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3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1권 12화
약에 절은 듯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토인족 소녀는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또 왜 넝마만 걸친 채 수많은 인간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건지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멍한 얼굴에 반쯤 흐릿한 시선으로 공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쫑긋 솟아있어야 할 귀는 힘을 잃고 추욱 늘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피로함이 가득해 보였다.
예뻐 보이기 위해 화장을 했지만 내 눈에는 오히려 죽어가는 이들을 억지로 단장시켜놓은 듯한 모양새였다.
토인족 소녀.
토끼 수인으로 대륙 중남부에 위치한 대협곡에 소수 부족을 이루고 사는 종족이다.
세상에 나오는 것을 많이 좋아하지 않아 소수의 멤버만 모여서 살고 있다.
그뿐일까.
현재 대륙의 패권을 쥐고 있는 팔란 제국이 발안한 국제연합의 법안에 의해 합법적으로도 불법적으로도 절대 노예화가 불가능한 보호 종족이기도 했다.
그런 토인족 소녀가 이곳에 있다는 건 이 경매가 어지간히도 비밀스럽고 불법적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하기사. 미치지 않고서야 하인스 영지에서 납치한 엘프를 노예로 팔 생각을 하는 놈들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처......천! 천 금화 낙찰되었습니다! 토인족 처녀는 32번 손님의 손에 낙찰되셨습니다!"
텅텅텅!
마치 대법관이 판결을 내리듯 망치를 두드리기가 무섭게 무대 뒤에서 나타난 두 명의 사내가 모포로 토인족 소녀의 몸을 덮고는 뒤로 사라졌다.
"자자, 물건은 경매가 끝나면 일괄적으로 거래 후 지급하게 되어있습니다. 기다려지시겠지만 조금만 참아주십쇼?"
익살스런 말투를 고집하는 사회자의 말에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침묵을 지켰다.
"자! 다음 물건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게 뭐 있겠습니까! 자, 직접 보시죠!"
일반적으로 합법적인 노예시장에서 사들일 수 있는 이들과 다르게 국제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소수의 존재들.
볼티즈왕국 내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비밀경매는 대부분 그런 이들이었다.
예를 들어 정치싸움에 휘말려 소리소문없이 노예가 되어온 귀족 가의 여식이나 어린 소년. 혹은 이종족 까지.
그 수가 혀를 내두를 수준으로 많았지만 동시에 모두가 합법적으로 노예화를 했다간 난리가 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삼백 금화 나왔습니다! 또 없으십니까?!"
격한 외침에 나는 느긋한 얼굴로 다시 팻말을 들었다.
"오백! 오백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경매가 진행된 지 벌써 한 시간이 넘었다. 그동안 나는 주변에서 경악하여 나를 쳐다볼 정도로 무대뽀로 미친 듯이 사들였다.
당연 한두 푼에 해당하는 금액이 아니기에 모이고 모일수록 점차 금액이 천문학적으로 변해갔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계속되는 독점 낙찰 때문일까.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사방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긴 했지만, 대부분의 마음속을 페르세르크의 권능으로 훑어보면 대부분 한가지였다.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렇게 대량의 돈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쓰는가.
이런 불법적인 경매는 어느 정도 돈이 많거나 힘이 있는 이들이 찾는다.
문제가 생겨도 몰래 뒤처리가 가능한 작자들이 참가한다는 소리였다.
이런 비밀경매장에서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몇몇 덩치 좋은 사내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이에 나는 말없이 주머니에서 꺼낸 휘황찬란한 보석 하나를 그들에게 던져주었다.
"진품이다. 네깟 놈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나는 돈이 많아. 확인했으면 꺼져. 한 번만 더 거슬리면 네놈들을 잡아다가 끓는 탕에 던져버릴 테니."
짧고 굵게.
성격 정말 더럽고 막 나가는 부자 흉내를 제대로 내며 싸늘하게 일갈하자 덩치의 사내들이 잔뜩 굳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보석을 다시 내게 정중하게 건네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죄송합니다. 좋은 시간 되시길."
짧은 사과와 함께 물러가는 그들을 무시한 채 나는 이번에도 거침없이 팻말을 들었다.
