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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09화 (508/1,559)

제 509화

154. 비상 걸린 그곳

잠시간의 침묵이 일었다.

“야. 왜 무시하냐?”

8서클 상위 초월급의 경지에 있는 리치. 그가 누구인가!

오랜 시간 증오를 쌓아온 절대적인 사령술사이자 군단의 왕! 바로 사령왕 데이안이 바로 그가 아닌가!

그런 그가…….

“커흠! 리치 잘못 본 듯하오.”

왜 이런 꼴이 되었는가.

“웃기고 있네? 야, 나 몰라?”

“커흠! 모르겠소만!”

일의 원흉은 그의 눈앞에 있는 빌어먹을 괴물 때문이었다.

본디 사령왕 데이안은 공포의 상징이었다.

한때 초대 성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공포의 존재라고 당당하게 외칠 만큼 그는 두려운 존재여야 했다.

단 한 명의 앞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건 무슨……”

바닥에 쓰러져 안광을 흩날리던 이오가 데이비와 괴물 같은 자 사령왕 데이안을 바라보았다.

데이비가 일신의 몸을 지킬 무력이 있다는 건 이미 그와의 싸움을 통해 본 바 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사령왕 데이안에게는 미칠 수 없다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사령왕이 오히려 시선을 피하고 있다.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 너스레를 떨며 물러나려 하고 있다.

그런 황당한 대치 속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데이비가 더더욱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이오는 그 미소를 보며 이를 떨며 딱딱 부딪히는 소리를 냈고, 뼈밖에 남지 않은 손을 그러모아 기도하듯 깍지끼었다.

‘오, 신이시여. 저 음흉한 미소를 짓는 이가 정녕 성자이옵니까……’

“이야, 조금 신경 쓰였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되네.”

그가 성큼성큼 데이안의 지근거리까지 다가가자 데이안은 격하게 헛기침을 하며 뒷걸음질 쳤다.

“널 잘만 이용하면 마계까지 갈 필요도 없겠다?”

* * *

데이안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부하 몽마 라피스는 눈 앞에 펼쳐진 이해하기 힘든 현실에 인상을 찌푸렸다.

‘저자가 왜 이러는 거지?’

사령왕 데이안은 성격은 어떨지 몰라도 그 무력만큼은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는 리치였다.

뭐라 해도 그는 한때 마족들을 이끌었던 초대 리치 닉스 바로 아래의 최고실력을 지닌 마법사다.

자신이 모시는 주군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역으로 더 강한 힘을 내뿜을 때도 있는 공포의 상징인 사령왕 데이안이.

왜 한낱 인간에게 겁을 먹고 있는가.

이해할 수가 없다.

‘혹시…… 저 인간이 그 인간계의 괴물인 건가?!’

그러던 중 문득 괴이쩍은 생각이 드는 라피스였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의 몸에선 힘이라곤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 아무리 봐도 하등한 인간일 뿐이야.’

하룻밤 정기흡수대상에 지나지 않는 그런 인간.

그렇기에 그녀는 짜증이 일었다.

빨리 자신의 주군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자가 이런 태도라니 속에서 부글부글 무언가가 끓는 기분이었다.

“뭐 하는 겁니까!! 데이안! 당장 저 인간을 지워버리지 않고!”

“무, 무슨 소리냐! 나, 나는 데이안이……”

“이미 다 들켰는데 자꾸 숨기면 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알았나?”

동시에 인간 소년의 입에서 능글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데이안의 뼈만 남은 턱이 쩍 벌어졌다.

그 짧은 한순간 데이안의 안광에 서린 감정은 쉽게 읽기 힘들지만 알 것 같았다.

그는 절망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빌어먹을 년! 내가 살아서 돌아간다면 네년을 반드시 살지도 죽지도 못한 몰골로 만들어주마!!”

왜 불똥이 자신에게 튀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시간을 끌었다간 그녀의 주군이 어떤 분노를 토해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라피스였다.

스릉…….

“당신이 하지 않겠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이윽고 커다란 사이드를 꺼내 든 그녀가 인간 소년을 향해 사이드의 날을 겨누었다.

“아주 조금만 따끔할 뿐이야.”

부드럽고 뇌쇄적인 말투로 웃어 보인 라피스가 소년을 향해 덤비려던 찰나.

안광을 번들거리며 정신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데이안이 급히 그녀의 뒷목을 낚아챘다.

“꺅?! 뭐하는 짓……”

“빌어먹을! 이게 다 네년 때문이다! 죽고 싶지 않으면 따라와라!!”

그렇게 외친 그가 라피스와 함께 검은 연기에 휩싸인다.

“어딜 도망가!!”

동시에 일리나가 덤벼들었지만, 순식간에 덤벼들기 시작한 백골 병사들이 일리나와 데이비의 앞을 막아섰다.

