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0화
칭호 별 부수미의 능력은 저장이다. 주기적으로 내 마나를 빨아먹어 그것을 무한정으로 저장했다가 사용한다.
실질 효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미 한 차례 확인한 바 있다.
본래 정령왕의 소환과 녀석들의 힘을 작정하고 굴리는 데엔 엄청난 양의 정령 마나가 필요하다.
특히 새로이 정령을 소환하는 데엔 평소의 수배 이상의 마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앞의 모든 과정을 건너뛰고 대뜸 정령왕을 소환할 땐 가급적이면 그에 맞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다.
화르르륵…….
[감히, 누가.]
지금처럼 말이다.
일대의 용암이 뒤틀리며 거대한 존재감을 뿌리기 시작한다.
내 손끝을 타고 뻗어져 나온 연녹빛의 기류는 마그마와 그 마그마가 만들어내는 화염과 어우러지며 변화를 일으켰다.
붉은색의 불똥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눈부실 정도로 환한 화염의 회오리가 만들어졌고, 이내 그 회오리 속에서 새파란 눈동자가 번뜩였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공포에 빠져들게 하는 안광이었다.
하지만.
[수백 년이 지나도 지x 맞은 건 여전한 녀석이군.]
[에휴…….]
대지의 정령왕과 물의 정령왕에겐 기도 안 차는 연출일 뿐이요.
[계약자. 저놈은 무엇이냐.]
마물왕 볼케닉웜을 짓밟고 거드름을 피우고 있던 그랜드마스터급 환수왕 메가로드리아에겐 그놈이 그놈일 뿐이다.
끼이이이이익!!!
분노조절 장애 스위치가 돌아가 버린 불닭이는 자신과 같은 화염 계통의 존재를 내가 소환했다는 것에 경계심을 품고 여지없이 분노를 토해냈고.
쿠릉이와 백호 흰둥이는 철저한 무관심을 드러냈다.
거대한 육신을 뒤틀며 사냥하고 철저하게 적들을 멸시하고 있는 쿠릉이는 불의 회오리가 생기건 말건 관심 없다는 듯 뇌격을 뿌리며 데이안이 지배한 마물들을 숯검댕이로 만들었고 백호 흰둥이는 이 와중에도 따뜻한 곳을 찾아 늘어지며 배를 드러내놓고 잠을 자기 시작한다.
저 빌어먹을 놈은 나중에 교육을 따로 해야겠네.
결국, 대부분 이들에게 관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나타난 불의 정령왕은 나름대로 준비한 연출이 전혀 소용이 없자 미련 없이 화염의 회오리를 없애버렸다.
[건방진 놈!! 감히 법칙을 어기고 짐을 소환하였는가!!]
격한 외침과 함께 뜨거운 분노를 터뜨리는 화염으로 이루어진 거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과 흡사하지만, 하반신은 거대한 화염으로 이루어져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모양새였고 손에 쥔 거대한 불의 검은 세상을 모두 태울 것만 같았다.
[레바테인. 당신, 정말 신기하네요. 모두가 같은 정령왕이에요.]
“레바테인을 가진 불의 정령왕은 딱 하나뿐이었던가? 우연치고는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데.”
정령왕이 바글바글한 것은 아니지만 정령사 유리아나가 계약했던 정령왕들이 죄다 불려 나오는 모습은 조금 기이하게 보였다.
이윽고 완전히 형체를 만들어낸 놈은 어마어마한 열기를 내뿜으며 소리쳤다.
[누구냐! 감히 규칙을 어기고 짐을 소환한 미물은!]
그의 외침에 나는 괜히 시간을 끌 것 없이 곧바로 작업을 개시했다.
정령왕을 소환하는 데 필요한 것은 두 가지.
방대한 정령마나와 순수하고 강렬한 염원이다.
게다가 본래 불의 정령왕을 소환하기 위해선 불의 하급인 카사부터 하여 최상급인 이그니스를 소환하고 동화를 마친 후에야 도전할 수 있다.
“일단 소환한 건 내가 맞는데. 정령왕씩이나 돼서 그것도 못 알아보나?”
[건방진 인간!!]
나를 향해 격렬한 분노를 터뜨린 놈이 거대한 화염의 검, 레바테인을 내게 휘둘렀다.
콰아앙!!!!!
동시에 놈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이 내 전신을 집어삼킬 듯 감쌌다.