"8......800 금화!! 800 금화 낙찰되었습니다!"
평균 시세의 두 배 이상 가격에 미친 듯이 사들이는 나의 행동 때문에 사회자의 입이 아주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이놈들도 결국은 돈을 크게 만지기 위해 이런 짓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제대로 봉을 잡았다고 여기는 것이리라.
"자! 그럼 이제 마지막 경매 물품만이 남았군요. 소문은 이미 들으셔서 아실 겁니다. 그 어떤 종족도 아름다움을 따라올 수 없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종족!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지만 실존했던 종족! 바로 요정족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 무대의 뒤편에서 잔뜩 넝마가 된 의상을 입은 금발의 소녀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잔뜩 겁을 먹은 두 소녀가 파들파들 떨며 엘프 소녀가 뒤집어쓴 커다란 면사가 흘러내리지 않게 보조하고 있었다.
-셋 다 하인스 영지의 소녀들이야.
페르세르크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오!"
"정말 엘프인 건가."
아직 엘프는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거니와, 신목의 성지와 달의 숲 엘프 모두가 상당한 보호 하에 있기에 노예는 노려볼 수도 없는 존재였다.
그런 마당에 처음으로 엘프 소녀가 경매장에 올라왔으니 이곳에 있는 이들의 욕심에 불을 지피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엘프는 평생 늙지 않는다 하였지요! 게다가 수명도 인간의 배 이상으로 길기도 합니다! 물론 걱정이 된다고요? 걱정 마세요. 저 엘프 소녀의 목에 걸린 마법 도구는 다름 아닌 종족을 숨겨주는 아티펙트입니다! 낙찰되는 순간 저희도 알아볼 수 없게끔 주인분이 원하는 모습으로 환상을 덧씌울 수 있습니다!"
아티펙트. 바깥을 행차할 땐 엘프의 상징인 귀를 인간형처럼 보이게 덧씌워주는 마법이 걸려있다.
그뿐 아니라......
"게다가 반항할 걱정도 없습니다! 고가의 아티펙트인 만큼 정신 제압도 완벽하니까요!"
"시끄럽고! 빨리 면사나 벗겨봐!!"
그때, 참을성 없는 한 가면을 쓴 남성이 격하게 외치자 사방에서 동조하듯 소란이 일었다.
희귀하긴 해도 가끔 보이던 다른 아인종과 다르게 엘프는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마치 광란의 현장을 보듯 아우성치는 이들의 성화 때문이었을까.
식은땀을 흘리던 사회자는 빠르게 눈동자를 굴리더니 이내 눈을 크게 떴다.
"네! 그렇다면 지금 바로 벗기도록 하겠습니다! 어이."
사회자가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고 두 소녀를 향해 으르렁거리자 두 소녀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바들바들 떨며 면사를 천천히 벗겨 내렸다.
그러자 멍한 얼굴의 아름다운 소녀가 경매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
"세상에......반드시 사야겠어!"
여기저기서 탄성과 함께 더러운 음심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반응에 두 소녀는 더욱 겁을 먹은 듯 바들바들 떨었지만, 엘프 소녀는 정신을 제압당한 탓인지 그저 멍한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무려 처녀입니다! 엘프 소녀를 구매하신다면 뒤에 있는 저 두 노예도 함께 끼워 드리겠습니다! 자! 그럼 시작하지요! 시작 경매가는 천입니다!"
그 외침에 사방의 소란이 일순간에 멎었다.
하지만 이내 미친 것처럼 가격들을 올려대기 시작했다.
"천백!! 천백 나왔습니다!"
"천백오십! 천백오십 나왔습니다!"
이전의 경매와는 차원이 다른 금액이 오가기 시작하자 경매장은 무슨 자연 어시장마냥 시끌시끌해지며 조급해하는 이들로 가득해졌다.
그때였다.
탁.
"이......이천!! 이천 나왔습니다! 이천!! 더 없으십니까?!"
-데이비!
"......"
갑작스레 거금을 투척하는 한 남성의 행동에 조급함을 느낀 페르세르크가 외쳐왔다.
다른 이들이 아닌 저 세 명의 소녀를 구하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게 아니던가.
