 덕분에 제법 흥미로운 녀석이 나왔다.

영지 방어 가디언 중 최고 선배인 근접계통 버서커이자 올라운더 포지션인 [메가트론].

다른 골렘과 다르게 킬로미터 단위의 초장거리를 담당하는 파괴력 몰빵의 저격용 골렘 [스나이퍼].

그리고 화력이 적당한 마탄과 날카로운 소형 쇠 볼트를 마치 미니건 갈기듯이 쏴대는 중거리 견제용 골렘 [저거노트].

기본적인 전투능력을 떠나 정보 수집이나 기동성에 모든 것을 맞춘 탓에 거대한 치타와 같은 형태로 변형할 수 있는 기동 타격용 골렘, [퓨마].

마지막으로 메가트론과 같은 전위이되 방어능력에 80%의 전투력을 꼴아박은 골렘 장갑차, [탱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골렘들을 통제하는 엘더브레인 [륀느]까지.

륀느는 내가 아직 알아내지 못한 미지의 비밀이 가득한 녀석이다.

게다가 기억도 뒤죽박죽에 몸의 해치를 개방해 내부를 확인해도 도저히 알아 처먹을 수가 없는 역대급 고대놀러지를 담고 있는 녀석이라 현재 나로서도 이 녀석만큼은 함부로 분석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었다.

아쉽다면 아쉬운 상황이지만 마냥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동력공급을 근섬유처럼 아주 오밀조밀하게 짜는 기술에 대한 구상이 떠오르기도 했으니까.

이런 식으로 고대 기술을 야금야금 털어먹으면서 강화하다 보면 언젠가 광선검을 뽑아 들고 적에게 돌진하지 않을까.

뽕이 차오르는 느낌에 절로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게다가 자체 수복기능까지 있는지 필요 물자만 공급해주면 스스로 시간을 들여 회복할 수 있다는 모양인데.......

"데이비......."

"......."

"데이비!!"

"싸우다 죽어라, 모두 용기벼...... 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자신의 말이 한참이나 무시당했다고 여겼는지 화가 난 일리나의 외침에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손가락으로 골렘들을 가리키며 외쳐왔다.

"저것들...... 전부 저 막장 톱을 가지고 있는 골렘하고 똑같은 거야?"

"초기 버전이라 성능이 조금 떨어지긴 해도 큰 차이는 없지?"

이놈들도 하나하나 확인하고 개선의 여지가 많은 녀석들이다.

"하아...... 전엔 그 기괴한 드릴인지 뭔지도 파츠로 만들더니...... 나중 가면 아주 날아다니겠다?"

"그렇게 만들 생각이다."

못 만들 줄 알았지?

재료만 있으면 당장에라도 시도해볼 생각이라고 답변해주자 그녀의 얼굴에서 얼이 빠져버렸다.

성공할 확률은 아직 낮지만.

"후임의 든든한 모습, 이것은 륀느가 매우 높게 평가!"

무표정인 주제에 즐거워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륀느의 대답에 일리나가 떨떠름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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