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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03화 (602/1,559)

제 603화

-크아아아앙!!!

형체를 잃어버린 심연의 괴물 오에돈을 깔아뭉개버린 거대한 지룡, 샨드라 미네아가 붉어진 눈을 번뜩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하늘에 뜬 또 다른 환수왕이자 현재 유일하게 제대로 된 계약자가 있는 메가로드리아를 향해 낮게 울음을 터뜨렸다.

동시에 놈의 전신에 균열 같은 것이 생겨나더니 시뻘건 화염이 그 균열에서 일렁이기 시작했다.

샨드라 미네아의 잠들어있던 본능이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징조이기에 메가로드리아의 눈이 번뜩였다.

[정신이 들고 있는 것인가!]

메가로드리아의 표정을 확인할 순 없지만 드물게 반색하는 느낌이었다.

샨드라 미네아는 몇 가지 힘을 다룬다. 첫째는 지진. 둘째는 심리장악, 세 번째는 분신체, 마지막으로 에너지로 이루어진 방어 장막.

뭐가 되었건 지금의 형태가 아니라면 거의 사용할 수 없다.

한 인간과 계약하여 한솥밥을 먹고 자라온 세 마리의 환수왕은 분명 초기엔 보잘것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렇기에 메가로드리아는 같이 성장하고 강해진 샨드라 미네아라는 존재에게 애착이 강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애착은 곧 크나큰 실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는 간과했다.

“비켜.”

콰아앙!!!

샨드라 미네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빠르게 하강하던 메가로드리아를 막아선 내가 그대로 발끝에 힘을 응축시켜 샨드라 미네아를 걷어차 날렸다.

동시에 갑작스런 샨드라 미네아의 꼬리가 메가로드리아가 날아들던 자리를 강하게 후려쳤다.

놈이 그대로 하강했다면 샨드라 미네아의 꼬리가 치명상을 가했으리라.

메가로드리아는 환수왕 중에서도 가장 현명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싸우는 베헤모스와 다르게 약점이 두드러진다.

[어, 어째서 나를 공격하는 거냐!!]

샨드라 미네아가 제정신으로 돌아왔음에도 공격한 것이라 착각한 메가로드리아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예전에 샨드라 미네아의 분신체와 싸운 적이 있다고 했지. 너와 다르게 샨드라 미네아나 베헤모스는 잠식 중에도 어느 정도 힘을 발현하는 모양이더라.”

단순하게 잠식이 풀린 줄 착각했던 메가로드리아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쉬리리리리릭!!!

동시에 수십 가닥의 끔찍한 형태를 지닌 촉수들이 내 몸을 감싼다.

“데이비!”

기겁한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내 시선은 오로지 샨드라 미네아가 깔아뭉갰던 지면 아래에 꽂혀있었다.

스스스스스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각기 촉수들이 스멀거리며 나를 완전히 꽁꽁 싸맸다.

콰드드드득!!!

동시에 주변 일대가 완전히 변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초목이 남아있던 땅은 완전히 끈적끈적한 점액질처럼 변해버렸고 주변의 나무는 그 색을 잃고 검게 변질되었다.

그리고, 끔찍한 형태의 지면 속에서 괴이쩍은 것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감히. 환수왕의 존재에 먹칠을 하고 살아 돌아갈 거라 생각지 말아라.]

동시에 놈의 행동에 폭발해버린 메가로드리아의 섬뜩한 살기가 사방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메가로드리아가 곧 폭풍이고, 폭풍이 곧 그일 테니.

그의 격노에 하늘이 반응하듯 두껍고 거대한 흑운들이 급기야 벼락을 동반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샨드라 미네아가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지면을 뒤틀기 시작하자 메가로드리아는 다시 놈을 낚아채 저 높은 창공까지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네놈을 막지 못할지라도. 이미 파국은 시작되었다.]

촉수 더미 속에서 튀어나온 눈동자가 나를 직시한다.

그리고 그 눈동자의 동공이 갈라지며 끔찍한 형태의 입이 나타나 나를 도발했다.

“유언은 그걸로 끝났고?”

[크르르르르]

내 물음에 내 몸을 잠식한 놈의 촉수가 더욱 강하게 압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압박 속에서 나는 결정을 내린 뒤 금기의 업보를 발현했다.

마치 침식하듯 내 몸을 장악한 힘은 곧이어 모든 규칙으로부터 독립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내 힘을 포함한 모든 것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감싸던 촉수 더미가 하나둘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검은빛을 내뿜으며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스르릉…….

