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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24화 (523/1,559)

제 524화

157. 죽음을 부르는 자

환골탈태 스택을 무자비하게 받아 처먹는 요소인 칭호 해금.

2차 해금이 가능한 칭호들은 각기 상당한 능력을 갖춘다.

그 탓에 나는 조화의 신 넬타리드가 제공해주었던 환골탈태 스택까지 모조리 쏟아부어 시도해봤지만, 실패의 파도에 장렬하게 쓸려나갔었다.

그걸 몇 개나 풀어줄 정도의 힘이 넬타리드에겐 있었던 모양이었다.

자신들의 히든카드가 당해버린 탓일까.

흑무복의 사내들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주춤거리며 물러난다.

이곳에 있는 이들 절반이 현재 소드마스터급 강자인 상황에서 그들이 내세울 수 있는 히든카드는 이방인의 디버프 능력을 이용해 이쪽의 변수를 모조리 차단한 후 머릿수를 이용한 동귀어진을 통해 제압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방법 자체는 제법 완성도가 높았다.

하지만 놈들이 상당히 이질적인 힘을 사용하듯, 나 또한 상당히 이질적인 힘을 다룰 줄 알고 있다.

바로 심연의 힘. 베르샤의 힘이었다.

신의 힘을 제외한 모든 세상의 규칙에 치외법권을 내세우는 이 무식한 심연의 신, 타나토스의 파편이 지닌 힘은 이곳에서도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

투쾅!!!

“호오……. 신기한 힘이로군, 마나가 모두 동결되었는데 홀로 움직이는 힘이라니. 헌데, 제법 섬뜩섬뜩한 느낌이 드는데.”

우드드득…….

콘타스의 대제는 자신에게 잡힌 사내의 목을 비틀다 못해 전신을 맨손으로 꺾어 던져버린 뒤 내 곁으로 다가왔다.

“취기가 쉽게 가지 않는군. 정말 지독한 독주로다.”

“소드마스터도 보통 한 방에 보내버리니까요.”

“그대는 그것을 알고 있는가. 황제 정도가 되면 독을 중화시키는 아티펙트를 몸에 달고 살지.”

그런 만큼 어느 정도의 술 대결에서 질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헌데, 그대는 멀쩡해 보이는군, 혹, 짐과 비슷한 피독주를……”

“그냥 대제께서 술을 못 드시는 겁니다.”

“큭…… 크흐흐흐…… 할 말이 없어서 외려 무엄하단 생각도 들지 않을 지경이로군.”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눈이 순간 번뜩였다.

나를 노리고 날아드는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그가 한 발 내딛으려던 찰나.

딸랑…….

옅은 방울 소리와 함께 내 뒤를 점하던 흑무복 사내의 육신이 허공에서 멈춰 버렸다.

딸랑.

동시에 언제 빠져나왔는지 모를 방울 가지와 섭선이 내 손에 쥐어졌고 한순간 내가 몸을 돌려 놈을 향해 방울 가지를 튕겼다.

[3급 뇌광술]

[청룡의 인(刃)]

[천뢰진주]

콰릉!!!!

마치 벼락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멈춘 흑무복의 사내가 그대로 새카맣게 익어버리자 모두에게 분위기의 공포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 후의 상황은 일방적으로 돌아갔다.

상상을 초월하는 근력을 내비치며 대제는 닥치는 대로 흑무복의 사내들을 잡아 비틀어버렸고, 일리나와 보리스는 잠든 기사단원들을 지키며 사정거리 내로 들어오는 이들을 자비 없이 베어 내렸다.

“커헉…… 사, 살려……”

“안 죽여. 걱정 마.”

터엉!!

바닥에 쓰러져 목숨을 구걸하는 사내의 뒤통수를 후려쳐 기절시킨 나는 자비 없이 적들을 격살하고 있는 대제에게 기절한 사내를 던졌다.

“놈들을 움직이게 하던 놈입니다. 제법 지위가 있을 테니 요긴하게 쓰세요.”

“호오. 그렇군, 생존자가 하나 정도는 필요하다고 뮤크가 말했지. 허면, 그대는 이제 어찌할 생각인가?”

“당연한 걸 묻습니까?”

내 물음에 그가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

흑무복의 사내들이 다 죽어가던 와중에 유일하게 한 놈이 사라졌다.

바로 이 모든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보이던 그 사내였다.

* * *

“헉…… 헉……”

한 사내가 숨을 헐떡거리며 숲 속을 빠르게 내달렸다.

그의 얼굴을 가려주던 후드는 이미 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넘어가 펄럭펄럭 휘날리고 있었다.

‘젠장…… 젠장!! 어떻게 그 장막을 자의로 풀 수 있는 거냐!’

신검의 주인이자 팔란제국의 황녀인 일리나 데 팔란이나 콘타스 대제가 소드마스터급 이상의 존재라는 건 알고 있었다.

