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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23화 (522/1,559)

제 523화

내 말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본능대로, 단순하게 싸우는 존재와 이번은 많이 다르다.

마물과 인간의 차이.

그 싸움방식의 차이는 단순히 전투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놈들도 정보를 취득할 줄 압니다. 대륙 내에서 그 난리가 나는 동안 놈들이 내 눈에 띈 건 많아야 한 번에서 두 번 정도 입니다.”

그러니까.

정보차단에 능통하고 능구렁이 같은 놈들이라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이미 놈들은 사회에 녹아들었고, 수많은 국가에 있는 귀족들 중 그들을 보조하는 자도 만들어두었을 것이다.

“그놈들과 싸울 때 단순히 정보를 취득하고 찾아내면 놈들이 어서옵쇼 하고 죽어줄까요? 어림도 없는 소리.”

“그 말인즉 자네가 이런 일을 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겠지. 일부러 자네의 존재를 크게 드러낸 것을 말일세.”

“대제를 이용한 건 간단합니다. 황제와 연식이 생긴 용병.”

단순히 직급 계급을 떠나 그것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정보의 이점을 챙길 수 있다.

“요지는 명분이죠. 이 영지의 영주를 포함한 여러 존재가 선생님과 기사단원들을 도와주고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명분. 이제 기사단원들은 당당하게 대제의 이름을 팔고 보통의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정보까지 조사할 수 있습니다.”

왕의 마음에 들어 신분상승한 평민들에 대한 이야기는 힘을 숭상하는 이 서부에서 제법 많으니까.

어떤 의미로 보면 힘을 숭상하는 마계의 습성이 이 서부대륙까지 알게 모르게 전해져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

내 말에 그가 침묵했다.

“대제와의 동행은 사실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대제도 대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에 이곳에 있었겠지만, 지금 저희에게 중요한 건 흑마법사의 끄나풀을 잡아 꼬리를 밟고 놈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지요.”

내 말에 일리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이쪽 분야는 저희가 전문이니까요.”

“왜 기사단이 초기에 밖으로 나가지 않는 앵커나이트와 밖과 연동하여 활동하는 로밍나이트를 나눴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선생님.”

내 말에 보리스는 잔을 홀짝였다.

“그렇군……. 기사단은 너무 오랜 시간 마물과의 싸움만 지속했으니…… 기사총장의 합리성을 생각하면 이게 맞는 일이겠지. 허나, 놈들이 이 기회를 틈타 습격할 수도 있네. 알고 있나? 지금 멀쩡한 건 오로지 나뿐이라는 소리일세. 자네조차 그 지독한 독주를 마시지 않았나.”

그 말에 나는 빈 잔에 우화등선주를 다시 따랐다.

그리고는 그대로 들이켜며 말했다.

“그럼 더 좋은 거 아닙니까?”

내 물음에 그가 놀란 듯 나를 바라본다.

“뭐, 놈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일단 서로 한번 찔러나 봅시다.”

그놈들은 수도 많고 영악하다는 게 내 판단이다.

“만약 그들이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냥 도망쳐버린다면?”

“그럴 일은 없을 걸요?”

내가 비웃듯 품안에서 붉은 보석을 꺼내들었다.

동시에 보리스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그건…….”

“도망쳐도 그놈들은 다시 옵니다. 반드시.”

말은 그리했지만, 나로서도 꼬리하나 잡히지 않는 놈들을 확인하기 위해선 자료가 필요했다.

그래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이 사태를 유도한 것이다.

놈들은 내가 가진 레드 드래곤 아이를 통해 무언가 의식을 치르려 한다.

그저 지켜보고 물러나는 건 꼼수가 있는 놈이고.

간을 보고 찔러만 보는 놈은 그래도 생각이 있는 놈이다.

그리고.

챙그랑!!!!

유리창이 박살나며 누군가가 우르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수는 대략 20명 정도.

익스퍼트급에서 마스터급도 둘 정도 섞여있지만, 놀라운 건 기존의 그들이 내뿜는 기세에 비해 하나같이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몇몇은 우화등선주를 마시고 뻗어버린 대제가 있는 곳을 향해 이동한다.

이미 술을 마시고 뻗어버린 대제를 굳이 건든다는 건…….

역시 이놈들, 대제가 이곳에 온 이유와 연관이 있다.

그 능구렁이 같은 황제.

눈치만 빨라서 나를 역이용해 외려 이놈들을 솎아내려는 수작이었다.

피차 이용한 마당이니 뭐라 할 건덕지는 없었다.

몇몇은 나와 일리나, 그리고 보리스를 포위했고 나머지는 뻗어있던 268기 기사단원들을 향해 움직였다.

