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28화 (527/1,559)

제 528화

“유인한다고?”

내 말에 흥미를 느낀 대제는 근처에 놓인 의자에 느긋하게 앉으며 물었다.

“그대가 떠난 이후 짐이 일대를 조사해보았다. 이미 작정하듯 숨어버렸더군. 그런데 그들을 끌어내겠다고? 무슨 수로?”

“그놈들은 데스로드의 유지를 잇는 자들이라 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그런 놈들이 절대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나는 브로치를 손에 쥐고 빙글 빙글 흔들다가 그에게 내밀었다.

“이건?”

“브로치, 생명의 요람입니다.”

“생명의 요람?”

“데스로드, [로 아이아스]의 힘의 정수가 담긴 브로치입니다. 그녀의 상징이죠.”

내 말에 일리나가 놀란 듯 나를 바라본다.

“데이비…… 혹시 그건…….”

“그래.”

회랑의 영웅들은 자신들의 힘과 몇 가지 대가를 지불하고 자신의 생전의 물건이나 그와 관련된 기억들을 구현화 할 수 있었다.

생명의 요람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브로치는 그녀에겐 가장 소중한 물건이면서 동시에 그녀의 흑마법의 매개체중 하나이기도 했다.

물론, 일루미나티의 디센트들이 이 브로치의 진품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내가 가진 것을 가짜라 여기고 미끼를 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물건을 그놈이 안다면 그놈은 반드시 움직인다.

진짜든 가짜든 상관없다. 그것이 [로 아이아스]와 어떻게든 관련이 있다면 말이다.

그것이 내가 놈을 탐색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데스로드의 진짜 유지를 잇는 놈들이라곤 생각지 않는 게 현 실정이었다.

데스로드 로아이아스의 목적은 생전부터 동일했다.

하나라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것.

하지만 이놈들은 그 이름만 앞세워 세상을 주무르고 있다.

완전히 어긋났다.

그렇다면 그녀의 힘을 이어받은 자라는 뜻으로 해석할 경우.

사실 이게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그래봐야 진짜 데스로드의 발끝도 못 따라갈 만큼의 성취로 자위 하는 셈이지만.

일리나는 내가 꺼내든 물건이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눈치챘지만 내가 숨긴 진실을 모르는 콘타스 대제는 당연히 곰곰이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데스로드라…….”

데스로드라는 단어에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흥미롭군. 데스로드는 그대가 이전에 죽이지 않았나?”

“데스로드를요? 하. 뭔가 착각하고 계신 듯합니다.”

“착각이라?”

“진짜 데스로드는 인간이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내 말에 대제의 표정에 중압감이 서린다.

“설사 그대라도?”

그의 물음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순히 머릿수의 문제가 아니라 격의 문제였다.

그런 로 아이아스가 있는데 사령왕 데이안? 아니면 그의 부하였던 클레르 오르판?

어떤 쪽이건 감히 데스로드라는 호칭을 달기엔 턱없이 부족한 놈들이다.

“대제께서 도와주셔야 합니다.”

“짐에게 부탁을 하겠다라. 그 말인즉, 혓바닥 하나로 콘타스 제국을 움직이겠다는 뜻이로군. 좋다. 두 가지 부탁을 들어준다면 짐도 생각해보지.”

“두 가지? 뭐 좋습니다. 간단한 것 정도라면 말씀해보시죠.”

“그리 많은 걸 요구하진 않겠네. 첫째, 짐의 여식과…….”

“지금 제가 장난하는 걸로 보이십니까?”

내 목소리에 고저가 사라진다.

싸늘한 공기가 퍼져 나가자 일리나는 침묵했고 륀느는 맹한 얼굴로 나와 대제를 번갈아보다 무기를 구현해낼 준비를 했다.

“반대로 묻지. 왕자, 그대는 어찌하여 정략혼에 대해 그렇게 부정적이지?”

“뭐라고요?”

“짐은 단순히 대륙 최강자와 더욱 친밀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인품도 나쁘지 않고 신념도 올곧지. 외모도 문제가 없거니와 강대한 세력, 강력한 무력도 좋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스르륵 나타난 검은 피부의 사내가 그에게 시미터 한 자루를 조심스레 내밀었다.

스르릉.

대제는 정확히 나를 바라보며 검을 검 집에서 천천히 꺼내들었다.

촤아악!!

삽시간에 붉은 피가 튀었다.

그는 다름 아닌 일루미나티의 끄나풀로, 유일하게 잡고 있던 생존자였다.

그는 우리가 한 대화를 듣고 어떻게든 도망치려 했지만 애초에 그의 필요성이 다한 이상 그냥 둘 순 없었다.

