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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71화 (670/1,559)

제 671화

영혼의 격을 상승시킨다.

보통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지만 영혼의 격이라는 건 엄연히 존재한다.

그것도 다수의 단계로 말이다.

인간이 자신을 수양하고 수련하는 것으로 자신의 혼을 진화시키는 깨달음의 수련방법.

그것이 격의 본질이나 다름없다.

물론, 그만큼 알려지지 않았기에 아는 이는 극도로 적지만 말이다.

현재의 나는 상위의 격. 사실상 인간이 개방할 수 있는 최상위 격을 지니고 있다.

아무리 인간도 천년 가까이 도전하면 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보통 인간은 하위의 격이나 중위의 격을 달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일리나 같은 천재들을 두고 중위의 격이라 말하고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사람들이 보통 하위의 격에 존재한다.

실질적으로 상위의 격을 달고 태어나는 이는 지금까지 내가 본 바로는 단 두 명이 전부였다.

창의 국가 명국의 천자, 아니 천녀.

그리고.

리나 성녀의 존재였다.

격이 높은 인간은 더욱더 정순한 에너지를 가공하여 다룰 수 있고. 그만큼 영향력도 강하다.

같은 인간이나 영혼의 질이 다르다는 소리였다.

본래 나는 하위의 격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헤라클래스의 도움을 통해 나는 두 단계의 격을 상승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문제는 없다.

애초에 인간이 가진 혼의 격 세 단계는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상승이 가능하니까.

하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현재 인간의 영혼이 가진 최상위 격에 도달한 내가 그 위로 올라가는 건 상식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알고 있어? 인간이 왜 홀른이라 불리는지.”

스스로 진화하는 종족. [홀른]

그 뜻에 담긴 의미는 본래 이것이었다.

“알지.”

“그런 홀른이니 자기 격을 상승시키는 거지 다른 종족은 평생 자신의 격을 유지하면서 살아, 넌 지금 인간의 격을 넘어 건방지게 신의 영역을 엿보고 있는 꼴이야.”

제아무리 홀른이라도 인간이 가진 격의 한계점을 뚫는 건 금기나 다름없다.

“정확히는 반신이지,”

“애초에 그게…….”

“방법은 알잖아. 홀른조차 넘어설 수 없는 상위 위계로 발돋움하기 위한 방법.”

어쩌면 격이라는 게 헤라클래스의 무력의 근원이 아닐까 싶은 의혹을 만들어낸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후우…… 페르에게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어. 그리고…….”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 아니야?”

나는 사실 영혼의 격을 높이는 시도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나는 이미 회랑에서 한차례 인간의 격에서 그 위로 올라가는 시도를 해본 바 있고.

실패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 대가는 한 영웅의 영혼의 소멸이었고.

그때의 일 이후로 나는 그때 당시에 내가 폭주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영웅들에게 묻는 것을 기피했었다.

“한번 실패한 주제에 이유도 모르면서 또다시 도전하겠다고? 넌 지금 네 일이 아니라고 마구잡이로 시도해보는 거야? 돌았냐?”

데이비 올 라운 왕녀의 빈정거림에 나는 그녀의 멱살을 틀어잡고 으르렁거렸다.

“그럼. 방법이라도 있나? 어디 있으면 말해보던가.”

현재 두 가지 성질이 모두 각성해버린 넬타리드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고, 프리아 여신이 도와줄 리 만무하다.

그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수로?

페르세르크는 단순히 환골탈태를 시키는 게 불가능한 육신이다.

그녀의 한계는 8서클 마법사까지이고. 그 이상으론 죽어도 올라갈 수 없는 가짜 육신을 지니고 있다.

내가 사용하는 환골탈태 유도 마법진은 페르세르크에게 그대로 사용하면 당연히 실패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인간의 격을 넘어 그 이상의 격을 얻게 된다면.

그녀의 가짜 육신에 간섭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패해도 어차피 다 죽어.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해결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차라리 심연으로 쳐들어가.”

“심연의 공주중에 슬리지아급 강자가 하나만 섞여 있어도 개죽음이야. 넌 지금 심연의 공주들이 함부로 이 땅덩어리에 못 넘어온다는 걸 감사히 여겨야 할걸?”

내 말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진실임을 알리듯 팔란 제국의 비보를 들고 온 바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해보자.”

이윽고 복잡한 생각을 마친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 * *

수많은 시도.

수많은 착오.

수많은 희생.

수도 없이 느낀 고통.

시련은 인간을 극한까지 몰아붙이지만, 결과적으론 나를 성장시킨다.

그녀는 계속해서 네가 발버둥 쳐봐야 운명 같은 거 안 변하니 체념하고 받아들이라 말한다.

이번 일도 어쩌면 부질없는 발버둥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준비됐어?”

내 물음에 그녀는 조용히 침묵했다.

“하…… 이거 좀 억울하네.”

그녀가 짜증 나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이 미친 짓을 또 해야 한다고.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반드시 성공할 거다.”

내 말에 그녀는 짧게 숨을 들이켜고는 조용히 마법진을 구동시키기 시작했다.

종의 한계치 이상의 영혼의 격을 상승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 한 가지가 있다.

헤라클래스의 힘.

금기의 업보.

쿠웅!!!!

