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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49화 (248/1,559)

# 249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0권 23화

마치 간을 보듯 멀리서 그르릉 거리는 곰은 이쪽에서 먼저 행동을 취하기 전엔 들어오지 않을 듯 보였다.

마치 지식이 존재하는 것처럼 기다리고 있는 곰을 보며 차라리 마리아는 잘되었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팔에 감아둔 천을 찢었다.

부욱! 소리와 함께 천이 찢기자 타냐가 눈을 감은 채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걱정 말아요. 눈을 가리려는 것뿐이니."

"하...... 하지만 마리아 공주님......."

"알아요. 이걸로 효과 없을 거라는걸."

그녀는 맹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요소를 통해 주변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맹인인 그녀가 대상을 특정해 바로 찾아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이는 없었다.

문제는.

시야가 보이게 되어버리면서 그것이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었다.

손을 써오던 이가

갑자기 손이 사라지고 촉수가 생겨난다면, 그걸 잘 쓰는 게 가능할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런 그녀의 특징을 두고 데이비는 분명 한가지 단어로 축약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인해 다른 것을 느끼는 특이체질의 존재.

흔히 말해 특질능력자라고 말이다.

제 오라비는 그런 마리아 공주의 모습을 보고 그렇게 말하기도 했었다.

눈을 보지 못하기에 힘을 사용하는 케이스라고 말이다.

그 능력에 대해 자세히 알 순 없지만, 확실히 지팡이 하나 없이 눈을 안대로 가리고 다니면서도 지장이 없는 건 보통의 맹인이라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뭐해요! 활 들어요!"

마리아에게 해보겠다고 말은 했지만, 타냐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었다.

그때 상념을 깨는 마리아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콰앙!!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거대한 곰의 포효와 함께 두꺼운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아 덜덜 떠는 타냐 이외에도 마리아의 상태 또한 좋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가려도 파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시야 장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거리를 전혀 잡을 수가 없었다.

마치 인간이 한쪽 눈을 갑자기 잃었을 때 원근감을 상실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눈을 다시 파낸다면......!"

투쾅!!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마리아가 급히 화살 끝을 뽑아 빛을 받아들이고 있는 제 눈을 겨누었지만, 그보다 곰의 공격이 더욱 빨랐다.

순식간에 날아든 거대한 앞발은 그녀를 아슬아슬하게 스쳤지만,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는지 몇 차례나 뒹굴었다.

"쿨럭......쿨럭......"

폐가 찌그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은 그녀가 기침을 토해내며 제 가슴께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내려다보았다.

처음으로 보는 새빨간 선혈이다.

사람의 피란 이런 색이었구나. 반사적으로 몸을 굴려 피해내면서도 마리아는 잡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거리 감각도 엉망인데 생전 처음 보는 세상의 모습에 눈길을 사로잡혀 도저히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크아앙!!

마치 장난이라도 치듯 바닥을 내리치며 위협하는 곰을 피해 물러난 그녀는 피를 울컥 토해낸 뒤 쓰라린 가슴께를 압박하고 소리쳤다.

"타냐, 왕녀님! 정신 차려요!! 아직 죽은 거 아니잖아! 내 걱정하지 말고 활을 들어!!"

그녀의 외침에 타냐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내가 시간을 벌게요. 놈의 머리는 의외로 단단하지 못해....... 하지만 기존의 공격으론 머리에 닿게 공격할 수가 없어요."

숨을 거칠게 내쉬며 거리를 벌린 마리아는 곰이 타냐를 노리지 못하게 시선을 끌며 크게 소리쳤다.

"그러니까......당신이 해야 해. 내가 놈의 시선을 끌 테니까 당신이 놈의 머리를 뚫어!"

그녀의 외침에 타냐는 손에 쥐고 있던 단궁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허리춤에 꽂혀있던 화살 하나를 천천히 꺼내 들었다.

"바람을 느껴요, 소리를 듣고, 진동을 감지해! 할 수 있죠?"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뛰어난 궁술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가능한 도전이기도 했다.

