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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26화 (225/1,559)

# 226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9권 25화

하늘에서 쏟아지는 백염의 구체는 이제 구체라고 하기보다는 타원형의 태풍이 되어 떨어졌다.

그 크기는 고작해야 축구공에서 조금 더 커진 사이즈였지만.

초월의 종언이 가진 권능으로 인해 불어난 사이즈는 축구공이라고 볼 수 없는 거대한 사이즈가 되었다.

쿠웅!! 쿵!!

창공 높이 떠오른 백광의 구체는 곧 수십 갈래로 갈라지며 지상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백염구의 목표는 모두가 신목의 성지.

당연 저 불덩어리들이 모조리 낙하하는 순간 대비하지 않고 있던 엘프들은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리라.

"쿨럭!"

쓴 기침을 토해낸 뒤 입을 스윽 닦아 털어내자 근처의 나무에 새빨간 무언가가 튀었다.

아이고, 아까운 내 피들.

이후 나는 미련 없이 손에 쥐고 있던 초월의 종언을 허공에 던졌다.

-으악! 저 귀물을!

"이제 당분간 못 쓴다."

스태프도 스태프지만,

마나가 모조리 고갈되었으니 이그드라실과의 싸움에서 원소 마법을 기대할 순 없다.

스스로 공간 너머로 사라지는 초월의 종언 대신 나는 하늘에서 추락하는 백광의 구체가 있는 방향을 향해 홍단이와 청단이를 뽑아 들었다.

-데이비?! 검은 기본적으로 원소마나를 사용.......

'사령마나라고 해서 못쓰란 법은 없어.'

내 심장은 현재 엔진과 비슷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마나는 전신을 회전하는 혈도에서 서클을 만들고 돌아가지만.

기본적으로 원소 마법을 사용할 때엔 심장에 만들어둔 서클에 원소마나의 기어를 꽂아 회전시킨다.

문제는 좀 전 몸 안에 있던 원소 마나를 대부분 사용해버린 탓에 검을 다룰 정도의 마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그렇다면 마나 대신 그 원천이 같은 사령마나를 끌어와 원소마나의 대용으로 쓰는 수밖에.

내 손에 쥐어진 두 자루의 검에서 새카만 검기가 피워올려 지자 주변의 분위기가 일변하기 시작했다.

신검과 같은 위협적인 힘을 지니고 있되. 신검보다 더 세계수에 치명적인 힘을 가진 녀석들이니까.

이 두 녀석은 너도 조금 곤란할 거다.

내게서 멀어진 세계수는 거침없이 자신의 힘을 동원해 신목의 성지로 떨어지는 수많은 백염구체를 낚아채고 막아냈다.

모든 것을 태워버린 화염 덩어리를 고작 나무로 붙잡는 건 어불성설에 가까운 행동이었지만.

괜히 세계수가 아니라는 듯 순식간에 타원형의 구체를 휘감아 나뭇잎을 생성하고 집어 삼켜버리는 세계수의 힘은 실로 기함을 토할 정도였다.

물론 그걸 지켜볼 내가 아니었다.

"내가 그걸 그냥 둘 것 같냐?"

쿠웅!!

강한 힘이 실린 진각이 일순간 지면을 으깨며 뒤틀린다.

한계까지 중력을 품은 홍단이의 검신이 거침없이 떨려왔다.

[흑(黑) 중검 태산 쪼개기]

콰작!!

평소에 사용하던 붉은 색과 푸른색의 기류가 아닌 검은색으로 통일된 검기가 일어나며 얼어붙을 것 같은 시린 냉기와 위압감을 내뿜었다.

신목의 성지를 보호하기 위해 솟아오른 세계수의 가지 중 일부가 거침없이 잘려나갔다.

[감히!!]

표독스레 노려보며 소리치는 이그드라실의 외침과 함께 사방에서 튀어나온 수십 가닥의 굵은 나뭇가지가 나를 압박하기 위해 파고 들어왔다.

서걱!!

쩌억!

상당한 저항감과 함께 홍단이의 검신이 파르르 떨려왔지만, 효과가 아예 없진 않았다.

[여의 결계가 쉽게 부서질 것 같더냐!]

버틴다고 버티곤 있지만. 과연 얼마나 버틸지.

첫발에 무난하게 공격을 버텨낸 결계지만 계속되는 공세에는 답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얇지만 극도로 단단한 결계의 일면에 균열이 생기며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콰작!

그리고, 그런 방해공작 덕분일까.

세계수는 결국 몇 개의 구체를 모두 막아내지 못했고.

거대한 폭음과 함께 새하얀 백광의 빛이 거대한 결계를 부서뜨리고 신목의 거체에 충돌했다.

쿠웅!!

쿵!!

거대한 나무 일부가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거대한 나무줄기는 순식간에 새카맣게 타올랐고, 백염의 구체가 꺼질 때까지 불타올라 무너져 내렸다.