동시에 청단이를 뽑아 든 내 검 끝에 검은 기류가 맴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흉포하게 날뛰는 그 힘이 청단이의 검신에 완전히 머금어졌을 때.

놈은 필사적으로 페르세르크를 향해 촉수를 뻗어 보냈다.

서걱!!!

하지만 놈의 촉수는 결국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얼마 벗어나기도 전에 푸른 검기가 놈의 촉수를 모조리 자르고 그의 육신까지 조각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으으으으!!!!! 끄으으으으으!!!]

처절한 괴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며 일대 영역이 뒤틀리고 부서져 내렸다.

하지만 놈의 끔찍한 눈동자는 나를 직시했다.

[나를 죽인다 하여도 바뀌는 건 없을 것이다. 이미…… 모든 것은 시작되었음이니…….]

“적어도 네가 살아있는 것보단 나을 거다.”

쩌억!!

다시 한번 청단이를 휘둘러 놈의 몸을 갈라버리자 녀석의 육신은 완전히 붕괴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놈이 가지고 있었던. 그리고 내가 놈을 추적할 수 있었던 원천인 벽옥색의 큼지막한 보석이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절대보옥!”

페르세르크가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말없이 절대보옥을 손에 넣자 빛을 내뿜으며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파편이 멋대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효과는 볼 수 있겠지.”

“그런데…… 데이비?”

“왜.”

“어째서 샨드라 미네아는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는 거지?”

“지금 내 힘으로 울드의 잠식을 푸는 건 불가능해.”

메가로드리아를 잠식했던 힘을 지워버린 건 평행선의 세계에서 내가 모든 힘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메가로드리아나 샨드라 미네아나 결국은 그랜드마스터 이상급의 환수.

그런 환수를 잠식한 건 울드 특유의 힘인 만큼 금기의 업으로 지운다고 마냥 만병통치약처럼 해결되진 않았다.

“그럼…… 그를 구할 방법은 없는 겐가?”

“왜 없어. 저 검둥이 구할 때처럼 하면 돼.”

그나마 다행이라면 셰인 스크리프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니 메가로드리아 때보단 상황이 나을 것이다.

정신이 장악당한 페널티가 크긴 하지만 말이다.

오에돈을 처리했음에도 아직 끔찍하게 일그러져 가는 세상의 형태를 보며 나는 아공간에서 작은 카드 첩을 꺼내 들었다.

쿠웅!!! 쿵!!

천지가 진동하고 대지가 눈물을 흘리는 대규모 싸움이 진행된다.

나는 말 없이 두 환수왕의 싸움을 지켜보다 청단이를 허공에 띄우고 롱기누스를 꺼내 천천히 들어 올렸다.

롱기누스의 2번째 형태.

죽창형태.

순식간에 내 의지를 받아 변질되기 시작한 무식하게 튼튼한 창이 뇌광을 머금기 시작한다.

치지지직!!!

그리고.

불안정한 환골탈태를 할 때 사용했던 것과는 그 내부의 힘부터 다른 초대형의 뇌광창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길이 수십 미터, 폭 수 미터에 해당하는 창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멀게 만들 정도로 거대한 빛을 방출했고 그 창이 지면에 닿지 않게 들어 올려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메가로드리아가 샨드라 미네아를 몇 차례 후려치고 허공에 던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대량의 마나를 방출한다.

너도 한방, 한도 한방. 사이좋게 가자.

콰지지지지직!!!!

엄청난 스파크와 함께 대량의 에너지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뒤늦게 샨드라 미네아가 핵죽창의 정체를 눈치채고 시선을 돌렸지만, 본능만 남은 놈이 내린 선택은 회피가 아닌 방어였다.

물론.

그것은 안일한 선택이다.

휘이이이잉!!!

샨드라 미네아와 방금까지 치고받고 싸우던 메가로드리아가 거대한 풍압 브레스를 만들어 놈의 균형을 뒤틀어버린 것이다.

갑작스런 충격에 균형을 잃고 지면으로 맹렬하게 추락하는 놈의 안광이 더욱 빛났다.

쩌적!!

그리고.

뇌광의 죽창은 놈이 반격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완전히 놈의 몸을 관통했다.

[멍청한 놈!]

이후 핵죽창에 꿰뚫려 날아오른 샨드라 미네아에게 접근한 녀석이 삐져나온 창끝을 잡아 방향을 바꾼 뒤 그대로 지면을 향해 고정시켜 낙하했다.

어마어마한 힘을 품은 뇌창과 거대한 샨드라 미네아의 육신이 지면으로 거침없이 추락한다.

“조금 따끔할 거다.”

짜악!!!