스팡!!!

그리고 곧이어 8서클의 전이 마법이 발현되며 둘의 신형이 사라져 버렸다.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알 수 있었다. 데이안이 데이비를 보고 겁을 집어먹고 도망쳤다는 사실을 말이다.

“젠장! 눈앞에서!”

사랑하던 오라버니, 팔란제국의 전(前) 황태자를 죽인 범인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원인을 눈앞에서 놓친 것 때문에 격분한 일리나의 외침이 격렬하게 들려왔다.

* * *

“대, 대체 무슨……”

마을의 주민과 그들을 보호하던 이오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 대체 무엇입니까.”

“정보가 이렇게 느려서야 쓰나.”

담담하게 말한 나는 일리나를 바라보았다.

단단히 분노한 표정이 척 봐도 그냥 두었다간 사령왕 데이안을 향해 덤벼들 모양새였다.

그녀가 소드마스터 이상급이고 영약으로 인해 더 강해졌다지만 사령왕 데이안은 8서클 최후반부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 아직은 일리나의 힘으론 힘들었다.

“넌 여기 있어.”

“싫어! 나도 갈 거야! 그놈을 직접 죽여버릴 거라고!”

“내 말 들어.”

화가 나 어찌할 줄을 모르는 그녀의 양어깨를 잡고 눈을 마주친다.

“여기 있어. 내가 혼내줄게.”

“……”

얼마나 분했는지 급기야 눈물까지 뚝뚝 흘리는 그녀였다.

“내가, 혼내줄게. 여기 있어.”

“해…… 줄 거야?”

잔뜩 우울해진 목소리. 어리광을 피우듯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정말…… 혼내줄 거야? 우리 오라버니…… 원한 갚아줄 거야?”

“그래.”

그놈은 내가 아주 세게 혼내줄게.

내 말에 일리나는 그대로 내 품에 안겨와 머리를 파묻었다.

“부탁해, 데이비…….”

“그래.”

담담하게 말하는 내 모습에 이오가 급히 다가왔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대체 저자가 왜 당신을 보고……”

“여기 있어. 제법 실력도 있으니 일리나가 다른 짓 못 하게 곁을 지켜줘라.”

“당신……”

“나는 악연을 좀 끊고 와야 하니.”

이래서 후환을 남기면 안 되는 것이다.

“위, 위험합니다! 대체 그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나 그는 8서클 사령술……”

급히 외치던 이오는 내 몸을 기준으로 퍼져나가는 마법진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흐어어어어어어……”

턱 근육이 없는 탓에 턱이 아예 빠질 것처럼 크게 벌어진다.

이에 장난기가 돋아 다시 마법진을 지우자 녀석의 표정이 다시 진지하게 돌아왔다.

음, 진지한 표정이 맞는지는 모르겠다만.

우우웅!!!!

“흐어어어어어……”

다시 마법진을 가동하자 이오의 턱이 쩍 벌어진다.

이놈 참…….

알기 쉽다.

“8, 8서클 워프!!”

그제야 마법진의 정체를 깨달은 이오의 눈에 경악이 서린다. 경지를 제대로 가늠할 수 없던 인간 소년이 실은 8서클 마법사였다는 사실이 경악할 정도로 놀라웠던 모양이었다.

스팡!!!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몸을 감싼 마나 장막이 마법진과 연동되며 주변의 풍경을 뒤바꾸어놓았다.

급히 도망친다고 흔적도 안 지우고 도망친 녀석이다.

어디로 도망쳤을지는 뻔했다.

* * *

콰앙!!!!!

공간을 뛰어넘자마자 나를 향해 날아든 거대한 주먹이 보였다.

미련 없이 자리를 박차 허공으로 뛰어오르자 기다렸다는 듯 새카만 화살들이 나를 향해 맹렬하게 날아들었다.

주특기인 저주는 전혀 쓰지 않았다. 놈은 멍청이가 아닌 만큼 내게 저주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이상 저주에 힘을 소모하지 않았다.

“하하하하하하!! 죽여주마!! 내게 그런 굴욕을 안겨준 네놈을 죽여주리라!!”

공간을 넘어 도착한 곳은 여전히 지하산맥 내부였다.

하지만 그 층계가 훨씬 아래층이었는지 주변 지형부터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바닥은 거의 보이지 않고 대부분이 시뻘건 마그마로 가득한 곳.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마그마의 열기에 녹아 사라져버릴 것처럼 위험해 보이는 곳이었다.

“이곳은 마그마 호수다. 여기서 네놈은 죽는 것이다!!”

어디 숨은 건지 모를 데이안의 외침과 함께 내가 서 있던 바닥을 향해 마그마 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였다.

