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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77화 (476/1,559)

제 477화

급진파 뱀파이어는 심연과 손을 잡았으나 나와 전쟁 한 번으로 그들의 연결점이 끊어졌는지는 아직 알 길이 없다.

심연은 넓고 페르세르크가 인지하지 못한 새로운 적이 득실득실할 테니 말이다.

심연의 공주는 수억의 사념이 모여 만들어진 강자라지만 페르세르크를 갈망하는 녀석들과 다르게 정작 그녀에게 관심이 없는 심연의 공주들을 보면 심연이 심연의 공주가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 마당에 지구 쪽에서 갑자기 생판 처음 보는 신이 나타나 이곳에 손을 뻗기 시작했으니 두통이 올 수밖에.

나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는 거체들은 당장에라도 덤벼들 것처럼 나를 포위해왔다.

제대로 된 이성이 없이 명령에만 충실한 녀석들이라 공포심 자극 같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데이비, 기폭장치야.’

‘우선 제거하고 보자.’

당연히 이 용의주도한 놈들이 이 떡대들을 그냥 듀란에게 빌려주었을 리 없다. 증거인멸을 위해 몸 안에 기폭장치들을 남겨놓았다.

‘혈기량이 상당해. 그대로 폭발한다면 이 창고뿐만 아니라 일대가 전소할 확률이 높은 게야.’

그녀가 작은 형체 그대로 내 어깨에 올라선 채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내 뺨에 손바닥을 대고 눈을 감았다.

그녀의 힘은 본래 공유될만한 요소가 아니지만 내 몸엔 소량이나마 심연의 힘의 잔재가 남아있다.

그렇기에 나는 내 상태창을 열어볼 수 있고 말이다.

시야에 빛이 모여들며 놈들의 신체 각 부위에 붉은빛이 모이는 게 보였다.

오케이 거기까지.

위치를 특정한 나는 곧바로 손에 쥔 쇠파이프를 가볍게 내리 세웠다.

투쾅!!!

동시에 놈들이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괜한 위험요소는 남겨놓을 필요가 없다.

거대한 주먹을 내지르며 파고드는 괴한의 공격을 향해 그대로 손을 뻗은 내 눈에 순간 이채가 서렸다.

내부에 혈기를 통한 보호가 서려 있으니 어지간한 방법보단 파장을 이용한 파괴가 가장 효율적이다.

[태극공]

[혈마공]

[병합무공]

[흑백파장쌍뢰격]

투웅…….

백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옅은 파장이 놈의 단단한 팔에 닿자 마치 물결처럼 흔들린다.

파직!

아주 옅은 파괴음과 함께 놈의 공격을 빗겨낸 나는 쇠파이프를 쥐지 않은 손으로만 놈들의 공격을 받아냈다.

마치 오랜 시간 조율한 것처럼 연계를 취해오는 놈들의 공격은 제법 날카롭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일이 더 쉬워진 꼴이었다.

콰직…….

마지막 놈이 크게 움찔거리는 것을 끝으로 밀려나자 나는 손을 가볍게 털어낸 뒤 쇠파이프를 번갈아 쥐며 손에 침을 퉤퉤 뱉었다.

폭탄 제거반 부럽지 않은 깔끔한 실력이다.

“자, 거슬리는 건 치웠고.”

스윽!

그때 티아라 쪽에서 큰 소리가 났다.

인식 저해 마법 때문에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진 못할 텐데?

겁을 먹은 듯 주저앉아있는 그녀는 떨리는 눈동자를 감지 않은 채 필사적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향한 곳은 기습하려는 듯 기척을 죽이고 내 후방을 잡고 있던 괴한이 있었다.

“좋은 거 배웠다. 새끼들아?”

투쾅!!

맹렬하게 덤벼드는 녀석을 바라본 나는 묵직한 쇠파이프를 땅에 두어 번 두드린 후 마치 홈런을 노리는 타자처럼 자세를 잡았다.

피잉…….

동시에 내 신형이 스르륵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위치는 정확히 달려드는 녀석의 바로 앞.

