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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70화 (669/1,559)

제 670화

또 한 번 뒤틀린 현실이 본래대로 돌아온다.

동시에 내 힘은 더욱더 영향력을 잃었다.

이 세계에서 나라는 존재가 더욱 괴리감을 발현하며 몽환 세계 자체가 나를 쫓아내려 들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라면 얼씨구나 하며 퇴장해주었겠지만.

나는 퇴장하지 않고 이곳에 남았다.

그것은 바로 데이비 왕녀의 바로 옆에 이전까진 없던 륀느가 내 곁에 있는 륀느와 완전 동일한 모습으로 서 있다는 점이었다.

“데이비 님. 동일개체를 발견. 경계할 것을 권고해.”

“데이비 님. 이번엔 륀느와 같은 개체가 나타났다고 보고.”

이쪽 륀느와 저쪽 륀느의 대화가 당황스러운지 데이비 왕녀가 뭐라 말을 못 하려던 찰나.

나는 곧바로 그녀에게 말했다.

“두 번째 환골탈태를 할 거다. 방식은 내가 도와주지.”

“뭐?”

“이대로 가면 넌 빠른 시일 내로 죽어.”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시간 없어, 나는 데이비 올 라운이고 너와 같은 인물이면서 평행선도 도플갱어도 아니야. 프리아 여신이 엿 같은 시련을 내린 덕에 네 곁에 내린 조력자 정도로 생각하라고.”

“…….”

내 말에 그녀가 침묵했다.

“심연 때문에 전부 뒤지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움직여.”

무슨 방법이든 시도해보리라.

* * *

근본적으로 회귀의 시기는 이미 팔란 제국이 잠식을 당한 후라 할 수 있다.

팔란 제국을 구하는 건 힘들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사태의 근원인 페르세르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녀와 심연의 연결을 끊어버릴 필요가 있었다.

금기의 업은 오로지 나를 위한 힘이니 그녀에게 건네줄 수도, 그녀를 도울 수도 없다.

그렇다면 타나토스의 근본이나 다름없는 거대한 영혼의 파편인 그녀를 어떻게 해야 구할 수 있는가.

그 생각은 길지 않았다.

딱 하나의 방법이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 방법이 이전 두 번의 회귀에서 모두 실패했고. 데이비 올 라운 왕녀의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니.

성공하려면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눈앞에 잇는 데이비 올 라운 왕녀와 내 머리를 마주 대고 굴려 그 확률 낮은 시도를 100퍼센트 확률로 성공할 수 있게 만드는 것뿐이다.

“말해. 넌 이미 몇 번이고 이걸 봐왔지? 무슨 계략이라도 있을 텐데?”

내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데이비 왕녀는 또 다시 팔란 제국의 대참사와 일리나 황녀, 그리고 살리반의 죽음을 목격했다.

일리나가 아직 팔란 제국에 있고 데이비 올 라운이 왕자가 아닌 왕녀인 이상 뒤틀림은 남아있다.

아직 기회는 충분했다.

“방법은 간단해. 이번 환골탈태에 금기를 이용하는 거다.”

내 말에 그녀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 검지로 머리에 대고 빙빙 돌렸다.

“돌았냐? 뒤지려고 작정했어?”

쿨하게 쏘아붙이는 그녀의 물음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안 돌았으면 이 짓 못 하지. 환골탈태 스택도 충분하고, 마나융합식 마석도 충분해. 그 외에 부족한 게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도 안 해보는 것보단 낫겠지.”

내 말에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쿨하게 도전한다 해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건 분명하다.

“실패하면 반드시 죽어, 성공해도 어떻게 될지 보장 못 해. 나는 위험한 도박은 잘 하지 않아.”

“도박 안 하면 죽어.”

내 말에 그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엿 같네.”

짜증스레 중얼거린 그녀는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킨 뒤 중얼거렸다.

“아직 키스도 못 해봤는데…….”

짜증스레 중얼거린 그녀가 내게 말했다.

