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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05화 (604/1,559)

제 605화

검은 시야와 질척질척한 기분 나쁜 촉감.

북방의 사신수 현무는 기본적으로 거대한 거북이의 형상에 뱀의 머리가 세 갈래로 되어있고 꼬리가 존재한다.

화염에 휩싸인 새인 주작과 푸른 비늘을 가진 청룡. 그리고 백호와는 다르게 묘하게 이질적인 외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중요한 것은 이 빌어먹을 놈이 이 땅의 염원과 나의 도력, 그리고 넬타리드의 가호와 수룡검희 윤희령의 모든 힘을 빨아먹고 태어난 주제에…….

나를 물어?

나는 그대로 손을 뻗어 나를 물고 붕붕 흔드는 녀석의 혓바닥을 잡아챘다.

-끄응!! 끄으으으으응!!!

갑작스런 고통에 녀석이 입을 쩍 벌리고 버둥거리지만, 녀석의 혓바닥을 잡고 있는 나는 놓지 않고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천하의 현무가 혓바닥이 왜 이리 길어? 응?”

-끼이이이이!!

“후달리냐? 어?”

-끼이이이익!!!

“너 이 새끼, 겁을 잃었구나, 아주?”

용봉탕도 좋고, 십전대보탕도 좋고, 다 좋은데 이놈은 조금 별개의 문제를 품고 있다.

현무는 기본적으로 알려진 것과 조금 다른 사실들이 있다.

각 사신수는 한가지씩 감정을 주로 힘의 근원으로 사용한다.

주작의 경우 힘의 근원은 분노.

놈이 분노할수록 힘이 더욱 강해진다.

분노 조절 장애 신수에게 가장 어울리는 힘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청룡.

청룡의 경우 힘의 근원은 의외로 슬픔이라는 것에 있다.

사실 가장 의문스러운 녀석이 바로 이 녀석이 아닐 수 없었다.

세 번째, 우방의 신수, 백호.

백호의 경우 힘의 근원은 즐거움. 놈이 벌이는 모든 도도한 병x짓이 모두 놈에겐 즐거움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기쁨.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것이다.

내가 아는 현무는.

극도의 마조히즘 성향을 지니고 있다.

“…….”

저길 보라.

마치 기대하고 있다는 듯 왜 혓바닥을 더 잡고 늘어지지 않느냐는 듯 시선을 보내는 저놈의 거북이를.

이놈은 내가 솥을 꺼내고 놈을 잡아먹을 준비를 해도 씩씩거리며 흥분할 놈이다.

[그래 주작은 분노, 청룡은 슬픔, 백호는 즐거움. 다 이해해. 인간의 염원이 모여 만들어졌으니 당연한 수순이지, 근데 말이야 데이비, 나는 다른 신수 놈들은 다 이해해도 현무는 아직도 이해가 안 돼. 대체 기쁨의 염원이 모여 만들어진 신수가 왜 저런 변태성향을 지니는 건지 모르겠다고.]

[끅! 널 닮아 그런 거야 임마 어?! 끅!]

[닥쳐 이 빌어먹을 술고래야!]

거북이라서 거북하기 짝이 없나…….

“몸은 어때.”

애써 현무에게서 시선을 돌린 나는 경악하는 페르세르크의 시선을 뒤로한 채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는 윤희령에게 다가갔다.

“모……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당분간 후유증이 남을 거다. 네 몸 안에 있던 모든 물의 기운과 내공을 모조리 불태워버렸으니까.”

현무는 다른 사신수와 다르게 조금 특이한 성향을 지닌 만큼 소환방식도 까다롭기 그지없다

본래대로라면 황룡같은 본래부터 존재하는 성격파탄신수들은 제외하고 주신 프리아 여신이 해금해주는 초월등급 주술검으로 현무를 소환하려 했다.

녀석을 소환하는 데에 필요한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을 모조리 패스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넬타리드의 가호와 수룡검희 윤희령의 힘을 통해 나는 결국 현무를 불러내는 데에 성공하고 말았다.

위치의 이점, 신의 가호, 그리고, 내가 지금부터 얻으려는 주술검 까지.

황룡 소환.

나는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이러면 한번 찔러보는 것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케인.”

[듣고 있습니다.]

“황룡의 정화능력으로 이거 처리 가능한 거 맞지?”