결계가 부서진 이상 내 공격에서 신목의 성지가 보호받을 순 없었다.

본래라면, 백염구체는 신목의 본체뿐만 아니라 성지 전역을 강타했어야 했지만.

이그드라실은 그런 백염구들을 가지로 모두 낚아채고 받아내어 신목에 정면으로 떨어지는 공격들을 모두 스스로 받아내었다.

"륀느, 디셉티콘 편대 전원 포화준비. 목표는 세계수의 본체다. 자비 없이 날려버려라."

"임무 수행."

내 말에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인 녀석이 푸른 눈동자를 번뜩였다.

[엘더브레인 명령하달. 각 편대장급 기체 모든 포화력을 동원.]

녀석의 머리 위에 떠 있던 원 고리가 커지며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거목을 벌목한다.]

투웅!!

기다렸다는 듯 미리 대기하고 있던 골렘들의 포격이 신목의 본체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 * *

엘프의 고향.

세계수의 성지.

숲의 주민들이 목숨처럼 아끼는 숲이 미처 막아내지 못한 공격의 여파에 무너지고 불타올랐다.

들어온 공격에 비해서는 상당히 작은 타격이지만 평화롭게 살던 엘프들에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비명이 난무하고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엘프들로 가득했다.

서걱!!

한 차례 번뜩인 붉은 섬광이 앞길을 가로막던 거대한 나무들을 베어 넘겼다.

"이쯤 되면 내가 평화를 파괴하는 마왕 같은 기분이네."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전원!! 활시위를 당겨라! 침입자를 죽여! 더는 이 성지에 발을 들이게 두어선 안 된다!"

사방에서 들려온 외침과 함께 정령의 힘이 담긴 화살 수백 개가 일제히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유영하며 파고드는 화살은 위협적이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나는 화살이 오는 방향으로 향하던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홍단이의 검신을 바닥에 살짝 찔러넣었다.

쿠웅!!

그리고는 미련 없이 대량의 힘을 쏟아부어 거대한 검강을 만들어냈다.

"헉?!"

"저게 무슨?!"

콰앙!!!!

일순간 폭격이라도 되듯 가해지는 검은 검기는 나무 채로 베어버리며 화살을 일제히 부숴버리고 그들까지 덮쳤다.

쿵!!!!

동시에 하늘에서 쏟아지는 디셉티콘 편대의 포격이 추가타를 가하자 사방에서 비명과 절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악!! 내 팔!!"

"사......살려줘!! 살려줘!"

1차 방어선이 일순간 무너지면 남은 것은 결국 신목 안에 거주하고 있던 엘프들이다.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비전투 엘프들 말이다.

"도......도망쳐!! 악마가 들어오고 있다!"

"아이들! 아이들부터 피신시켜!!"

그래도 미성년 엘프를 보호한다는 마음가짐은 가지고 있는 건지.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피신시키며 어떻게든 나를 막아서기 위해 비전투 엘프들이 각자의 무기를 꼬나들고 내 앞을 막아섰다.

"악마 같은 놈! 이 이상은 더 지나갈 수 없다!"

그들의 외침에 나는 침묵을 유지했다.

-쿡......쿡쿡......정말 그대가 마왕 그 자체로군......좋지 않아.......

어색하게 웃다가 미소를 지워버리는 페르세르크의 심정과 같지 않을까.

솔직한 심정으로 기분이 상당히 더럽다.

촤악!!

기왕 악마가 되기로 했으면, 차라리 공포를 심어주리라.

무서워서 절대 덤빌 엄두도 나지 못하게.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희생을 막는 방법이다.

잔혹한 검은 섬광이 한번 번뜩이기가 무섭게 나를 막아서던 엘프들 몇몇의 몸에서 피 분수가 쏟아져 나왔다.

인간보단 민첩하다지만 결국은 전투 능력도 없는 일반 엘프들이다.

숲을 지키던 가디언들도 일거에 쓸려나간 마당에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제 동료들이 당해버린 엘프들은 본능적으로 놀라 나를 바라보곤 그대로 굳어버렸다.

[8서클 흑마법]

[피어]

마법 저항이 낮은 이들의 오감을 뒤흔들어 혼란을 주는 저주계통의 환각 마법으로, 공포에 한정하면 전설에나 나오는 드래곤의 피어에 밀리지 않는 효력을 지닌다.

리치 클레르 오르판만 사용할 수 있던 게 아니다.

내 눈을 마주친 엘프들은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몸이 굳어버렸는지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파르르 떠는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이를 딱딱 소리 내며 혼란스러워했다.

전의를 잃어버린 엘프들을 무시한 채 지나치기를 잠시.

신목의 성지 내부로 들어서자 아직까지 피난하지 못한 이들도 한가득 보였다.

"흐끅......흐끅......"

그리고, 그런 길목 한복판에는 아직 어린 엘프 소년 하나를 끌어안고 있는 엘프 소녀가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직 도망치지 못한 아이들이었다.

