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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55화 (654/1,559)

제 655화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나를 향해 묻는 신현아의 행동에 나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직시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저와 소개팅을 하러 나왔던 그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더니 혼수상태에 빠졌어요. 목숨엔 지장이 없다는데 당신이 그에게 다가간 직후에 곧바로 그렇게 됐으니까요.”

“그놈이 업보를 청산 받았나 보지.”

내 심드렁한 말에 현아는 믿음직스러운 눈빛을 보내지 않았다.

“뭐…… 솔직히 어떻게 쳐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당신 덕분에 아주 뱅뱅 돌아가게 생겼네요.”

“너도 성격 좋은 편은 아니구나.”

“흥. 알아달라고 한 적 없어요.”

그렇게 말하며 침묵하는 그녀였다.

“하지만 일이 좀 복잡하게 꼬인 것도 사실이에요. 쓸데없는 참견이었다고요.”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

“예 예, 그러시겠죠.”

그녀가 그 소개팅이라는 자리를 나간 이유는 간단했다.

비록 굴지의 국제기업인 신성 그룹의 후계자나 다름없는 그녀였지만 그녀가 지금 하려는 일은 그런 회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할 생각이 없는 일이었다.

의료봉사재단.

그녀는 현재 신성 그룹의 힘을 완전히 빌리지 않고 최소한의 지원과 그녀가 가진 독자적인 자본을 통해 의료봉사재단을 설립하고 운영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공부밖에 모르던 바보가 이렇게 컸네…….”

“뭐라고요?”

“아무것도 아니야.”

짧게 일축한 나는 천천히 날아올랐다.

“저기 이봐요. 나도 날 수 있어요?”

“꿈도 크다.”

내 말에 그녀는 피식 웃어 보였다.

“아무렴 그러실까.”

짧게 일축한 그녀는 다시금 차에 올랐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했다.

“예전에요.”

감성적이 된 것일까.

그녀는 허공에 대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예전에…… 언니에게 말한 적이 있어요. 사람이 비행기를 타지 않고 하늘을 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고 말이에요.”

“원래 못 이루니까 꿈이라는 거다.”

“글쎄요. 그건 모르는 일이죠. 나도 내가 이렇게 살게 될 줄 몰랐으니까.”

씁쓸한 미소를 짓는 그녀였다.

“아가씨.”

그때 앞 좌석에 앉아있던 젊은 청년이 차량 내부에 연결된 전화기를 통해 연락해왔다.

“무슨 일이세요? 김 실장님?”

“경찰 측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아가씨께 문의드릴 게 있다고 합니다.”

“경찰 측에서요?”

“예, 제법 조심스럽습니다만. 폐공장에서 벌어진 일은 고성 그룹의 아드님이 포함되어있어서 말입니다.”

“…….”

짧게 침묵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혹여 그녀가 쓸데없는 짓을 하면 한바탕 쏟아 부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아는.

내가 알던 그 멍청할 정도로 의외의 부분에서 착해빠졌던 동생은 이미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며 성장했다.

“이쪽에서 거리낄 게 있나요? 법무팀 분들께 연락해서 최대한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그리고 유나와 지아 씨가 최대한 보상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담담하게 말한 그녀가 통화를 끊었다.

그녀는 처음 내가 그녀를 만난 그곳으로 가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본래 그녀는 이곳에 오기를 일 년에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 온다고 했다.

평소엔 도심지에 있는 커다란 집에서 살지만, 그녀는 굳이 나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

“납골당?”

“네. 사실 좀 궁금해서요.”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담담하게 말하며 납골당으로 따라 들어가자 본래 내가 알던 납골당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분위기가 펼쳐졌다.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마치 단 한 명을 위한 납골당 같은 인테리어가 되어있었다.

그때였다.

이어지는 현아의 한마디에 나는 온몸에 벼락을 맞은 느낌을 받았다.

“오빠…… 나왔어.”

저 한마디에 말이다.

굳어버린 나를 무시한 채 그녀는 씁쓸하게 중얼거리며 불을 켜고 주변을 정리했다.

“뭐해요? 들어오지 않고.”

“한 명을 위한 납골당이라…… 부자들의 심리는 이해할 수가 없네.”

“이 납골당이 완성된 것도 최근이에요. 삼촌이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생각도 못 하고 있었을 테고요.”