그를 돌려보내 정보가 퍼지게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귀족, 아니 왕족에게, 그것도 위세가 높은 왕족의 경우, 다수의 부인은 그들만의 의무이자 권리이며, 자신만의 나라를 지키는 방식이다.”

“…….”

“설마 그들이 정말로 여러 여인을 사랑해서 그렇게 받아들였다 생각하나?”

종류는 다양하다. 후손을 잇기 위해. 혹은 정말로 여자를 좋아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정치적 문제로, 또 보호의 수단으로.

“왕자, 그대가 지금 짐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나?”

내가 그에게 한 부탁은 간단한 것일지라도 깊게 파고들면 다르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일명 무력동맹. 아무리 하인스 영지가 잘나간다지만 서부 제국이 아무런 대가없이 하인스 영지와 동맹을 맺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

“특히 팔란 제국과 린디스 제국을 구워삶아 동맹을 맺고 있는 그대의 위치는 더더욱 그 동맹의 성사를 어렵게 하지. 요컨대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짐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알기에 받아들이면 그만이지만 일루미나티에게는 엄연히 전설이나 소문이다. 대신들이나 다른 귀족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지.”

동맹에 가장 효율적인 명분이 무엇이 있는가.

결혼, 간단한 결론이다.

“그래서 지금 제게 9살 난 황녀님을 시집보내시겠다 이겁니까?”

“뭘 새삼스레. 태어나기 전부터 태중혼약을 하는 이도 있는 마당에.”

“…….”

내 침묵에 일리나는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그녀 또한 대제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황족이기에 잘 이해하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일리나나 린디스의 에이리아 황녀의 경우 그 위계 순위가 굉장히 뒤쪽에 위치하기에 정략혼의 가장 쉬운 먹잇감이 되기도 하면서 반대로 가장 안전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하지만 콘타스 제국의 황족은 그렇게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닌 듯 보였다.

“잊지 마라 왕자. 짐은 지금 그대에게 흥미를 품고 호의적으로 대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짐은 제국의 황제. 제국의 앞날을 위해서 움직이는 자다. 또한 짐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와 명분이 존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자는…….”

단순한 우군이며 폭군일 뿐.

“…….”

“그리고 어차피 정략혼을 떠나야 할 아이라면 놓칠 수 없는 신랑감에게 찔러두는 것은 아비의 마지막 노력인게지.”

떠나고 나면 그때부턴 출가외인이 될 테니까.

씁쓸한 문화지만 이것이 현실이기도 했다.

“짐이 힘이 강한 것 같나? 세상이 그리 만만하진 않다. 왕자.”

“단순한 변명이죠.”

“그렇게 거침없이 변명이라 치부해버릴 수 있는 능력이 짐은 부럽기 그지없다.”

그 또한 나와 비슷했던 모양이었다.

일개 개인의 힘으로 세상과 맞서는 건 황제라 할지라도 쉽지 않았을 테니까.

외부와 내부를 모두 관리하고 다스린다는 건 그런 것을 의미했다.

“항목을 바꾸죠. 어정쩡한 관계로 황녀에게 피해를 줄 생각 없습니다. 지금 당장 사랑하는 이와 혼인도 치르지 않았는데 다른 여자와 약혼을 하는 웃긴 짓을 할 생각도 없고요.”

내 말에 조용히 침묵하고 있던 페르세르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지금의 나로선 페르세르크 이외에 부인을 둘 생각이 없었다.

그게 설사 가식적이고 형식적인 관계일지라도.

“그럼 그에 준하는 무언가를 내놓을 수 있겠는가.”

“지금 하는 말 한마디가 꽤 크게 작용될 테니 국가 회생 같은 위험한 약속은 하지 않겠습니다.”

“허면?”

“황녀와의 약혼대신 제가 후원자가 되어드리지요. 그 정도면…….”

“호오.”

“변명거리가 되겠습니까?”

내 말에 그의 입에 서늘한 미소가 어렸다.

능구렁이 같은 황제.

협상을 할 때 가격을 최대한 높게 불러 파는 게 이득이라는 것을 잘 안다.

처음부터 후원자가 목적이었구나.

무엇이든 나와 엮어서 딸을 보호할 수 있다면, 딸의 앞에 방패로 내 이름을 내세울 수 있다면 그녀의 안전은 크게 보장될 테니까.

“좋다. 거래는 성립이다. 이 일로 떠들어대는 놈들은 짐이 반드시 처리하지. 그 외에 다수의 지원도 콘타스 제국에서 하겠다.”

이래서 왕의 자리가 싫다.

하지만 지금의 내 행동은 과연 왕이 아닌 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도 들었다.

나 또한 단순히 힘으로 대륙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좋아요. 두 번째는 뭡니까.”

내 물음에 그는 검의 끝을 내게 겨누었다.