당장 난동을 부리면 저 셋은 확실히 구해낼 수 있겠지만. 그래서야 처음부터 경매를 지켜봐 온 의미가 없다.
탁......
이윽고 나는 이천이라는 거금을 올린 가면을 쓴 사내를 바라보다 조용히 팻말을 들었다.
"이......이천백 나왔습니다!"
삑!
이천백을 올리기가 무섭게 사내가 이천이백을 올린다.
이에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삼천을 던졌다.
"사......삼천!! 삼천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내 행동에 짜증이 난 것일까.
사내가 고요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다시 팻말을 꺼내 들었다.
"삼천오백!!"
이 새끼가 돌았나.
뒷감당은 어찌하려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만, 같잖은 주머니 싸움해보겠다면야.
저쪽은 자신의 돈을 거는 것이다만.
나는 애초에 아무것도 건 것이 없다.
멈출 이유 따윈.
없다는 소리였다.
삼천.
사천.
오천.
급기야 오천오백 금화까지 올라가는 경매에 좌중이 기겁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몇몇은 나와 사내 두 명을 미친놈 보듯 바라보았다.
확실히 오천오백 금화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
"육......육천 나왔습니다!!"
격한 외침이 울려 퍼지자 나는 짧게 혀를 찼다.
그리고는 팻말을 다시 들어 올렸다.
"이......일만!! 금화 일만 개가 나왔습니다!!"
숨을 삼키는 소리와 기겁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지만 나는 심드렁한 표정을 계속 고수했다.
"저......정말 대단하군요. 금화 일만 개!! 더 없으십니까?!"
흥분한 사회자의 외침과 함께 나를 한참 동안 노려보던 사내는 곧 짧게 혀를 찬 뒤 팻말을 손으로 덮었다.
"낙찰!!! 금화 일 만개에 엘프 소녀가 낙찰되었습니다!!"
흥분한 사회자의 말과 동시에.
내가 되찾아야 할 마지막 이들이 내 손에 떨어졌다.
* * *
이런 비밀경매는 보통 끝까지 신분 보증이 확실해야 한다.
경매가 끝난 이상 내게 남은 것은 내게 팔리기로 된 불법 노예들을 데리고 유유히 돌아가는 일이다.
이 경매장에 참석했던 수많은 인간들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행동이다.
당연 작정하고 파헤치면 어지간해선 신상이 드러날 테고 그들의 분노를 모조리 받는 건 웬만해선 힘이 든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죽어도 나를 구분하지 못할 것이고. 설사 알아낸다 하여도 상관없었다.
가면을 쓴 채 사내들의 안내를 받아 내부로 걸어 들어간 나는 의외의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두말하지 않겠다. 내게 넘겨라."
"하......하지만 손님. 이것은 저희 블랙마켓의 철칙이라......"
"내 말을 듣지 않겠다고? 네놈.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이냐?"
가면을 쓴 사내의 으름장과 동시에 복면을 쓴 거한 두 명이 뒤에서 나타나 검 그립에 손을 올렸다.
현실적인 위협에 사내가 파르르 떨며 물러났다.
"하......하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규칙을 어긴다면 이곳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게 신뢰를 잃게 됩니다!"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쓰레기 짓을 해서 돈을 벌어먹는 놈이 감히 누구에게 토를 다는 것이냐. 아니면, 이 경매가 세상 밖에 그대로 전해지길 바라는 것인가?"
사내의 협박에 외알 안경을 쓴 사내가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하......하옵시면 차라리 낙찰된 그분과 직접 담판을 지으실 수 있도록......"
"그게 좋겠군."
짧게 중얼거린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다름 아닌 하인스 영지에서 납치되었던 엘프 소녀를 사들이기 위해 대량의 입찰을 감행했던 그 사내였다.
"건방지군."
나를 안내하던 사내들이 물러나기가 무섭게 그가 내게 다가오며 고압적으로 말했다.
"네놈......감히 내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하고 무사히 살아 숨 쉴 수 있을 거로 생각했나?"
그의 말에 나는 담담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감히?"
내부 건물로 들어오며 굳어져 있던 내 입에서 처음으로 실소가 어렸다.
"요즘 대주교는 겁이 없나 봅니다."
