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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04화 (603/1,559)

제 604화

나를 공격한 윤희령은 자신이 나를 공격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했다.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케인은 그녀가 사망할 시 각성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그녀를 죽이지 않았건만.

이런 식으로 스스로 각성한다면.

굳이 그녀를 살려둘 필요가 있을까.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윤 소저.”

내 정중한 부름에 그녀가 놀란 듯 나를 올려다본다.

그리고는 나와 시선을 직시한 채 물었다.

“당신…….”

“네 존재가 이 땅을 극도로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면 넌 어떻게 할 거냐.”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방금 내가 죽인 그 못생긴 촉수 괴물을 기억하지?”

그렇게 말한 나는 페르세르크의 옷에 박혀있던 장신구 하나를 뽑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나를 살짝 밀어 넣자 장신구의 보석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영상 저장 마석.

티오니스에선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곳에선 절대로 볼 수 없는 희귀한 물건이기도 하다.

그곳에는 나를 공격하던 오에돈의 모습이 영상으로 담겨있었다.

“이게…… 뭐야?”

“그때 당시의 상황을 저장해놓은 거다.”

오에돈과의 싸움은 번쩍거리는 것으로 사실상 제대로 저장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오에돈이 죽은 뒤 들려온 기괴한 목소리와 함께 윤희령이 나를 공격하는 모습이…… 아주 잠깐 찍혔다.

“뭐…… 뭐야…… 내가 널 공격했다고?!”

영상 마지막에 드러난 건 분명히 그녀 본인이었다. 그 영상을 본 그녀의 표정은 거무죽죽하게 죽어갔다.

“가짜…… 일리는 없겠지?”

그녀가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하…….”

아직 자신에게 생긴 변화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말투였다.

“말해줘…… 당신은 알고 있지?”

“…….”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간단히 말해줄게. 네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야.”

콰아아앙!!!

멀지 않은 곳에서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진다.

세 마리의 신수가 압도적인 위압을 뿜어내며 환나라의 군세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리라.

비록 티오니스에서 세 마리의 신수가 가진 힘은 소드 마스터보다 좀 더 강한 수준으로 이곳으로 치면 화경의 이상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놈들의 본진이자 고향인 이곳에서는 그 힘이 두 배 세 배까지 증폭되는 것도 사실이다.

“내게 벌어지는 게 아니라고?”

“그래. 네가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거지.”

내 말에 그녀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타락해버린 늪을 가리켰다.

“내가 저 괴물 놈들과 한패라고?! 난 인간이야!! 천열문의 1대 제자 윤희령이라고!!!”

“그래. 윤희령 맞지.”

“그럼……!”

“다만, 윤희령이기 이전에 넌 태생부터가 인간이 아니야.”

내 말에 그녀가 멈칫했다.

“내가 널 데리고 다닌 이유는 네가 기억을 되찾았을 때 이 땅이 어떻게 박살 나버릴지 모르기 때문이야.”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굉장히 위험요소가 다분하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가진 인간으로서의 정신을 존중해주었다.

“방금 전 그 일부를 잠시나마 기억했고 본능에 따라 날 공격했다 정도?”

“넌…… 대체 누구야?”

“적어도 저놈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람 정도.”

내 말에 그녀는 허탈하게 웃어넘기며 주저앉아버렸다.

“내가…… 괴물이라고…….”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잔인한 처사이긴 하지만 언젠가 그녀도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이실디 각성 이후 윤희령이라는 자아가 남아있을 확률은 낮지만 말이다.

“하나만 더 말해줘.”

그녀가 결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대로 가면 나는 그 괴물이라는 걸로 다시 깨어나는 거야?”

“아마도, 외면은 차이가 없겠지만 심연의 공주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도달한 세상을 완전히 끝장내려 들었으니까.”

심연의 공주가 세상을 부술수록 심연의 신 타나토스의 영향력이 강해진다.

프리아 여신은 내게 금기의 힘을 발현하게 허락한 대신 심연이 간섭할 여지를 주었다.

절대보옥을 얻기 전에 주신 프리아 여신의 영향력이 내려가는 건 사양할 수밖에 없는 게 내 입장이다.

“…… 각성 후에 내가 지금의 정신을 유지할 가망은?”

“솔직히 없다고 본다.”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성이도…… 희아도…… 다 내 손에 죽는다고…….”

“그렇겠지. 네 소식을 들으면 제일 먼저 그 녀석이 찾아올 테니.”

짧은 시간 만나본 한자성은 그런 녀석이었다.

자신의 가족을 끔찍하게 여기는 선한 청년.

자신의 힘이 닿지 않는다 할지라도 끝까지 찾아오리라.

“하…… 대체…….”

그녀는 한참 동안 정신을 갈무리할 여력이 없는지 묵묵히 침묵했다.

