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45화 (244/1,559)

# 245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0권 19화

-그으으으......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흘린 괴석 거인은 천천히 거체를 움직여 내게 다가왔다.

-기억......하지......못한다....... 기억이......없다.......

괴석거인은 자신이 있던 대륙에서 타 차원인 이 티오니스 대륙으로 날아온 이유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이 숲이었고, 대량의 힘을 자신도 모르게 흡수하며 이성을 되찾았다는 것이었다.

솔직한 답변으로 보면 완전히 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한 가지 부분을 주목했다.

"날아오기 전의 기억이 전혀 없다 이거지?"

-그렇......다. 인간......전혀 없다.......

"누군가와 마주친 기억은?"

내 질문에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없......다.

어렵게 구한 기회를 날린 감상은 제법 허탈했다.

-허나.

다만, 괴석거인은 이성을 잃어가면서도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확실......하지......않다만......, 빛을......빛을 본 것 같다.......

"빛?"

-순백의 빛......허나 어두운 빛.......

이 자식이 나와 수수께끼나 하자는 건가?

-새하얀 빛......허나......어두웠다. 따스하지 않고......차가......웠다.

말없이 그를 지켜보았지만, 그는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의 의식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콰앙!!

그리고, 본성만 남은 그의 거대한 주먹이 순식간에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반파된 지면이 또 한 번 크게 들썩였다.

"완전히 건진 게 없는 건 아닌 모양이다."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괴석거인의 주먹을 한 손에 든 부적 한 장으로 틀어막은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짐작 가는 바 있어?

"없지."

그딴 수수께끼만 보고 내가 어찌 알겠나.

다만. 한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차원을 넘을 정도로 높은 위계를 가진 무언가가.

의도적으로 내가 있는 이 티오니스 대륙을 향해 이들을 날려 보냈다는 것.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모종의 수가 있다.

무슨 이유로 이런 사태를 벌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샨드라 미네아의 분신체.

현의 수호신.

둘 다 같은 존재가 보냈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 모종의 무언가가 다른 존재를 또 보내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정보 고맙네. 이제 푹 쉬어도 좋아."

-도망......

"아니, 도망갈 일도 없고, 네가 죽을 일도 없어."

담담하게 말한 나는 곧장 아공간에서 몇 장의 부적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놈의 이마에 부적을 붙이고는 조용히 수인을 맺었다.

우웅!!!! 촤르르르륵!!!!

동시에 놈의 심장에 박혀있던 브로치에서 지금까지 흘러나오던 힘과는 다른 모종의 힘이 부적과 연동되기 시작했다.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 힘.

주술의 근원인 도력이다.

전대 세계수 조차 알아채지 못한 그 힘을 한낮 모기새끼들이 알아챈다고?

당장 줄 긋고 말라리아 모기가 되도 어림도 없는 노릇일 거다.

외부에 붙인 사슬과 연동을 마친 힘은 곧 변화를 만들어냈다.

금빛의 사슬이 일어나며 곧 놈의 전신을 꽁꽁 옭아매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나는 망설임 없이 나머지 부적을 던져 그의 근처에 붙였다.

당연 서로 연동되기 시작한 부적들은 완전히 활성화되었고.

곧 그가 남은 모든 힘을 쥐어짜 날뛰기 전에 완전히 봉인해버렸다.

[3급 주박부]

[영뢰봉인]

녀석의 상황은 딱 지금을 유지해야 한다.

* * *

괴석거인을 봉인한 직후 나는 곧바로 힘의 격류가 있는 곳.

즉 천자와 태후, 그리고 이 일을 꾸민 상위 뱀파이어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휘리릭...... 차악!

수십 장의 부적이 일제히 허공에 떠오르고 스스로 규율을 맞추듯 회전한다.

그리고는 마치 자신의 자리를 찾듯 천천히 내려앉았다.

우웅!!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가벼운 수인과 함께 주술을 발현시키자 푸른 빛이 부적에서 흘러나오며 서로 줄을 이었고 이내 거대한 문양을 만들어냈다.

어마어마하게 정교한 진이지만 2급 부적을 다루는 주술사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목적지는 내 힘을 결정화시켜 가지고 도망간 놈들이 있는 장소.

그 기척이 생각보다 가까운 것으로 보아 놈들의 은신처는 멀지 않았다.

