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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35화 (534/1,559)

제 535화

160. 페르세르크

귀족 영애로서 태어나 부과되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귀족 아가씨이기에 해선 안 된다. 귀족 아가씨이기에 무엇을 해야 한다.

몇몇 특수한 경우처럼 밖으로 나간 게 아닌 이상 귀 족영애들의 삶은 극도로 단조롭고 압박이 크다.

그렇기에 유르바라 공작가의 여식인 그녀는 평민이 싫었다.

원치 않는 권리 같은 거 다 버리고 자유로울 수 있는 평민들이.

그런 가장 소중한 자유를 얻은 주제에 귀족이 되고 싶어 하는 평민들의 아둔함이 너무 싫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귀족 영애로서 부과되는 중압감은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주제에 귀족이 좋다고 부럽다고 하는 평민들의 말을 들으면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렇기에 그녀는 알지도 못하고 떠드는 평민들이 싫었다. 이런 삶이 좋다고 하는 부모님이나 같은 귀족들도 싫었다.

단순 아침 식사 예절이 어긋났다는 이유로 그녀를 대신하여 호된 매질을 당하는 매 맞는 아이를 봤을 때 그녀는 내면에서 무언가가 비틀리는 느낌을 받았다.

다 포기하고 죽고 싶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결심을 흔든 건 아주 오래전 왕실 연회에서 봤던 한 소년의 존재였다.

그녀와 다를 바 하나 없지만 그녀보다 더 괴로운 삶을 살 수밖에 없던 소년은 자신의 처지를 알면서도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빛났다.

아무런 힘도 없는 주제에 왕궁 밖으로 나간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저렇게 정이 많고 따스한 사람이 있는가 하고 말이다.

[꼬마 아가씨, 저거 필요해요? 내가 내려다 줄까?]

바람에 날린 스카프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그녀의 앞에 나타난 소년은 귀족답지 않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익숙하게 나무를 타 나무에 걸려있던 스카프를 되찾아 주었었다.

귀족들 사이에서 볼 수 없는 너무도 순수하고 호의적인 미소에 소녀는.

소년에게 의문을 품었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곧 뒤틀린 집착으로 변했다.

“저를…… 기억하시나요?”

조심스레 물어오는 그녀의 말에 데이비는 침묵했다.

기억하는가 하면 당연히 했다.

페르세르크 때문에 한 차례 귀족가의 자제들을 조사한 경험이 있기에 그녀를 알고 있었다.

유르바라 공작가의 영애인 유르바라 공작 영애.

그녀의 성격은 빈말로라도 따스하다곤 할 수 없었다.

한없이 차갑고 냉정하다.

과거 그녀는 이런 차가운 성격이 아니었으나 그녀가 이런 성격이 된 데에는 상당한 가정교육의 여파가 있다는 정보를 받은 바 있었다.

이쯤 되니 알 것 같았다.

페르세르크가 어디로 갔는지 말이다.

“기억은 합니다.”

“저하를 꼭 만나고 싶었어요.”

그녀는 데이비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부끄러운 듯 시선을 내리깔았다.

“나를 만나고 싶었다?”

“네, 아주 오래전부터요.”

그녀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제가 당신께 닿기엔 당신은 너무도 멀었죠.”

과거엔 혼수상태였고, 그가 깨어난 직후부터는 그녀가 다가가기엔 너무 멀리 가버렸다.

그렇기에 그녀는 용기를 내었다.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챈 것이다.

“제게도…… 기회를 주실 순 없나요.”

“기회라니 영애, 나는 영애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오랫동안…… 오랫동안 저하를 멀리서만 지켜봐 왔어요! 아무런 힘도 없던 일개 영애였던 제가 당신의 곁에 가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했으니까요!”

“흠?”

“이제야…… 이제야 기회가 생겼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해보고 당신께 다가갈 수도 없는 건 참을 수 없어요!”

그녀가 허겁지겁 소리쳤다.

“제게는…… 기회를 주실 수 없는 건가요…….”

절절하게 부탁해오는 모습에 데이비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였다.

갑작스레 데이비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었다.

유르바라 공작 영애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청각도 예민한 데이비의 귀에는 확실히 들려왔다.

이 천한 평민이 감히!!

그 대상이 누구인지, 또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비록 사교계에 관심 없는 데이비라도 알 수밖에 없었다.

“……”

데이비는 아주 잠깐 침묵 후에 움직였다.