[다른 장소는 몰라도 이 땅은 가능합니다. 이곳에서 황룡의 힘은 당신이 계약한 환수왕의 이상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닐 테니까요.]

심연의 공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괴물급의 신수.

물론 다루는 건 쉽지 않지만, 황룡도 어떤 녀석인지 직접 마주해본 적이 있으니 상관은 없다.

우치 그 양반이 성격이 특이해서 그렇지 힘은 강대한 편이었으니까.

결과적으로 케인의 말대로 윤희령의 몸에서 느껴지던 아주 미약한 흔들림은 그 구심이 되는 근원 힘을 잃고 다시 잠잠해졌다.

그녀가 무공을 익히거나 자연 내공이 쌓이지 않는 이상 각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그녀의 각성을 막는 것입니다. 그것만 해결하면 나머지는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케인의 말대로.

가장 위험한 무력만 없어지면 사실 오해를 푸는 것이야 무에 어려울까.

오에돈은 어떻게든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 했지만 한 가지를 착각했다.

인간이란.

의외로 초월적인 존재에게 굉장히 선동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협상이라 쓰고 협박과 사기라 읽는 것.

내 전문이다.

* * *

환나라 군세와 유나라 군대가 연합했다.

단 한 명을 잡기 위하여.

하지만 일차적으로 환나라에서 보낸 최정예인 금의위 상위 부대가 세 마리의 신수의 등장으로 완전히 뒤틀려버렸다.

이놈의 무림은 천마 독고준 사후 너무 많은 무공의 쇠퇴를 겪었다.

너무 많은 문파가 봉문을 해버렸었던 탓도 있지만,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위험하다 싶은 경지에 오른 이들을 모두가 견제해버린 탓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복구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지금의 일이 아니었다.

거대한 평원에 도달한 십 수만의 군세는 당장 적의 위치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듯 오도 가도 못 하고 있었다.

각 황실에선 반드시 그놈을 찾아 죽여야 한다고 하는데…….

환나라 장군 조순은 유나라 출신의 구환과 머리를 맞대고 이 상황을 타파할 계략을 짜고 있었다.

“일국과 전쟁을 벌일 수도 있을 만큼 강대한 전력이건만…… 고작 한 명을 잡지 못해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다니…….”

구환의 중얼거림에 조순이 인상을 쓰며 쏘아붙였다.

“어쩌자고 그런 괴이쩍은 존재를 받아들여 비무 대회에 불러들인 것인지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오.”

조순의 말에 구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보시오, 당신들은 월계우 태자가 암살당했지만 우린 황제 대리이신 옥화 공주님이 살해당하셨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그자가 백도 무림맹의 한 문파 출신이라는 건 변함이 없소.”

“무어라!!”

이 와중에도 내부에서 티격태격을 하고 있으니.

우스운 꼴이다.

싸늘하게 쏘아붙인 조순은 넓게 펼쳐진 지도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자는 수가 적은 탓에 추적이 쉽지 않소, 추적한다 하여도 그 신수를 모방한 괴이한 괴물 놈들이 막고 있지.”

주작을 표방한 괴이한 괴물은 사방을 불바다로 만들었고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용은 벼락을 쏟아부었다.

새하얀 털을 지닌 백호는 겉보기엔 별거 없어 보였지만.

놈의 근처에 다가간 모든 병력들이 한 걸음도 떼어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명백히 위험대상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정말로 인간을 이롭게 한다던 그 신수가 맞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신수가 도대체 왜 그런 괴인을 돕는 것인가.

하나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복잡한 심정을 어찌할 줄 몰라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다.

“장구우우우우운!!!”

다급한 외침과 함께 병사 하나가 급히 막사 안으로 뛰어들어온다.

“크…… 큰일 났사옵니다!!”

다급한 외침에 두 장군이 인상을 찌푸리고 병사를 바라보기 시작하자 무형의 위압감이 막사 내부를 감싸기 시작했다.

“커헉!! 컥…….”

“천박한 놈.”

그 모습에 조순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치자 구환이 나서서 그를 제지했다.

“다급한 보고요. 힘을 거둬들이시오.”

“흥!”

짜증스레 힘을 거둬들이는 조순의 행동에 구환이 물었다.

“그래. 무슨 일인가.”

“그…… 그것이…… 직접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두 장군은 인상을 찌푸렸다.

“별일이 아니면 크게 경을 치를 것이다.”

“어…… 어서 나와보십시오!”