황제가 있는 만큼 정보길드에서도 이곳에 함부로 눈을 붙이지 못한다.

그 탓에 놈들에게는 습격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사실 맛난 미끼를 던진 꼴이지만 저들도 생각이 있으면…….

“가장 멍청한 놈들의 패턴.”

“이 상황이 기회라고 생각하는 놈들.”

나는 붉어진 얼굴로 몸을 비틀거렸다.

아무리 몸이 막장 수준의 견고함을 지닌다지만 역시 메이드인 술고래.

그러나 천마 독고준 표 우화등선주나 열반주는 버티기 힘들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취기에 나는 검을 빼내려다 멈췄다.

이런 상황에서 검을 잘못 휘두르면 피아식별이 안 되는 수가 생긴다.

이럴 땐…….

“쥐어패야지.”

술에 취하면, 또 그에 맞춰서 싸우는 법이 존재한다.

비틀거리는 척하며 나를 향해 빠르게 파고든 검은 무복의 사내의 검을 슬쩍 피해냈다.

취검과 비슷한 자세지만 검을 들진 않았다.

휘리릭.

그리고 재차 공격하는 놈의 공격을 비틀거리며 또 한 차례 막아낸 뒤 제멋대로 노는 주먹을 뻗어 놈의 안면을 뭉개버렸다.

[천마식 호신공]

[취기공 1식]

[개진상]

쉬리릭!!! 빠아악!!!

엄청난 소리와 함께 한 사내의 얼굴이 함몰된 채 그대로 벽면에 처박힌다.

그 뒤를 이어 나는 비틀비틀 몸을 이끌며 정확히 한 놈 한 놈 낚아채 재기불능으로 확실하게 짓눌렀다.

취기가 올라온다고 싸우지 못할 거라는 건 편견에 가깝다.

무아지경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이 말이야.

마법의 경우, 무아지경이 마냥 옳진 않지만 분야가 꼭 마법에 한정될 필요는 없다.

콰앙!!!!

그때 2층의 방문하나가 박살나더니 새카만 무복을 입은 사내가 피를 울컥울컥 토해내며 기어 나왔다.

“사…… 살려…….”

콰득!!

하지만 곧이어 방안에서 걸어 나온 거구의 구릿빛 사내에 의해 제지당했다.

콘타스의 대제.

그는 좀 전 술을 먹고 뻗었다는 게 거짓말이라는 듯 느긋하게 걸어 나와 사내를 낚아채 들어올렸다.

“흐음…… 역시 흑마법사로구나. 짐의 예상이 맞았어. 네 녀석과 엮이면 혹여 놈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했는데.”

“피차 이용한 관계이니 더는 아무 말 안합니다.”

“짐 또한 마찬가지다.”

좀 전 우화등선주의 영향이 완전히 없진 않았는지 그의 얼굴은 약간 붉어져 있었지만, 그것보다 강자와의 싸움에 대한 열망이 더 가득해 보였다.

“이 일이 끝나면 짐과 한번 대련을 해볼 수 있겠는가.”

“빈손으로는 안 합니다.”

“짐의 여식을 주지.”

“거절하지요.”

콰앙!!

손이 마치 취한 취객의 움직임처럼 뻗어져 나가 흑무복 사내의 목젖을 낚아채 찢어발긴다.

순식간에 치명상을 입은 그가 그대로 무너지자 정황이 일순간 뒤바뀌기 시작했다.

작정하고 숨어든 놈이 튀어나온 순간부터 이미 승기는 이쪽에 기운 것이나 다름없지만 말이다.

바닥에 뻗어있는 기사단원 4명을 지키는 보리스와 일리나 쪽도 상황이 나쁘진 않았다.

“큭…… 속았다…… 취한 척을 한 거였나!?”

“보통 취해도 쉽게 죽어줄 정도는 아닌데.”

“닥쳐라! 이렇게 된 이상 여기서 황제와 성자, 네 두 놈을 죽이겠다! 시행해라!”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의 외침에 무리 사이에서 흑색로브를 입은 대머리 남성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생김새는 대충 봐도 확연한 동양인이었다.

언뜻 보면 서부대륙의 인간과 비슷하지만.

이놈.

이방인이다.

“아놔, 이거 한번 쓸 때마다 스킬 포인트 날아가는데.”

그는 이런 일을 예상했다는 듯 양손을 끌어 모으더니 검은 스파크를 튀기기 시작했다.

“일대 영역에 모든 비물리 에너지를 동결시킨다.”

이윽고 그 사내의 말과 동시에 마나들이 일제히 굳어버린 것처럼 멈췄다.