“밤공기가 몸에 마냥 좋진 않습니다. 들어가세요.”

와락!!

하지만 유르바라 공작 영애는 거기서 포기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날리듯 파고들어 데이비를 등 뒤에서 끌어안았다.

“가지 말아요, 제 곁에 있어 줘요! 당신을 더 오래 봐온 건 저란 말이에요! 그런 평민이 아니라!! 제게도, 제게도 당신께 다가갈 기회를 한 번만!”

처절하게 매달리며 울부짖는 그 모습에 데이비는 조용히 침묵하다 그녀를 불렀다.

“유르바라 공작 영애.”

“……”

이에 그녀가 눈물진 얼굴로 그를 올려다본다.

부드러운 인상이다.

하지만 유르바라 공자가 영애는 그의 그 시선 속에서 서늘함을 느꼈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질투가 일었나? 아니면, 본래 성정이 그런 건가? 개수작도 이 정도면 참 예의 바르구만.”

“읏?!”

“경고하는데.”

섬뜩한 목소리에 유르바라 공작 영애의 얼굴에 두려움이 일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겁을 먹든 말든 데이비는 차디찬 한마디를 내뱉을 뿐이었다.

“손, 잘라버리기 전에 이거 놓는 게 좋을 거다.”

서늘한 말과 함께 그대로 굳어버린 유르바라 영애는 데이비가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것까지 지켜본 뒤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 * *

그 후의 일은 간단했다. 페르세르크를 향해 손찌검하려던 영애들을 유형화된 살기로 살짝 짓누르기가 무섭게 그들이 그대로 넘어가 기절해버린 상황이다.

“다 끝났어, 이런 식이면 조용히 알아보는 것도 힘들겠지.”

기절한 영애들은 하나같이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사벨 남작 영애, 아사나 자작 영애, 아셀린 백작 영애. 키리나 후작 영애

마지막으로 세실리 영애.

마기를 이용해 그나마 이성을 유지하고 있던 이사벨을 찾아 깨운 페르세르크는 그녀와 눈을 마주친 채 그녀에게 물었다.

“이사벨 남작 영애. 정신이 드는가?”

“아…… 아아……”

멍한 얼굴로 페르세르크를 보던 그녀는 곧이어 내게 시선을 돌렸다가 눈을 부릅뜨고 비명을 내질렀다.

“거봐, 데이비. 그대가 겁을 너무 주니까 이 꼴이 난 게야.”

페르세르크는 와들와들 떠는 이사벨을 살짝 안아 마기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이사벨의 떨리던 몸이 서서히 진정되기 시작한다.

“아…… 아아……”

와들와들 떠는 그녀는 공포에 질려있었다.

그녀를 통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힘들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기다!!”

“한 명도 놓치면 안 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펼쳐진 상황이었다.

순식간에 어두운 숲을 감싸는 황실근위병들은 이곳에 있는 이들이 모두 귀족가의 여식이라는 것도 상관치 않는지 검을 들이밀었다.

“무슨 일이지?”

이후 내가 근위 단장으로 보이는 사내를 향해 묻자 그는 대답 대신 손짓으로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국법으로 지엄하게 다스리고 있는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제보를 받았사옵니다. 물러나 주십시오. 저하.”

“금지약물?”

“달맞이 꿀입니다. 복용하면 반드시 사형에 처하고 보유하기만 해도 엄벌에 처해지는 악랄한 금지약물입니다.”

“흠, 달맞이 꿀이라……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로고.”

근위병들은 기절한 영애들을 하나 둘 포박하여 둘러맸고,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유일하게 정신을 차린 이사벨 남작 영애는 갑작스런 포박에 놀라 어찌할 줄을 몰랐다.

하지만 근위병들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아니샤 왕비의 생일 연회는 급작스레 벌어진 사고로 난장판이 되었다.

국가에서 엄격하게 금하고 있는 마약류인 달맞이 꿀을 다른 이도 아닌 귀족가의 영애들이 단체로 복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영애들을 신고한 건 다름 아닌 익명의 투서였다.

왕실 근위대로 배달되어온 투서에는 이번 일에 유르바라 공작영 애를 필두로 다수의 귀족가 영애들이 달맞이 꿀을 복용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언제 어디에서 그 약을 복용했는지 대해 자세하게 적혀있었다는 모양이었다.

물론, 음해성이 깊은 투서는 신빙성을 얻을 수 없지만 이렇게 현장 발각이 되어버리면 신빙성을 두고 논란이 일어나는 것도 우스운 일이 된다.