“데이비. 그녀에게 이런 것들을 전부 알려줘도 상관없는 게야? 만약 각성하기라도 한다면…….”

“최소한의 자비다.”

각성 기미가 보인다면 그 즉시 있는 모든 힘을 다해 그녀가 완전히 깨어나기 전에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윤희령은 이실디로 각성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불안정하던 그녀의 정신이 점차 안정화 되기 시작한다.

“넌 뭘 할 수 있어?”

“뭐?”

“날…… 죽여줄 수 있어?”

눈물을 머금은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네 말은 허무맹랑해. 하지만 못 믿을 것도 아니야. 사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전혀 없는 데다…… 방금 전 정말로 기억이 없었으니까.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다고?

나는 기억이 없다는 것보다 다른 부분에 초점을 두고 의문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기억하는 건 천열문의 스승님, 그리고 알 수 없는 기억 몇 개가 전부야. 스승님은 기억이 없던 나를 천열문으로 데려가 글을 가르치고 무공을 가르치셨어.”

[근심이 많은 아이로고. 아이야, 나를 따라오겠느냐.]

고민이 가득하던 천금의 제안.

윤희령은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천열문과 스승님은 지금의 내 목표이면서 전부야. 자성이와 희아 또한 내 소중한 가족이자 유일한 혈육이나 다름없고.”

그녀가 말한다.

“그런데 내가 저런 괴물로 변해서 그 아이들을 위협하고 스승님의 명성에 먹칠한다면…….”

그녀는 나를 올려다보며 결심한 듯 말했다.

“도와줘.”

그녀가 결심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당신. 해결책이 있지? 그래서 내게 이런 말을 해주는 거잖아.”

“그래 보였나?”

“뭐든 할게. 당신이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내가 괴물이 되지 않게 도와줘.”

막연한 부탁이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지금 가장 좋고 깔끔한 해결책으로 네가 각성하기 전에 죽이는 쪽으로 생각했는데.”

“내가…… 죽어야만 하는 거야?”

“네가 언제 각성할지 모르니까.”

“내가 각성하면…… 당신이 날 죽이는 건?”

“그게 쉬웠으면 내가 굳이 네게 이런 말을 해줄 이유도 없어.”

내 말에 그녀가 픽 웃어버렸다.

“내가 아니라곤 해도 당신과 비슷한 수준으로 강해진다니…… 구미는 당기네.”

허망하게 말한 그녀가 공허한 표정으로 말했다.

“죽고 싶지 않아…….”

그녀가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직…… 죽고 싶지 않다고…….”

그녀의 목소리에 결국 울음기가 섞이기 시작했다.

“아직 못해본 것도 많은데…… 아직 사랑도 못 해봤는데…….”

심연의 공주로서의 기억이 없는 그녀다.

사실 지금의 그녀는 단순한 인간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

하지만 그녀의 존재는 그녀가 평범하게 인간처럼 살아가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가 변하기 시작한 계기는 오에돈과 충돌했을 때였다.

놈은 굳이 페르세르크 이외에도 윤희령을 노렸었다.

아마 내가 감지하지 못한 방향으로 그녀의 정신에 무언가 간섭을 한 것이리라.

“흑…… 흐흑…… 죽고 싶지 않아…….”

결국, 흐느끼는 그녀가 안쓰러워 보였던 것일까.

페르세르크가 다가와 내 손을 꼭 잡았다.

“방법이…… 없는 게야?”

“없어.”

심연의 힘을 내가 다룰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심연의 힘을 분석할 뿐 다룰 재주는 없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프지 않게 보내주는 것뿐이야.”

“…….”

한참 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하던 그녀는 메가로드리아가 만든 흑운에서 비가 한참 쏟아지고 난 후였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빗속에서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부탁해.”

“그래.”

그렇게 말한 나는 천천히 검을 들었다.

[그녀를 죽이면 안 됩니다!!!]

그때였다.

갑작스런 외침에 내가 검을 멈추었다.

[그녀의 죽음은 각성의 트리거가 맞습니다! 그녀가 각성하지 못하게 막는 방법을 찾았어요!]

넬타리드의 종자.

신의 기사단인 발키리아 종족, 케인의 외침이었다.

“말해봐.”

[당신…… 신수라는 특이 존재를 다루고 있죠?]

“그래.”

[넬타리드 님은 지구에 존재하십니다. 그리고 지구는 지금 그곳 천중원과 같은 세상이었죠.]

“요점만 말해 임마.”

내 말에 케인이 쓰게 중얼거렸다.

[사신수 중 마지막 한 마리를 소환해주세요. 그리고. 그들의 힘을 빌어 중앙의 신수를 불러내 주십시오.]

중앙 신수. 4마리의 신수를 다루는 왕.

황룡.

사신수의 상위 신수로. 그 무력은 환수왕에 버금가는 존재.