갑작스레 사라졌다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에 놀란 듯 녀석이 급히 자세를 틀지만, 그보다 내가 더 빨랐다.

“홈런 가즈아!!”

[타구봉법 개(改)]

[만루홈런]

부웅!! 쩌엉!!

단순히 철 덩어리로 만들어진 쇠파이프다.

하지만 놈에게 휘둘러진 쇠파이프는 그런 개념을 넘어서 있었다.

정작 쇠파이프는 괴한의 육신에 닿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검은 금기의 힘이 소량 발현되면서 공간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어냈다.

공간을 후려친 여파는 거대했다.

새파란 빛이 서린 균열이 순식간에 거대해지며 거한을 날려버렸다.

어지간한 힘으로 후려쳐도 꿈쩍도 안 할 공격이지만 그래 본들 뱀파이어의 피조물일 뿐이다.

콰앙!!

튕겨 나간 괴인은 곧 뒤따라 연계를 펼치려던 괴인과 함께 충돌하며 창고 일부를 박살 내고 튕겨 나가 하늘을 날았다.

휘유, 잘 날아간다.

“자, 다음 타자."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말이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놈들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쩌엉!!!

쩡!!

개중에 저돌적인 돌진으로 공격을 피하지 않고 맞서는 녀석도 있었다.

물론.

까앙!!!

그놈도 똑같이 홈런 치듯 날려버릴 뿐이었다.

어디 보자, 하나, 둘, 셋, 넷. 오케이! 멀리멀리 잘 날아갔네.

네 명의 괴한이 가진 육신은 금기의 힘을 사용해 꼼꼼히 내부부터 박살 내버렸다.

아마 근원이 박살 난 이상 다시 일어날 일은 없으리라.

남은 것은 내가 싸우는 틈을 타 기척을 감춰버린 괴한 하나와 모종의 힘을 이용해 모습을 감추고 있는 듀란 왕자가 전부였다.

나는 끝까지 듀란 왕자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움직였다.

녀석은 이미 뱀파이어 놈들과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대륙의 공적으로서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그를 여기서 잡는 것보다, 날이 밝고 경합을 끝낸 후에 깡그리 정리하는 게 그의 퇴로를 모조리 틀어막을 방법이 될 것이다.

늘 있는 말이지만, 나와 적대하는 급진파 뱀파이어는 살려둘 생각이 없다.

비록 그 과정이 번거로운 탓에 레이나를 통해 그것들을 대신 처리하고 있지만 말이다.

콰앙!!

네 명의 괴한들을 쓰러뜨리고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 즈음이었다.

다섯 명의 괴한 중 살아남은 한 녀석이 결국 내가 가져다 놓은 더미파츠를 파괴하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 쇠파이프로 놈의 머리통을 가볍게 후려쳤다.

카앙!!!

묵직한 금속음과 함께 녀석의 거체가 무너지자 나는 그대로 녀석을 짓밟았다. 그리고는 어깨에 쇠파이프를 올려놓은 채 인상을 찌푸렸다.

“이 새끼가 지금 중요부품을 망가뜨려?!”

쾅!!!

그리고는 정확히 녀석의 구동 부분만을 노려 부서뜨려버렸다.

무식하게 모조리 박살 나버린 나머지 넷과는 달랐다.

인간이 아닌 만들어진 존재, 몸속에 금속까지 첨가되었는지 단단한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스르륵.

잠입이라곤 해본 적도 없는 놈이 아티펙트로 몸을 숨긴다고 숨겨질까.

듀란은 정확히 내가 있는 방향, 내 동선을 피해 조심스레 창고를 빠져나갔다.

어차피 괴한 중 필요한 건 하나뿐이었다.

“페르세르크.”

내 부름에 조용히 침묵하던 그녀가 천천히 날아올랐다.

“저거, 밀피유에게 가져다줘.”

“지금?”

“그래. 가서 내부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해달라고 해.”

직감이 부르짖는다.

심연에게 손절당한 뱀파이어들이 만든 것치고는 그 내구성이나 화력이 상당하다. 뱀파이어로드조차 배신한 그들이 이런 것을 만들 힘이 남아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버젓이 저런 게 만들어졌다.