사실 궁수에게 있어서 시력이란 가장 중요한 것인데도 말이다.

"......집중해볼게요."

짧게 숨을 들이마신 타냐는 눈을 감은 채 활대를 천천히 들었다.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곰의 포효 소리와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타냐의 귓가를 때렸다.

"꺄아아악!!"

급기야 모두 피하지 못한 마리아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녀의 손은 더욱 다급해졌다.

'바람......바람!'

그리고는 반사적으로 화살촉을 허공에 겨누고 그대로 당겼다.

"제발!"

피잉!! 카앙!!

허공을 찢고 날아간 화살은 정확히 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실로 놀라운 조준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방향이 어설펐던 탓에 화살은 곰의 머리가 아닌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빗맞았어요!"

"아......아아......"

"괜찮아요! 놈의 시선은 내가 끌 테니까, 다시!"

크게 외친 마리아가 눈을 감은 채 나무 위로 빠르게 튀어 올라갔다.

그 모습이 어찌나 민첩한지 놀라울 정도로 유연했다.

피잉......

그리고 그녀의 손끝에서 연녹빛의 기류가 감돌더니 정확히 곰의 머리를 향해 연녹빛의 섬광을 쏘아냈다.

"서......성공했어?!"

본인이 하고도 놀랐는지 그녀가 눈을 크게 떴지만 곰의 신경은 좀 전 자신을 쏘았던 타냐에게 쏠린 후였다.

"피해요! 왕녀!!"

-크아아앙!!

빠르게 돌진하며 타냐에게 덤벼드는 곰을 쫓아가기엔 늦었다.

마리아가 비명을 지르며 눈을 크게 뜨자 타냐는 이를 악물고 그대로 몸을 튕기듯 굴려 곰의 방향을 벗어났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바람과 울림을 캐치해 낸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의 사투를 지켜보던 소년은 조용히 웃어 보였다.

[화살을 쏠 때 가장 중요한 부위가 어디인 것 같냐.]

[눈이요?]

[반만 맞다. 시야, 중요하지, 하지만 보고 쏘는 건 멍청이도 할 수 있는 행위다.]

[그럼 뭡니까? 바람이라도 됩니까?]

[마나는 뒀다가 어디에다 쓸래. 바람과 파동도 중요하지만 마스터급 궁수인 마스터헌터가 되기 위해선, 마나의 흐름과 결을 볼 줄 알아야 한다.]

[흐음......]

[검사가 마나를 응축하고 결을 만들어내고 상대의 흐름을 찾아내는 것과 같아. 다른 점이라면, 자의적으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게 검사라면, 궁수는 반대로 상대의 흐름을 찾는 거라는 걸 명심해라. 지금부터 나는 너를 향해 활을 쏠 거다. 넌 그 흐름을 보고 눈을 가리고 피해.]

[못 피하면?]

[죽진 않겠지만, 죽도록 아프겠지.]

개 같은 엘프.

궁술을 가르쳤던 스승, 신궁 아폴론의 목소리가 머리에서 아른거리자 괜스레 인상이 찌푸려졌다.

마나의 흐름을 감지하는 것은, 마스터헌터에게 가장 첫 번째로 요구되는 사항이다.

침착하게 활시위를 머금으며 숨을 고르는 타냐의 모습에 소년은 씨익 웃으며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타냐, 잊지 마. 첫째는 침착함이야."

-크아아앙!!

동시에 타냐를 향해 달려들던 곰이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연녹빛 화살을 쳐내고는 대상 표적을 바꾸고 마리아에게 덤벼들었다.

마리아는 기본적으로 타냐 이상급으로 활에 대한 재능이 좋아 보였다.

단순히 의존하던 감각 하나를 뒤틀어버리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서서히 깨닫고 그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 소년은 곰과 사투를 벌이는 마리아를 향해, 화살촉을 겨누고 있던 타냐를 향해 조용히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 목소리가 타냐에게 닿진 않겠지만 상관없었다. 타냐는 이미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오라버니 말 기억하지? 타냐. 숨을 가다듬고."