담담하게 말하는 그녀였다.

“아는 사람의 납골당인가? 혼자뿐인데?”

“네. 이 한 명을 위해 만든 납골당이니까요. 실제로 여기 보관된 유골함은 딱 하나뿐이에요.”

그 말과 함께 그녀가 유골함을 꺼내 쓰다듬었다.

“소중한 사람인가?”

“소중하다라…… 글쎄요. 매번 싸우기만 했던 사람인데.”

그녀가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툭하면 그랬어요. 서로 만나면 꼴뚜기니 세발낙지 같은 년이니. 오징어같이 생긴 놈이라느니.”

추억을 되짚듯, 또 그리움을 되새기듯 그녀가 키득거렸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되더라구요. 든 자리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담담하게 말한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족인가?”

“네. 오빠였어요. 제 위로는 언니 한 명에 오빠가 한 명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혼자가 되겠지만…….”

그녀의 말에 나는 속에서 무언가 철렁이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건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오빠의 이름은 현수였어요. 신현수. 성질 더럽지만 그래도 정말 가족을 사랑했던 세 살 터울의 우리 오빠…….”

그렇게 말한 그녀가 유골함을 쓰다듬었다.

“당신은 우리 오빠를 만날 수 있나요?”

그녀의 목소리에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뭐?”

“저승사자라면서요. 그래서 당신을 이리로 초대한 거예요. 당신은…… 영혼을 볼 수 있지 않아요?”

“인제 와서? 꽤 오래전에 죽은 거 아닌가?”

“맞아요. 윤회라도 했다면 몰라. 만약 천국이라는 곳이 존재한다면…….”

그녀가 침묵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그리고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며 물었다.

“우리 오빠…… 불러줄 수 있나요?”

그녀의 눈에서 생각지도 못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우리 오빠…… 맨날 싸우기만 했던 너무 소중했던 오빠…….”

“이봐.”

“흑…… 흐흑…… 우리 오빠…… 죽는 그 순간 얼굴도 보지 못한 우리 오빠…… 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미련 버려.”

“안 되는 건가요?”

“지금 이 시간에도 죽어서 영혼이 되는 이들은 많아. 하물며 몇 년이나 지난 영혼을 찾으라고? 불가능한 일에 목을 매는 멍청이였나?”

내 물음에 그녀가 표독스레 나를 노려보았다.

“함부로 말하지 마!!”

그렇게 소리 지른 그녀는 유골함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소리쳤다.

“당신을 처음 봤을 때! 당신들이 저승사자라고 했을 때! 나는 내 영혼을 팔아도 좋으니 우리 오빠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어!”

그녀의 외침에 나는 속에서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천년도 더 된 과거의 일인데. 어째서 이렇게 가슴이 아려오는 것일까.

그렇기에 나는 더욱 독하게. 더욱 못된 말을 내뱉어야 했다.

“미련하긴. 사람은 언젠가 죽어. 그건 천명이고. 변할 수 없다.”

“웃기는 소리!! 사람의 생명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고 말할 셈이야?!”

“이미 죽어버린 인간에게 미련을 가지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다.”

이어지는 내 말에 그녀가 입술이 찢어질 듯 강하게 깨물었다.

“네가 뭘 알아.”

“저승사자는 다 보여.”

“웃기지 마!!!”

그녀가 내게 발작적으로 소리 질렀다.

“네가 뭘 아느냐고! 우리 오빠!!…… 맨날 싸웠지만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어! 그런데…… 싸웠단 말이야…… 서로 얼굴 붉히며 다시 보지 말자고 싸웠단 말이야…… 미안하단 한마디도 못 했는데…….”

그녀가 결국 흐느끼기 시작했다.

“미안하단 말도 못 했는데…… 임종도 못 지켜봤단 말이야…… 흑…… 흐흑…… 오빠 깜짝 놀래주려고 준비한 시험결과도 못 보여줬단 말이야…… 우리 오빠…… 우리 현수 오빠…….”

엉엉 울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니 나를 통해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했던 것일까.

결국, 나는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쯤 되면 시간이 흘러 그녀가 나를 잊었을 거라고 생각한 내가.

너무 멍청했다.

“아…….”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흐느끼며 유골함을 소중히 끌어안고 있던 그녀를 끌어안아 주고 있었다.