겉보기엔 혈기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마왕의 시선으로 볼 때 한가지가 달랐다.

놈들의 몸에 있는 것은 마왕급은 아니지만, 공작급 마족 그 이상의 격이 담긴 마기였다.

분명히 마왕의 명령으로 더 이상의 간섭을 금했을 텐데?

몸을 본래의 모습까지 키운 그녀가 한 손을 가볍게 뻗었다.

동시에 검은 마기가 출렁거리기 시작하더니 곧 유일하게 동력원만 차단당한 멀쩡한 괴한이 페르세르크와 함께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페르세르크는 본신의 힘을 빠르게 되찾아가고 있다.

벌써 7서클 급의 힘까지 되찾은 거로 보아 이른 시일 내에 모든 힘을 되찾으리라.

검신 하레스의 일생 최대의 적이었던 그녀가 말이다.

아마 무력 면에선 생전의 하레스보다 못 미쳤겠지만, 그녀는 엄연히 하레스의 수양딸이었다.

제 딸을 베고 싶어 하는 아비가 어디 있을까.

물론, 그녀가 마왕이 되었을 때 한한 시너지이고, 내가 알고 있는 검신 하레스와 생전의 하레스가 가진 무력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겠지만 말이다.

무슨 말이냐고?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의 내 경지가 그래도 생전의 하레스보다는 높다는 소리다.

안 그래도 재능이 충만한 또라이 스승들이 천 년 단위로 몸을 돌보지 않고 자기를 발전시켜왔을 테니 그 변화야 뻔하다.

즉, 마왕의 자리를 반 정도 내가 먹어버린 이상 페르세르크가 예전의 그 강함을 얻을 확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죽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내 몸 안에 남아있는 마왕의 힘은 엄연히 완성품이 아닌데.

벨리얼에게 마왕의 좌를 강탈하면서 얻었다가 다시 흩어진 힘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반대로 마왕의 자리를 내가 빼앗아버린 이상 그 정도의 힘까지는 바랄 수 없다.

페르세르크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자 나는 손에 쥔 찌그러진 쇠파이프를 던져버리고 창고의 끝에 있는 오함마를 집어 들었다.

“이거면 되겠다.”

“저, 저 이제 말해도 돼요?”

파르르 떨리는 얼굴로 나를 향해 물어오는 티아라를 보며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 다 끝났어.”

“대체 무슨……”

“네 할아버지가 작업을 끝내지 못하도록 듀란 왕자가 계속해서 방해를 했을 거다. 정보 길드가 생각처럼 안 움직여주니 답답한 마음에 무리수를 둔 거겠지.”

그게 덫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

표정을 보아하니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설마 이번에도 그럴 줄은……”

“한번 한 놈이 두 번은 못할까.”

“그, 그럼 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현장에서 놓쳐버리면 증거가……”

“일부러 보낸 거니까 걱정 말고, 넌 공방으로 돌아가.”

“당신은요?”

“혼날 짓 한 놈들 혼내주러 가야지.”

아주 무섭게 말이야.

* * *

사박…… 사박…….

어두운 숲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숲 속에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일련의 무리가 나타났다.

“발견했습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그들의 분위기는 상당히 가라앉아있었다.

네 명의 남녀 중 가장 선두에 있던 남성이 나무에 처박혀 쓰러져 있는 거구 괴한의 로브를 뒤집었다.

그러자 새카만 색에 딱딱한 피부를 지닌 괴물의 형체가 드러났다.

인간과 흡사하지만, 피부는 마치 돌처럼 딱딱했다.

“1급 카노스가 이렇게 무너지다니…….”

“대체 이 빌어먹을 괴물 놈을 어찌해야……”

지친듯한 음성으로 한 남성이 중얼거리자 곁에 있던 여성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시간이 별로 없어요. 카디스 백작.”

“알고 있다. 놈에게 한 개체를 빼앗기긴 했다만 더 이상 빼앗기면 곤란하지. 다른 곳에서도 이미 회수했다고 하니 육신에서 공허 에너지를 추출할 수 있을 거다.”

