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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97화 (196/1,559)

# 197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8권 21화

당연히 이긴다는 반응이 한가득하던 연합군의 야전 사령부.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진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의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크으....... 비겁한 놈들, 감히 떼로 덤비다니......."

다름 아닌 콘타스 제국에서 원조를 위해 찾아온 처단부대의 단장 중 하나인 알라 공작이었다.

그는 현재 수치심과 분노로 인해 걸리는 누구라도 잡아 부숴버릴 것처럼 흉흉한 기세를 내뿜었다.

"단 하루 만에....... 엄청난 양의 병사를 잃었어요."

언데드군단과 첫 전투는 어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2만 명의 언데드를 상대로 한 첫 전투는 맥이 빠질 정도로 너무 허무한 승리를 얻어버렸다.

갑작스레 전략 전술을 포기했는지 무작정 돌진을 외치던 놈들은 함정이란 함정에는 모조리 걸려들면서도 오로지 전진만 했으니 말이다.

그 덕분일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압도적인 첫 전투에 연합군의 사기는 끝을 모르고 치솟았고 모두가 이 전투를 지휘한 참모 살리반 황자와 뛰어난 신성 마법을 보여준 성녀후보 앨리스를 칭송했다.

연합군에게 잠재적으로 가장 강할지도 모른다는 데이비 왕자는 사실상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전투에서 살아남았으며, 대승으로 이끌어준 눈앞의 이들이 중요할 뿐이었다.

당연 일이 잘 풀리는 만큼 연합군의 공격은 거침없어졌고 계속해서 방어하는 데에만 급급하던 전황을 뒤엎으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실제로 반쯤은 성공했다.

산성을 보수하고 실제로 언데드 군세가 점령하고 있던 소규모 영지 몇 곳을 수복하기도 했다.

거기까진 좋았다.

한켠에선 다른 전장을 휩쓸고 돌아온 일리나가 데이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미 살리반 황자와 앨리스 성녀후보의 위세에 감화된 이들에겐 들리지 않는 치기 어린 투정에 불과했다.

앨리스 성녀후보는 거기에서 일리나를 대놓고 지적했다.

당신이 무능했기에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이 죽은 겁니다. 재능이 뛰어난 건 인정하지만, 당신은 아직 무언가를 죽인다는 일에 대해선 너무 어려요.

지금까지 산성 밖으로 언데드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서던 일리나가 무능한 황녀 취급받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일리나로선 기가 막힐 상황이었다.

성녀후보 앨리스는 영악했다.

그녀는 빠르게 전황의 상태와 이번 토벌의 승리를 점친 뒤 고작 며칠 만에 연합내부에서 자신의 세력을 구축했다.

거기에 그녀와 처음부터 충돌했던 린디스의 대공 카트린느나 율리스, 혹은 일리나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과 손을 잡은 살리반 황자를 통해 그들을 각기 구역을 방어하러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의견에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남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이 그녀의 생각대로 되는 것 같았다.

그녀를 칭송하는 이름은 높아지고 있었으니까.

'선두에 내가 서겠습니다. 언데드의 공격이 주춤한 지금이야말로 기회. 제가 선두에서 서서 신의 섭리를 거부한 자들에게 단죄를 내리겠어요.'

제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건지, 목적을 위해서는 제 목숨도 기꺼이 바칠 강심장인 것인지.

성녀후보 앨리스를 필두로 성기사단과 몇몇 뛰어난 이들의 합류에 따라 곧장 토벌 별동대가 꾸려지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토벌대가 출발하기 직전 들려온 거대한 나팔 소리에 연합군은 자신들이 세운 계획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각 산성에서 올라온 급한 구원요청이었다.

8개의 산성을 번갈아 공격하며 간이나 보던 언데드였다.

전략 전술을 사용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스펙이 딸려 충분히 막아낼 수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역변하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상대 네크로맨서는 이제 장난은 끝이라는 것처럼 느닷없이 공세를 올리기 시작했고, 연합군은 그에 따라 방어전에 나섰다.

한번 이겼는데, 두 번을 못 이길까.

그것은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각 산성을 보호하기 위해 싸움도 멈추고 흩어졌다.

익숙하게 전황을 파악하고 준비하고 있던 일리나가 지휘하는 산성 3곳과 불여우 대공 카트린느 카라벨라가 지휘하는 산성 1곳, 그리고 연합군 본대가 있는 곳 1곳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의 산성을 하루아침에 함락당해버렸다.