동화를 마치지 않고 도전하여 정령왕의 분노를 샀을 경우 내려지는 대가는 간단하다.
불의 정령왕의 화염에 잿더미가 되는 것.
하지만 놈의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나는 가볍게 한걸음 내디디며 입을 열 뿐이었다.
“물라임. 이거 치워.”
[물라임 아니라고!]
“믈르음 으느르그!”
[꺄아아아악!!! 이 빌어먹을 인간! 내가 언젠가 죽여버릴 거야!]
복화술을 하듯 놀리자 엘라임의 비명인지 격노의 비명인지 모를 소리가 울려 퍼졌다.
촤아악!!
동시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일대를 모조리 덮치며 내 주변에 일어난 화염을 모조리 꺼버렸다.
[이 힘은…… 엘라임?!]
말없이 나를 보던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가 안광을 번뜩이며 엘라임을 보자 팔짱을 끼고 있던 엘라임은 짧게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게다가 노아스 까지 있군. 이게 대체……]
본인이 보기에도 이해가 가지 않았는지 이프리트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인간.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본디 중간 과정을 무시한 소환은 이루어지지 않건만.]
“그렇지. 보통은 그래.”
담담하게 말한 내가 양손을 가볍게 부딪쳤다.
동시에 이프리트가 떠 있는 용암의 강 위로 붉은 마법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계약하자. 이프리트. 비록 이렇게 거친 방법을 썼지만 사실 네 도움이 없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일이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만들었다.”
[거절한다! 설사 네놈이 모종의 방법으로 짐을 소환하였다 하여도 짐은 그것을 용납할 생각이 없다!!]
녀석의 외침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엘라임과 노아스가 상당히 편하게 일이 풀린 감이 없잖아 있을 정도로 말이다.
나는 진지한 얼굴로 녀석에게 선언했다.
“그럼 계속 저항해. 나도 물러날 수 없다.”
[크윽! 이깟 포박으로 정령왕을 막을 수 있을 성싶으냐!!]
막을 수 있으니 깔아놨지.
이건 유리아나에게 배운 마법진으로 정확히 노아스와 엘르임 때에도 사용했던 억제 마법진 중 하나이기도 했다.
효능은 실로 간단했다.
정령왕이 날뛰면 날뛸수록 그 힘을 먹어치워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더욱 강하게 포박한다.
‘그래, 계속해서 날뛰어라.’
물론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유지하는 데에 상당한 마나 소모가 있다는 점이다. 이프리트가 날뛰어서 그 힘을 흡수하지 못하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내가 지불하게 된다.
결국, 저항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 자연스레 부서질 마법진이지만, 다혈질에 불같은 성질머리를 지닌 이프리트라면 거미줄에 걸린 먹이마냥 알아서 x랄x광을 해줄 터이니…….
그렇게 이프리트를 제약하던 나는 문득 나머지 두 정령왕의 의중이 궁금해졌다.
엘라임은 포기가 빨랐고 노아스는 달의 숲의 수장이었던 엘프 유리아 헬리샤나 덕분에 어렵지 않게 계약했다.
그런 녀석들조차 내가 보여준 이 마법진과 엮여본 적이 있기에 약점은 충분히 알 것이다.
지금 소환된 이프리트는 엄연히 그들과 함께했던 유리아나의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별명 방화광 혹은 방화범.
나름대로 정이 든 사이이니 혹시라도 도와주려 한다면 입을 틀어막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놈들, 표정이 이상하다.
[포기하면 편하다 이프리트.]
[크아아악!! 노아스!! 노아스 네놈은 그래도 상관없다는 것이냐! 정령계의 규율을 이렇게 무시하는 인간 놈과 계약을 유지하겠냐는 소리다!]
노아스와 엘라임은 딴청을 피우며 한결같은 태도를 보인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분명 네 녀석의 말대로 강대한 염원은 부족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개개인의 요구사항일 뿐이다. 그는 동화를 거치는 과정을 무시하고 정령왕을 불러내도 상관없을 정도로 뛰어난 정령사. 게다가 지금은 그런 자잘한 것을 무시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 코앞에 들이닥쳤다.]
[그래요. 기왕 이렇게 된 거 당신의 도움을 나눠주세요. 계약자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있어요.]