둘 다 아직은 미성년 엘프로 보인다만.

아무리 아이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엘프라도 이 난전 속에서.

내가 퍼뜨린 8서클 흑마법의 여파에 노출되고 나서도 자신의 목숨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잘 없으리라.

두려움에 질려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것도 잊은 채 도망가버린 이들에게서 낙오된 아이들이 제법 보였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남매가 있었다.

"누......누나......누나!"

울먹울먹거리며 제 누나를 더욱 끌어안는 작은 소년과.

"괜찮아......괜찮아......."

두려움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어떻게든 동생을 다독이는 엘프 소녀.

둘 다 다리가 풀렸는지 내가 천천히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감에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소녀의 복식은 엘프 중에서도 상당히 고위 엘프의 자식임을 나타내듯 깔끔하고 고풍스러운 복장이었다.

잠시간의 침묵이 있었다.

나를 올려다보던 엘프 소녀는 눈물이 흐르는 얼굴을 숙여 가린 뒤 억지로 쥐어짜듯 입을 열었다.

"사......살려주세요......."

목숨 구걸이다.

"저는 괜찮아요....... 제발......제 동생만큼은 살려주세요......."

하지만, 조금은 달랐다. [피어] 마법은 분명 생명체가 가진 본연의 공포심을 증폭시키는 마법이다.

그러니까 피시전자는 시전자인 나와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수십 번은 살해당하는 것 같은 환영을 본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참혹하게.

그런 두려움에 노출되어있으면서도 소녀는 제 동생을 끌어안고 어떻게든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말없이 검 끝을 내린 나는 소녀의 앞에 다가가 몸을 숙이고는 머리를 푹푹 눌러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옅은 신성력을 끌어올려 소녀의 다친 다리를 그대로 치유해버렸다.

동시에 피어의 영향에서 빠져나온 소녀는 자신의 다리를 치유한 나를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륀느, 근처에 누가 있나? 나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데이비님의 시력, 매우 정상 이것을 륀느가 높게 평가.

엘프 소녀는 영특했다.

단번에 내 말뜻을 알아들었으니 말이다.

소녀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킨 뒤 급히 제 동생을 부축하며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사방엔 도망치지 못한 엘프들이나 아이들이 보였다.

굳이 싸우지도 못하는 이들까지 죽일 필요는 없었다.

그런 그들 중 다친 이들에게 회복마법을 걸어준 나는 곧장 몸을 가볍게 튕겨 그대로 그들을 지나쳤다.

* * *

세계수의 본체 앞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엘프들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잔뜩 불러모아서 방패막이로 세워두었을 줄 알았는데."

[여를 모욕하지 마라. 여라고 하여 희생을 즐기진 않음이니.]

나는 곧 머릿속으로 직접적으로 파고드는 의지의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거대한 나무의 앞에 앉아있던 엘프 하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 뒤 나를 향해 다가왔다.

분명 단신의 엘프인데.

지금까지 내가 티오니스 대륙에 돌아오고 느껴 보았던 그 어떤 상황보다 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세계수 이그드라실.

일정 거리 밖으로 나가기 위해 만들어낸 분신체가 아닌.

세계수 본연이 가진 힘이며.

수많은 권능을 보유한 본체 그 자체였다.

그녀는 단순 세계수의 힘이 형상화한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저주는 제대로 들어갔나 봐. 로브를 뒤집어쓰고 계신 걸 보면."

[하찮은 재주로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고통을 당해왔는지 그대는 모를 게다.]

"그래서, 나머지 엘프들은?."

[......그대가 이곳을 공격하는 건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으니, 여는 그대의 악랄한 공격에서 최대한 많은 아이들을 살릴 수밖에.]

"그럴 거면 처음부터 숨어지내게 했었어야지."

신랄한 비판에 이그드라실의 표정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

"운명을 보는 눈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빈손으로 그저 나를 지켜보듯 눈동자를 빛내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나는 말없이 홍단이의 검 끝을 그녀에게 겨누었다.

"이제는 서로 도망칠 곳도 없잖아. 벌목하러 왔다. 여기서 내가 죽던."

전신으로 흘러나오는 새카만 기류에 이그드라실의 시선에 더욱 차가운 기류가 감돌았다.

-데이비? 어째서 주술을.......

'아직 안돼. 조금만 더.'

"네가 뒤지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끝장나야지."

[운명은 그대의 죽음을 점쳤음이니, 원하는 대로 여는 운명의 흐름에 따라 모든 힘을 동원하여 그대를 벌하리라.]

그 말과 함께 주변의 공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가 펼쳐 든 손바닥 위로 새빨간 꽃봉오리가 서서히 개화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거목의 위에 맺혀있던 꽃봉오리 또한 그녀의 손에 개화하는 꽃봉오리와 같은 모습으로 서서히 개화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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