내 도발에 가면 너머 그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보이지는 않는다만. 입 모양과 눈동자의 수축 확장 정도만 본다면야 어려울 것도 없었다.
내 도발에 사내들이 순식간에 검을 빼 들고 내 목에 겨누었다.
"긴말 하지 않겠다. 네가 사들인 노예 중 엘프를 내게 양도해라. 지금이라도 순순히 넘긴다면 내 넓은 아량으로......"
"아량 좋아하고 자빠졌네! 미친놈이."
퍼억!!
[마왕 유르그 식(式) 군중 제어기]
[정강이 까기 약(弱)]
"커헉?!"
그의 말을 끊은 내가 거침없이 그의 정강이를 걷어차자 그의 몸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이에 나는 쓰러지는 그의 옷을 낚아채 멈춰 세우고는 천천히 말했다.
"쥐죽은 듯 살아. 네 정체, 네가 여기서 한 짓들이 전부 네 직장에 까발려지기 싫으면."
직장보다는 국가겠지.
문제는 내가 그쪽 국가의 입장에서 상당한 지위를 가지고 있거든.
뒷말은 이어붙이진 않았다.
하지만 앞의 말만 해도 충분히 큰 암시를 줄 수 있었다.
바로 내가 그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당연 나도 겉보기엔 그의 정체를 알아낼 수단이 없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상대가 뭘 뒤집어쓰고 있건 상대의 간단한 정보를 볼 수 있는 힘이 내게는 존재한다.
-희다고 모두가 깨끗한 건 아니지.
내 말에 가면 너머로 보이는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네......네놈......감히 나를......"
"그리고, 네까짓 게 감히라는 단어 쓰지 마라."
"......"
"너무 천박해 보인다."
아......이거 해보고 싶었는데.
순식간에 이루어진 제압에 멍한 얼굴을 하고 있던 사내들이 급히 내 목을 치기 위해 검을 휘둘러 들어왔다.
"끄륵......끅......"
하지만.
그들의 검이 내게 닿기도 전 가래 끓는 듯한 소리와 함께 덩치가 거대한 두 사내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볼일 남았나?"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통스러워 하는 그를 향해 내가 물었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지더니 힘겹게 일어났고 그대로 내게 소리를 질렀다.
"이......이 수모! 잊지 않겠다!"
버럭 외치고는 도망치듯 사라지는 그를 뒤로한 채 나는 쓰러진 사내들을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노예들은?"
"아......아! 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있겠지?"
"물론입니다! 나으리께서 구매하신 노예 열다섯 모두 이미 단장을 끝마치고 대기시켜두었습니다!"
"다치게 하진 않았겠지. 상처하나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낮게 깔린 내 목소리에 외알 안경의 사내가 식은땀을 흘렸다.
좀 전 사태를 봤으니 더 긴장하는 것일 터다.
확실히 이곳 경매에 오는 인간 중에 미치지 않은 놈이 없을 테니까.
"저희 블랙마켓은 언제 어디서나 신용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그의 외침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보만 된다면야 더 이상의 문제는 없다. 구하는 것이 메인이지만.
감히 겁도 없이 하인스 영지의 영지민을 납치해 판매했던 이놈들도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때였다.
인간의 삶은 정확한 것이 없고, 언제고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했던가.
"스......습격이다!!"
격한 외침과 동시에 거대한 폭음이 지하 통로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당장 보고해!!"
나를 안내해 구해야 할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던 외알 안경의 사내가 근처의 사내를 붙잡고 격노하며 소리쳤다.
전형적인 강대약 약대강의 행실이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 그것이......습격입니다!"
"그건 내가 몰라서 묻는 거로 보이나, 이 똥 막대기 같은 놈아! 이 중요한 시기에 어떤 겁 없는 새끼냐고!"
바락바락 소리치는 사내의 외침에 거구의 사내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아!"
그때였다.
멱살을 틀어 잡혀있던 거구의 사내가 눈을 크게 뜨며 탄성을 흘렸다.
"맞아요! 최근 용사라 불리던 일당이 분명합니다! 선두에 서 있던 인간이 백은의 거검을 쥐고 있었어요!"
그 외침에 내 발걸음이 멈췄다.
백은의 거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