내가 하려는 짓은 이른바 [빈집털이]

자신들은 습격을 당하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으로 인해 안일해져 있을 테지만.

그게 놈들의 숨통을 조이리라.

가장 먼저 나는 외부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던 저들의 결계를 부수지 않고 그 위에 내 힘을 둘렀다.

들어와서 힘을 흡수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고 결계를 쳤다.

그래, 원하는 대로 막아주마. 대신, 안에서 들어갈 수 없다면. 안에서도 밖으로 나올 수 없어야 할 거다.

손가락 빨면서 집이 불타는 걸 지켜보는 게 어떤지 직접 새겨주리라.

[2급 주술]

[대 축지]

치지지직!! 투웅!!

이윽고 주술이 완전 발동되기 시작했다.

2급 대축지 주술이 발동되기 시작하자 나는 곧장 목적지를 단 한 곳에 걸어 잠갔다.

바로, 괴석거인을 제외하고 내 도력이 일정량 이상 뭉쳐져 진을 만들어내고 있는 장소.

이 대륙에서 도력이 진을 만들고 있는 장소는 단 하나뿐이다.

바로 내게서 훔쳐간 힘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른 채 본진으로 퇴각한 놈들의 은신처.

지금 날뛰고 있는 힘의 격류는 엄연히 수호신의 것이다.

이미 내게서 훔쳐간 힘은 결정화되어 저들의 본진까지 이송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적어도 나를 경계하는 입장이라면 말이다.

거대한 파동과 함께 검은색의 균열이 일어나자 나는 청단이를 손에 말아쥔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투웅!!

그리고, 일순간 배경이 변하며 완전히 다른 세상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지하 공간.

그리고, 그 내부에 설치된 으리으리한 크기를 지닌 거대한 신전까지.

그리고.

내가 이동을 잘못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신시켜주듯 나를 보며 눈을 부릅뜬 뱀파이어들까지 보인다.

순식간에 낙하하며 하품을 하고 있던 남성 뱀파이어 하나의 목을 잡아 꺾어버린 나는 눈을 부릅뜬 나머지 뱀파이어의 몸을 향해 그대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마왕 유르그 식(式) 군중제어기]

[명치 존나 쎄게 치기]

투쾅!!!

몸이 약한 하급 뱀파이어가 이걸 견딜까.

단순히 제어하는 수준이 아니라 몸이 찢겨 나가는 위력에 사방에서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굉음을 듣고 근처를 지키던 다른 뱀파이어들이 빠르게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이미 시체가 되어버린 자신들의 동족과 그 동족을 처참하게 찢어발겨 버린 나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이......인간?!"

"인간이 여길 어떻게?!"

내 정체를 떠나서 이곳에 뱀파이어가 아닌 인간이 나타난 게 그리 놀라웠던 것일까.

음. 그럴 수밖에.

일대에 모든 마나를 차단하는 결계가 처져 있는데 대놓고 공간이동을 해서 들어왔으니 놀랄 만도 하다.

하지만.

나를 이동시킨 능력은 마나도, 사령마나도, 신성력도 아닌 이곳에 속하지 않는 힘인 주술.

마나를 차단하는 결계가 주술을 막을 리는 당연히 없다.

"인간이다!!"

"인간이 나타났다!!"

뜻하지 않는 불청객들의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신속했다.

급히 손에 쥔 구슬을 쥐어 터뜨리며 위기 상황을 알린 뱀파이어의 행동이 있고 난 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대량의 뱀파이어들이 나를 포위하며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벌집을 만들어버리겠다는 듯 전신에 새빨간 혈탄을 만들어 두는 이들도 있었다.

"환영인사 한번 끝내주네."

느긋하게 중얼거리며 돌아보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한가지가 달랐다.

상위 뱀파이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진짜 개미굴이었나 보군......

한곳에 몰려있는 게 아니라 대륙 곳곳에 이와 같은 은신처가 있다.

뱀파이어를 잡아서 물어보면 금주가 터져서 알 수 없으니......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움직이지 마라. 인간."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왔는가."

당장에 싸움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지만.

저들은 나를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조각상을 박살 내면서 한번 터뜨린 기류가 완전히 잠잠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은 다시 잠재웠지만, 일반적인 하급 뱀파이어들이 느끼기에 내 힘은 절대 함부로 덤벼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아이고 좋은 거래 감사해서 어쩌나."

