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4화
186. 길드전의 탈을 쓴 무언가
“받아들이지 않을걸요?”
목표를 이루고 완전히 뻗어버린 두 장인 유저, 마가와 포도맛은 없다.
현재 연꽃 길드에서 활동이 가능한 건 흑풍 길드의 무차별 PK에 분노한 소수의 길드원과 소수. 그리고 산소맛곰탕이 전부였다.
수소는 이번 사태를 제법 비판적으로 보고 있었다.
“캐삭빵이에요 형.”
캐릭터 삭제빵.
지면 자신이 그동안 키워온 모든 것이 날아간다.
이길 자신이 충분하다면야 문제가 안 되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나라는 존재가 저지른 짓을 보고도 싸움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점이었다.
“확실히 흑풍 길드 입장에선 PK를 하며 괴롭히기만 해도 되는데 굳이 위험부담을 무릅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흑풍 길드 마스터는 은공이 가지고 계신 굼다의 소재를 원하죠.”
“그x끼는 인성이 더러운 거지 바보가 아니야, 누나. 그놈이 우리 길드원 PK를 하는 건 우선권을 얻기 위한 쇼일 뿐이라고.”
사실상 요청을 하긴 했지만 받아들여질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가.
그들의 그런 고민에 나는 간단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 하시게요?”
“받아들이면 한번에 쓸어 담는 거고. 도망쳐도 쓸려나가는 거고.”
이러나저러나 내게 큰 손해는 없다.
그저 내가 얻은 걸 자신의 것이라며 우기는 놈이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니까.
[띠링!! 흑풍 길드에서 연꽃 길드의 길드전을 수락하셨습니다. 길드전의 형식은 흑풍 길드에서 선정합니다. 길드전 방식은 공성 섬멸전입니다.]
그리고, 의외로 흑풍 길드는 단독 길드 전쟁을 받아들이는 패기를 내게 내비쳤다.
“이놈 멍청이 아냐?”
“섬멸전이면 단순히 무더기로 싸우는 거잖아.”
수소의 신랄한 비판에 산소가 묘하게 불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공자 가라사대, 인생사 다굴에 장사 없더라라는 명언이 존재한다.
특히 알프 온라인 같은 경우 혼자서 아무리 날고 기어도 다수가 디버프를 걸면 무차별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머릿수가 방대하고 PK에 특화된 아이템을 다수 보유한 흑풍 길드 입장에선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다.
단 한 명의 존재를 제외하고.
“데이비. 느낌 오지 않아?”
말없이 길드전의 규칙이나 그것들을 보던 일리나가 나를 불렀다.
“이건 뻔한 거야. 네 위험성을 알면서도 받아들인다는 건, 널 어떻게 해볼 가능성이 있거나.”
사실상 가장 가능성이 낮은 방식이다.
“아니면, 널 길드전에서 출전하지 못하게 막을 방법이 있거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길드전을 조율하기 위한 패널을 조작하기 시작하는 수소를 보며 물었다.
“네가 담당하나?”
“저도 일단은 운영진인데요. 저희 길드는 사람이 없는 소수 친목 길드이기도 하고. 어지간해선 다들 직급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니까요.”
수소의 답변에 내가 침묵한다. 그때 산소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저…… 은공.”
“음?”
“그들을 죽이면, 그들은 혹시…… 현실에서도 죽게 되나요?”
“그렇게 해줘?”
“아…… 아뇨. 그건 아닌데…….”
“그럼 됐어.”
일단은 상황이 닥쳐봐야 아는 만큼 수소가 길드전을 무사히 활성화할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길드전이 공성 섬멸전이면 방법은 있어?”
“무기 만들었으면 시험을 해봐야지 안 그래?”
내 말에 일리나가 칼디라스를 꼭 쥐었다.
아마 처음 사용하면 깜짝 놀라리라.
“그런데. 형. 형은 길드원이 아닌데 연꽃 길드전에 참석이 돼요?”
“계약서 내놔. 잠깐은 효력 볼 수 있으니까.”
흑풍 길드 마스터가 계약서를 내민 덕분에 그것에 관해서 어느 정도 판단이 섰다.
“다 하고 나서 불태워버리면 돼.”
나는 저들에게 NPC로 비칠지 모르지만, 똑같이 살아있는 인간이니까.
“그럼 참가인원은요?”
“너희 둘은 싸우지 마. 트라우마가 가시지도 않았을 테니.”
내 말에 수소와 산수가 침묵했다.
수소는 아이템을 거의 다 처분했고 산소는 전투가 불가능할 정도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 두 사람은 게임이 아닌 현실을 겪었으니 말이다.
결국, 참가 가능한 길드원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어찌하는가? 방법은 간단했다.
고용계약서를 통해 잠시 연꽃 길드 소속이 되어 직접 출전하면 되는 일이렷다.