“공허 에너지? 그게 이것들을 움직이고 있던 겁니까?”

조용한 목소리에 사내가 짜증스레 말했다.

“그래. 파괴의 마왕이라는 자가 건네준 힘……. 잠깐.”

말을 하던 사내가 붉은 눈동자를 부릅떴다.

이상했다. 이 와중에 이런 질문을 자신의 동료가 할 리 없으니까.

“누, 누구냐!!”

“하하…… 누구긴. 니들이 말하는 괴물이지.”

조소를 흘리며 나타난 소년의 손에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로브의 사내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지면에 처박혔다.

콰앙!!!

동시에 새카만 화염이 일어나며 그를 그 자리에서 새카맣게 태워버렸다.

“괴, 괴물 놈!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란 말이냐!”

당황한 사내의 외침에 소년은 느긋하게 웃어 보였다.

“정면으로 왔다.”

“베아!! 주변 감시를 게을리 한 겐가?!”

“서, 설마 정면에서 다짜고짜 밀고들어올줄은…….”

어쩔 줄 모르는 여성의 말에 소년은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

“좋아, 그런 관계로. 디럭스…… 음 이게 아니구나.”

소년의 손에 쥐어진 쇠파이프에서 검붉은 기류가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불사의 힘을 지닌 그들이 느끼기에도 위험하다는 직감이 경종을 부르짖을 정도였다.

“이 시체들, 그 공허 에너지인지 나발인지로 만들었다고 했나? 에너지 순도가 굉장한 게 엄청 관심이 가거든. 니들 처리하는 건 덤이고.”

“노, 놈은 푸른 검이 없다!! 치명상을 입을지라도 죽진 않아!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후, 후퇴하라!!”

다급한 사내의 외침에 로브를 입은 이들, 즉 급진파 뱀파이어의 잔당들이 빠르게 흩어졌다.

“아…… 쇠파이프는 근거리용이지 원거리용이 아닌데…….”

당혹스러운 듯 중얼거린 소년이 짧게 혀를 찼다.

“뭐 상관없겠다.”

빠아아악!!!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바닥에 쓰러져 제압당한 사내는 필사적으로 흩어진 자신의 동료가 갑자기 쓰러지자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떴다.

일제히 무너지는 그들은 마치 불사의 권능마저 박살 난 듯 추욱 늘어지더니 이내 새카만 화염에 휩싸여 불타 사라져버렸다.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백작급 이상, 즉 불사의 힘을 지닌 이들까지 아무것도 없는 쇠파이프로 때려죽인단 말인가.

기겁한 그를 향해 소년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

“심검은 쓰기 나름이거든, 그보다 나는 그 공허 에너지인지 나발인지가 더 흥미가 가는데. 니들만 쓰지 말고 나도 좀 같이 쓰자.”

이게 뭔 개소리란 말인가.

사내는 눈앞의 인간 괴물이 하는 말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내가 말할 것 같은가?”

절대 말하지 않으리라. 사내는 속으로 수차례 다짐하며 소년을 노려보았다.

급진파 뱀파이어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려 버린 인간 족 괴물. 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현재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튀어나왔는지 억울해서 피눈물이 흐를 지경이었다.

“서로 필요한 건 나눠쓰는 거지, 좋게좋게 가자고.”

샘플은 하나면 되지만 미끼는 많을수록 좋다. 괴인 네 구를 날려 보낸 뒤 그중에서 가장 경비가 허술한 지점을 뚫었다.

뱀파이어의 말살은 쉽지 않지만, 그보다 이 카노스라는 괴물이 품고 있는 힘에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를 악물고 노려보는 그를 향해 소년이 붉은 눈을 번뜩이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너, 이거 맞아본 적 없지? 내가 입을 열게 하는 데엔 아주 도가 텄어요. 이 양반아.”

[삼매진화]

[흑마법 저주의 낙인]

[병합기]

[심문의 불]

화르륵.

“어디 아는 거 깡그리 다 털어보라고.”

“큭?!”

고열의 열기에 그의 표정이 찌푸려진다.

