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51화 (450/1,559)

제 451화

138. 죽고 죽이는 전장

가상현실 시스템이 나타난 건 오래되지 않았다.

갑작스레 나타난 가상현실 시스템은 그야말로 현시대의 과학을 뛰어넘는 갑작스러운 신의 선물이었으니 말이다.

무슨 원리로 돌아가는 건지, 어떤 원리로 구성되는 건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실제로 처음 가상현실이 나왔을 때 위험성을 두고 찬반논란이 엄청나게 뜨거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듯 결국 가결이 되었고 게임 문화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왜 다른 분야도 아니고 게임 분야가 발전했는가.

그것은 이 정체불명의 가상현실 기술을 만든 회사의 행동 방침 때문이었다.

그 어떤 경우에서도 가상현실 기술을 게임 목적 이외에 사용하지 않겠다.

대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통과되어버렸다.

이후 이 정체불명의 다국적기업은 단 한 가지 게임을 내놓았다.

알프 온라인.

“솔직히 알프 온라인이라니 싼티 팍팍 나는 이름 아닙니까?”

낄낄거리며 말하는 사내의 이름은 우종석. 유명한 방송 스트리머 중 한 사람이며 알프 온라인 내부의 유명한 랭커이기도 했다.

가상현실 게임이 나온 뒤로 수많은 이들이 이 알프 온라인을 배경으로 방송을 시도해왔다.

우종석 또한 그러한 케이스였는데 본래 일반적인 PC게임의 스트리밍을 할 땐 인기가 많지 않았던 그가 가상현실 게임 알프 온라인에서 초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하루아침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인이 되어버린 그는 실시간 스트리밍을 관람하는 이만 수만 명에 이를 만큼 대단한 인기를 구사할 수 있었다.

이 신기한 세상은 언어의 장벽조차 우습다는 듯 무너뜨려 버렸으니 말이다.

[10등 예상.]

[뇌 정지 와서 초반에 죽으면 방송 천재]

[형, 형 이번에 이번 이벤트 1등 할거라고 믿음. 한국인 컨트롤 위엄 가즈아!!]

실시간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

우종석은 긴장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긴장되네요.”

[긴장될 수밖에 5억 명 플레이 유저 중에 100명이자너?]

[그 와중에 한국인만 30명 넘는 거 실화임? 미친 전투민족들;;]

[국뽕 가즈아!]

[크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나름의 자존심 대결이라 해도 무방했다. 실제로 한쪽에선 이 알프 온라인의 최대 이슈거리인 PVP 즉 유저 간의 결투를 놓고 E 스포츠의 메인으로 내걸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자유도가 높으니 별의별 전략이 다 나오고, 별의별 명장면들이 다 나온다.

알프 온라인에서 인기를 끄는 요소는 두 가지였다. 대규모 레이드, 그리고 지금 이벤트와 같은 PVP.

본래 PVP는 개인 대 개인, 혹은 소수 집단과 소수 집단 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처럼 200명을 모아 1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배틀로얄을 펼치는 이벤트는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대규모 축제이기도 했다.

작년에는 아쉽게 2등이었던 만큼 수많은 사람이 랭커 우종석의 플레이를 기대하고 지켜보고 있기도 했다.

“내가 지난번에도 했지만, 이 게임은 파밍이 우선이에요. 이번 배경은 어디로 걸리려나. 현대 배경도 좋고 중세도 좋은데, 가능하면 늪지만 아니면 좋겠네요. 그 끈적거리는 거 기분 상당히 더럽잖아요?”

호쾌하게 말하며 몸을 푸는 그의 말에 채팅창이 빠르게 불타올랐다.

[늪지 개극혐]

[나 유격할 때 생각나서 서글퍼진다.]

[솔직히 현실감각이 넘쳐도 너무 넘쳤음 에바.]

[에바.]

[에에에에바~]

[삼진 에바로 기각되었습니다.]

아무 말 대잔치라고 저놈의 채팅에 하나하나 의의를 두고 보면 머리가 아플 뿐이다.

구종석은 미친 듯이 올라가는 채팅창에서 필요한 것만 골라 머릿속에 남겼다.

[이번에는 몇 등 할 거 같음?]

“글쎄요. 솔직히 말해서 지난번에 2등 한 것도 우연이라…….”