“일리나와 페르세르크 그리고 내가 처리해주마.”
지원을 하겠다고 한 건 단순히 물적 지원뿐만이 아니었다.
“사장님이라 불러라. 난 클린한 집단을 추구하니까.”
야근이나 시키고 사람 갈아 넣는 기업은 아웃이다.
물론, 공돌이는 예외이지만.
* * *
알프 온라인엔 여러 콘텐츠가 존재한다.
흑풍 길드와 연꽃 길드의 길드전.
흑풍 길드는 최근 굼다가 나왔던 뒤틀린 마수에서도 선봉에 서서 레이드에 참가할 만큼 고스펙 유저가 많았기에 이번 일은 좀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여러분의 재미와 흥미를 책임질 전문 스트리머, 종석입니다!”
알프 온라인 전문 스트리머 우종석은 특유의 느긋한 목소리로 길드전이 준비되는 공간을 가리키며 익살스런 몸짓을 보였다.
“캬…… 정말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요. 특종이에요 특종.”
[우종석 티오니스 성자한테 한방에 털린 기억 아직 남아있음.]
[엌, 방금 본인 종석 털리던 그때 상상함.]
[하지만 진실이지.]
“조용히 해 이 양반들아!”
꽥 소리를 지른 종석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잊을 수가 없다.
전 세계 유저들 중 상위 유저 일부를 본선에 진출시켜 베틀 로열을 펼치던 이벤트 공간에서, 뉴비인 줄 알았던 티오니스 성자에게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넉다운 당해버렸으니 말이다.
“뭐, 어쨌건,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일은 꽤 유명하죠? 흉신 굼다 레이드 때 있었던 논란 이후 처음으로 흑풍 길드가 언급되었는데요.”
[흑풍 그x끼들 좀 뒤졌으면]
[미친, 게임하는 데 거들먹거리는 거 개 역겨움]
[비매너 개 쩔잖음. 횡포 오지고.]
“크흠. 일단 어떤 게 진실이든 발언은 조심해주시구요~ 솔직히 나도 여러분과 생각은 같아요. 적당히 즐기는 건 좋지만 도가 넘으면 안 되겠죠?”
익살스럽게 말한 그가 쓰게 웃어 보였다.
“우선 흑풍 길드원은 그 수가 500여 명에 달합니다만 반대로 연꽃 길드원은 길드원 수가 현재 7명이 전부인데요. 제가 또 누굽니까. 여러분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발품을 좀 팔았죠.”
그렇게 말한 그가 허공에 손짓한다.
“우선 길드 마스터인데요. 음…… 보자 이분은 이번 무차별 PK에 당하신 피해자분이네요. 그 외에 뉴비 두 분이…… 허어…… 이분들은 그냥 게임 안에 있는 절경 구경 다니시는 분들인데…… 와, 흑풍 이 새끼들 이건 선 좀 씨게 넘었네.”
[관광하러 온 사람 뻑치기해서 PK 하는 인성 실환가.]
[미친 흑풍 길마 새끼 인두겁 쓰고 아주 개 짓이란 개 짓은 다하네.]
흑풍에 대한 안 좋은 비난과 여론이 나돌기 시작하자 우종석은 급히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어느 쪽이건 흑풍과 척을 졌다간 랭커인 우종석이라도 굉장히 피곤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크흠. 일단 뭐 다음 분들을 알아볼게요. 일단 제작 스킬을 지닌 분이 두 분이 있네요. 여러분도 아시는 분들입니다. 포도맛캣타워 님과, 마가 님이시네요.”
[대장장이 1위랑 물질변환사 1위가 한 길드잖아?]
[이쯤 되면 연꽃 길드 소수 초 정예 각이다.]
“솔직히 놀랍긴 하죠. 그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뒤집었으니까. 안 그래도 원래 대장장이 랭킹 1위였던 중동 왕자님인 알하자드 씨가 이 두 분과 접촉해보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어요.”
[알하자드? 전 1위 블랙스미스 아님? 그 사람이 왜?]
[애초에 알하자드는 왜 한국서버에 자리 잡고 활동하는 거임?]
[그 사람 인성 진짜 좋음. 부자라 그런가 여유가 남다르긴 하더라. 전에 우연찮게 그 사람이랑 퀘스트 하는데 배려심이 남달랐음.]
[그렇게 빨아 재껴도 돈 안 떨어짐.]
“뭐. 자세한 이유야 모르죠. 그냥 두 사람을 영입하거나 연을 만들고 싶은 모양이던데. 제가 듣기로는 이게 단순 게임을 넘어서서 40레벨 이상 올라가면 정말 뭔가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모양이더라구요.”
[아, 그래서 고레벨 생산 직종들 대기업에서 막 특채로 뽑아가고 그러는 거임?]