개개인이 전략 병기급에 해당하는 괴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있던 리인포스 알파 기사단의 기사단장도 그에 준하는 실력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개중 가장 정체가 오묘하고,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인 대륙의 성자는 그런 나머지 세 명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괴물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있었다.

정보의 압도적인 차이가 있었으니 말이다. 상대를 알고 자신들의 전력을 알고 있다.

실제로 수차례의 시뮬레이션 결과 반드시 그들을 해치울 수 있다는 판단도 내려진 후였다.

그런데.

그놈이 몸에서 기이한 힘을 발현하면서 모든 계획이 수포가 되어버렸다.

“젠장! 젠장! 이대로라면 그놈이 분명 나를 죽일 거야!”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은 그에게 엄청난 공포심을 불러왔다.

보고를 올릴 때 그의 상관은 분명 건들지 말고 지켜보라 했지만, 공로에 눈이 먼 그는 그런 명령을 어기고 섣불리 적과 접촉해버렸으니 말이다.

성공했다면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그에게 내려질 처분은 죽음 이외엔 존재할 수가 없었다.

겁에 질린 그는 허겁지겁 도망치다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그대로 꼴사납게 넘어졌다.

하지만 그는 그런 꼴사나운 행동도 상관없다는 듯 허겁지겁 일어나 다시금 내달렸다.

피잉…….

쉬리리리리릭!! 푸욱!

“끄아아아아악!!!”

물론, 그가 도망친다고 해서 적이 놔둘 리가 없다는 게 사실이지만 말이다.

숲 저편에서 날아든 화살은 단순히 나무에 금속을 꼬아 만든 평범한 화살이지만 어떤 방식을 사용한 건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나무들을 피해 날아들어 정확히 그의 기동력을 앗아가 버렸다.

“끄으으으…….”

종아리부터 정강이를 관통한 화살을 빼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보지만 지독한 화살에 마치 무슨 장치라도 되어있는 것처럼 온몸에 통증이 전해져왔다.

“크윽?! 화, 화살이 내부에서 폭발한 건가?!”

화살이 다리를 관통함과 동시에 허리부터 폭발하여 그의 몸 안에 깊숙이 틀어박혔다.

완전히 폭발한 게 아닌 뒤틀림 때문에 화살을 뽑아내려면 칼로 살을 째든지 아니면 다리를 절단해야 할 상황이었다.

터벅…… 터벅…….

“크윽…….”

물론, 그에게 그런 시간 따윈 없었지만 말이다.

사내의 경지는 익스퍼트 최상급.

마스터급도 되지 못한 존재이다.

그런 그를 마스터급 유저 2명이 못 쫓을 이유는 없었다.

“끄으윽……. 죽을 순 없어…… 죽을 순 없단 말이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몸을 질질 끌며 장소에서 최대한 이탈하려 애썼다.

하지만 저 멀리서 점차 다가오는 두 명의 인기척은 그의 심장을 터질 듯 크게 뛰게 했다.

마치 혹시 모를 함정에 대비하듯 천천히 접근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를 쫓고 있는 그 빌어먹을 대륙의 성자.

그는 지금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사냥꾼이고 자신은 사냥감이다.

완전히 위치가 역전된 상황 속에서 그는 자신이 더는 흥미를 끌지 못하면 그제야 사신처럼 나타나 목숨을 거둬갈 것을 알았다.

필사적으로 기어서 그곳을 벗어나 도망치던 그는 그나마 시간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네놈의 그 방심이 널 패배로 이끌 것이다!’

조금만 더 가면, 그가 만들어놓은 은신처가 존재한다.

그곳에만 도달할 수 있다면 저놈의 포위망을 뚫고 도망칠 방법이 존재했다.

하지만.

저벅…… 저벅……

그의 생각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숲 속에 선명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툭…… 툭…… 후두두둑…….

콰르르릉!!!

벼락이 치고 빗방울이 서서히 돋기 시작한다.

한 방울 한 방울 돋던 비는 곧 억수같이 쏟아지며 어두운 숲을 차갑게 적셨다.

바닥에 쓰러진 채 화살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다리를 질질 끌며 기어가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마치 기름칠하지 않은 문이 뻑뻑하게 돌아가듯 고개를 들어 올린 그는 눈앞에 보이는 사내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다, 당신은……”

쏴아아아아아아!!!! 콰르릉!!

벼락이 내리치며 검은 인영의 얼굴이 일면 비쳤다.

사내는 겁에 질린 듯 눈을 부릅뜬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제가 뭐라 했습니까. 섣불리 그를 자극하지 말라 했지요.”

“초, 총수!”

“호칭도 조심하십시오. 남 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고블린이 듣는다 하였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미성의 청년은 느긋하게 그에게 다가와 그의 뺨에 손을 올렸다.