데이비 왕녀의 전신에서 헤라클래스의 힘이나 다름없는 금기의 업보가 거대한 검은 안개가 되어 그녀의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상당히 복잡한 표정으로 금기의 힘에 휩싸인 그녀가 서서히 검은 연기 사이로 스며들 듯 사라지자 나는 조용히 그녀의 모습을 바라본다.

서서히 자신의 격에 걸린 제약을 풀어헤치는 그녀를 보며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당신은 이 상황도 예상했을 겁니다.

운명이 변치 않는다고 했습니까?

무슨 이유이건 결과는 같을 거라고.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가능성이 1이라도 존재하면 무슨 짓이든 하는 놈이라는 걸 명심하셨어야지요.

“아아아아아악!!!!”

기어이 폭주하는 데이비 왕녀를 향해 내가 한 발 내디뎠다.

그리고.

쿠웅!!!

마치 기다렸다는 듯 금기의 업을 발현시켰다.

마나들은 얼마 남지 않은 힘이기에 오히려 제어가 편하다.

나머지 마나들을 모조리 억누른 채 금기의 업을 이용해 그 똑같은 금기의 업인 그녀의 힘을 향해 힘을 내뻗는다.

준비가 미흡한 채로 시도를 한 그녀는 당연히 실패하듯 힘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나는 회랑에서 영혼의 격을 상승시킬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다만, 내 폭주의 여파로 영웅 중 하나가 소멸을 택했고 그 결과 내가 살아남았다는 것밖에 모른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기회는 많아야 한번에서 두 번.

이 이후에는 다시는 이런 추가적인 조력은 얻을 수 없다.

당신은 미래가, 그리고 흐름이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런 당신의 설득까지 모조리 이용할 겁니다.

쿠웅!!

나는 폭주하는 데이비 왕녀의 금기의 힘까지 내 금기의 힘을 이용해 그대로 충돌시켰다.

본래 금기의 업은 본래의 육신을 독립시키는 힘이지만 같은 금기의 업이 서로 만나면 굉장한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너…… 너 무슨 짓이야?!”

당황한 데이비 왕녀의 외침에 나는 스산하게 웃어 보였다.

“우리 주신님.”

엿 좀 먹여드리려고.

콰아앙!!!

동시에 거대하고 강렬한 금기의 힘이 내 전신을 뒤덮었다.

마치 거대한 관에 휩싸인 것처럼 어마어마한 압력이 내 몸을 찢어발길 듯 누르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은 엄연한 환골탈태의 일부였다.

다만 그 대상이 육신이 아닌 영혼이라는 점.

더 이상의 이 엿 같은 시뮬레이션은 사절하리다.

나는 말 없이 나를 바라보는 데이비 왕녀를 볼 수 있었다.

“실패하면 너도 죽어.”

“그래서 네 도움을 받은 거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처 지껄이냐? 어? 페르는…….”

“페르의 환골탈태는 내가 한다. 마나 신성력이 죄다 뒤져버렸지만, 신의 힘과 금기, 그리고 마기만큼은 선명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장땡 아니냐?

내 말에 그녀는 기막힌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피식 웃어 보였다.

“미친 자식. 실패하면 네가 죽는 거라고.”

“쫄리면 뒈져야지.”

그녀의 욕설이 터져 나왔지만 나는 다시금 금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내 영혼이 가루가 되듯 부서져 내리고, 다시금 회복된다.

“끄…… 으으으으으…….”

끔찍한 고통 속에서 나는 이를 악물었다.

고작 이곳은 비현실. 가짜 미래지만.

결국은 닥쳐올 미래이기도 하다.

그게 언제가 되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선 내 영혼의 격을 반드시 올려 페르세르크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 사태를 유도할 심연의 고대 괴물. 오버 마인드는 그 후의 문제일 뿐이다.

페르세르크는 자신의 힘으로 인해 누군가가 죽으면 밤새도록 눈물을 흘릴 만큼 속이 여리니까.

그 꼴 내가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쩌적…… 쩌저저적!!!

영혼이 찢겨져 나가는 고통 속에서 나는 양손을 부술 듯 강하게 부딪혔다.

짜아아악!!

동시에 마지막 준비를 감행했다.

신조차 의도하지 않은.

신을 엿 먹이기 위해 준비한 나의 마지막 수단.

일부러 장난스레 내가 말했다.

“주신의 옐로카드. 전부 내 힘의 먹이로 대체 되었다.”

장난스레 중얼거린 나는 프리아 여신이 경고하듯 내 몸에 심어놓은 신의 힘. 그것을 금기의 업보가 가진 힘에 모조리 먹여버렸다.

쩌엉!!!!!

이전엔 없었고.

이번엔 있는 것.

신의 힘을 흉내 낸 신성력이 아닌 신의 힘 그 자체.

나는 다른 영웅들과 다르게 정공법으론 인간의 혼의 격을 돌파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방법이 존재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리라.

석 장이 모이면 큰일 나는 옐로카드라 하였나.

설마 그렇게 내게 경고하기 위해 심어놓은 힘을 원료 삼아 금기의 업에 먹이고 내 영혼의 격을 상승시키는 원료로 쓸 거라곤 생각하셨나 몰라.

콰아아아앙!!!!!

신의 힘까지 먹어치운 금기의 힘은 순식간에 팽창하기 시작했고.

실패했던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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