[몰랐음? 뉴스까지 떴잖음. 재미 못 느끼는 인간도 이 게임하는 이유가 뭔데. 대학도 보내줘 취직도 시켜줘. 운동도 돼. 돈도 벌려. 재미도 있고. 팔방미인 아녀 완전.]
우종석이 손뼉을 쳤다.
“아. 이제 길드전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수성하는 쪽이 아무래도 흑풍 길드인 모양인데요. 솔직히 그 티오니스 성자가 NPC라 길드 가입이 안될 텐데 어떻게 참가를 할지…… 어? 저 캐릭터는…….”
말끝을 흐린 우종석이 눈을 크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수많은 이들이 보고 있는 이 길드전 필드 위에 나타난 인물 때문이었다.
티오니스 성자도 아니고 대륙 6대 미녀도 아니다.
“헐, 여왕님이네요!”
여왕님.
커뮤니티에서 간혹 소문으로 떠도는 아름다운 여인의 존재로 티오니스 성자와 결혼한 여성이라는 소문만 무성하다.
“얼마 전부터 커뮤니티에서 여왕님에 관해서 이상한 글이 자꾸 올라오긴 했는데 그건 뭐 됐고. 확실히 티오니스 성자가 나왔는데 여왕이라고 안 나올까요. 그런데 혼자서 가려는 건가 본데요?”
흑풍 길드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내렸다.
그것은 굼다와의 레이드를 봐놓고도, 또 과거 이벤트 전에 대해 알면서도, 티오니스 성자의 도발에 대놓고 걸려들었다는 점이었다.
“냉정하게 보면 말이죠. 다굴에 장사 없다지만 1레벨짜리 유저 100명 모아도 최종 보스 몬스터 하나 못 이기는 법이에요. 흑풍이 제법 고레벨 유저가 많긴한데 그거론 힘들 거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대체 뭔 생각으로 캐삭빵 길드전을 받아들였는지는 봐야 알겠죠.”
이윽고 천천히 흑풍 길드원들이 수성을 준비하는 성을 향해 걸어가는 페르세르크의 모습에 모두가 침묵했다.
둥!!! 둥!! 둥!!
곧이어 길드전 시작 카운트를 알리는 북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이곳에 참석했다는 건 연꽃 길드에서 그녀를 고용계약서로 고용했다는 뜻이 되기도 했다.
우웅…….
“컨트롤…… 웨더.”
이윽고 어느 정도 성벽에 다가선 그녀가 손에 쥔 커다란 스태프를 우아하게 들어 올리며 무언가를 읊조렸다.
초월의 종언이 가진 힘이 용솟음치자 놀라울 정도로 멋진 연출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흑풍 길드는 확실히 존버를 택했네요. 티오니스 성자가 진입하면 아주 난리가 나요. 수성전 하는 쪽에선 상대적으로 버프를 받는데 성이 돌파당하면 그게 전부 사라지거든요. 안 좋아요. 안 좋아. 버티는 게 답이야, 근데…… 하 씨…… 유부녀라도 좋아. 진짜 여왕님 너무 예쁘다!!!”
[어떻게 한번 나타날 때마다 시선 죄다 끌어모으냐.]
[미친 오늘부터 여왕님 모십니다. 여왕님 절 밟아 주…….]
-??? 님이 밴당하셨습니다.
“과도한 드립은 자제해주시구요.”
[내로남불 : ???]
[세상에 이걸.]
[스트리머 인성 개쩐다.]
우종석은 굳은 얼굴로 그녀가 벌일 일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의 스태프를 중심으로 원 형태로 펼쳐지듯 검은 구름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쥔 스태프 끝이 하늘 높이 들어졌을 때.
그녀를 중심으로 생겨난 마법진이 일렁이며 하늘 높은 곳에서 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쏟아지기 시작했다.
툭…… 투투툭…… 투두두두둑!!!
갑작스레 비를 내리는 그 모습에 유저들이 당황한다. 그녀는 현재 수성하는 길드원들의 사거리 밖에 있었다.
그렇기에 직접 성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그녀를 요격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기다리고 있건만 어째서인지 그녀는 전투에 의미가 있는가 싶은 비만 천천히 쏟아낼 뿐이었다.
물론, 그게 착각이었다는 걸 알아내는 건 오래 걸리지 않는다.
“프리징 클라우드”
“윈드 서클링.”
두 차례의 마법을 더 동시에 발현한다.
휘이이이이이잉!!!!
스태프를 쥐지 않은 손을 휘저은 그녀가 감은 눈을 천천히 뜬다.
문양이 새겨진 붉은 눈동자에 움직임을 따라 꼬리가 따라붙는 듯한 잔상이 생기며 검은 힘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얼어붙는 게야.]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매력적이면서도 청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쩌저저적!!!!