부상자는 속출했고, 사방에서 비명과 고통스런 울부짖음이 가득했다.

앨리스의 신성력으로도 그들을 치료할 순 없었다.

약화시키는게 고작 전부.

끝도 없이 사기가 오르던 연합의 분위기에 차가운 물이 끼얹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 *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싫다고 말했습니다."

단호한 요구에 단호한 대답으로 응한다.

뭐 파리라도 날아들었나 싶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거절해버리자 살리반 황자의 눈이 아주 잠깐 크게 뜨여졌다.

"데이비 왕자님."

"살리반 황자님, 전쟁은 각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진 않겠지요."

"......"

"나는 분명 최전방으로 보내달라 처음부터 요청했습니다. 멍청이가 아닌 이상 내가 단순히 명성을 위해 그런 판단을 내린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강하니까 이제와서 도움을 요청합니까? 당신의 눈에는 내가 필요할 때 꺼내쓰는 도구로 보였습니까?"

"하지만......."

"애초에 나는 연합군에 소속되지 않았던 몸입니다. 스스로 돕기 위해 찾아온 겁니다."

내 말에 그가 끝내 침묵했다.

"그런 내 도움이 필요 없으니 뒤에서 치료나 하라고 처박아둘 땐 언제고 불리해지니 곧바로 손바닥 뒤집어 구원요청을 해요?"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죽고 다치겠지요. 계속해서 증원되는 연합군의 세력이 얼마가 되건 상대가 가진 언데드의 독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저들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상황을 보지 않아도 알겠다는 듯 말하지만 살리반 황자는 반박하지 못했다.

"나는 본래 이곳에서 수출되던 식량 때문에 온 겁니다. 그런데 이제 의미가 없어졌어요. 이제 나는 이곳에서 치료 활동만 하면서 주신 프리아 여신의 가르침을 베풀면 그만입니다."

세계수와의 전쟁을 대비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거래 수단이 후방치료라면 까짓거 식량을 조금 늦게 구한들 늦지 않는다.

"데이비 왕자님, 잠시만요!"

황급히 일어난 그가 소리쳤다.

"인정하겠습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더는 사람이 죽어 나가는 사태를 좌시할 수가 없습니다."

이 와중에도 자신은 청렴하게 나오시겠다.

한숨이 절로 나온 내 시선이 차갑게 깔렸다.

"좋습니다. 돕는다고 치죠. 그런데 말입니다."

내 미소에 그의 눈이 꿈틀거렸다.

"뭔데,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습니까?"

"예?"

"성녀후보 앨리스. 그 여자가 교황성하라도 됩니까? 뭔데 이리 뻣뻣한지 모르겠네요."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인 그녀는 뭔데 얼굴도 비치지 않는 것인가.

"앨리스 성녀후보에게 전하세요.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정도껏 하라고, 시건방을 봐주는 건 이전이 마지막이었으니."

내가 비록 명예 성자라곤 하나 위품으로 따지면 성국에서도 내가 그녀보다 위에 존재한다.

그런 마당에 뭐?

도움이 필요하니 빨리 오라고?

위아래와 경우를 상실한 여자에게 상식적인 대우가 필요한가.

"자......, 잠깐만요!"

"륀느, 연합 참모님 가신다. 배웅해 드려."

"거부하면 유혈사태를 허락해?"

"나는 환자를 치료하느라 바쁘니까, 쫓아내."

"흐응......, 륀느가 데이비님 거침없음을 높게 평가."

망설임 없이 돌아서 버린 나는 그를 지나쳤다.

"데이비 왕자님!"

그때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살리반이 급히 나를 다시 불렀다.

"아직 할 말이 남았습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가고 있는 병사들이 있습니다. 그건 왕자님께서 도와주지 않으시면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젠 여론전으로 압박을 가하려 한다라.

일리나의 표정이 점점 험악해지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당당하게 나를 보는 그를 향해 나는 느긋한 어조로 대꾸했다.

"연합에 합류했지만, 참모의 명령에 따라 후방으로 좌천당한 제가 무슨 힘이 있어서 나섭니까."

"제가 참모입니다! 과거의 명령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러니 지금이라도......."

"그리고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건 그곳뿐만 아니라 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내가 손을 놓는 순간, 후방에 배치된 사령부에 미친 듯이 밀고 들어오는 환자들을 모두 살릴 수 없을 테니까.

"나는 내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는데......."

