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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85화 (384/1,559)

제 385화

쿠웅!!!

귀가 터질 정도의 소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폭음이 사방에 퍼져나갔다.

닿는 모든 것을 태울 것처럼 타오르고 맹렬하게 회전하던 마법은 기본적으로도 상당히 큰 편이었지만.

페르세르크가 한 것으로 추정되는 초월의 종언의 힘 덕분에 그 위력이 수배로 뻥튀기된 것 또한 사실이었다.

“후우…….”

마법을 던지고 나면 당연히 그 여파에서 나도 마냥 안전할 수 없다.

마법이 내 손을 떠나고, 균열이 회복되는 것을 기준으로 빠르게 허공에 날아오른 나는 새하얀 빛으로 된 열기의 구체가 섬 전체를 포함해 일대 해역까지 쓸어버리는 것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대륙까지 집어삼키진 않았지만.

이 정도 충격파라면……

못해도 쓰나미 한번 제대로 밀고 가겠는데.

“음……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거대한 섬광 속에서 나를 향해 무색의 충격파가 날아들었다.

닿는 모든 것을 찢어버리는, 아니 공간마저 간섭하며 일그러뜨리는 브레스의 가공할 위력에 나는 곧바로 청단이를 뽑아 몸을 비틀 듯 휘둘렀다.

[초 중검]

[태산 쪼개기]

카가가가각!! 쩌억!

압도적인 사기능력을 지닌 청단이의 힘으로 베이긴 하지만 단번에 제압이 불가능했는지 기괴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쩌엉!!

이윽고 소음과 함께 브레스의 일부를 빗겨낸 나는 하늘에 뜬 구름이 거대한 힘으로 뻥 뚫리는 것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누가 무식하게 쎈 놈 아니랄까 봐.”

그 거대한 일격을 맞고도 반격을 가할 힘은 남았던 모양이다.

서서히 빛이 사라지고 참상의 여파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뻥튀기될 대로 뻥튀기된 화이트 노바에 직격당한 섬은 그야말로 제구실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서져 내렸다.

솔직한 분석대로라면 분명히 이 작은 섬 채로 날려버릴 수 있을 만한 위력인 건 사실이었지만.

조금 의외의 것이 마법을 견뎌낸 모습이었다.

“이거……”

대륙 각지에서 발견되었던 1만 년도 더 된 고대 유적.

그곳에 있는 석재 중 유별날 정도로 마나에 강한 암석들이 존재한다.

제대로 분석해본 적은 없으나 아마 색상이나 결의 형태만 보아선 그게 확실하리라.

아무래도 이 섬을 지지하고 있는 지지기반 자체가 고대 유적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가볍게 허공에서 내려선 나는 뜨끈뜨끈한 열기를 내뿜는 바닥을 몇 차례 걷어찬 뒤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노아스]

[엘라임]

대지의 정령왕과 물의 정령왕.

두 정령왕은 지금을 기다려왔다는 듯 망설임 없이 모습을 드러냈고, 현재 그들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끌어내며 표정을 굳혔다.

“적은……”

“곧 온다. 노아스. 정령 융화.”

[계약자. 현재 그대와 나의 교감상태론 불가능하다.]

“판단은 내가 한다. 움직여.”

내가 미소를 지운 채 말하기가 무섭게 거대한 연기 속에서 푸른 빛이 번뜩였다.

쿠구구궁!! 카가가가각!!

동시에 난잡할 정도의 칼바람이 순식간에 나를 향해 덮쳐왔다.

속도, 범위 압도적인 공격이라 단순히 피하기엔 무리가 있다.

놈의 바람은 청단이로 베어내려 해도 저항감이 상당한 편이다.

그런 만큼 놈의 공격은 위협적이었다.

[책임은 스스로 지는 거다.]

동시에 노아스의 거대한 육신이 흙더미로 돌변하더니 곧이어 빛으로 변해 내 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검은 빛을 띠던 내 머리카락 색이 갈색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노아스에게 나는 사실 그렇게 익숙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게 노아스는 익숙하디익숙한 정령이었다.

그 차이는 단순 계산상의 예상을 뒤엎어 놓으리라.

카가가가각!!!

전신의 피부가 압도적인 강도로 증가하자 나는 칼바람을 맨몸으로 부딪히며 몸을 웅크렸다.

쿠웅!!!

동시에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키며 바람의 방향을 억지로 틀어버렸다.

촤악!!

“쓰읍!”

붉은 핏방울이 튀기지만 거기에 신경 쓸 틈 따윈 없었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허공으로 날아든 홍단이가 내 손에 잡히기가 무섭게 나는 홍단이의 검신을 양손으로 쥐고 눈을 살짝 감았다.

[천마귀신검]

[암전참살]

눈을 버리고 공명하고 느껴서 베어내리다.

연기 속에서 잘 보이지 않는 놈을 육안으로 찾는 건 미련한 짓이나 다름없다.