동시에.
하늘이 변하기 시작했다.
일대 영역 수백 미터 하늘에 거대한 얼음 균열 같은 것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츠츠츠츠츳…….
그리고
스태프와 나머지 손에 마법을 동시 발현하고 있는 그녀의 양측으로 빛이 모여들며 두 명의 존재가 나타났다.
검은 정복을 입고 있는 흑발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청년 데이비와.
꿀이 흐르는 듯한 환한 금발에 황금빛 기류가 머금어진 거검을 쥔 소녀, 일리나 데 팔란이었다.
“먼저 해?”
“아니. 이쪽부터 실험해보자. 페르세르크. 떨어뜨려.”
이어지는 데이비의 말에 흑풍 길드의 길드원들은 그녀의 마법에 아름다우면서도 문득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게임인데.
고통과 추위 뜨거움에도 보호받는 게임인데
왜 한기를 느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휘이이이잉…… 빠아악!!!
이윽고.
그녀가 쏟아내기 시작한 비가 왜 존재하는지 흑풍 길드원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이 똑같이 창공에서 휘몰아치는 냉풍에 얼어붙어 얼음 가시가 되거나 거대한 우박이 되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단시간에 해내는 데이비가 비정상적일 뿐 그녀의 마법이 약한 게 아니었다.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우박에 수성을 위해 마법을 캐스팅하고 대기 중이던 마법사들이 집중적으로 테러를 당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장비 성능테스트 시작하자.”
딱 세 번을 후려치면 성벽이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그렇게 말한 데이비가 페르세르크의 뒤편에서 그녀를 지나치듯 정면의 성벽을 향해 걸어간다.
쿵!!!!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에 닿았을 때.
양손으로 거대한 해머의 자루를 쥐고는 마치 바닥에서 끌어 올려치듯 그대로 한방을 후려갈겼다.
“성벽 내구도는 굳건하다!! 그 흉신 굼다도 성벽 내구도를 빼는 데엔 시간이 오래 걸렸으니 걱정 마라!”
“시간만 벌면 우리가 이긴다! 성벽 수리 키트는 충분하니 쫄지 마 새끼들아!”
우박에 당황한 흑풍 길드원 중 선임 길드원들이 길드원들을 향해 소리친다.
우박이야 천천히 막아내면 되고 티오니스 성자의 공격이 아무리 세도 성벽을 한번에 부수진 못할 거라 여겼다.
콰앙!!!
그리고, 그들의 예상대로 거대한 해머에서 터져 나온 빛을 머금은 일격이 성벽을 후려치지만 금방 수리 키트로 인해 성벽이 수리되어버렸다.
어지간한 위력으로 몰아붙이거나 성벽을 넘지 않는 이상 성을 부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애초에 공성 섬멸전에서 성벽을 부수고 진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짓이니까.
“놈이 성벽 위로 접근할 때까지 노려!”
“저기 저x끼 아직 그 자리에 있는데?”
진입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해머를 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데이비를 보며 흑풍 길드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이어 한 길드원에 의해 이유를 알아냈다.
성벽에 거대한 문양이 생겨난 것이다.
투쾅!!!!!!
이윽고 또 한 번 문양이 생겨난다.
문제는.
두 개의 문양이 겹쳐지며 하나의 새로운 문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식이면 세 번째엔…….
흑풍 길드 뿐만아니라 길드전을 생중계하고 있던 우종석도 중얼거렸다.
3타 카운팅 공격을 하던 존재는 대부분 유저들에게 익숙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잡아낸 뒤틀린 마수가 자신이 모시던 존재. 흉신 굼다에게서 받아낸 힘이었으니 말이다.
그 3타 패턴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레이드가 실패의 고배를 마셨는지에 대해선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
“마수 특수스킬…… 3타 방무뎀…….”
[미친! 저거 설마 굼다 무기임?]
[오져따 오져따. 행성 파괴 무기 각 선다.]
흑풍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미친!? 막아!!!”
우박을 방패로 막아내던 선임 길드원 하나가 데이비가 하고자 하는 일을 깨닫고 비명을 질렀다.
성벽의 장점은 압도적인 방어력과 유지력, 하지만 데이비가 지닌 흉신 굼다의 심장으로 만든 해머, 코로나 디스트로이어가 단순 게임 아이템이 아니며 그 효과가 지금 수준에선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는 것으로 인해 모든 게 뒤틀렸다.
2타를 허용한 시점에서 이미 늦었다는 걸 그들은 알지 못했다.
쩌엉!!!
청명한 소리와 함께
성벽의 위로 방패가 부서지는 아이콘이 드러난다.
그리고. 성벽 전체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존버. 즉 존x 버티기의 계획이 시작부터 뒤틀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