동시에 마그마 속에서 튀어나온 놈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입에 마그마를 머금었다가 화염의 세례를 퍼붓는 거대한 물고기도 있었고.

크기가 20미터는 넘어 보일 법한 거대한 뱀도 보였다.

하반신이 지느러미로 된 거대한 황소 또한 보였다.

명백히 지하산맥에서 지금까지 내가 봐온 어떤 생명체보다 위험해 보이는 생명체들.

하나하나가 소드마스터급에 달하는 위험성을 지닌 괴물들이라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지하산맥의 최하층엔 괴물 같은 마물들이 득시글거린다던데.

다른 마경처럼 마물왕이 존재하는지는 확인된 바 없지만, 이곳에 서식하는 마물들은 확실히 어지간해선 침범할 수 없는 힘들을 지니고 있다.

“자기는 위험하니까 숨고 다른 놈들을 이용하시겠다?”

가볍게 허공으로 날아오른 내가 나를 집어삼킬 듯 덤벼드는 거대한 뱀의 머리에 주먹을 내질렀다.

쩌엉!!!

공간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뱀의 신형이 한차례 크게 튕겨 나가지만 공격은 쉴 새 없이 날아들었다.

“이들은 내가 그동안 고생 끝에 지배에 성공한 놈들이다! 네놈이 아무리 저주 면역이라도 이 생지옥의 주민들에게 당할성싶으냐?!”

격하게 소리치는 데이안의 외침에 몇 차례 공격을 막아내던 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딜 봐도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이 근처에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공격을 피해내던 내 몸이 서서히 어느 지점으로 몰리려던 그 순간.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싱크홀 아애에서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지하산맥의 최하층에서 더 아래로 이어진 지옥의 구멍.

그 안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나를 정확히 노려보았고 뒤이어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거대한 화염 브레스를 쏘아 보냈다.

수천도에 달하는 초 고열의 브레스가 일순간 내 전신을 덮친다.

“크하하하하하하!!! 죽어라! 죽어! 마물왕 볼케닉웜의 먹잇감이 되거라!!”

자신이 승기를 잡았다고 여겼는지 놈이 광소를 터뜨리며 도발한다.

초고열의 기류 속에서 휘말려 그대로 마그마 속으로 처박혀버린 나는 전신을 무겁게 짓누르는 마그마와 마나를 갉아먹는 온도에 인상을 찌푸렸다.

수가 많다.

지옥의 구멍에서 압도적인 힘이 담긴 브레스를 쏜 마물왕 볼케닉 웜을 포함해 이곳의 생명 다수가 그의 지배하에 놓여있다.

썩어도 준치라고 8서클 최상위 사령 술사다운 지배능력이다.

이미 파악된 수만 해도 수십.

하나하나가 위협적인 것을 생각하면 그가 이곳에서 얼마나 공을 들여 하나하나 지배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윽고 가만히 마그마 속에 빠져있던 내게 검은 무언가가 내 몸을 낚아채 마그마 속에서 빼냈다.

거대한 발톱과 비늘을 지닌 거대한 도마뱀이었다.

온몸에 화염이 일렁이는 뱀은 6개의 촘촘한 눈동자를 번뜩이며 나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네놈에게 당한 이후로 네놈을 향한 복수심으로 가득 찼다! 네놈을 죽일 수 있는 한순간만을 위해서 말이다!!

내가 저항하지 않자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데이안이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모습을 감추는 마법을 사용 중이었던 모양이었다.

말없이 놈에게 고개를 돌린 내가 물었다.

“그래서, 몇 놈이나 잡았냐.”

몇 놈이나 지배했냐는 내 질문에 놈은 뼈만 남은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

“이곳의 모든 마물이 나 사령왕의 의지에 충성을 맹세하였나니! 네놈에게 살아나갈 구멍은 이제 없느니라!”

허세 부리기는 쯧.

그렇게 생각한 내가 포박되지 않은 한 손을 허공에 뻗었다.

삐릭. 동시에 아직 내 안에 남은 심연의 힘이 발현되며 상태창이 출력되었다.

어디 보자 꽤 쓸만한 칭호가…….

칭호란을 자세히 활성화 시키자 여러 항목이 보인다.

그중 나는 내게 가장 익숙하던 칭호를 꺼내 끼웠다.

칭호, 별부수미 장착.

우우웅…….

동시에 내 몸에 거대한 힘이 감돌기 시작했다. 별부수미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힘을 흡수해둔다. 그리고 그것을 일순간 방출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고생고생해서 낮은 확률을 뚫고 해금해둔 능력을 쓰지 않으면 언제 쓰리오.

다만 무작정 방출하는 것보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무, 무슨 짓을!?”

“나도 할 줄 아는데.”