순식간에 내 손을 떠난 붉은 검강 수십 가닥이 회색빛의 연기를 난도질하며 파고들어 갔다.

콰앙!!!

동시에, 공격에 노출된 메가로드리아가 격분하며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많이 아프지?”

놈의 상태는 처참할 정도였다.

네 쌍의 날개 중 세 쌍 이상이 증발하듯 없어져 버렸고 깃털은 일부를 남기고 불타 사라져있었다.

유일하게 버티고 있는 단단한 비늘은 아직 멀쩡했지만.

비록 힘의 상당수를 잃어버리고 있다 해도 그랜드마스터급 환수가 마법 단 한 번에 저 지경이 되는 건 놀라운 성과였다.

[……]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나를 노려보는 붉은 안광을 바라보며 나는 홍단이의 검 끝을 말없이 그에게 겨누었다.

지금은 대화를 나누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니.

일단 널 제압하고 데려가도록 하마.

내 의도를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는 몰라도 놈은 거대한 포효소리를 내며 가슴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다시 한 번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거대한 풍압탄이 날아들었다.

* * *

재앙에 가까운 싸움이 지속되었다.

바닥에 드러난 작은 구멍 속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이름은 콜로서스 그리암.

다름 아닌 성국 발샤스 소속, 정교 이단심문회의 수장으로 오랜 시간 집권해온 사내였다.

그는 오랜 시간 스스로 많은 것을 희생해왔다고 여기는 사내였다.

“아, 아아…… 이건 좋지 않아.”

거대한 폭발은 그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겉보기에도 보통이 아닌 마법이라는 것은 그도 눈이 있기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힘을 나누어준 그 여자의 힘으로 보호되어 이렇게 안전하게 살아남았듯, 저 마법 자체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건 실질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주인이 된 그녀가 내려준 힘과 그의 힘을 대신해줄 저 거대하고 강력한 환수의 왕을 종속 받았을 때 세상에서 못할 게 없을 줄 알았다.

그렇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울 건 없었다.

대륙을 한때 시끄럽게 만든 블랙 드래곤조차 이 환수왕 앞에선 태양 앞의 촛불이라 여길 정도로 강한 힘을 내뿜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랬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성자라는 힘을 얻은 소년, 어린 시절부터 신학이나 신성 마법과는 연관이 없는 삶을 살아온 한 인간이 성자의 증표인 성흔을 얻었다는 이유로 저렇게 짧은 시간 안에 강해질 수 있는가?

그 어떤 존재가 와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거로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콰앙!!

[크아아아아앙!!]

지금 그의 시야에 비치는 것은 예상을 아득히 뒤집는 변화였다.

창공의 폭풍 용왕. 환수의 왕이라고 하는 메가로드리아가 그에게 맥을 못 추고 있지 않은가.

첫 번째 공격을 가볍게 막아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치명상을 허용했고, 그 탓에 제대로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아 계속해서 밀리고 있었다.

문제는 데이비 왕자의 무력에 있었다.

그가 보기에 데이비 왕자가 사용하는 무력은 신성 마법이 아니었다.

소드마스터들을 넘어서는 검술, 여의치 않을 경우 인간의 몸에서 나올 수 있는지 의심될 정도의 출력을 가진 격투 능력.

게다가 틈을 보이는 순간 날아드는 고서클의 마법까지.

물론, 그랜드마스터급이라는 허명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챙그랑!!

공간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끊임없이 몰아치던 데이비 왕자가 피를 뿌리며 바닥에 처박힌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메가로드리아는 거대한 꼬리를 이용해 그를 낚아채고 몇 차례나 저 단단한 바닥에 수십 차례 내리쳤다.

보통사람이라면, 아니 인간을 초월한 경지라는 마스터급 존재들도 저 정도 공격엔 온몸이 곤죽이 되어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데이비 왕자는 급기야 사령마나와는 다른 시커먼 기류를 전신에 두르기 시작하더니 강제로 놈의 꼬리를 꺾어 부러뜨려버리고는 미친놈처럼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속도.

한번 한번 충돌이 일어날 때마다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그를 보호해주는 이 보호막을 사정없이 때렸다.

‘괜찮다…… 괜찮아……. 그분의 힘은 고작 저딴 놈의 공격에 깨질 것이 아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자신은 안전할 것이다.

이단심문회의 성기사들은 모조리 몰살당했지만 그건 그에게 상관없는 문제였다.

따르는 이야 다시 만들면 되니 말이다.

그때였다.

쩌적 소리와 함께 그는 불안한 소리를 귓가에 접하고 말았다.

“서, 설마!”

놀란 그가 자신을 보호하는 보호막을 올려다보았다.

회색빛의 장막은 처음 단단하게 그를 보호해주는 듯하더니 눈먼 데이비의 공격에 몇 차례 맞고 서서히 부서지고 있었다.