겸손한 척 대답하지만, 우종석은 이번 대회에서 1등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작년에 있었던 대회에서 2등을 했던 것도 순전히 지독한 운빨 싸움에서 밀렸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때 당시의 1등은 우종석으로서도 상당히 상대하기 까다로운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이번엔 그 양반도 없을 테니 1등 한번 노려봅시다!”

[솔직히 팬스가 없었으면 형이 1등 했다.]

[성격 좀 재수 없어도 컨트롤은 좋으니까.]

“너 밴 때리는 수가 있다?”

[어이쿠 죄송.]

속을 살살 긁는 시청자를 뒤로한 채 그는 몸을 가볍게 풀었다.

삐릭!

이윽고 맵 데이터가 확정되고 공개가 되기 시작했다.

“현대 도시배경. 아, 별로 안 좋은 게 걸렸네요. 이런 맵은 장거리 저격유저들만 개 꿀 빠는 맵인데.”

아쉽다는 듯 중얼거리며 그는 이곳에서 공통으로 분배하는 장비를 끼고 걸음을 옮겼다.

“그럼 시작해보죠. 뭐가 됐건 이건 템을 떠나서 오로지 컨트롤과 판단 싸움이니까. 어디 한번 우리나라 위상 한번 살려봅시다.”

스팡!!

시원한 효과음과 함께 그의 신형이 2층 건물의 옥상에서 나타났다.

반사적으로 바닥에 놓인 빛나는 상자에 손을 올린 그는 뿅망치 형태의 작은 망치를 보고 히죽 웃어 보였다.

[저…… 저 웃는 거 봐라. 사악한 놈.]

[와 시작부터 이 게 뜬다고?]

“캬. 오늘 시작 좋네요. 사실 이 뿅망치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단 말이죠? 공격도 돼 생존기도 돼”

효능은 단순하다. 상대를 경직시키는 것.

문제는 경직 효과가 가져오는 여파가 크다는 것이다. 도망칠 땐 후려쳐서 스턴걸고 튀면 되고, 공격할 때도 후려쳐서 기절시킨 뒤 딜을 넣으면 그만이다.

실제로 작년 대회의 1등 팬스가 우종석을 상대로 마지막에 사용한 뿅망치 때문에 승패가 갈리기도 했었으니까.

담담하게 말하며 그가 뿅망치를 가볍게 휘둘러보고는 주머니에 쑤욱 밀어 넣었다.

“자! 그럼 여분 목숨도 생겼겠다. 이제 존버하면 되는 각 아님?”

[존버 노잼.]

[씹 노잼]

[빨리 가!]

[절 대 빨 리 가]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을 보니 역시나 숨어서 기회나 지켜보는 일명 존나 버티기 메타를 고를 순 없는 듯 보였다.

“그럼 뭐, 여포메타 가는 수밖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던가.

간단히 주변에 떨어진 보조 아이템을 챙겨 인벤토리에 쑤셔 넣은 그는 운이 좋게 잘 나오는 아이템들을 보며 함지박만 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잘 나와도 너무 잘 나왔다! 이대로 지는 건 말도 안 될 정도로!

“이쯤 되면 지면 사람 새끼 아니다 진짜.”

[리얼 사기.]

[이게 게임이냐.]

[운빨 x망겜]

실제로 시청자들의 반응도 대동소이했다. 기본적으로 컨트롤을 중시하지만, 시작부터 챙긴 보조 아이템들이 그의 실력을 극도로 보조해주는 것들뿐이었다.

“나머지는 가면서 파밍하고 이제 빨리 킬 챙겨봅시다. 퍼스트 킬 따면 추가점수 있는 거 잘 알죠?”

빠르게 옥상에서 뛰어내린 그는 익숙한 움직임으로 빠르게 도시를 내달렸다.

도시는 마치 유령도시처럼 고요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 도시 안에 200여 명이 서로 죽자고 싸우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 그때 우종석의 시야에 한 남녀가 보였다. 룩에 신경을 좀 썼는지 예쁜 복장을 한 이들이었다.

다만 어떻게 된 건지 이들은 멍하니 주변에 있는 아이템도 주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뭐야. 뉴비인가?”

우종석은 눈에 보이는 두 사람에게 들키지 않게 몰래 벽면에 숨어들어서 동태를 살폈다.