힘을 살짝 빌려줬다고 이렇게 좋은 장소까지 초대해 주고 말이야.

말 대신 왼발을 내밀어 고정한 나는 곧장 청단이를 역수로 틀어쥐고 휘감듯 당겨 감았다.

우웅!!!!!

동시에 청단이의 검신이 맹렬하게 떨리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1미터 채 되지 않던 검신에서 푸른 기류가 마치 검강처럼 뻗어져 나오며 선명한 형태를 지니기 시작한 것이다.

애초에 대화의 여지가 없다면 남은 것은 충돌뿐.

내 행동에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그들이 급히 공격을 개시했지만.

이미 청단이의 변화는 끝을 맺은 후였다.

손에 쥔 검은 작은 검이다.

하지만.

청단이가 만들어낸 형상은 이미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검으로 변한 뒤였다.

15미터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환검의 존재는 완성되기가 무섭게 맹렬하게 푸른 화염을 빛내며 타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망설임 없이 놈들의 겨누고는 그대로 검 끝을 회전시켰다.

목표는 일대의 뱀파이어.

유적까지 날려버리는 것도 좋겠다만. 그랬다간 그 안에 있을 소중한 자료까지 날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정밀하게 세공해서 겉에 설치된 결계까지만 부숴주마.

청단이의 힘은 결계를 부수는 데에 완전히 특화되어있으니까.

[초 중검]

[2급 주술도]

[병합기]

[구름 가르기]

"피......피해?!"

위험을 눈치챈 뱀파이어 하나가 급히 소리쳤다만.

이미 늦은 걸 어쩌리요.

새파란 십수 미터의 검은 망설임 없이 일대의 뱀파이어들을 모조리 집어삼켰고. 그대로 날아들어 일대를 깔끔하게 양단해버렸다.

* * *

콰아앙!!!!

대규모 폭발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끄아악!!!"

"괴......괴물이다! 피해! 도망쳐!"

뱀파이어들의 비명이 난무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십 개의 화염구는 각각의 위력은 높지 않았지만, 지속해서 낙하한다는 점과 한번 폭발한 후 일대를 불태워버린다는 점에서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그냥 화염도 아니고 하필 뱀파이어에게 가장 위험한 성화(聖火).

8위계 성마법인 [신의 화염]인 만큼 상급도 아니고 일반 뱀파이어들이 막을 리는 없었다.

"놈을 막아!! 더는 들어오지 못하게 해!!"

이곳에서 숨어있던 상위 뱀파이어들은 자신들의 집이 털리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으리라.

완전히 빈집털이가 성공해버린 탓에 무리 없이 진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저항이 없는 건 아니었다.

"우리 영역에서 꺼져라! 미개한 인......커헉!!"

"그 미개한 인간한테 죽어도 할 말 없지?"

순식간에 놈의 심장을 꿰뚫어버린 나는 피가 묻은 팔을 털어낸 뒤 신전의 내부로 들어섰다.

사방이 아비규환으로 바뀐 그들의 은신처를 보고 있으니.

"속이 시원하네."

그동안 겁도 없이 덤벼댔으니.

이 정도는 싼값으로 쳐줘야지.

그동안 앓던 이였던 이놈들의 본진을 빈집털이한다는 쾌감.

마왕 페르세르크의 부활을 위해 준비하던 자료. 혹은 그에 필요한 것들.

그 외에 뱀파이어들의 정보와 그들의 귀물.

마지막으로 귀금속 수집을 좋아하는 그들이 모아왔을 대량의 재화까지.

이거 완전 일석 사조 아니더냐.

-1을 주면 10을 내놓으라더니......

"그게 꼭 뱀파이어 한정은 아니야."

아직 10을 받아낼 곳은 더 남았다.

뱀파이어가 아니고, 이곳에서 돌아간 후 사후처리를 해야 할 '현' 국 또한 말이다.

"나는 시험의 숲 절반을 내 걸로 가져갈 생각인데."

그 숲을 지킬 지킴이는...... 그래, 마침 4대 신수중에 바람과 뇌기를 다루는 녀석이 하나 있다.

-그게 가능......설마......그대 괴석거인을 회복시키지 않고 봉인한 이유가......

"살고 싶으면 내놔야지. 내가 손 떼는 순간 난리가 날 텐데."

음산하게 웃는 내 중얼거림에 그녀의 안색이 찌푸려졌다.

-뒤끝 장난 없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