“네 말이 거짓이 아닌 건 팔란 제국을 보고 알았어. 그럼 어디 해보자고.”

자신만만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넌 또 뭐야. 왜 남의 집 앞마당에서…….”

또 실패로 이어졌다.

실패.

실패.

연이은 계속된 실패.

“데이비 님. 진정할 것을 권고. 데이비 님의 불안은 륀느가 낮게 평가.

“륀느.”

“우웅…… 아빠아…….”

“아빠아…….”

내 굳은 표정을 보던 홍단이와 청단이가 울먹거리며 안겨들었다.

8번째 회귀. 그 사이에 윈리는 적탑으로 돌아간 것이 되었고, 그 외에도 내가 모르는 몇 가지 진실들이 본래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갖은 방법을 썼다.

정말 냉정하지만, 페르세르크를 잠시 차원 열쇠를 통해 바깥 차원으로 보내는 방법도 모색해보았고, 넬타리드 신의 힘을 빌려보기도 했다.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금기의 힘을 연구해보기도 했고. 하다못해 자포자기할 겸 무식한 방법을 써보기도 했다.

하지만.

모조리 실패했다.

“어서 와.”

그리고. 몽환 세계의 데이비에게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거짓된 현실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생긴 영향일까.

그녀의 내부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의 존재를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하고 기억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엔 나를 보기가 무섭게 곧바로 무언가를 이해한듯한 눈치를 보냈다.

“왠지 모르겠지만 널 보니까 이해가 되기 시작하네.”

그녀는 굳은 얼굴로 나를 데리고 돌아섰고 이내 집무실로 나를 부른 후 물었다.

“어렴풋한 기억이 스며들어와. 절규하던 거, 페르세르크를 잃었던 것. 그리고, 내가 죽던 것까지. 말해봐. 나는 가짜야?”

그녀의 질문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뒤틀린 현실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생겨난 괴리가 이곳의 데이비 올 라운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가짜든 진짜든 그게 뭐가 중요해. 페르세르크를 구할 근본적인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지.”

내 말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서? 뭘 실패했는지 정도는 알려줘야 하지 않나?”

“솔직히 말하자면 거지 같다고밖에 말 못 하겠어. 많은 운명을 빗겨내고 피해 봤지만 이렇게 막무가내식 운명은 처음이거든.”

세상의 법칙을 속여보기도 하고, 직접운명을 빗겨내거나 다른 이들의 운명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게 되지 않았다.

단순한 라인도 아닌 절대라인. 즉 잡스러운 가지에 해당하는 운명이 아닌 세계를 지탱하는 거대한 거목에 해당하는 운명을 거슬러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진실.

로 아이아스의 저주를 통해 운명을 보고 인지하는 내가 바꾸는데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하나 있긴 해.”

바로.

페르세르크를 포기하는 것.

그 방법이라면 일리나가 하인스 영지로 왔으니 살리반 이외에 추가적인 인명피해는 피할 수 있다.

그녀의 죽음으로써 티오니스는 지켜질 것이고. 그것이 된다면 결국 운명대로 흘러가게 되어 추가적인 뒤틀림도 발생하지 않는다.

“돌았어? 페르세르크를 지켜주겠다 해놓고 이제 와서 포기한다고?”

같은 여성 성별이지만 데이비 올 라운 왕녀는 처음부터 페르세르크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다.

그녀가 으르렁거리자 나는 굳은 얼굴로 그녀를 직시하며 물었다.

“벌써 다수의 시도를 해봤지만 하나같이 가망이 없다.”

남녀가 바뀌어도 완전히 바뀌진 않았다는 뜻이리라.

“아니, 그래서 페르를 포기하겠다고?”

“아니.”

“그래. 그 생각 유지해야 할 거야. 조금이라도 허튼 생각 품었다간 동일인물이고 나발이고 없을 테니까.

방식은 여러 가지였다.

데이비 올 라운 왕녀의 사망을 늦춰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 돌아온 건 팔란 제국이 아닌 바리스 올 라운. 윈리 올 라운. 그 외에 타냐나 유리아. 뮤우, 드워프나 그 외에 연이 닿은 이들이 죽음으로 이어졌다.