거대한 마물왕의 팔에 잡혀있음에도 느긋하게 말하는 내 모습에 데이안의 안광이 거칠게 흔들린다.

“무, 무엇을 말이냐!!”

“물량전.”

자. 한꺼번에 전원 소환해 본 적은 없다만.

내 말과 동시에 내 손에 모여든 거대한 힘의 파장이 주변을 모조리 장악한다. 수 킬로미터 미터에 달하는 넓이를 지닌 공동이면 충분하다.

순식간에 내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내 지면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뜨겁게 달아오른 수분 머금은 공기가 요동치고 마그마의 화염이 일렁거렸다.

갑작스런 사태에 놀란 데이안이 당황하여 주변을 빠르게 둘러본다.

그리고, 그런 놈의 기대에 부응하듯.

마그마 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검은 존재가 나를 잡고 있던 마물왕의 머리통을 그대로 낚아채 거칠게 벽면에 처박아버렸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체격이지만 그보다 작은 검은 흑룡은 그딴 건 상관없다는 듯 놈을 짓뭉갠다.

“무, 무슨?!”

검은 존재의 출현에 놀란 데이안이 급히 마나를 끌어 올리려던 찰나.

또다시 공간이 찢어지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화신수 주작 불닭이.

흉폭한 성질머리를 지닌 풍신수 청룡 쿠릉이.

순백의 털을 지닌 거대한 호랑이이자 도도한 병신미의 완성본이라 내가 부르던 존재.

지신수 백호 흰둥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명령은 필요 없을 거로 생각한다. 그동안 쌓인 것들을 모조리 풀어라.”

내 말에 세 마리의 신수는 사방을 포위하는 수많은 마물들을 보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 신수가 뿜어내는 거대한 힘의 파장에 본능만 남은 약육강식의 승리자들인 이곳의 마물들이 주춤주춤 물러난다.

하지만 개중엔 아직 전의를 잃지 않는 놈도 보였다.

콰앙!! 쾅!! 순식간에 마물왕을 처박아 넣고 윽박지르듯 쥐어패는 메가로드리아를 포함해 삼 신수가 실시간으로 어마어마한 힘을 뽑아가고 있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별 부수미로 모아둔 힘은 이 정도에 고갈될 정도로 약하게 모아둔 적이 없으니까.

“선물로 두 놈 더 간다.”

턱이 빠질 것처럼 쩍 벌리고 경악하고 있는 사령왕 데이안을 향해 손을 뻗은 나는 이내 별 부수미에서 나온 힘 일부를 정령 마냐로 변환시켰다.

동시에……

벽면이 뒤틀리며 그 안에서 거대한 바위 거인이, 그리고 허공의 수분이 요동치며 푸른색 여인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대지의 정령왕 노아스. 물의 정령왕 물라임. 계약을 상납한다.”

[계약자의 요구를 소납한다.]

[물라임이라 부르지 말라고 했죠?!?!]

아 몰라, 입에 착착 감기는 걸 어떻게 해.

환수왕 하나에 사신수가 셋.

그리고 정령왕이 둘.

정말 미련한 짓이지만 물량으로 승부하는 놈에게 고품질 물량전을 선사해주는 것이 나의 기쁨이오, 즐거움이다.

자고로 물량전에서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더 많은 수를 들이박거나.

압도적인 고품질의 물량을 꺼내놓거나.

“마, 말도 안 돼……”

하나하나가 압도적인 힘을 지닌 그 모습에 데이안의 입에서 부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의 절망에 찬물을 더욱 끼얹었다.

“뭐야. 거기서 놀라면 쓰나. 아직 한 놈 남았는데.”

순식간에 마물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하는 삼신수와 두 명의 정령왕.

이쯤 되면 이제 싸움이라기보단 일방적인 학살에 가깝다.

텅 비어버린 데이안과 나의 사이에서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데이안은 곧 내 손에 모여드는 힘을 보며 안광을 번뜩였다.

“이, 이 미친놈! 설마?!”

“고맙다. 덕분에 소환하기 좋은 자리를 찾았네.”

이토록 화염의 자연에너지가 강한 곳을 찾기가 쉬운 줄 아나.

기왕 적금해둔 힘을 쓰는 김에 계약도 하자고.“

나는 데이안을 눈앞에 둔 채 그대로 정령 소환진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태초의 시작 아래, 세계를 구성하는 자여.]

[맹약에 따라 격렬하게 타오르고]

[뜨겁게 산화하는 화염의 주인이여.]

[그대의 이름을 등에 업고 맹약에 따라 약속을 지키고자 함이니.]

[나의 이름은 데이비 올 라운.]

[그대의 이름은 화염의 근원.]

물라임과 노아스에게 친구를 불러줄 시간이다.

[나와라. 방화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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