“아아. 상황이 웃기지 않습니까? 소중한 부하들을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적들에게 경계심까지 극한으로 심어다 주었군요. 게다가 콘타스 대제의 눈에 꼬리를 보이기 까지 했다라……”

“사, 살려주십시오! 저는 그저…… 그저.”

“압니다? 너무 잘 알지요. 당신의 뜻을 왜 모르겠습니까. 콘타스 대제가 술을 마시고 잠들어버리고 나머지도 하나같이 정상은 아니었지요. 그런 마당에 이방인의 힘으로 그들의 힘을 잠시라도 억제할 수 있다면, 이보다 큰 기회는 없을 겁니다.”

부드럽고 자비롭게 그가 말하며 사내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에 사내는 혹여 총수라 불린 이 사내가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 것인가 하는 일말의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푸욱!!

총수의 손에서 튀어나온 시커먼 촉수 같은 것이 사내의 미간을 정확히 꿰뚫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내 명령을 어겼지요. 나는 분명 움직이지 말라 했습니다.”

“끄륵……. 끄르륵…….”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즉사하지 않았는지 간헐적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치 이 와중 에도 살려달라 비는 것처럼.

처절하게 손을 뻗어 청년의 다리를 붙잡는 사내의 모습에 청년은 짧게 혀를 차더니 손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촉수 더미가 일순간 일어나며 네다섯 갈래의 턱으로 변했고, 이내 그의 육신을 씹어 부수고 삼키기 시작했다.

콰드득…… 콰작…… 콰작…….

섬뜩한 소리와 함께 피 한 방울도 튀기지 않은 채 촉수로 만들어진 괴물의 입에 사내가 집어삼켜 지자 청년은 만족스러운 듯 촉수를 손목에 거두며 말했다.

“슬슬 나와주시겠습니까.”

담담한 말에 숲 속에서 두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데이비와 일리나였다.

“……”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탓인지 일리나의 표정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데이비의 경우 청년과 시선을 정확히 마주했다.

“얼굴이 안 보이게 해둘 생각도 하고, 신박한 놈일세.”

“반갑습니다. 데이비 올 라운. 대륙의 성자시여.”

그의 말에 데이비는 심드렁하게 다가왔다.

“척 봐도 방금 먹힌 놈보다는 윗선인가?”

“부끄럽습니다만 총수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청년의 대답에 데이비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데이비…… 저 녀석, 뭔가 위험해.”

얼굴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가 내비치는 기이한 기류 때문일까. 일리나가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지만, 데이비의 행동은 거침없었다.

쏴아아아아아…… 딸랑…….

콰르르릉!!!

그의 손에 순식간에 방울 가지가 쥐어짐과 동시에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그의 전신을 집어삼켜 버린 것이다.

콰르르릉!!! 쾅!! 쾅!!

수차례 벼락이 쏟아진다.

마치 유도된 것처럼 정확한 지점에 연달아 떨어지는 벼락의 모습에 일리나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보통 존재라면, 소드마스터조차 쉽게 간과할 수 없을 만큼 파괴적인 위력이었다.

실제로 벼락이 쏟아진 지형은 그 여파로 인해 대지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흙은 순간적인 고열을 견디다 못해 유리화되었다.

하지만.

그 벼락 속에서도 청년은 무사한 얼굴로 서 있었다.

“허수아비네.”

담담하게 중얼거린 데이비가 짧게 혀를 차자 청년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

“쿡쿡……. 눈치는 빠르시군요. 하지만 이쯤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의 제안에 데이비가 사납게 웃었다.

“누구 마음대로?”

“이런……, 저는 기회를 드린 겁니다만……. 세상 일이 본인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하셨어야지요.”

그의 말에 데이비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렇게 된 이상 별수 없겠군요. 살수왕 헤르메이샤의 유적에서 발견된 물건을 제게 넘겨주십시오.”

“이거?”

그의 말에 데이비는 아무렇지도 않게 품 안에서 붉은 구슬을 꺼내 들었다.

스스로 붉은 빛을 내뿜는 기이한 물건이었다.

“레드드래곤 아이.”

“그렇군요. 역시 저희가 찾던 물건이 맞습니다. 협상을 하지요. 그것을 넘겨주신다면 저희가 당신을 건드리진 않겠습니다. 물론, 지금 저희가 이렇게 서로 칼끝을 겨누고 있지만, 굳이 싸울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그의 말에 데이비는 귀찮다는 듯 귀를 후벼 팠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는 알고 도발하는 거 같고.”

“그렇습니다. 당신이라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지요. 그러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살려드릴 테니 내놓으십시오. 만약 그것을 내놓지 않으신다면……”

그가 말끝을 잠시 흐렸다.

“당신의 소중한 동생의 목숨을 앗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가볍게 핑거스냅을 튕긴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

격하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데이비가 주머니에서 꺼내 든 작은 아티펙트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아티펙트를 든 데이비의 표정에 섬뜩함이 어리며 아티펙트가 그의 손에서 완전히 가루처럼 부서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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