그냥 죽는 것도 아닌 참혹한 죽음 말이다.

[모든 것을 잃더라도 같은 선택을 반복할 나의 성자여.]

내가 그런 선택을 내릴 인간상이었다면 프리아 여신이 나를 찝어 그렇게 표현하지도 않았으리라.

계시는 수수께끼처럼 두루뭉술하지만 신을 모신지 천년이 넘은 나는 그 말뜻을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한번 회귀할 때마다 여신은 내게 계시를 내렸다.

요지는 이게 내게 닥쳐올 미래이고, 기회를 줄 테니 어디 발버둥 처서 모두 살릴 수 있는. 만족할 만한 미래를 만들어보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불가능할 테니 미련 없이 시도하였을 때.

그때 다시금 신의 신부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라는 도발 아닌 도발이었다.

계속되는 시도는 데이비 올 라운 왕녀가 아닌 나의 멘탈도 서서히 비틀려갔다.

처음에 비하면 몰라볼 정도로 다급해졌고, 충동적으로 변해갔다.

느긋하던 내 표정은 어느새 수심이 느껴진다고 륀느가 말할 정도로 변해있었다.

“확률은?”

“몇 번이고 시도했어. 이번엔 반드시 성공한다.”

자신만만한 내 말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방법.

지금까지는 타락한 기운을 직접 정화해보려 노력하거나 내가 힘을 강화시켜서 페르세르크에게 생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모조리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운명이 나를 적대하는 이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은 법.

실질적으로 남은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내가 아닌 페르세르크를 환골탈태시키는 것.”

내 말에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그건 불가능할 텐데?”

“아니, 가능해. 대신 그 조건을 만족하려면 네 영혼의 격을 상승시켜야겠지.”

내 몸의 환골탈태는 내가 유도할 수 있다. 내 몸에서 생긴 문제라면 금기의 업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페르세르크의 육신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만들어진 육신인데 그런 육신을 남이 의도적으로 환골탈태를 유발하는 게 가능할까.

그녀를 수련시켜서 환골탈태시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며 그 격차 차이도 크다.

“그게 가능하려면…….”

“영혼의 격을 상승시켜야겠지.”

내 육신이 아닌 남의 육신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도 모자라. 만들어진 가짜 육신의 규칙을 바꾸어 진짜 육신으로 바꿀 영혼의 자격이 필요하다.

같은 힘을 사용해도 영혼의 격에 따라 그 여파는 완전히 달라질 테니까.

그 말인즉슨.

“너, 갈 때까지 갔구나?”

데이비 왕녀의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두 번도 아니고 다수의 실패를 반복하면 서서히 내몰릴 수밖에 없다.

“넌 한 번도 못 봤지만 나는 바리스, 윈리, 타냐. 일리나. 에이리아 황녀.”

말을 끊은 내 눈빛에 그녀가 움찔거렸다.

“페르세르크까지. 벌써 내가 몇 번이나 몇 명의 죽음을 봤다고 생각하나.”

가짜 세계인데 누가 죽건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눈앞에서 처참하게 죽어가던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는 건 상상 이상의 정신적 고통을 수반했다.

이 몽환 세계에서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 전에 끝내야 했다.

이제 대부분의 비틀림이 원래 자리를 되찾았다.

만약 다음 회귀에서 데이비가 왕녀가 아닌 왕자가 되어있다면. 그건 마지막 기회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그만큼 이쪽도 부족한 입장이었다.

그러니 시도하지 않을 수야 있나.

확률은 어찌 보면 단순한 환골탈태보다 더 낮은 성공률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혼의 격.

홀른이라 불리는 인간은 인간의 격을 지니고 있다.

아무리 성장해도 인간은 인간이고.

동물은 동물인 법. 태생적인 차이는 쉽게 극복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인간에서. 그 위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면.

페르세르크를 내가 임의적으로 환골탈태시킬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손이 많이 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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