말끝을 흐리자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전방에 계신 분들은 그렇지 않나 봅니다. 하....... 이건 누굴 탓해야 하나......."

* * *

"왜 나서지 않아."

내 질문에 자리에 앉아 팔을 치료받던 일리나가 서클릿을 험악하게 벗어던졌다.

"나서? 내가 나서서 뭐가 달라지는데? 네 성격 뻔히 아는데 거기서 나서서 초를 치라고? 잊지 마. 나도 지금 화가 나서 돌아버릴 지경이니까."

하루아침에 사람이 수십 죽어 나가는 전쟁 때문인지 그녀의 말투는 상당히 까칠해져 있었다.

"난 누구 편을 들어야 돼? 제국을 위해서라면 네게 도움을 요청해야 해 맞아. 하지만...... 반대로 이게 맞는 일이야? 넌 제국 사람도 아니고 제국을 돕기 위해 온 조력자인데 그 조력자의 의견을 모조리 묵살하고 제 입맛대로 다루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데......."

그녀가 단호한 시선을 보냈다.

"지금은 네가 되겠지. 앞으로 다른 이들이 될 수도 있어. 그리고 나중엔 그 부메랑이 내게도 올 테고."

"흐음......."

"무엇보다 짜증 나는 건. 정작 이 사태의 원흉인 앨리스 성녀후보는 머리도 들이밀지 않았다는 사실이야, 알아?"

그녀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사령술, 혹은 흑마법에 관해선 제국도 성국의 의견에 맞춰줘야 해. 그건 조약이니까. 그래서 앨리스 성녀후보의 횡포도 지켜보고 있지만 이건 옳지 않아.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끔 만들려면......."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이후 내가 치료를 끝내고 소매를 다시 내려주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회가 있을 때. 기를 잡아놔야지."

"화끈하네."

"그러니까 부탁할게. 데이비.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이 뭔지는 몰라. 하지만 그것이 끝나고 이해관계의 문제가 다 처리되면......."

꼭 도와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내어줄 테니.

그녀의 호소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지금도 전쟁을 치르고 있을 병사를 향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 * *

언데드 군단의 공세는 점차 거세졌다.

처음엔 그저 느긋하게 구경만 하던 상위 언데드들이 가세하기 시작하고.

언데드들의 공격성이 더욱 가속화된다.

가장 속이 터지는 건 다름 아닌 일리나였을 것이다.

그녀는 한솥밥을 먹는 그녀의 부하들을 이끌고 나갔고 희생을 치러가며 지금까지 지켜냈다.

그녀의 입장은 그러했다.

내가 올 때까지 버티면 어떻게든 해결이 될 것이다.

그녀가 봐온 나는 상식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괴물이었으니까.

상대가 강하다곤 해도 그녀가 봐온 나만큼의 저력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실제로 그녀는 철두철미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언데드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어떻게든 산성을 지켜냈다.

그런데 연합군이랍시고 합류한 작자들이 그것을 다 망쳐놓았다. 장난은 끝이라는 듯 나서는 언데드의 공세에 산성 세 곳을 한순간에 빼앗겼다.

죽어라 싸우고 왔더니 연합 수뇌부의 하드한 트롤링에 복장이 터질 수밖에.

결과적으로 내 입장에선 이리되나 저리되나 상관없었다.

내가 나서서 놈을 자극하지 않았다면 쓸데없는 희망을 품은 연합군은 제 살 썩어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병사를 들이박았을 것이다.

첫 대패만큼의 피해는 나오지 않았겠지만, 그게 지속되는 순간 수배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피해가 계속 나왔을 것이다.

성전이라는 핑계를 대고 끝도 없이 희생을 강요할 것이고.

반대로 내가 놈을 자극함으로 인해 공세가 거세지면서 함부로 싸울 수 없게 된 연합군이 제대로 싸우지조차 못하고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그 덕분일까.

오히려 첫 전투 이후 사망자는 생각 이상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적이 만만하니 싸워보는 것.

그리고 아, 이건 진짜 아니다 싶어 바로 후퇴하는 것.

어느 쪽이 사상자가 클지는 더 볼 것도 없었다.

물론, 전투를 피한다고 질병까지 막아내는 건 아닌 만큼 늘어나는 건 질병에 노출되어 후방으로 후송되어오는 병사의 수였다.

"추가 환자입니다! 모두가 지독한 피부병입니다!"

"1번 병동으로 전부 옮겨, 이쪽 일이 끝나는 대로 이동할 거다. 륀느."