순식간에 섬광이 되어 추락한 두 환수왕은 곧이어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만들어냈고 나는 그 바람을 정면으로 맞서며 카드 첩을 열고 힘을 끌어올렸다.

카드 술사 영웅이었던 신마의 힘이다.

츠츳!!!

강하게 부딪힌 손뼉을 천천히 떼어낸다.

동시에 양손에 스파크가 일기 시작하며 허공에 날아오른 카드 첩에서 수많은 카드들이 날아올라 샨드라 미네아와 메가로드리아가 지면에 충돌한 지점을 포위하듯 감싸고 돌기 시작했다.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카드들이다.

하지만 곧이어 카드들은 내 힘에 연동되듯 거대한 사이즈로 변하기 시작했고 이내 빠르게 회전하며 백광의 끈을 방출해내기 시작했다.

투쾅!!!

그리고 거대한 먼지구름 속에서 검은 형체의 존재가 하늘로 날아오르기가 무섭게.

짜드드드드득!!!

카드에서 나온 빛으로 된 끈들이 뒤따라 먼지구름을 빠져나오는 거대한 지룡을 포박하기 시작했다.

[계약자!!! 약조하라!!]

“말해.”

[반드시 구해라. 베헤모스 또한 마찬가지. 계약자가 계약을 이행한다면 내 목숨을 모두 계약자에게 바치겠다!]

정이 많은 환수왕 같으니라고.

나는 대답 대신 손등이 하늘로 오게 만든 뒤 펼쳐 든 손을 더욱 크게 벌렸다.

거대한 스파크가 내 손바닥 사이에 튀기며 기이한 힘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이내 카드의 끈들이 마치 압축되듯 샨드라 미네아의 거대한 육신을 완전히 포박하고 카드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소음과 함께 발광하는 샨드라 미네아였다.

괜히 환수왕이 아니라고 말하듯 놈이 내려친 바닥은 거대한 지진을 일으켰고 크레바스와 함께 마그마를 분출시켰다.

일대는 분명 울창한 숲이었고, 절경이 담긴 장소였다.

듣자 하니 구름 계곡이라 하였던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자연 절경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내가 문화재 파괴범이라니…….”

씁쓸하게 중얼거린 나는 카드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샨드라 미네아를 완전히 밀어 넣었고 곧이어 놈을 빨아들인 카드를 거리를 벌린 내 양 손바닥 사이로 불러들인 뒤 낚아채듯 다시금 손뼉을 부딪쳤다.

짜악!!!

촤르르르륵!!!

동시에 내 손을 덮듯 금빛 사슬들이 쏟아져 나왔고 몇 차례 진동 후에 서서히 침묵하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마른기침이 터져 나온다.

인상을 찌푸린 채 자세를 숙인 나는 짧게 숨을 고르며 거대한 지룡의 모습이 프린팅된 카드를 들어 올렸다.

“나중에 잠식을 풀어주마.”

지금은 힘들다.

거대한 사슬로 포박된 지룡의 그림을 바라본 나는 그것을 카드 첩에 넣고는 아공간에 던져넣었다.

샨드라 미네아는 메가로드리아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니 지금으로선 지켜보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두 번째 환수왕을 회수하는 데에 성공한 나는 말 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울창하고 아름답던 절경은 어딜 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오에돈이 남기고 간 끔찍한 타락과. 두 환수왕이 싸우면서 만들어낸 수많은 참상이 가득했다.

“데이비…… 이 타락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어.”

내게 다가온 페르세르크는 그녀를 향해 작디작은 촉수들을 계속해서 뻗으려 드는 타락의 흔적을 가리키며 내 뒤에 숨어버렸다.

“끔찍해.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게야.”

“그래. 가까이 가지마.”

정화마법으로 정화가 될 리는 없고 금기의 업으로도 지우기엔 묘하게 핀트가 맞지 않다.

그때였다.

“타락의 근원…… 그의 죽음은 이 세상을 잠식하고…… 모조리 타락시킴이니…… 돌이킬 수 없게 되었구나. 근원을 찾아 파괴하여야 할 테지만…….”

너무도 차가운 목소리.

반사적으로 몸을 돌린 나는 나를 향해 파고드는 손톱을 강하게 쳐냈다.

“꺄아악!!”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간 윤희령이 거친 숨을 토해냈다.

“뒤통수를 쳐? 죽고 싶어?”

“끄윽…….”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며 그녀가 인상을 찌푸린다.

그리고 나를 향해 소리쳤다.

“뭐 하는 짓이야!!”

마치 방금 전 자신이 한 일을 기억 못 하는 듯한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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