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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43화 (542/1,559)

제 543화

륀느는 인간이 아니기에 단순한 방식의 성장은 불가능하다.

인간과 다르게 육신을 멋대로 개조하여 변화할 수 있지만, 성장방식은 인간과 다르다.

수련하고 깨달음을 얻는다고 변하는 게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륀느. 방법은 세 가지야.”

내 말에 륀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첫째, 가장 좋은 방법이다만, 네가 먹은 그 구슬 같은 걸 추가로 더 흡수하는 거야. 가장 효율이 멀쩡하고 좋은 방법이고.”

내 말에 륀느가 작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

“데이비님. 륀느가 흡수한 구슬의 경우 구하기 매우 힘든 물건이라 판단해.”

적의 위치를 아직 모르는 이 와중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

“두 번째 방법은 증폭 마법진을 이용해 네 사령 마나를 아주 단기간 증폭시키는 거다.”

“단기간 증폭?”

나를 올려다보며 물어오는 륀느였다.

“그래. 아주 잠깐 네가 가진 그 특이한 사령 마나를 증폭시킨 뒤에 공명시키고, 그 위치를 파악 이후 놈들을 내가 털어먹고 사령 마나를 머금은 아티펙트를 다수 회수한다.

결국, 1번 계획의 연장 선상이다.

“하지만 이게 방식이 이론대로라면 가능하긴 한데……. 좀 많이 힘들지도 몰라.”

내 말에 륀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데이비님. 륀느, 매우 우수한 생체 골렘. 아픔 따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진짜로?”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

서늘한 경고에도 륀느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륀느, 생체장갑, 매우 단단하다고 분석, 또한 내부 부품 또한 매우 견고.”

확실히 륀느의 몸은 내가 예상한 범위 이상으로 견고한 편이니까.

“좋아. 그럼 일단 두 번째 방법으로 가보자.”

내 결정에 륀느는 자리에서 가볍게 일어나 통통 튕기듯 걸어나갔다.

* * *

륀느의 에너지를 증폭시키기 위해선 그녀가 가진 사령마나를 정확히 파악하고 감싸서 증폭 마법진과 연동, 및 가동해야 한다.

그 과정이 쉽지 않고 사실 잘못되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도 있지만 그렇게 둘 생각은 없었다.

“걱정 마라. 이론상으론 일단 가능해.”

넓은 평원.

거대한 원형 마법진을 수차례 점검하며 그려낸 나는 그 중앙에 앉아 발을 통통 튕기며 장난치는 륀느를 긴장한 듯 바라보았다.

가능하면 좋겠는데.

실패는 없다. 될 때까지 한다.

“이론상으론 완벽하지만 이건 실패할 확률이 높아. 데이비.”

페르세르크의 반론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단순한 사령 마나가 아니고 데스로드의 힘이니까.

그녀의 육신은 유일무이한 육신. 그리고 데스로드라는 또한 유일무이한 경지에 오른 그녀는 두 가지가 시너지 작용을 일으켜 거대한 변화를 겪었다.

그 탓에 그녀는 완전히 다른 유일한 초월계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말이다.

비슷한 예시를 들자면 나나 일반 인간들이 사용하는 신성력과.

주신 프리아 여신의 상위 신성력이 다른 것과 같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데스로드 로 아이아스는 일개 인간의 몸으로 신의 경지에 거의 다다른 존재라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그런 미지의 힘인 만큼 혹여라도 내가 놓친 게 있다면 륀느는 위험해질 수도 있다.

“륀느,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게 어떻겠니.”

페르세르크가 짐짓 걱정된다는 듯 말하자 륀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페르세르크를 바라본다.

“륀느, 뛰어난 생체 골렘. 이런 임무 하나 해결하지 못할시 데이비님의 우수한 골렘이라 칭할 수 없다고 판단.”

“다 됐다.”

이미 수십 번 검산을 거쳤다.

실패는 있을 수 없는 법이다.

나는 숨을 짧게 들이쉰 뒤 륀느에게 물었다.

“륀느, 시작한다.”

“륀느, 준비 완료되었다고 보고. 만전을 높이 평가.”

“좋아.”

그 말과 함께 가볍게 지면에 손을 올린 내가 눈을 감고 마나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어서 사용해!! 나를 사용하라고!!’

거의 비명을 지르듯 고텐션의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사령 마나가 내 손을 타고 마법진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동시에 수십 미터에 달하는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마법진들이 하나 하나 빛을 내뿜으며 변하기 시작했다.

“페르세르크. 주변 감시 잘 부탁해.”

당분간은 사령 마나를 사용하는 걸 들켜선 곤란하니까.