위압을 주어 경고했음에도 병사의 말은 한결같았다.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두 장군은 천천히 막사 밖으로 나갔고.

두 사람 모두 벙찐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선녀의 복장을 입은 수많은 천상의 선녀들이 나풀거리는 날개옷을 입은 채 두 국가의 군세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병사들과 싸웠던 세 마리의 신수, 그 외에 또 한 마리. 마지막 신수인 현무까지 나타나 모두의 시선을 강제로 끌어 잡고 놔주지 않았다.

“세…… 세상에!! 선인들이 아닌가!”

“선인들이 우리에게?!”

당황한 두 장군은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이들을 보며 벙찐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들의 하강에 금의위 어떤 인물도 그들을 제지하지 못했다.

남쪽에는 주작이. 북쪽에는 현무가. 좌측엔 청룡이. 우측엔 백호가.

사신수는 마치 자신의 자리를 찾듯 내려왔고 세 명의 날개옷을 입은 선계의 인물들은 눈을 감은 채 양손을 모아 천천히 지상에 내려왔다.

말로만 들었지 실존할 리 없다고 생각한 선계의 존재가 정말로 나타나자 기겁한 이들이지만 이내 장군의 이름이 괜히 얻어진 게 아니라는 듯 조심스레 접근했다.

“서…… 선계의 신선들이 십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구환이 질문을 던지자 눈을 감고 있던 아름다운 여성 중 한 명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선녀 중 한 명.

에나벨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을 뜨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계의 용맹한 장군이여.”

평소 에나벨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의 녹취가 느껴지는 듯한 날개옷의 존재가 환하게 빛난다.

“상제께서 이 땅에 벌어지는 마의 움직임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 하시어. 각기 사방신들에게 임무를 하달하셨습니다.”

뒤이어 에나벨의 곁으로 또 한 명의 여인이 나타난다.

무표정한 여인이지만 여인을 바라본 두 장군과 그들을 수행하는 병사들의 얼굴에 이채가 서렸다.

셋 모두가 너무도 아름답다.

선녀라는 존재는 이런 것인가.

마치 구름을 노니는 존재처럼 붕 뜬 느낌이지만 처음 이야기한 여인과 두 번째 여인의 말에 두 장군은 더 이상 그들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 하지만 신수로 보이는 존재가 우리를 공격했습니다!!”

“그 존재로 인해 너무 많은 피가 흘렀소!”

“그 점에 관하여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해를 풀 방법이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지요.”

이어지는 세 번째 선녀의 등장.

그 선녀의 얼굴을 본 두 장군의 눈이 부릅 뜨여졌다.

후광을 머금은 여인의 존재에 장군과 호위 무사들의 시선이 모아진다.

“서…… 선녀!!”

이미 선녀라는 걸 알면서도.

선녀라는 말에 더욱 반응하게 된다.

“아…… 아니야 이건 우리를 홀리려는 수작일수도…….”

몇몇은 뭔가 이상하다 여겼는지 의심을 품었지만.

이미 속아 넘어갈 대로 속아 넘어가 버린 이들은 머릿속에서 별의별 이유를 다 만들어 이들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잘 보시게! 저 날개옷은 마치 스스로 살아있는 것처럼 떠다니는군!”

“저토록 청명한 기운은 처음이 아닌가!”

“게다가…….”

그 말과 함께 하늘에서 새하얀 깃털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부상을 입고 고통을 호소하던 병사들의 몸이 서서히 치유되기 시작했다.

“흐업!!”

“허억!”

경악한 이들이 눈을 부릅뜬다.

그리고는 중앙에 있는 선녀.

페르세르크를 보며 말했다.

“다시 보니 선녀 같다!”

“그렇군!”

천중원에서 선계라 함은 절대적인 신뢰를 얻는 지역이다.

물론, 멀리서 지켜보는 데이비는 곁에 쓰러진 존재들을 싸늘하게 바라볼 뿐이다.

“걱정 마, 옷만 빌리는 거야 옷만. 니들 어차피 하계가 어찌 되건 상관없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기왕 너희들을 선하고 위대한 존재로 착각하는 인간들에겐 좋은 인상 심어주겠다고.”

정확히 말해서 신수와 선계는 별개의 존재다.

신수는 신의 보호를 받지 못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존재이고, 선계는.

독고준이 막아낸 단순한 불청객이면서 불편한 이웃일 뿐이다.

진실은 조금 잔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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