그 말과 동시에 마치 직접 듣기라도 한 것처럼 타냐가 천천히 자세를 굳힌 뒤 활시위를 강하게 당겼다.

스스스슥......

동시에 거대한 바람이 그녀의 화살촉 끝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세상에......정령의 사랑을 받는 아이!

'현' 국의 신관은 확실히 용한 인간이었다.

그의 점괘는 지금껏 틀린 적이 없고, 마지막으로 내놓은 점괘 또한 틀리지 않았다.

마리아 공주가 특질능력자로 천부적인 궁술 재능을 지녔다면.

타냐는 엄연히 바람의 사랑을 받는 인간이니 말이다.

바람의 정령사였다면, 정말 대성했을 케이스이기도 하다.

놀란 페르세르크의 외침을 무시한 채 소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천천히 몸을 회전하는 마나를 제어하고, 천천히 흘려. 활이 네 몸이라 생각하고, 오라버니가 보여줬던 흐름대로."

소년의 중얼거림에 타냐의 몸에서 흐르던 마나가 서서히 빨라지며 서서히 그 크기를 불려가기 시작했다.

엄연히 타냐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마나의 양과는 차원이 다른 양이었다.

본인은 집중하느라 모르는 듯했지만.

마리아 공주는 생각지도 못한 대량의 마나가 바람에 섞여 휘날리기 시작하자 하던 것도 잊은 채 눈을 크게 뜨고 타냐를 바라보았다.

"타냐...... 왕녀님?"

"마음속에 수를 셋 읽고."

천천히 소년의 말을 되새긴 타냐가 눈을 감은 채 갑자기 활시위를 풀었다.

그리고는 허리춤에서 화살 두 개를 더 꺼내 들고 그대로 세 발의 화살을 활대에 걸고 활시위를 당겼다.

투쾅!!

그리고, 미련 없이 손을 놓았다.

[강사]

이름은 타냐의 오라비인 데이비가 짓 않았지만, 이 기술을 만든이가 처음으로 지어준 이름이라고 들었다.

순간적으로 바람이 일렁이며 거대한 반동이 일어나자 타냐의 신형이 휘청거린다.

연녹빛의 섬광은 세 발의 화살을 강하게 뭉쳐서 빠르게 회전해 날아들었고, 정확히 곰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물론, 정면으로 오는 만큼 곰은 당연 그 거대한 앞발로 타냐의 공격을 그대로 쳐냈다.

카앙!!

다만, 금속도 뚫지 못한 곰의 팔은 마치 드릴로 오랜 시간 헤집은 것처럼 순식간에 찢기고 뒤틀렸다.

당연 팔에 큰 부상을 입은 곰이 제대로 반응할 수 있을 리 없다.

휘청거리는 곰이 타냐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자 마리아 공주의 얼굴에 낭패감이 어렸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상황에 눈을 크게 떴다.

눈을 감은 채 타냐가 몸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반대편 화살통에 꽂혀있던 길이가 두 배는 될 법한 거대한 화살을 두 개 꺼내 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들어 빠르게 휘둘러 근처의 바위에 후려친 뒤 불똥을 튀겼다.

화르륵!! 동시에 놀랍게도 금속에 화염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물리 상식을 벗어나는 현상에도 타냐는 침착하게 두 개의 화살을 당겼고, 돌진하는 곰을 향해 한발도 물러서지 않은 채 그대로 땅겼던 팔을 풀어냈다.

[현사]

현란한 화살.

순식간에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든 화살에 곰이 뒤도 보지 않고 타냐에게 정면으로 덤벼들었다.

하지만.

곧 그것은 곰의 치명적인 실수였다는 듯 허공에서 선회한 화살이 순식간에 곰의 미간을 관통해버렸다.

퍼엉!!

