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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96화 (595/1,559)

제 596화

“쿨럭…… 대단해…… 정말…… 대단해!”

쓰러진 그는 피를 울컥울컥 토해내면서도 감탄을 흘렸다.

“저 하늘을 봐! 하늘이 마치 울고 있는 것 같지 않아?!”

그의 말에 모두가 시선을 하늘로 들어 올린다.

그곳에는 하늘이 수 갈래로 갈라진 것 같은 흉터가 남아있었다.

후반대 검술인 80대 검술들은 그 여파가 상당히 크다.

그 여파로 생긴 대련장의 상처. 하늘의 흉터까지.

나는 말 없이 검을 거둬들이고 허공에 떠 춤을 추는 기검들을 서서히 없앴다.

승자는 났고.

모두가 반박하지 못했다.

침묵 속에서 나는 그를 지나치듯 걸어 나갔다.

“고맙다. 덕분에 일이 좀 쉽게 풀렸다.”

“하…… 하하. 쿨럭, 다음…… 다음에도 또 대련할 수 있을까?”

그는 전력을 쏟아붓고 져버린 것에 너무 후련한 표정이었다.

“내 생각이 맞았어. 천마신공은…… 악림문의 무공이 바라는 극의의 완성된 무공…… 맞는 거지?”

당장이라도 죽어가는 그의 모습에 나는 아공간에서 꺼낸 치료 영약을 꺼내 그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다수의 무공을 특수한 심법으로 포용하고 하나의 무공으로 만들어낸 것. 그게 천마신공이다.”

본래 이름은 다른 것이지만 천마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천마신공으로 바뀐 것은 사실이었다.

* * *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

백도 무림맹과 흑도 무림맹, 그리고 환나라와 유나라 모두가 관심 깊게 보는 대규모 비무 대회에서 거대한 폭탄이 터졌다.

익히는 이를 파멸로 이끌고 익히는 이의 정신을 파괴하여 광인으로 만드는 대마인 천마 독고준의 무공이라 알려졌던 천마공을 쓰는 이가 둘이나 나타났다.

본래 사용하는 것은 내가 전부였지만 태자 월계우가 밀어주는 악림문의 소교주가 그 무공과 비슷한 무공을 따라 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가 사용한 다른 방식의 무화낙섬은 무려 절대 오성 중 하나였던 천열문주 천금의 오의 무공 중 하나와 매우 흡사했다는 것까지 퍼지면서 천마신공이 재조명을 받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악림문과 내가 같은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바로 이것이었다.

천마 독고준은 둘째치고 천마신공은 저들이 저렇게 무시해도 되는 무공은 아니었다.

이제 백도든 흑도든 정공법으로는 나를 제지할 방법을 잃고 말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남은 것이라도 숨기고 지켜야 했다.

독고 세가를 무림맹이 토사구팽하고 버린 사실.

또. 극악무도한 짓을 했다고 알려진 독고준이 사실 무림 지배를 목표로 싸운 게 아닌 단 두 명을 노린 정사 연합에 게서 그저 살아남으려 발버둥 쳤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천열문의 무공이…… 천마신공을 원류로 두고 있었다니…….”

진실에 충격을 받은 듯 윤희령이 쓴 목소리를 냈다.

“그것보다 더 대단한 소식을 들으면 아주 거품을 물겠네.”

“뭐?! 또 뭐가 있단 말이야?!”

그녀가 기겁하며 물어본다.

있지. 네가 인간이 아닌 단신으로 세상을 파멸시킬 수 있는 심연의 공주라는 것.

심연의 공주는 태유천같은 이들과는 다르다.

태유천이 강해 봐야 무림인일 뿐이고 거기서 성장해봐야 어느 정도 수준이라지만 심연의 공주는 단신으로 세상을 파멸시킬 힘을 지닌 존재라 할 수 있다.

본래라면 그녀가 각성하기 전에 죽이는 게 가장 상책이겠지만.

케인은 그녀가 나와의 싸움에서 본능적으로 살계를 피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어 함부로 각성시킬 여지를 주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나 또한 그 말은 인정하고 있기에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다.

비무 대회의 우승자에겐 수많은 부귀영화가 약속된다.

사문과 가문에는 엄청난 명예가 될 것이고, 무림에 있어서도 대단한 업적이 될 터다.

하지만 저쪽에서 나를 판단하듯. 나 또한 그들을 판단하고 있었다.

월계우는 비록 심연의 존재가 아니지만. 심연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을 거라는 의심은 가시지 않았다.

문제는 그런 심연의 존재가 나를 따라 이곳까지 어떻게든 꾸역꾸역 넘어온 것은 내가 그들에게 방해가 되는 절대보옥을 손에 넣지 못하게 막으려는 수작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고?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일이 날 수밖에.