사실 위치도 위치고 내 힘으론 놈을 구현화하고 소환하는 게 불가능하기에 그냥 구상 정도에만 그치고 있었다.

“무슨 수로.”

[그녀의 힘으로 불러내십시오. 그녀의 별호가 뭔지 잊으셨습니까?]

수룡검희.

확실히 그녀는 유별날 정도로 물의 기운이 강한 소녀였다.

그렇다면…….

“이 비열한 새끼. 나보고 사기 치라고?”

[당신이 잘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바로 맞췄어.”

담담하게 말한 나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품 안에서 비어있는 인첸트 스크롤을 몇 장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깃펜을 들어 문양을 새기며 허공에 던졌다.

“뭐…… 뭐야. 뭘 하려고?!”

“네 힘을 빼낼 거다. 심연의 공주로써 각성하려면 최소한의 힘이 필요해. 그러니까 일단 네 힘을 모조리 빼서 각성을 늦출 거야.”

그녀를 봉인하는 건 그 후의 일이다.

나는 여러 장의 부적을 만들어 띄운 뒤 양손을 강하게 부딪쳤다.

“나와, 물라임.”

뽀그르르륵!!!

내 말에 반응하듯 허공에서 물방울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대량의 정령 에너지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며 거대한 물줄기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내 허공에 거대한 여성의 모습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물라임이라 하지 말라 했을 텐데!!]

내가 계약한 정령은 총 셋.

물의 정령왕 엘라임.

대지의 정령왕 노아스.

마지막으로, 불의 정령왕이자 레바테인을 지닌 특수 정령왕 방화범 이프리트까지.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엘라임이면 충분했다.

“여기서 얼마나 날뛸 수 있어.”

내 진중한 물음에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던 그녀가 샐쭉하니 대답했다.

[홍수라도 일으켜 드려요?]

“폭우를 계속 유지해.”

내 말에 그녀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하늘에서 연록 빛의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금에 이르러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신, 넬타리드의 가호가 내게 내려오기 시작한다.

파직!!

물론, 프리아 여신의 흔적인 성흔이 그걸 두고 볼 리 없는 만큼 저항하지만 곧이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아!!!

엄청난 비가 쏟아지자 나는 부적의 일부를 발현시켜 힘을 공명하기 시작했다.

물의 신수.

현무는 물의 자연에너지를 상당히 많이 필요로 하는 신수다.

사신수 중 가장 소환이 까다롭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넬타리드의 가호와 엘라임의 힘.

그리고. 수룡검희라 불릴 정도로 물의 기운이 강했던 윤희령의 힘이라면.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태초에 태어나 물을 먹어치운 자에게 고한다.]

이윽고 내 입에서 특이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신수를 불러내기 위한 의식이다.

윤희령은 자신의 몸에서 내공이 죄다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넌 이제 무공을 쓰지 못할 거다. 그래도 상관없나?”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내가 거짓말한 거면 어쩌려고.”

“당신은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야.”

단호한 그 말에 나는 픽 웃었다.

힘을 버리는 게 차라리 죽는 것보다는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나는 경건하게.

그리고 엄숙하게 마지막 사신수를 불러낼 준비를 마치고 의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음이 뒤섞인 나의 목소리에 따라 주변에 방대하게 밀집된 물의 기운이 모여든다.

본래라면 여기서 실패해야 한다.

하지만.

우우우우웅!!!!

지구 출신의 신 아니랄까 봐 신수에 대해서도 잘 아는 넬타리드의 가호가 나를 보호하고 주변을 유지시키기 시작한다.

수많은 염원을 먹고 태어나는 존재.

현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일 맏이면 퍼뜩 튀어나와 임마!!”

내 외침에 거대한 물방울이 허공에 생겨나기 시작했고 속이 보이지 않는 물방울 속에서 무언가 노란빛 안광을 번뜩였다.

“와…….이게 성공하네.”

이러면 이제 환나라 유나라 다 신경 쓸 이유가 없어진다.

당당하게 자태를 뽐내는 안광을 가진 존재가 물속에서 흉포한 기운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거북의 몸체에 뱀의 꼬리를 지닌 신비로운 존재.

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신수와 다르게 더욱 신성하게 느껴지는 현무가 출현했다.

다른 장소도 아니고 이곳에서 방대한 힘을 이용해 소환했으니 당연한 일이다만.

이윽고 내가 집게손가락을 뻗는다.

교감은 중요하다. 이 말이야.

내가 손을 내밀자 노란 안광이 정확히 나를 바라본다.

촤아아악!!

그리고.

물방울 속에서 거대한 거북의 머리가 드러났고.

콰작!

이내 나를 머리부터 통째로 물어 버렸다.

아…….

현무는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지 참…….

사신수의 공통점.

내게 신수 소환 주술을 가르쳤던 스승. 우치마냥. 버릇이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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