“짐은 그대에게 콘타스 제국의 전통인 마그라를 신청한다.”

콘타스 제국의 전통.

마그라.

일명 1:1 맞짱이다.

* * *

마그라 신청.

본래엔 서로 상반되는 목적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결투를 마그라 라고 부른다.

하지만 워낙에 잔인하고 야만적이라 나머지 두 제국의 지탄을 받아온 탓에 콘타스 제국도 현재 어쩔 수 없이 마그라에서 살생을 금하고 있다.

“죽지만 않으면 상관없다.”

“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사실 그가 잘못한 게 무에 있는가.

그는 개인이 아니라 단체의 수장인데.

그 수장이 단순히 친분이나 몫을 위해 가진 걸 마냥 내놓는다면 집단의 의기투합이 흔들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굳건히 왕권을 지켜온 대제에게 엄청난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내가 이렇게 짜증이 나있는 이유는 그의 말 때문이었다.

왕도 아닌 게, 왕인 것 마냥 멋대로 날뛰고, 권리를 취하고 의무를 저버리는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내가 그런 짓을 하고 있다.

세상일 쉽지 않다고 했던가.

99퍼센트의 미친놈과 1퍼센트의 정상인이 있다면 1퍼센트의 정상인이 미친놈이 되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나는 그 사회에 녹아들어 살아가고자 결심했으니 말이다.

시스템을 바꾼다?

그건 혁명가나 할 일이지, 내가 할 일이 아니다.

“데이비. 본녀는 괜찮다니까.”

“쓸데없는 소릴 하는 게 이 입이지?”

“으으읏!”

페르세르크의 뺨을 잡아당기며 내가 쏘아붙이자 그녀가 비명을 내질렀다.

“물러나있어. 이 마그라도 대제에겐 명분이 되니까.”

용의주도한 황제 같으니.

젊은 나이에 황제에 올랐다고 했을 때 보통 인간이 아닌 건 알았는데, 설마 자기 목숨까지 거침없이 이용해먹을 줄은 몰랐다.

“비록 짐이 연장자라곤 하나 짐은 아둔하지 않다. 선공을 양보 받지.”

“마음대로 하시지요.”

담담하게 말한 내가 가볍게 손을 푼다.

콘타스 대제는 다채로운 무인이지만 그의 진짜 무력은 박투술이다.

그렇다면 이쪽도 거기에 맞춰 주는 수밖에.

맨손을 가볍게 풀고 있자 건틀릿을 낀 그가 물어왔다.

“왕자, 그대가 강하다는건 들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성자가 아니었나? 적어도 손을 보호할 장비정도는 차는 게 좋을 텐데.”

그 말에 나는 손끝을 살짝 까딱였다.

“3수 양보합니다.”

투쾅!!!!!

순식간에 거대한 광풍과 함께 먼지바람이 일었다.

상상이상의 속도에 일리나를 포함한 268기 기사단의 표정에 놀라움이 어린다.

쩌엉!!!

그가 사용하고 있는 건틀릿은 다름 아닌 내가 그에게 준 것이었다.

본래엔 술 내기용으로 내놨던 것이지만, 실패작인 터라 가지고 있어봐야 의미는 없다.

“호오, 방어 방법이 신기하구나.”

콰앙!!

정확히 내 급소를 노리고 파고든 주먹을 나는 팔뚝으로 지지하고 나머지 한손으로 막아내며 그대로 물러난다.

그런 나를 대제는 놓칠 생각이 없다는 듯 쉴 새 없이 따라붙으며 몰아쳤다.

파바바바바박!!

그의 주먹이 폭풍처럼 쏟아지고 나는 손을 뻗어 그의 주먹을 잡아 빗겨내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그런 수동적인 방어에 그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자 주변에 몰아치는 광풍이 더더욱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맨주먹으로 소드마스터급에 오른 존재.

그 위세는 거짓이 아니었다.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광풍에 휩쓸리는 렌다 자매를 필디르가 급히 달려들어 잡아챘다.

그리고 그들의 앞을 일리나가 사뿐사뿐 걸어와 칼디라스를 땅에 박고 기막을 펼쳐 막아냈다.

페르세르크의 경우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륀느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휘날리는 바람을 향해 아아아~ 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구나!”

흡사 광기가 어린 눈빛이다. 강자를 찾아 해매는 풍습을 가진 제국의 황제답게 강자를 향한 그의 열망은 놀라울 정도였다.

“더! 더 보여 보아라! 그대의 끝이 이것은 아닐 터!”

그가 정확히 내 가슴팍을 후려치자 내 육신이 그대로 부웅 떠서 수 미터 밀려났다.

그 여파는 내 육신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미쳤다.

흉폭한 광풍이 지면을 뒤집으며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아직 멀었다!”