“신현수의 영혼은 네 마음에 구원받았고. 새로이 윤회에 올라 좋은 곳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있을 거다.”

“흑…… 흐윽…….”

결국, 그녀는 내 품에 안긴 채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주제에.

동생이 이렇게 괴로워하면서 우는데도.

나는 내가 네 오빠며, 네 말을 잘 들었고. 네가 울지 않기를 바란다. 그 한마디조차 제대로 해줄 수 없었다.

그녀가 내게 미련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상 내가 존재를 숨기든 숨기지 않던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텐데.

나는 끝내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물을 보았을 때.

당장이라도 내가 네 오빠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입을 여는 순간.

넬타리드가 권능을 이용해 허락한 운명의 간섭 선의 한계치를 돌파해버릴 거라고 말이다.

내가 신현수라는 사실을 그녀가 알게 되면 운명, 즉 흐름이 걷잡을 수 없이 뒤틀린다.

그 여파는 당연히 그녀가 모조리 뒤집어쓰게 되리라.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흐느끼는 그녀로 인해 이상한 낌새를 느낀 그녀의 경호원들이 납골당 내부로 들어오기 전까지.

나는 닿지도 않는 그녀를 끌어안은 채 침묵했다.

* * *

“데이비가 며칠 전부터 술만 마시고 있어요. 저 와중에도 영지 내정관리가 철저하다는 게 놀랍긴 하지만. 고르네오 교수님 말에 따르면 저런 모습은 건강에 극도로 나쁠 거라던데…….”

일리나의 말에 페르세르크가 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언니. 무슨 일 있어요?”

페르세르크와 차를 마시던 일리나는 문득 그녀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응? 아무것도 아닌 게야.”

“아닌 게 아닌 거 같은데요? 칼디라스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그녀의 말에 가슴팍에 달려있던 브로치가 빛을 내뿜었다.

“페르…… 대체 무슨 일이야? 그 인간하고 무슨 일이 있었어?”

“아아 칼디라스. 별거 아닌 게야. 데이비도 혼란스러운 것뿐이니.”

그렇게 말하곤 하지만 페르세르크의 얼굴도 제법 수척해져 있었다.

“언니. 혹시 이번 일과 관련이 있어요?”

그녀의 말에 페르세르크의 손이 멈칫했다.

“데이비…… 전생에 지구라는 곳에서 살았다면서. 얼마 전에 알았어요. 이방인들과 대화하다가. 그들이 지구에서 왔다고.”

“…….”

“데이비 혹시…… 그곳에서 동생을 만났어요?”

잠긴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그때를 떠올리고 그녀의 심정이 먹먹해진 모양이었다.

“데이비가 그렇게 괴로워하는 건 처음 봤어…… 심판자의 세계에서 심판자의 왕이 데이비에게 보여준 거.”

페르세르크는 침묵했다.

“이름이…… 신현아라고 했어요.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때 본 데이비는 미련이 가득했어. 꼭 찾아가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처럼.”

일리나의 눈시울이 먹먹해졌다.

“그 일 때문인 거…… 맞아요?”

그녀의 말에 페르세르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단순한 고집 때문이었다.

보통 데이비였다면 실리를 따진다며 대뜸 내가 네 오라비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그였고 그녀가 아는 데이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데이비가 저렇게 행동하는 건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한편 아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은 데이비에게 맡기는 게지.”

애초에 간섭이 안 된다는 말은 의미가 없었다.

“이 일은 데이비에게 맡겨보는 게야.”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기에 간섭해서 안 되는 게 있단다. 일리나.”

페르세르크의 조언에 일리나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몰랐다.

지나가던 중 그녀들의 말을 들은 이가 있다는 걸 말이다.

“신현아? 설마 은인이 현아 씨의 정보를 물어봤던 이유가…….”

문 너머에서 이야기를 엿듣게 되어버린 산소맛곰탕. 유지아는 떨리는 눈을 주체하지 못한 채 양손으로 제 팔을 붙잡고 파르르 떨었다.

“그럼…… 은인은 알고 계신 건가?”

그녀는 마가 한유나에게 이미 한차례 들었다

현아에게 남은 가족인 언니, 신연희가 이미 죽어버린 제 오빠와 똑같은 병증을 앓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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