그 소식을 들은 크리아네스 국왕은 불같이 분노했다.

연회는 중단되었고 연회장 그 자리에서 영애들이 밧줄에 묶여 그대로 끌려왔다.

그리고 갑작스런 사태에 놀란 타국의 인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바리스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고군분투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밧줄에 꽁꽁 묶인 채 눈물을 흘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영애들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폐하! 달맞이 꿀의 양성반응이 일어났사옵니다!”

한 귀족이 찻잔의 내부를 기이한 색의 천으로 쓱 닦아내자 천이 붉게 변색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귀족들의 얼굴에 경악이 어린다.

하지만 귀족 영애들은 저게 무슨 반응인지 아직도 사태파악을 못 한 듯 보였다.

“폐, 폐하! 살려주시옵소서 저…… 저희는 정말 모르는 일이옵니다!”

“부, 부디 자비를!”

“닥쳐라!!”

격분한 크리아네스 국왕의 저런 표정은 실로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귀족파와 리네스 왕비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도 그의 표정은 어느 정도 절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느낌이 달랐다.

격분이 어떤 것인지 절절하게 보여줄 정도였다.

“말하라! 달맞이 꿀을 유입시킨 자가 누구더냐!!”

“저, 저희들은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그저……”

말끝을 흐리는 이사벨 남작 영애의 외침에 아사나 자작 영애도 비명을 내지르듯 소리쳤다.

“폐하! 살려주시옵소서 제발!”

영애들의 마약 복용사건은 제법 큰 파문을 일으켰다. 분명 이런 사태가 되면 그녀들의 가문 수장인 귀족들이 나서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하지만.

“말하라 자작! 그대의 여식인 아사나 자작 영애가 달맞이 꿀을 복용한 사건에 대해 그대가 연관되어있는가!”

“아,아니옵니다! 이 일은 신의 미련한 여식이 모두 독단으로 벌인 일이옵니다!”

“아. 아버지!”

“닥쳐라! 국가에서 엄히 금지하고 있는 마약을 복용한 넌 이제 내 딸이 아니다!”

귀족들의 손절은 너무도 빨랐다.

그건 아사나 자작 영애는 물론 다른 귀족 영애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신 또한 마찬가지이옵니다!”

아무리 귀족가의 곱게 자란 아가씨들이라지만 이렇게 대놓고 버려질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지 얼굴엔 당혹스러움이 가득했다.

“당장 말하지 않으면 영애들 모두 이 일에 주도자라 판단하고 국법에 따라 엄하게 다스리겠다!”

“사, 살려주시옵소서 폐하!”

“흐흐흑! 저, 저희들은 정말 모르는 일이에요!”

급기야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질린 영애들은 엉엉 울며 목숨을 구걸했고 귀족들은 싸늘하게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그, 그래! 유르바라 공작 영애께서 주신 차에요! 유르바라 공작 영애가 주신 차가 분명해요!”

그때 밧줄에 포박되어있던 한 영애가 눈을 부릅뜨며 급히 소리쳤다.

“무, 무슨?!”

동시에 언제 연회홀로 돌아왔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던 유르바라 공작 영애가 놀란 듯 소리쳤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가요! 키리나 후작 영애!”

키리나 후작 영애의 외침에 놀라 유르바라 공작 영애가 급히 상황을 무마시키려 했지만 키리나 후작 영애의 외침에 편승하듯 나머지도 입을 모아 소리쳤다.

“맞아요! 이, 이번 일에 데이비 왕자님의 혼약자이신 페르세르크양이 평민이라며 이 연회에서 망신을 주고 쫓아내야 한다고 하시면서……”

“아셀린 백작 영애!”

“제, 제가 뭐, 틀린 말 했나요?! 귀족 세계에 천한 평민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유르바라 공작 영애께서 직접 말씀하셨잖아요! 폐, 폐하! 저희는 아무것도 몰랐사옵니다! 제발 넓은 아량으로 저희를 굽어살펴주세요!”

“그, 그것과 대체 이 일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가요!! 다들 현혹되면 곤란해요! 이건 모함이랍니다!”

순식간에 몰리기 시작한 유르바라 공작 영애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주변을 둘러본다. 하지만 그녀에게 날아드는 건 너무도 차디찬 시선들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가장 비호해야 할 유르바라 공작은 무거운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내가 딸자식을 잘 못 키웠구나……. 폐하, 신께 맡겨주시옵소서. 냉정하고 공정하게 판단하여 저 극악무도한 죄인들을 직접 처벌하겠나이다.”