내 말에 그녀는 뭔가 불만 어린 듯 나를 바라보다 스르륵 사라졌다.

우우우웅!!!

옅은 공명음과 함께 륀느가 앉아있는 가장 중앙 대형 마법진에도 사령 마나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검은 힘이 지면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그에 맞서듯 륀느의 몸에서 아주 소량의 사령 마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힘인. 데스로드의 사령 마나였다.

우웅…….

“보고, 보고, 상당량의 에너지가 공명을…….”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온 사령 마나와 내가 마법진을 통해 구현한 사령 마나가 공명하기 시작하자 륀느가 신기한지 양팔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이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윽…… 으갸갸갸갸갸갹!!!!”

곧이어 녀석의 표정이 그대로 일그러지더니 그대로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륀느!!”

내 외침에 륀느가 버둥거리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에러!! 에러!! 에러!! 대량의 에너지 검…… 출 충…… 돌……”

그녀의 몸에서 마치 화염처럼 검은 힘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며 내 마법진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건 말 그대로 A 혈액형을 지닌 인간에게 B의 혈액형을 수혈한 것과 비슷한 논리였다.

단순한 이론대로라면 륀느의 몸은 부작용으로 인해 그대로 에너지 폭발을 일으키고 박살 나도 이상하지 않다.

“참아! 내가 반드시 성공시켜주마!”

이론상으론 완벽하다.

하지만 내 경험상 이 시도는 거의 10퍼센트도 안될 성공률을 지니고 있었다.

나머지 90퍼센트는 오로지 나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리라.

나는 멋대로 폭주하기 시작하는 사령 마나가 급기야 내 몸까지 침식하는 걸 보고도 륀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오른쪽 눈까지 침식된 검은 기류는 내 얼굴에 검은 흔적들을 남겼고 오른쪽 눈의 흰자를 검게 변색시켰다.

지독한 통증과 함께 오른쪽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린다.

반대로 륀느의 경우 비명이 서서히 멎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륀느에게 가야 할 부작용이 서서히 내게 넘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퉁!!!! 퉁퉁!!

“데이비님! 륀느는 뛰어난 생체골렘!!"

갑작스레 고통이 사라지자 놀란 듯 고개를 든 륀느가 나를 보고 상황을 이해했다.

그대로 마법진에 만들어둔 투명한 벽면을 두드리며 륀느가 무표정으로 외친다.

무표정이지만 단단히 화가 난 듯한 모습이었다.

“걱정 마라. 넌 집중이나 해! 인마.”

나는 지독한 고통을 억누른 채 눈을 감았다.

단순히 아픔이라는 건 상대적이다.

이딴 것보다.

처음 회랑에 떨어졌을 때 헤라클래스에게 생존기술을 배운답시고 지저에 처박히고, 거기서 만난 샌드웜에게 전신을 잘근잘근 씹히던 게 수백 배는 더 아프다!

천 년 동안 굴러온 인간의 저력을 너무 우습게 보지 마라.

나는 내 몸을 부술 듯 두드리는 로 아이아스의 마나를 짓눌러 진정시키며 한 손을 바닥에 강하게 짚었다.

투웅!!!!

동시에 대량의 에너지가 터져나가며 어마어마한 크기의 마법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힘이 압축되었다가 늘어나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를 머금은 마법진이 서서히 압축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 정도 압축되었을 때.

투웅!!

저 멀리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법한 거대한 울림이 하인스 영지 전체를 한 차례 뒤덮었다.

와장창!!!

동시에 륀느의 증폭 마법진이 그대로 박살 났고 어느덧 내 몸을 잠식하던 검은 침식의 흔적들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숨을 헐떡이며 무릎을 꿇은 채 주저앉아있자 륀느가 후다닥 뛰어와 나를 밀어 넘겼다.

그리고는 쓰러진 내 몸 위에 올라타며 입자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오류! 오류! 데이비님의 생체 신호에 적신호 감지! 륀느가 집도!”

그녀의 외침에 나는 피식 웃으며 한 손으로 녀석의 이마를 쿡 밀어냈다.

콰당! 소리를 내며 넘어진 녀석의 모습을 보며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천천히 일어났다.

“네 소유자 그렇게 쉽게 안 죽어.”

단순히 남의 마나를 증폭시킨 거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니 이건 이것대로 정말 기가 막힌 경우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의 힘으로 신의 영역을 아주 잠깐 엿보려던 꼴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대가일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서서히 고통이 사그라지는 것을 보며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찾았다, 개x끼들.”

* * *

어둑어둑한 동굴.

그 안에서 한 소녀와 소년이 쇠사슬에 포박된 채 벽면에 매달리듯 묶여 있었다.