비무대회가 끝나고 환나라의 태자이자 악림문을 지원하고 있는 태자. 월계우는 비밀리에 나와 접촉해왔다.

그에게 확인하고 싶었던 게 있었던 나로선 그의 제안을 거부하진 않았다.

“꼭 만나고 싶었다. 그토록 대단한 무위를 보여준 이유도 있지만, 나는 네가 사용한 무공에 대해 할 말이 있다.”

“평가 감사드리지요.”

“무얼, 그대는 그렇게 대접을 받아 마땅한 절대경지의 강자. 비록 태유천이 아직 어리다곤 하지만 악림문 내에서도 그의 전력을 감당할 수 있는 자는 실상 무언가에게 힘을 내려받은 교주 이외엔 존재하지 않는다.”

월계우가 미소를 지웠다.

주변인을 물리면서까지 나와 독대를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본론으로 들어가지. 나는 널 높게 평가한다. 그리고 네가 정파의 역겨운 과거를 뒤집으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월계우의 말에 나는 침묵했다.

“나는 소교주 태유천과 방식은 다르지만, 생각은 같다. 나는 이 거짓된 세계에 진실이라는 파장을 퍼뜨릴 생각이다. 악림문의 방식이 과하다곤 하지만 그들의 행동에 제제를 가할 생각도 없다. 정도든 사도든 어느 쪽도 잘났다 할 수 없을 테니.”

비록 존경을 받는 무인이라 할지라도 원한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천열문을 무너뜨리고 현화 공주를 죽이려 했습니까?”

현화 공주 예현화.

내가 동굴 시험에서 거대한 고릴라나 호랑이, 거미들을 잡을 때 만났던 그 독특한 흑도의 소녀였다.

“네가 그걸 어찌…….”

“배다른 혈육인 건 아는 방법이 다 있습니다.”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은원관계가 있다. 천열문주, 천금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자는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에게 좋은 감정은 없다. 그리고…… 예현화 그 철없고 멍청한 계집애는 생각이 없다!!”

격노하며 소리친 그가 화를 냈다.

“그년은 자신이 하는 짓에 자각이 전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 일에 방해만 될 쓸모없는 년이지.”

거참, 어디 제국의 황태자와 다르게 제 여동생을 지독하게 싫어하시네.

보통 메마를 대로 말라버린 황족이라면 이게 정상인데.

스스로 악인이 되어가면서까지 동생을 구한 살리반 그 양반이 특이하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6황자 렌도스 데 팔란의 사망으로 팔란 제국이 소란스럽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무림맹의 군사인 제갈가의 애송이가 제법 혼란스러워하겠군.”

“그를 알고 있습니까?”

“제갈가에서 나온 천재. 어찌 모를까. 하지만 이번엔 그보다 내가 한 수 앞섰구나.”

그가 바라는 것은 현 무림정세의 타파.

그리고 변화였다.

“고인 것은 썩기 마련이지. 무인이 관에 진출하여 국정을 쥐락펴락하는 꼴을 나는 더는 두고 볼 생각이 없다.”

“악림문이 가장 심하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그들 또한 언젠간 내쳐야겠지. 내가 괴물처럼 보이느냐?”

“아니, 제법 냉정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득점은 주겠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선 최악인 작자였다.

그의 사상은 훤했다.

관과 무림은 별개다.

하지만 감히 무림이 관에 입적하여 실세를 쥐락펴락하는 꼴을 볼 생각은 없다.

그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널 도왔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네 생각은 나와 결국 방향이 같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진중한 얼굴로 내게 물어왔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아직은 악림문의 힘이 필요하다. 네가 도와다오.”

지금 대화대로라면 월계우는 한자성이 독고준의 자손이며 천마신공을 익힐 수 있는 몸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런 짓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거라는 점이었다.

그때였다.

말없이 차를 마시던 월계우의 몸이 움찔 떨렸다.

“음? 차 맛이…… 쿨럭?!”

그리고,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피를 토하며 그대로 쓰러졌다.

동시에.

그가 앉은 자리의 뒤 병풍 쪽에서 검은 무언가가 스르륵 나타나 나를 바라본다.

일전에 봤던 연가시와는 다른 심연의 존재였다.

놈은 내가 이곳에 올 거라는 것을. 그리고 내가 이곳에서 할 짓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여유로웠다.

[네놈의 생각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말한 놈은 검은 형체 속에서 손가락 같은 것을 만들어내더니 월계우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검은 형체 속에서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섬뜩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보아라, 결국, 파국이다.]