영원히 함께라는 말에 이프리트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는 당연히 물의 정령왕인 엘라임과 그리 사이가 좋지 않다.
[미친년……. 너도 돌아버린 거냐?]
[한 번만 더 미친년이라고 해봐요. 그 머리통을 뽑아버릴 테니까.]
[네년이 참을 정도라니 대체 무슨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으니 알아서 판단해주길 바라요. 자존심인지.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인지 유리아나라면 반드시 막아섰을 거에요.]
중요한일? 나는 저 둘에게 한마디도 해준 적이 없는데.
이쯤 되니 나는 엘라임과 노아스가 가진 발칙한 생각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만 당할 수 없지. 같이 죽자.
이미 한번 나와 계약을 한 이상 녀석들은 눈치챘을 것이다.
다른 정령사와의 계약과 다르게 나와의 계약은 내가 죽기 전엔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벗어날 수 없다면.
한 놈이라도 더 끌고 간다!
실제로 노아스는 심심하면 땅을 파게 시키고 엘라임은 물길을 만들게 시켰다. 도저히 정령왕에게 부탁할 거라곤 생각지 못할 그런 자잘한 일들이라는 소리였다.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하는 이프리트를 보던 흙의 거인 노아스의 입꼬리가 보이지 않게 스르륵 올라갔다.
저 봐. 이 새끼들 성질 나쁘기 그지없다.
“이프리트. 다시 한 번 말하지, 계약을 요구한다.”
[크윽! 거절한다!]
“끝까지 돕지 않겠다고?”
[그것이 내 알 바더냐?!]
“멍청한 새끼……, 눈치가 없어도 이렇게 없네.”
내 질문에 녀석의 저항이 멈췄다.
[무, 무슨 소릴!]
“보니까 모르는 모양이네. 그런 멍청한 정령왕은 필요 없다. 아쉬운 대로 불의 신수를 이용하는 수밖에..”
주작 불닭이를 향해 손짓하자 분노조절 장애를 여지없이 표출하던 불닭이가 순식간에 분노조절 잘해로 태세를 전환하고 내게 날아들었다.
그리고는 내 손에 머리를 비벼대며 이프리트를 향해 기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확실하게 판단할 순 없지만 비웃음이 담긴 느낌이다.
“그래도 정령왕이라 소환했는데 설마 불닭이 보다 쓸모가 없고 멍청할 줄이야.”
담담하게 말한 내가 마법진을 꺼버렸다.
“꺼져. 너 같은 멍청이는 필요 없다.”
내 말에 녀석이 크게 움찔했다. 녀석을 봉하던 마법진이 힘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가, 감히 불의 정령왕인 나를 멍청이라고?!]
“그럼 똑똑하다고 해주랴? 노아스, 정령왕이라고 다 똑똑한 건 아닌가 보다?”
[쯧 당연하다. 이프리트가 이렇게 아둔해졌을 줄 생각도 못 했군. 영광으로 알아라. 이프리트, 네 녀석의 멍청함 덕분에 우린 아주 중요한 일을 돌아가게 생겼다. 저승에서 유리아나가 통곡을 하겠군.]
[유, 유리아나? 그…… 그 귀신같은 여자가 엮인 일인가?!]
[아니라곤 말 못하겠네요.]
뒤이어 엘아임이 씁쓸하게 중얼거린다.
노아스의 쐐기를 박는 말에 이프리트는 부들부들 떨었다.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 아마 녀석은 그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미안한데 그딴 거 없다. 그냥 넌 속고 있는 거야.
[에잇 젠장! 오냐 어디 한번 믿어보겠다! 짐과 계약해라 인간!]
적인 사령왕 데이안을 눈앞에 두고 딴짓을 하는 나였지만 데이안은 이 상황에 나를 공격하는 어리석은 짓을 선택하진 않았다. 어떻게든 살아서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으리라.
“아니 필요 없어. 그냥 돌아가.”
손을 훠이훠이 저으며 녀석에게 축객령을 내린다.
[쯧쯧 제가 말했죠? 멍청한 녀석이라고.]
[그렇군.]
능청스레 연기하는 저 가증스러운 두 정령왕의 행동 때문에 이프리트는 안절부절못하는 사태에 이르렀고 이내 급히 달려들어 나를 낚아챘다.
[해준다고! 도와준다니까?! 계약해!! 짐과 계약하라고!!]