그들의 곁에는 검은 로브를 입은 이들이 가득 있었는데 얼굴까지 가린 고깔 형태의 로브인 터라 언뜻 보면 섬뜩함까지 전해주는 기분이었다.

자신들을 세계의 구원자라 말했다.

“아…… 아아……”

고개를 푹 숙인 채 반쯤 전라의 모습으로 매달려있던 소년은 거의 반쯤 죽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건…… 거짓말이야……”

소년의 목소리는 고통으로 얼룩져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년은 이런 고통을 느낄 수 없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정말 신기하군요.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 이방인에게까지 영향을 줄 정도의 힘이라니. 정말 대단한 저주가 서린 힘입니다.”

그때 로브를 뒤집어쓴 인간들 사이에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광기 서린 남성이 걸어 나왔다.

“이런 이런, 멀쩡하신 겁이니까?”

“……”

“쳐다볼 정도라면 아직 의식이 남아있기는 한 모양이군요. 반면에……”

말끝을 흐린 사내는 소년의 옆에 묶인 의식을 잃은 소녀의 뺨을 거칠게 이리저리 굴려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혀를 찼다.

“이쪽 소녀분은 벌써 죽음의 신께 거의 도달하신 모양입니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공포를 얻기도 힘들겠군요.”

위대하신 데스로드의 힘을 주입하기도 힘들겠어요.

그의 말에 로브를 입은 사내 두어 명이 천천히 걸어 나와 소녀의 몸을 지탱해주던 팔에 걸린 족쇄를 풀었다.

털썩!

동시에 소녀의 몸은 힘을 잃은 것처럼 무너져 내리자 소년이 눈을 부릅떴다.

“으…… 으으으으…… 으으으으으으으으!!!”

모진 고문의 여파로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지 소년이 반라의 상태로 바닥에 널브러진 소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런, 이렇게 힘이 남아있을 줄은, 역시 이방인의 정신력은 대단합니다.”

급기야 공허해진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소년과 소녀는 둘 다 이방인이었다.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그런 이방인.

그리고 소녀는 소년의 친누나이며 알프 온라인의 랭커이기도 했다.

방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자신에게 예쁜 세상을 보여주겠다며 이끌어준 누나였다.

이곳에 끌려와 저 개 같은 자식들에게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기이한 저주에 울 인물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처음 그들과 접촉한 것은 우연이었다.

새로운 아이템을 얻기 위해 퀘스트를 수주하던 도중 의뢰를 받았다.

그리고, 여러 일이 있고 난 뒤 정신을 차렸을 때 소년은 자신의 누나와 함께 이 어두운 동굴 속에 갇혀 로그아웃도 하지 못한 채 몇 주를 갇혀 지냈다.

끔찍한 일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소년과 소년의 누나가 자신들의 일을 도울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자마자 끔찍한 고문을 가해왔다.

도대체 어떻게 유저의 몸에 고통을 가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의 말에 따르면 데스로드라는 존재의 힘을 이용해 간섭했다고 하는데. 그건 그것대로 허황된 소리였다.

고작 데이터가 시스템에 영향을 준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그런데.

왜 자신의 누나가 그토록 고통스러워 하다가 침묵했는데 일어나질 않는 것일까.

왜 자신을 이 가상현실에서 꺼내주지 못하는 것일까.

그쯤 되니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설마, 누나가 정말로 죽은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었다.

게임인데. 그럴 리가 없다. 게임이 사람을 죽인다면 그건 게임으로써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한 것일까.

소년의 얼굴에 절망이 차오르며 투명한 눈물과 함께 서럽게 떨어져 내렸다.

아니지?

아니라고 해줘! 누나, 제발.

그런 소년의 절박한 바램을.

검음 머리칼의 사내는 무참하게 짓밟았다.

“아, 혹시 이방인이라서 돌아가면 살 수 있다. 뭐 이렇게 믿으시는 걸까요.”

장난스레 말하는 그를 쳐 죽이고 싶은데 힘이 없다.

소년은 절규하는 눈으로 사내를 노려보았다.

“애석하지만 그거 불가능합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이곳. 게임이 아니거든요. 놀랍죠? 보통 인간은 당신들에게 이 사실을 인지시켜주지 못해요. 초월적인 존재가 그걸 막고 있으니까.”

그런데 우린 가능합니다?

장난스레 말한 그가 이리저리 소년의 상처 난 몸을 찌르며 비밀을 말해주듯 속삭였다.

“여긴. 현실이에요.”

지금까지의 일로 의심을 하고 있던 소년에겐 지독하고 끔찍한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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