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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79화 (478/1,559)

제 479화

내 발언에 듀란은 잠시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보더니 다시 표정을 풀었다.

아둔한 머리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질 리 없다고 확신하는 듯 보였다.

“뭐, 질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쪽이 진다면 포고스 왕국의 왕이 될 나 듀란 왕자의 이름으로 빚을 모두 변재해주고 혼담도 없던 일로 해주겠소. ……뭐 애초에 이런 이야기가 필요한가?”

“뭐라?”

“애초에 골렘. 완성하긴 했소? 어딜 봐도 없소만.”

“흥, 왕자가 신경 쓸 바 아니외다.”

“하하하하하!! 그럴 수밖에. 고작 며칠 만에 제대로 된 골렘을 내놓을 수 있을 리 없지 않나!”

침묵하는 총장과 다르게 듀란은 여지없이 그를 향해 빈정거렸다.

“아, 소식은 들었소. 사고가 나서 골렘 파츠가 모조리 망가졌다지? 혹시 항복이라도 하실 참이오? 할 거면 지금뿐이외다. 괜히 고집부리다가 망신당하지나 말고.”

그의 말에 에디손의 표정이 왈칵 찌푸려진다.

“왕자, 더러운 수작은 적당히 부렸어야 했소이다.”

“더러운 수작?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군!”

과장되게 외치자 그를 옹호하는 몇몇 세력들이 낄낄거리며 주변을 동요시켰다.

“기술고문이 아니라 연금술사의 신이 와도 그 짧은 시간 안에 총장이 만든 골렘을 이길 요소를 만들긴 쉽지 않지. 아마 불가능할 거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는 법인 게오.”

에디손의 반박에 듀란은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리고는 모두가 들을 수 있게끔 소리쳤다.

“자! 다들 기대해도 좋소이다! 총장께서 무려 이번엔 새로운 신기술을 도입하셨다, 이 말이오!”

그 말에 모두의 얼굴에 궁금증이 어렸다.

알만한 이들은 에디손과 총장의 경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들은 바가 있기에 총장이 만든 새로운 골렘이라는 것에만 관심을 주고 있었다.

“자! 공개하시오!”

그 말과 함께 근육질의 노예들이 힘을 주어 천을 걷어내자 휘황찬란하고 거대한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오……”

“세상에.”

“저런 디자인은 처음이로군.”

천을 뒤집고 나타난 골렘은 거대한 덩치를 가진 4족 보행형 골렘이었다.

전투 골렘이라는 게 꼭 인간형, 혹은 거대한 덩어리 형태를 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지금껏 그 어떤 전투 골렘과도 비교할 수 없는 완전한 신기술이 도입된 골렘. 샤벨타이거 이외다. 그 성능은 놀라울 정도였지. 아 그래, 어디 한번 보시겠소?”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 맞은 편에서 연금학파가 현재 내세우고 있는 전투 골렘의 프로토 타입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어정쩡한 걸음걸이이지만 명령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도입한 현재 골렘 연금학파의 자랑거리인 물품이기도 했다.

실제로 전투 효율도 마냥 나쁘지 않아 팔란 제국에서도 수입해 극찬했던 골렘이기도 했다.

철컹!!!

이윽고 프로토타입 골렘이 전투 준비를 하며 거대한 해머를 들자 총장의 골렘이 나섰다.

전투를 치르기 전에 이런 힘자랑을 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 있다는 말뜻이거니와 그리고 상대를 무시하는 처사였다.

그런 듀란의 행동에 그를 옹호하는 이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몇몇은 그 불쾌한 행동에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곧이어 벌어진 현상에 모두가 경악했다.

콰앙!!!

4족 보행형 골렘 샤벨타이거가 프로토타입 골렘의 공격을 모조리 피해낸 채 짓밟고 구동부를 깔끔하게 물어뜯어 부숴버렸기 때문이었다.

골렘도 오랜 시간 발전해왔지만, 이토록 갑작스레 기술력이 증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수차례 공방전을 예상했으나 압도적인 힘 차이로 프로토타입 골렘을 부숴버리자 사방에서 침묵이 오갔다.

놀라울 정도의 힘이었다.

“이번에 총장께서 새로운 신소재를 개발하셨소, 샤벨타이거의 이빨과 턱을 이루는 관절 부분이 바로 그 요소로 채워졌지. 그뿐이 아니오.”

듀란은 마이 에디손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

“새로운 골렘의 핵, 즉 코어를 도입했다 이 말이오. 출력량도 이전과는 전혀 밀리지 않지!”

그의 외침에 여론이 기울기 시작했다. 골렘 제작에 한해서 최고 권위자인 총장이 드디어 또 한차례 사고를 쳤구나 하는 입장들이었다.