“아니, 안 한다니까? 너 멍청하고 쓸모없어서 안 해도 될 거 같아. 에이 마나 아깝게 괜히 소환했네.”
[아니! 짐과 계약하면 아쉬울 것 없을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 짐이 특별히 네 녀석과의 계약의 인을 2단계로 강화해주마!]
2단계.
정령과 동화의 절반이 필요 없어지는 특혜나 다름없다.
간단히 말해서 시작부터 레벨업을 절반 정도 해놓고 시작한다는 소리였다.
녀석의 말에 나는 고민하는 척 침묵하다 녀석과 눈을 마주쳤다.
“그래? 그럼 못 해줄 것도 없긴 한데……”
짧게 고민한 내가 녀석을 바라본다.
“계약 자체에 마나가 쓸데없이 너무 들어간다 이 말이야.”
[그, 그것은 시험…….]
“그래서 계약하기 싫다고? 넌 끝까지 방해만 하는구나.”
[크윽! 내가 부담하지! 내가 부담하겠다. 인간!]
빙고.
일사천리로 완성되어가는 계약의 인이 곧 완전한 형태를 만든다.
[만불을 태우는 불의 근원, 태초의 빛인 나 화염의 정령왕 이프리트의 이름으로 계약자에게 묻겠다. 이름을 말하라.]
“데이비 올 라운.”
[데이비 올 라운. 그대에게 나, 레바테인을 소유한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가 계약의 인을 새기겠다.“
“그래. 잘 부탁한다.”
내 말과 동시에 녀석의 화염에 마법진이 새겨졌다가 서서히 흩어졌다.
[말하라 계약자여. 네 녀석의 요구를 소납하겠다. 그 중요한 일이라는 게 뭐지?]
뭐든 요구해보라는 듯 당당하게 말하는 그 모습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계약이야.”
[응?]
“계약 끝났으니 이젠 됐어. 돌아가.”
담담하게 말한 내 손에 푸른 검이 쥐어진다. 동시에 내 시선이 이 소란을 틈타 슬금슬금 도망치던 사령왕 데이안에게 정확히 꽂혔다.
“나머지 녀석들은 이곳에 있는 놈들을 싹 정리해. 이프리트는 첫 소환이라 마나를 쓸데없이 많이 잡아먹으니까.”
내 말에 노아스와 엘라임은 마치 사명을 품고 있다는 듯한 태도에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마물들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상황을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바라보던 메가로드리아는 마무리를 짓듯 마물왕 볼케닉웜을 그대로 찢어발겨 버렸고 신수들은 신수들 나름대로 흉폭한 성질머리를 숨기지 않았다.
[이게…… 무슨?]
그 와중에 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린 이프리트가 황망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중요한 일이 있다며, 짐이 계약하지 않아서 유리아나가 지하에서 통곡할 거라며!]
“그렇지. 불의 정령왕 다시 소환하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 알고 있냐? 애초에 널 소환하기 위해 이곳에 있던 불의 자연 에너지를 모조리 썼는데 이런 좋은 장소 찾기가 쉬운 것도 아니고.”
당황한 이프리트를 뒤로한 채 나는 바짝 얼어버린 데이안을 향해 빙그레 웃어 보였다.
“파괴의 마왕과 연관이 있다고? 처음엔 널 잡고 이용해보려고 했는데. 이제 필요 없어졌다.”
인질은 하나면 충분하니 말이다.
“이, 이럴 순 없다!!”
내가 더는 놈을 살려둘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데이안이 급히 반격하듯 사령 마나를 끌어올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녀석에게 파고든 내가 손에 쥔 청단이를 가볍게 사선으로 그어 올렸다.
쩡!!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신형이 반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8서클 사령술사인 데이안은 강한 존재였다.
저주를 메인으로 삼은 그의 힘은 대륙을 단신으로 뒤흔들 정도로 강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가 나빠도 너무 나빴다.
“메라몽, 명령하달. 라피스라고 했나? 그 분홍 머리 몽마르 놓치지 말고 생포해라.”
륀느가 없으니 직접 명령 하달이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파괴 마왕의 직속 수하로 보이는 몽마의 존재를 기억해두었고 데이안보다는 그녀의 신변을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읏?! 꺄아아악!! 기분 나빠! 이거 뭐야!!”
동시에 저 멀리서 잔뜩 겁에 질린 여성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