유르바라 공작은 다른 귀족들보다 한술 더떠 그녀를 몰아붙였다.

파랗게 질려 어찌할 줄 모르는 유르바라 공작 영애는 비명을 내질렀다.

“나, 난 아니야! 물론 갑자기 나타나 왕자 저하의 곁을 차지한 페르세르크양이 마음에 안 든 건 사실이지만 과격한 행동을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 데다가 마약유통이라니요!!”

“근위병은 무엇을 하나! 당장 저년을 포박하라!”

더 문제가 생기면 가문 자체가 휩쓸릴 거로 생각했는지 유르바라 공작이 격하게 소리쳤다.

괜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문에 치명적일 수 있다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걸어가 유르바라 공작 영애를 노려보았다.

“못난 년……. 나는 널 그리 가르친 적이 없다!”

“아, 아버님.”

“아비라 부르지도 마라! 못된 년! 감히 네년이 가문을 말아먹으려 작정한 게 아니고서야! 감히 왕자비가 되실 분께 천하다며 망언을 쏟은 것도 모자라 금지된 약을 유통해?!”

짜악!!

“꺄악!!”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진 유르바라 영애가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아, 아니에요! 정말 난 아니라구요! 달맞이 꿀이라니요. 폐하! 소녀 정말 억울하옵니다. 제발! 제발 제 말을 믿어주세요!”

유르바라 공작 영애의 처절한 외침이 들려왔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동정하지 않았다.

마치 그녀와 엮였다가 자신들까지 피를 볼까 피하는 모습들이었다.

“유르바라 공작 영애를 지하감옥에 투옥하라. 내 친히 심문하여 그 악마 같은 약이 어디서 유통된 것인지 직접 알아내리라!”

“폐하! 허면, 약을 복용한 다른 영애들은……”

“모두 왕성 외탑에 감금하라! 이 일의 전말이 드러날 때까지!! 감히 짐의 명을 어기고 그 악마의 약을 유통한 자들을 뿌리 끝까지 찾아내야 할 것이다!”

크리아네스 국왕의 노호에 유르바라 공작 영애는 근위병에게 끌려나가며 필사적으로 소리 질렀다.

“아니에요!! 전 아니라구요! 폐하!! 소녀의 말을 들어주세요! 소녀는 정말 아니에요! 아니란 말이에요!!”

지독한 배신감과 슬픔이 뒤섞인 처절한 외침 속에 유르바라 공작 영애가 거칠게 끌려나가고 뒤이어 다른 영애들도 근위병에게 끌려나가려던 찰나였다.

“이걸 바란 건 아니지?”

“처음엔 좀 조용히 알아보려고 했는데, 외려 저쪽에서 불을 지필 줄은 몰랐던 게야. 시작부터 한 방 먹고 시작했으니 기분이 좋진 않는 게지.”

담담하게 말한 페르세르크가 나를 바라본다.

“데이비, 본녀를 믿어?”

“그래.”

“허면, 그대는 지금 당장 그대에게 귀족의 명단과 정보를 제공한 메아리의 정보원 놈들을 잡아.”

아이나의 후임으로서 메아리 길드가 내게 파견해준 정보원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녀의 말에 나는 그녀가 무엇을 두고 그 말을 한 것인지 눈치챘다.

“가짜정보였냐?”

“이사벨 남작 영애는 다른 영애들이 기이할 정도로 충동적인 행동을 할 때 익숙하지 않은 듯 보였어.”

“호오……”

“몇 가지가 아귀가 안 맞아. 이곳의 일은 본녀가 알아서 할 터이니, 그대는 그놈들이 도망치기 전에 찾아.”

그리고는 숨 막히는 아름다움을 숨기지 않은 채 당당하게 발언했다.

“멈춰 주시지요. 폐하.”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내리꽂히지만 페르세르크는 고작 이런 몇 명의 시선에 움찔거릴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당장 닥치는 대로 베어버릴 것처럼 흉흉한 크리아네스 국왕의 시선이 쏘아졌지만 페르세르크는 당당하게 그 시선을 받아냈다.

아주 한순간이지만 그녀에게서 보통 왕조차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자 귀족들이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본다.

단순 평민 출신은 가지기 힘든 느낌이 쏟아지니 그녀의 출신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결정을 보류하여 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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