놈의 비웃음에 페르세르크가 반사적으로 마나를 끌어 올린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나는 금기의 업을 발현하여 놈의 전신을 잡아 터뜨려버렸다.

“파국은 얼어 죽을.”

[크흐흐흐흐. 이미 늦었다. 나의 수하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이 하찮은 인간 왕자가 내놓은 절대보옥은 이미 우리의 손에 들어왔다.]

“그래, 니들이 움직일 거 같긴 했지.”

[그것으로 끝은 아닐 터. 지켜보아라. 네놈이 자비를 베푼 모든 인간에게 파멸을 안겨다 줄 것이다.]

놈의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다름 아닌 천열문의 생존자인 한자성과 천지희였다. 굳이 꼽자면 태유천 또한 마찬가지.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나?”

[그 판단 때문에. 네놈이 자비를 베푼 인간의 심장은 터지리라.]

“데이비!”

놀란 페르세르크의 외침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자 시해혐의라. ”

살려두고 싶을 정도로 정이 가는 인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죽일 이유도 없는 인간인데.

심연의 공주 이실디는 기억을 잃었기에 지금으로선 잠정적인 적일 뿐이다.

하지만 명백히 나와 적대관계인 심연의 존재는 다르다.

티오니스에서 최근 나타났던 연가시와 비슷한 존재일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일지는 모르겠으나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를 견제하고 내가 절대보옥을 얻지 못하게 만들고자 한다.

또한, 나와의 원한 관계로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방해할 작정이었다.

콰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살무대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한다.

“태자마마!!!”

기겁하는 그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들은 맞은편에 앉은 나와 내 앞에 피를 토하며 쓰러져있는 월계우를 보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나를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

“가…… 감히 태자마마를! 네 이노오오옴!!!!”

월계우가 바란 현 정세의 타파.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그것이 지금 이루어졌다.

월계우와 내가 있던 곳은 페르세르크 이외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를 시해한 것이 나라고 하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

“페르세르크. 일어나.”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나는 비무 대회 때에 사용하던 일반 철검이 아닌 청단이와 홍단이를 뽑아 들었다.

어서 와, 초월 급 마검은 처음이지?

삐릭!!

동시에 상태 창이 자동으로 활성화된다.

[자애의 여신의 이름으로 천중원의 존속을 유지할 시. 초월등급 무구 1개 해방.]

프리아 여신의 계시.

일단 좋습니다.

안 그래도 마지막 거북이 놈은 어떻게 소환해야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저항하지 마라! 네놈이 아무리 강하다 하여도 살무대 전원의 추적에서 살아남을 성 싶으냐!”

“저항을 멈추게. 여기서 빠져나간다 해도 양국 모두가 자네를 쫓을 터.”

긴장한 살무대원들의 말에 나는 싸늘하게 일갈했다.

“진실도 못 보고 휘둘리는 멍청이들에게 무슨 말이 필요한가, 엿이나 먹으라지.”

청단이와 홍단이의 검신이 파르르 떨리며 내 모든 마나와 공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이 움직임과 동시에 내가 한 발 내디뎠고.

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나는 그들을 지나치며 홍단이의 검신을 가볍게 털어냈다.

“커억!!”

처절한 비명과 함께 살무대원들이 쓰러지는 걸 무시한 채 나는 걸음을 옮겼다.

* * *

같은 시각.

완전히 다른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새카만 인영은 저 멀리서 불타오르는 거대한 전각을 보며 섬뜩하게 웃어 보였다.

“그래. 날뛰어 보아라. 네놈이 하는 모든 일을 방해하고, 파국을 안겨주마.”

괴이한 형체는 자신들 원수의 곁에 있던 마족 소녀를 기억해냈다.

“조금만 기다리시옵소서. 우리의 여왕이시여. 그가 날뛰면 날뛸수록 우리의 힘은 강해질 것이니. 그 역겨운 인간 놈을 상대할 존재는 제가 준비하겠나이다.”

그렇게 말하며 그 괴형체는 두 개의 심장을 꺼내 들었다.

하나는 월계우의 심장이었고. 하나는 다른 이의 심장이었다.

“크흐흐…… 태유천과 월계우의 심장. 재료는 모두 모았다.”

그리고는 두 개의 심장을 검은 기류로 감싼 뒤 섬뜩하게 웃어 보였다.

데이비는 아직 모르는 듯했다.

곁에 있는 이실디를 살려둔 게 얼마나 큰 잘못인지를 말이다.

“슬리지아는 분명 함정에 빠져서 죽은 것일 터다. 그것을 이번에 확인할 수 있겠지.”

심연의 존재. 형체가 사라져버린 자. 오에돈.

그것이 바로 그의 정체였다.

“슬리지아 조차 껄끄러워하던 이실디만 각성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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