“무슨?!”

갑자기 힘이 나지 않자 칼디라스를 드는 것조차 버거워졌는지 일리나가 비틀거린다.

그리고 보리스는 인상을 찌푸린 채 닥치는 대로 부쉈다.

“마나를 동결시킨다라. 이거 제법 흥미로운 놈이구나. 특질능력자인가?”

자신의 몸에 마나가 움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하나를 한손으로 들어올리고 있던 대제가 내게 물었다.

“데이비 왕자. 짐 또한 특질능력자의 힘에는 취약하다. 해결법이 있나?”

그 물음에 나는 손을 말아 쥐었다가 폈다.

나 또한 마나가 동결된 건 마찬가지.

문제는 적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었다.

육신이 평범하다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한계가 있다.

손자병법 가라사대.

다굴에 장사없다고 하지 않던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여파가 좀 클 것이라는 판단 하에 고민이 될 뿐이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나를 향해 덤벼드는 사내를 향해 취권을 하던 것도 멈추고 빠르게 손을 뻗었다.

쩌엉!!!

동시에 기이한 음이 울려 퍼지며 사내가 비틀거리더니 쓰러졌다.

“이봐! 타코야끼! 놈의 마나를 제압한 게 확실한가?!”

“스킬 효과는 확실히 적용됐어요.”

“그래도 움직이는 건 우리처럼 육체능력이 괴물이라는 거겠지.”

“이런 미친…… 지속시간 줄어드는 게 무슨…… 빨리! 빨리 해요! 오래 못 버텨!”

“크윽…….”

흑무복 사내의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마법 장막을 펼쳤던 대머리의 흑마법사를 바라보았다.

‘타코야끼?’

지구의 음식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애초에 이방인이 넬타리드의 힘을 받아 지구에서 넘어온 극소수의 몇 명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상한데? 왜 이름이 타코야끼지?

머리위에 가쓰오부시도 없잖아.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흑무복의 적을 밀어낸 일리나가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하자 나는 손을 풀었다.

뭐가되었건, 특질능력자 중에서도 저런 케이스는 없다.

보통 이런 마법진이 펼쳐지려면 오랜 시간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건 즉발기에 가까웠다.

잠깐이지만 제법 치명적인 힘이다.

그렇다면.

이쪽은 더 억지 같은 힘을 사용하는 수밖에.

우웅…….

나는 내 몸에서 가장 이질적인 힘을 꺼내들었다.

심연의 공주 중 하나였던 베르샤의 저주.

그녀의 힘은 치명적이지만 나와는 극상성에 놓여있던 불쌍한 존재일 뿐이다.

나는 당황한 듯 주춤거리는 대머리 이방인의 전신에 베르샤의 힘을 쏟아부었고.

그대로 놈의 몸에 저주를 쑤셔 박았다.

“커억?! 으어어억!!! 뭐…… 뭐야?! 아…… 아이디 삭제?! 잠깐! 잠…….”

그러자 대머리 사내의 눈이 부릅뜨여지더니 이내 몸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그가 뒤틀리면서 주변을 장악하던 기이한 장막이 모조리 부서져 내렸고 마나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웅!!!

그때였다.

술을 마시고 서서히 달아오르는 내 몸안에서 묘한 힘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주신 프리아 여신이 내리는 계시와 다르게 그 내용이 명확했다.

[조화의 신의 이름으로 그대에게 힘을 부여하노라. 무분별하게 들어온 이방인들을 선별하여 필요한자를 직접 간택하라. 이 또한 그대의 힘이 될 지어니.]

요지는, 선택 안 된 놈들은 방금 전처럼 모두 치울 수 있는 힘을 주겠다는 소리였다.

게임을 통해 넘어온 놈들이다.

그런 놈들인 만큼 단순히 죽는 걸로 완전히 차단할 수 없지만, 방금 전 베르샤의 힘으로 놈을 죽였을 때 놈이 삭제되었다는 건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힘이 내게 생겼다는 뜻과 같다.

넬타리드가 이방인을 출현하게 만든 신이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내게 호의를 보여 왔다.

그렇다고 내가 속을 줄 알고.

우웅!!!!

뒤이어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고 그에 이어 스스로 상태창이 멋대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삐릭. 칭호 [가리지 않는 소환자]가 2차 해금 완료.

-칭호 [성자] 칭호의 2차 해금 완료.

-칭호 [저돌적인 실험광]의 능력이 2차해금되어 상시 발동으로 변형

-칭호 [혼과 동기화 했던 자]의 2차 해금완료.

…….

“아이고, 우리 좋은 관계 쌓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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