이후 그가 순식간에 내 뒤를 점하고 주먹을 뻗어온다.

다시금 손을 튕기며 그의 공격을 막아내던 중 급기야 그의 다리 까지 날아들었다.

후웅!!!

기습적으로 날아든 다리는 정확히 내 얼굴의 바로 옆에서 멈춰 섰다.

“흐음…… 생각보다 박투술에 대한 조예는 부족한가 보군.”

“…….”

“어떤가. 짐이 한수 가르쳐줄…….”

“아직 한 수 남았습니다.”

내 말에 그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좋다!!”

퍼버버버버버벙!!!!!

순식간에 공방이 이어지며 그가 나를 짓누른다.

계속해서 밀려나기만 하는 내 모습에 일리나는 눈을 찌푸렸고 페르세르크는 한숨을 내쉰다.

“뭐야…… 뭐야. 데이비가 밀리는거야?”

“세상에. 난 저 녀석이 누군가에게 밀리는 건 처음 봐.”

“역시 제국의 황제…….”

기사단원들은 내가 계속해서 유효타를 내어주는 듯 보이자 놀라움과 흥분을 숨기지 못했다.

“삼 수 끝났군. 생각보다 박투술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네.”

대제의 말에 나는 천천히 손을 털어냈다.

“이제 갑니다.”

“이 정도라면 굳이 삼수를 양보 받을 필요도 없었겠어. 조금 실망이군.”

그렇게 말한 그가 자세를 잡는다.

이에 나는 사뿐사뿐 걸어 그에게 파고들었다.

콰앙!!

그리고 내가 어느 정도의 거리에 도달했을 때.

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똑같은 공방이다.

그의 맹공에 나는 공격을 가하지 않고 하나하나 그의 손을 빗겨 내거나 처냈다.

하지만 그렇게 되니 자연스레 그의 발에 대한 방어가 취약해진다.

이전과 같이 똑같이 머리가 비는 그 순간.

그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어렸다.

“무식하게 돌진하는 것은 힘만 있고 경험이 부족한자의 특징이지. 미안하지만 두 번은 없네.”

정확히 내 머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공격이다. 보통이라면 방어, 혹은 회피를 할 것이다.

실제로 그는 내가 반격하거나 피하는 것을 예상하고 다음 행동을 계산했을 것이다.

우드득.

하지만.

내 머리를 향해 날아들던 그의 다리에서 이상한 뼈의 울림이 들리더니 모든 게 뒤틀렸다.

그는 자신의 다리가 왜 갑자기 뒤틀리고 박살났는지 전혀 이해를 못한 듯 보였다.

방식 자체는 간단했다. 내 속도에 익숙해진 그에게 그의 인지 범위를 벗어난 속도로 잠깐 움직이면 이런 꼴이 난다.

인간의 눈이란 참 간사하기 그지없으니까.

틈, 보인다.

다리의 뼈가 기괴하게 뒤틀린 대제의 눈이 부릅뜨여짐과 동시에 일리나가 한숨을 내쉬며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아주 느리게. 내 주먹이 그의 방어를 서너 번 후려친다.

투두둑.

[육파권]

피잉...

동시에 다른 이들에겐 들리지 않는 소리가 들리며 그의 가드가 아주 잠깐 흔들렸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대제가 물러나려 하지만.

나는 그의 발을 짓밟아 그의 기동을 완전히 무력화 시킨다.

한쪽 다리는 허공에서 박살이나 멈췄고, 한쪽 다리는 내게 짓밟혀 멈췄다.

다리, 함부로 쓰는 거 아닌데.

방어가 뒤틀린 그의 몸을 향해 그대로 파고든 내가 또 다시 대여섯 번의 느릿느릿한 주먹을 찔러 넣었다.

[연계식]

[맹룡파신격]

퍼버버버벅!!!!

분명 크게 힘이 단긴 공격도 아니다.

하지만 단단한 팔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튕겨져 나가자 대제의 얼굴에 경악이 어린다.

“무……무슨?!”

콘타스 대제의 몸의 방어능력은 이전에 만났던 린디스 제국의 황제, 데오르트 황제보다 한 수 위의 수준이다.

그 또한 강자지만. 계열이 다르니까.

그러니까.

조금 세게 가도 죽진 않겠지.

주먹을 빠르게 말아 당긴 내 몸에서 압도적인 투기가 쏟아지자 대제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순간적인 공포.

제대로 맞았다간 죽는다 라는 섬뜩한 공포였다.

[마왕 유르그 식(式) 붕권]

[축소]

[아수라 패황권(阿修羅 覇皇拳)]

순간 대량의 마나가 불타며 내 손에 모여들었고 거대한 악마의 형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동시에,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