"륀느, 대기 중."

"가서 상황 확인하고 내가 주입해준 정보로 해결할 수 있으면 사전 조치 취해놔."

"롸져."

귀엽게 거수경례를 올리고는 등허리에 달린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가는 그녀의 모습에 시선이 이리저리 몰렸다.

생판 처음 보는 이종족이니 륀느의 시선 집중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예상대로 후방사령부의 의료소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흘러갔다.

-공세가 거세지니 오히려 사망자가 줄었다라....... 이건 진짜 생각도 못 한 결과로군.

"세뇌를 조금 걸어놨거든."

8서클 거인족 리치, 클레르 오르판을 상대로 나는 한가지 세뇌를 걸었었다.

공세를 강하게 적개심을 심어주면서 반대로 일정 이상 집요함을 지워버린 것이다.

덕분에 언데드의 공세는 강하지만 반대로 끝까지 추격하지 않으니 작정하고 도망치면 큰 문제 없이 후퇴할 수 있다.

사령부의 입장에선 계속되는 패전에 아주 난리가 났지만 나는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맛으로 구경하는 꼴이었다.

땅덩어리를 계속 빼앗기는 만큼 저들은 속이 탈 것이다.

연합 참모 살리반과 성녀후보 앨리스의 입지가 실시간으로 줄어드는 걸 구경하는 것도 퍽 재밌는 일이다.

그렇게 공세가 압도적으로 강해지기 시작한 지 약 일주일.

결국, 곡창지대를 지키던 8산성은 모두 빼앗겼다.

무엇 때문에 8개의 산성을 기를 쓰고 빼앗았는지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필요에 의한 공세였다는 건 분명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치료 활동에 매진했다.

질병에 노출되어 후방으로 후송되는 병사의 수가 치료해도 해도 끝이 없을 정도로 몰려왔으니 말이다.

그 덕분인지 카운트는 아주 잘 되고 있다.

15323/20000.

일주일 전에 천명 가까이 되던 숫자는 어느덧 거의 70퍼센트를 채웠다.

직접적인 치료 이외에도 내 손을 타고 치료가 이뤄진 것들은 모조리 카운트가 된다.

사망자는 극단적으로 적은데 질병으로 인한 부상자는 끝도 없이 솟아난다.

이제 길어야 나흘 정도면 모든 게 정리가 되리라.

주신 프리아 여신과의 거래도 끝이 날 것이고. 입지가 좁아질 대로 좁아진 성녀후보 앨리스는 주변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좌천되리라.

은근슬쩍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이 많긴 했지만, 모조리 쳐낸 덕이 없잖아 있었다.

"젠장....... 이 전쟁은 완전히 망했어."

패잔병 중 한 병사가 벽에 늘어져 주저앉은 채 중얼거렸다.

"왜 아니겠어. 빌어먹을 거, 싸움을 하려 해도 물리거나 독이 묻은 칼에 베이는 순간 죽음 확정인데 어떻게 싸우라는 건지."

"성녀후보라더니 뭐야. 아무 힘도 못 쓰잖아. 그저 신성력으로 조금 몸을 치료하고 활기 돋게 해주는 것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야!"

"그러게나 말일세, 그 정도면 일반적인 신관들도 할 수 있겠군."

여론은 극도로 나빠졌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앨리스는 그 선전 효과 덕분에 역풍을 제대로 맞고 있었다.

뿌우우우우!

"연합군이 복귀합니다!"

밀리고 밀려 더 이상 밀릴 수 없는 후방사령부까지 공세가 밀렸다.

언데드 군단의 다음 목적지는 바로 내가 있는 이곳.

사령부였다.

가장 문제가 될 법한 바리스는 이곳에 내가 발을 묶었고, 율리스의 경우 어차피 후방 화력지원이기에 크게 목숨이 위태로운 일은 없었다.

절컥....... 절컥.......

의료소를 빠져나와 말없이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어주던 중이었다.

나는 고요한 발걸음으로 내게 다가오는 한 무리의 성기사단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간만에 보는 얼굴이 보였다.

두 명의 성녀후보 중 하나인 앨리스였다.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연인가 봅니다. 나는 성녀후보님 같은 인간상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데."

내 미소에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

"제가 장난하는 거로 보이나요? 당신 같은 악마가 어째서 성흔을 받았는지......."

"내가 말했을 텐데."

내 말에 그녀가 침묵했다.

"땅따먹기는 다른 곳에 알아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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