그리고 또 한발이 곰의 옆구리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거체를 그대로 옆으로 날려버렸다.

"하아......하악!"

숨을 참고 있었던 것처럼 거칠게 숨을 토해내며 타냐가 그대로 주저앉은 건 그 후의 일이었다.

궁수가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넘어야 하는 두 가지 경계 중 하나가 방금 무너진 것이다.

* * *

서로 기뻐하는 두 소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곧이어 시신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다 자리를 뜨는 마리아와 타냐가 사라지기가 무섭게 그곳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침묵하고 있는 곰의 사체를 흘끗 본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불닭아."

단조로운 부름이었지만 효과는 탁월했다.

-끼에에에에엑!!!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내 주변으로 거대한 화염이 일어나며 거대한 화염의 새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전신에 불로 뒤덮인 불닭이는 제 존재감을 드러낸 뒤 천천히 다가와 불을 꺼뜨렸다.

그리고는 내 손에 제 부리를 비벼댔다.

"후임 좋아해?"

내 질문에 불닭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만 나는 대답 대신 품 안에서 꺼낸 부적들을 허공에 흩뿌리듯 던졌다.

가장 바람의 기운이 강한 이 숲에선 녀석을 소환하기 용이한 장소다.

나는 미련 없이 흩뿌려진 부적들을 가동했다. 동시에 쓰러져 있던 곰이 서서히 액체로 변하며 기괴하게 뒤틀린 괴물로 변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내게 심장을 적출당한 뱀파이어인 겔루스였다.

문제는 본래의 모습이 아닌 거의 반쯤 일그러지고 녹아내린 끔찍한 모습이라는 점이었다.

"거, 부작용 한번 거하네."

대가 없는 힘은 없다고. 놈들이 불사의 근원을 마구잡이로 끌어다 쓰는 대가는 저것이었던 모양이다.

-그르르르......네놈......네놈!!!!

나를 발견하기가 무섭게 일어서기도 힘든 몸을 일으켜 나를 공격하려 드는 놈을 보며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인데."

-이......이 악랄한 놈!!

"악랄? 악랄이라고 했냐?"

퍼엉!!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붉은 화염이 그를 한차례 휘감았다.

-크아아아아악!!!!

"네가 하려는 짓은 이것보다 더했는데."

빈정거리듯 말하자 놈의 표정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그래도 걱정 마, 네 할 일은 끝났으니까.

시험은 무사히 끝났다.

나머지 세 명은 탈락했지만 애초에 이 시험에서 합격하는 이가 몇 차례에 한 번 나온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합격선은 높았다.

-크......

고통에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보는 놈을 무시한 채 부적을 활성화하던 나는 조용히 선언하듯 말했다.

"나의 이름 아래 태어나, 나의 명에 따라 현현하라. 너에게 주어진 나의 권한은 바람과 뇌운 일지다."

담담한 내 목소리와 함께 바닥에 흩뿌려진 부적들이 살아난 것처럼 스스로 일어나 회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하늘에서 거대한 뇌운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네 이름은 쿠릉이로 하자."

콰르르릉!!!!

동시에 내 작명 센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뇌운에서 수억 도에 달하는 거대한 벼락이 쏟아졌다.

뇌기의 신수. 청룡의 탄생엔 반드시 거대한 벼락이 동반된다.

그리고, 성질 더러운 청룡은 곧장 자신의 이름을 기괴하게 붙인 내게 불만을 표해왔다.

이 시퍼런 갯지렁이가 어딜 감히.

이런 사태를 모를 리가 없다.

나는 마치 준비해둔 것처럼 금속 침을 꺼내 그대로 겔루스의 몸에 꽂아버렸다.

콰지지지직!! 당연, 피뢰침으로 유도된 대량의 전력은 놈을 관통하며 놈의 숨통을 단숨에 끊어버렸다.

"권선징악, 좋아. 자연스러웠어. 불닭아, 갯지렁이 사냥시간이다.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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