쿠구구궁!! 콰앙!!

“끄악!!”

또 한 차례 데이비의 전신에서 흘러넘치는 새카만 기류가 검에 뭉쳐졌고 검기가 되어 날아들었다.

몸을 굴려 피한 메가로드리아와는 별개로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던 그에게 날아와 충돌했고 또한 차례 장막이 크게 흔들렸다.

쩌적…… 쩌저적!!

그제야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필사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충성을 맹세한 그 여인이 없는 지금. 환수왕 메가로드리아가 그를 보호할 수 없는 지금.

그를 보호해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오로지 이것뿐이다.

그런 장막이 깨지면 자신의 힘으론 저 공격의 여파를 버텨낼 수단이 없어진다.

쌔애앵!! 콰앙!!

섬을 빠져나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나가던 그는 문득 자신의 앞을 향해 날아드는 새카만 기류를 보고 눈을 부릅뜨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볼 수 있었다.

메가로드리아와의 싸움 중에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고 씨익 웃어 보이는 저 악마 같은 소년의 모습을 말이다.

“이…… 이놈 설마?!”

일부러 자신을 노리고!

그제야 소년이 빗맞힌 듯 날려 보낸 공격이 자신을 향한 공격이었음을 깨달은 그는 턱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 자신의 주인이 된 그 여인에게서 느꼈던 공포를 다시 이곳에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소년의 힘은 여인이 보여준 힘보다 임펙트는 적었지만.

그가 풍기는 분위기는 오히려 여인보다 더 짙고 어두웠다.

저게…… 대륙에서 영웅이라 불리는 성자라고?

섬뜩한 기분이 든 그는 미친놈처럼 싸워대는 둘을 지켜보다 다시 다리에 힘을 주고 달리기 시작했다.

* * *

도망치는 그를 뒤로한 채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일대를 전부 날려버리면 나올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메가로드리아를 종속시키고 있는 존재가 말이다.

아직 제대로 판단된 것은 없지만, 메가로드리아를 잠식하고 있는 힘도 힘이고, 심연의 존재로 추정되는 그 힘에 둘러싸인 이단심문회의 수장 콜로서스 그리암도 그 거대한 폭발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금기의 업을 아주 소량 활성화 시키는 것만으로도 놈들의 그 변칙적인 힘에 대항이 가능하다.

수차례 검기를 날려 놈을 보호하는 장막을 통해 실험을 마친 나는 놈이 도망치기가 무섭게 메가로드리아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이쯤 하면 충분히 됐는데.

나는 놈을 죽이려는 것이 아니다. 죽이는 것보다 수십 배는 어려운 게 제압이라고들 한다.

그런 제압을 지금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이다.

피투성이가 된 채 비틀거리고 있는 놈은 물론, 내 육신 또한 상태가 좋진 않았다.

팔 한쪽은 당장 복구가 안될 만큼 으깨져 버렸고 전신에 상처가 나 피가 흘러내렸다.

거 포획 한 번 하기 힘드네.

붉은 안광을 빛내는 그를 보며 나는 천천히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는 아공간을 열어젖혔다.

환수 소환사는 엄연히 특질능력자.

특질능력자는 세상에 홀연 나타난 돌연변이 같은 존재들로 태생적인 문제로 인해 나는 메가로드리아를 사육할 수 없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지금은 놈을 원하는 방향으로 잡아둘 필요가 있었다.

[초월무구 해방]

나는 숨을 헐떡이며 아공간에 손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반투명하게 만들어져있던 물건들을 뒤지다 딱 하나를 찾아냈다.

[신마의 카드첩]

카드 술사였던 스승. 신마의 카드첩.

그래, 이걸로 가자.

고민을 오래 할 것도 없이 카드첩을 뽑아낸 나는 곧바로 카드첩을 개봉했고 그 안에서 아무런 그림도 그려져 있지 않은 카드 하나를 꺼내 허공에 던졌다.

동시에 카드에서 빛이 일어나며 카드가 수십 미터의 거대한 카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에 휩싸이며 수십 장으로 불어났고 이내 저항하지 못하고 있는 메가로드리아를 감쌌다.

“몬스터볼이다 이 새끼야.”

내 말에 놈이 뭔가 심상찮음을 느낀 듯 움직이려 들었지만.

미리 준비해둔 마법이 발동하며 그의 발밑으로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페르세르크의 특제 마왕표 마법은 실력은 둘째치고 이론상으론 생각 이상으로 신묘하기 짝이 없다.

그것에 필요한 건 마기이지만, 마왕이 되면서 이미 내 몸 안엔 마기가 어느 정도 깃들고 있다.

[마왕식 개조마법]

[대중력]

거대한 중력장이 일어나며 그의 움직임이 봉해지고, 빠르게 회전하는 카드들의 빛이 서로 거울처럼 이어지며 놈의 신형을 감싸기 시작했다.

이 환수.

이제 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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