놀라운 변화에 흥미로워하는 이들의 시선이 꽂힌다. 골렘을 평가하는 상위 기술 평가단원들도 총장의 골렘을 흥미롭게 보며 연신 감탄사를 흘렸다.

“아앗! 그건 할아버지가 만들고 있던 코어잖아요!”

그때 가만히 있던 티아라가 격분하며 씩씩거리고 소리치자 듀란이 어깨를 으쓱였다.

“기술고문이 만든 코어? 글쎄 나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이 사기꾼! 도둑! 기술을 훔쳐갔어! 창고에 괴한을 보낸 것도 당신이죠?!”

티아라가 씩씩거리며 화를 내보지만 듀란은 어깨만 으쓱일 뿐이다.

“증거가 있는가? 없지 않소, 티아라 영애, 그 발언 총장과 총장을 보조하는 나 듀란을 음해하려는 발언이라 받아들여도 되겠소?”

“웃기지 말아요! 이 사기꾼 같으니!”

“하하하하!”

그의 행각에 인형사 프란시스도 불쾌함을 느꼈는지 그를 노려보지만 듀란은 자신을 개 쪽 주었던 프란시스에게도 빈정거렸다.

“어떠하오, 프란시스 장로, 당신이 말한 대로올시다. 경합이 되질 않아. 그냥 찍어누르는 싸움이 될 뿐.”

“……”

“장로의 말대로였던 것 같소! 하하하하하!!”

그 비웃음에 프란시스 장로는 침묵한 채 눈을 감았다.

“이로써 대륙의 골렘 발전에 크게 이바지를 한 셈이오. 자 그럼 에디손 기술고문도 뭐라도 내놔봐야 하지 않겠는가. 아 물론, 겁을 집어먹었다면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고 항복을 하는 것도……”

빈정거리는 그 말투에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작하죠.”

내 말에 에디손이 고개를 끄덕인다.

“멍청하고 아둔한 작자 같으니, 쯧쯧.”

그렇게 중얼거린 에디손이 곧 품 안에서 작은 큐브를 꺼내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가 꺼낸 손바닥만 한 작은 큐브에 쏠렸다.

“뭐야, 저게…….”

“저게 골렘이라고?”

“전투용치고는 너무 작은데……”

에디손이 꺼낸 큐브를 보며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평가단의 표정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시선이었다.

하지만 곧 에디손이 그 큐브를 허공에 던졌을 때.

철컹…… 철커덕!

좌중은 침묵에 빠졌다.

갑자기 그 크기를 부풀리기 시작한 큐브가 허공에 떠오르더니 스스로 변하기 시작하며 거대한 인간 형체의 골렘으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디셉티콘 편대에도 기본적으로 내장된 기술이다.

본래라면 굳이 내보일만한 기술이 아니지만, 상당히 다운 그레이드 해두기도 했거니와 어차피 이런 기술이 알려져 본들 만들 수 있는 이가 없을 테니 어느 정도는 알려져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런 수납능력이 아닌 주 전투능력이 주가 될 테니 말이다.

색색들이 위엄 넘치는 형태를 지닌 인간형 골렘이 천천히 나타난다.

그 크기는 대략 4미터 정도로 샤벨타이거보다는 확실히 거대하다.

갑작스런 골렘의 등장에 듀란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그럴 리가……. 그 짧은 시간 안에 골렘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말하지 않아도 뻔히 알 정도로 그의 생각은 표정에 잘 드러난다.

어떻게 골렘이 완성된 거지?

듀란 왕자와 총장의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이었을 것이다.

키잉!! 키이이이잉!!!

그리고 골렘의 한쪽 손이 뒤틀리며 거대한 톱으로 돌변하더니 마나의 잔향을 뿜어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린 그놈의 주둥아리로 떠들 필요가 없소. 소개하지, 내 자식놈인 [둠]이올시다.”

마치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듯 훌륭한 대화수단인 마나 회전 톱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둠이 거대한 존재감을 사방에 마구 흩뿌렸다.

* *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골렘을……”

“흥, 마치 골렘을 완성하지 못할 거라 확신한듯한 말투요?”

에디손의 빈정거림에 듀란의 표정이 찡그려진다.

에디손이 만든 골렘 또한 일반적으로 만들어지는 최대 효율을 뽑는 형태의 골렘과 달랐다.

샤벨타이거가 4족 보행형 골렘이라면 에디손이 만든 골렘. [둠]은 말 그대로 포악한 기사 같았다.

둠이라는 이름은 륀느의 머릿속에서 나온 단어였다.