마치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아무런 행동도, 아무런 은엄폐도 하지 않은 채 대놓고 서 있는 그 모습에 절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아 뉴비다. 뉴비.]

[아니 본선 아님? 수억 명하는 게임에 200명 상위 인간들 모아서 하는 게임인데 거기에 뉴비가 있다고?]

[리얼 하는 짓 보면 뉴비인데?.]

조금 혼란스러웠다.

실제로 이 200명 안에 들기 위해선 어느 정도 실적을 쌓아야 이곳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상대 두 사람의 행동은 마치 이 대회 이벤트를 처음 해보는 이들처럼 어리숙하기 그지없었다.

“파밍도 안 하고 멍 때리고 있네. 어떻게 할까요? 뉴비는 봐주는 거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그냥 지나칠까?”

[뉴비에게 사랑을]

[자비를 베풀어 한 방에 보내버리셈.]

[퍼킬 가즈아!!]

역시나 악랄한 시청자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우종석은 저 이해 못 할 초보자 두 사람을 우선 떨쳐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 뉴비는 봐주는 거라고 하는데 어차피 1명 빼고는 전원 탈락이잖아. 그럼 더 볼 것도 없네.”

담담하게 말한 우종석이 움직이려던 찰나였다.

문득 그는 두 소년 소녀 중 소년이 자신을 바라본 것 같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그저 기분 탓이라 치부했다.

‘하기사 이 대회 처음 운 좋게 본선 올라온 인간들이 제법 있긴 하지.’

아마 그런 케이스이리라 아무 생각 없이 대회 이벤트에 참가했다가 얼떨결에 본선으로 올라온 케이스.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는 방송의 프로, 수만 명이 보고 있는데 실망을 안겨줄 순 없었다.

“쓴맛을 보면서 크는 게 뉴비라고? 하여튼 인성들이 쯧쯧, 뭐 됐고, 기왕 이렇게 된 거 킬각 보는 법 알려드릴게요. 잘 봐요, 알프 온라인의 PVP는 급소판정이 제법 후해서 순식간에 죽고 죽이는 대결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천재라도 다 커버치긴 힘들죠? 그러니까 선빵을 치는 겁니다. 밑줄긋고 별표 치세요. 선빵필승. 남이 날치기 전에 내가 놈을 조진다는 마인드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ㅋㅋㅋㅋ]

“거리 적당히 잡고.”

그리 말한 그가 벽에서 슬쩍 나와 두 사람의 시야 밖에서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는 속도를 순간 강화해주는 보조 아이템을 사용한다. 기계가 아니고서야 이걸 반응하는 놈은 없으리라.

“잡았네요.”

그는 입버릇처럼 말을 내뱉었다. 워낙에 컨트롤 실력이 좋아서 한때엔 예언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단어이기도 했다.

그런 그 말과 함께 섬광처럼 소년을 향해 종석이 쏘아져 들어갔다.

그리고 검을 찌르려던 찰나.

콰직!!!

섬뜩한 소리와 함께 시야가 점멸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가 본 것은 좀 전 빠져나왔던 대기실의 풍경이었다.

[??????]

[????]

[????????]

[무슨 일이 벌어진 거?]

플레이를 하는 상위 랭커 우종석도, 방송을 보고 있던 수만 명의 사람도 모두가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you died

기세 좋게 뉴비에게 덤벼든 건 좋았는데.

왜 자신이 죽었느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우종석은 자신의 캐릭터가 사망하기 직전 분명히 목소리를 들었었다.

“잡긴 뭘 잡아.”

마치 멀리서 자신이 중얼거렸던 소리를 다 들었다는 듯한 느긋한 목소리였었다.

* * *

데이터 조각으로 부서져 내린 인간의 형체를 보며 페르세르크가 눈을 가늘게 떴다.

피륙이 아닌 데이터 조각으로 만들어진 인간이다.

이로써 이곳이 게임 세상이라는 것이 확실시되었다.

“인간도 거짓이로구나.”

“아마 이곳에 있는 대부분이 그럴 거다. 뭐가 됐건 움직여보자. 방해하는 놈들이 좀 전에 그 허접한 놈처럼 쉬우면 좋겠는데.”

전년도 대회 참가자 중 2위였던 우종석이 허접한 놈이 되어버리는 건 한순간이었다.

“차원 열쇠가 열릴 때는 목적이 있을 때야. 여기에도 뭔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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