차라리 반 정도 언급해서 몸에 걸린 금제를 발현하고 카노스의 시신 안에 숨긴 기폭장치를 터뜨려 시신까지 모조리 태워버린다면…….

그렇게 생각하던 그는 곧 이어지는 소년의 말에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떴다.

“폭탄 제거 끝났고 금제도 풀었는데. 뭘 머리를 그리 굴리시나.”

심연에게 손절당한 니들도 그렇고 나도 이전의 내가 아니다 이 말이야.

이윽고, 어두운 숲 속에서 한 사내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 * *

“데이비?”

나를 찾아 돌아온 페르세르크의 말에 나는 눈앞에 놓인 숯검댕이를 바라보다 손을 휘저었다.

그그그극!!!

동시에 주변의 흙이 뒤틀리며 이내 구덩이가 만들어졌고 숯검댕이가 된 사내를 집어삼키며 그대로 다시 메워져 버렸다.

“무슨 일이야. 표정이…….”

걱정스레 다가온 그녀가 손을 뻗어 내 뺨을 쓸어내리자 나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별거 아니야.”

내 말에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별거 아니라니, 그 웃음은 무어야.”

“어? 너무 티 났나?”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이던가. 구상하고 있던 초대형 프로젝트를 담당해줄 기술자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기술자인 에디손은 이미 반쯤 넘어온 상태이고 말이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 설계도를 이해할 기술을 가진 기술자.

둘째, 그 프로젝트의 완성을 보조해줄 거대한 동력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 그에 뒷받침되는 소재.

티오니스의 합금이나 장비로는 원하는 소재를 만들어낼 수 없다.

하지만 동력원은 해결될 기미가 보였다.

도랑치고 가제 잡고.

가재는 게 편이고.

“그건 아닌 게야, 데이비.”

“아, 그런가?”

장난스레 웃지만 사실 굉장히 흥미가 가는 상태였다.

마정석은 만드는 데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 공허 에너지라는 거, 생각보다 친숙하면서 효율이 높다.

“공허 에너지?”

“그래. 파괴의 마왕이라는 녀석이 만들어내는 힘인 모양이야. 살아있는 발전소라니, 너무 좋은데?”

제아무리 입을 다물려고 해도 그 끔찍한 심문의 불의 고통 속에서 놈이 버틸 재간이 없다.

물론, 나름대로 버티긴 했지만, 심문의 불에 이어 놈의 영혼을 강제 적출해 기억을 뽑아낸 나는 그 공허 에너지인지 나발인지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마왕이 되었을 때.

내 몸에 들어왔다가 다시 빠져나간 마왕의 힘의 잔재.

그 힘에 영향을 받아 돌연변이가 되어 힘을 얻은 몇몇 마족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

스스로를 파괴의 마왕이라 칭하는 존재가 만들어낸 힘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주변의 마기를 끌어들여 공허 에너지로 바꾸고 그걸 결정하는 힘을 그 마왕이라는 작자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에너지원도 구했고. 기술자도 구했으니까.

“그래도 마계 꼴이 퍽이나 우습게 되어있네.”

조만간 찾아가서 한번 마계도 깡그리 정리를 해야 할 듯싶었다.

일단 제대로 된 정식 마왕은 나 혼자뿐이니 말이다.

“대체 뭘 하려고…….”

“그 파괴의 마왕인지 뭔지 하는 년을 보쌈할 계획을 세워보자.”

인류를 배신하고 선을 넘은 어리석은 포고스의 왕자, 듀란의 처우?

거 뭐, 영상석 하나만 증거로 제출하면 사람들 보는 앞에서 즉결처형인데 뭘 걱정하랴.

멍청하게 내가 만들어놓은 더미 설계도를 가지고 돌아가서 자신들의 작업에도 혼선을 줄 테니 경합은 이제 더 손댈 것도 없다.

“그래도…….”

“페르세르크. 1:1 경합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뭔지 알아?”

“……”

“내가 기준 퀄리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상대의 퀄리티를 그만큼 깎아내리면 되는 거야.”

내가 안 되면 상대를 뭉개서라도 이겨야지. 에디손은 정정당당한 대결을 원한 모양이지만 나는 그런 건 관심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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