생긴 건 작디작은 소녀이면서 머릿속엔 왜 이렇게 과격하고 파괴적인 단어만 가득한지…….

“하…… 하하! 겉만 멀쩡하고 실속 없는 깡통이라도 만드셨나? 애석하지만 그래 봐야 총장이 만든 샤벨타이거의 앞에선 무용지물인 게지.”

그렇게 말한 듀란 왕자는 선심 쓰듯 내게 물어왔다.

“왕자께서 도와주어서 저런 거라도 만든 모양인데. 이를 어찌하나. 급조된 골렘에게 질만큼 총장의 골렘이 약하진 않을진대. 게다가 구조가 복잡해지는 인간 형태를 고집한 순간부터 싸움은 더 볼 것도 없지 않겠소?”

“거, 새끼 말 드럽게 많네! 진짜.”

그 말에 내가 짜증스레 중얼거리자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방금 뭐라고……”

“됐고. 이쪽은 아까운 골렘 부수는 짓은 안 해.”

담담하게 말한 내가 고개를 까딱이자 에디손이 저벅저벅 걸어가더니 말했다.

“애꿎은 골렘 대신 부숴버려야 할 놈만 부수면 되는 게지. 뭣 하는가. 시작하시게.”

그 말에 경합을 지켜보던 관리 하나가 조심스레 마주 보고 선 두 골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외부의 요소는 오로지 명령뿐입니다. 명령을 인수한 골렘이 싸우는 데에 그 외의 요소가 가미되면 반드시 실격처리 될 겁니다.”

조심스레 외친 관리가 손을 들었다.

“그럼! 두 골렘의 위엄을 보여주시지요!”

땡!!

그 말과 함께 경합의 시작을 알리자 총장 대신 듀란이 소리쳤다.

“가라! 샤벨타이거! 가서 저 속 빈 깡통을 부숴버려라!!”

그의 외침에 명령을 받은 샤벨타이거가 덤벼들었다.

디셉티콘에 비하면 압도적일 정도로 단순한 움직임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그곳에 있는 전문가들의 눈에는 놀랍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놀랍군! 저토록 정교한 움직임이라니!”

“새로운 발전일세, 발전이야!”

평가단의 목소리와 함께 둠을 향해 덤벼드는 샤벨타이거가 이내 둠을 깔아뭉개듯 덮쳤다.

급조한 에디손의 골렘이 겉보기엔 뭐가 있어 보이지만 그래 봐야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여긴 것일까.

대부분 이들은 샤벨타이거의 신소재 이빨이 둠을 찢어발길 거라 예상했다.

“둠, 갈아버리거라.”

이어지는 에디손 말에 의해 움직이는 둠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육중한 중량으로 맹렬하게 돌진하는 샤벨타이거를 바라보던 둠이 몸을 살짝 웅크린다.

그것은 마치 전투를 준비하는 기사와 비슷했다.

동시에 도저히 골렘으로는 재현할 수 없는 부드럽고 날렵한 움직임이 펼쳐졌고 샤벨타이거의 공격이 허공을 가르기가 무섭게 둠이 녀석의 턱 부분을 낚아채 비틀며 마나 톱을 들이밀었다.

키잉!!! 카가가가가가가각!!!

동시에 대량의 마나가 둠의 몸에서 흘러넘치기 시작했고 그대로 샤벨타이거를 짓눌러 반으로 갈라버리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급조한 골렘이 총장의 심혈을 기울인 작품을 이길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총장의 골렘에 고평가를 해주고 있던 평가단도 입을 쩍 벌린 채 눈 앞에 펼쳐진 압도적인 유린에 침묵했다.

끼긱…… 끽!!

최대한 출력을 내뿜으며 저항하는 샤벨타이거였지만 둠은 거침없이 놈의 몸체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마치 어느 수준의 자아를 가진 것처럼 움직이며 샤벨타이거의 공격을 흘려내고 정성스레 샤벨타이거의 몸체를 부숴버렸다.

저항하던 샤벨타이거의 저항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프로토타입을 압도적으로 짓누르던 샤벨타이거도 놀라웠지만.

그 샤벨타이거를 짓누른 채 무참하게 부숴버리는 에디손의 골렘 [둠]은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게 하는 마나 회전 톱이 움직이면서 거대한 불똥이 튀는 것을 보고 있으니 피부에 한기가 돋을 지경이다.

정작 디셉티콘 편대를 굴리는 내 입장에선 샤벨타이거나 둠이나 옵션 미달인 깡통들일 뿐이지만 다른 이들의 눈에는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투기장이 마치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고요하게 변했다.

가장 경악한 것은 절대 질 리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듀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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