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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73화 (672/1,559)

제 673화

“어느쪽이 먼저 갈래.”

“…… 내가 한다. 페르세르크를 각성시켰으니 네 할 일은 끝이야. 넌 빠져.”

싸늘하게 말한 그녀가 오른손에 쥔 초단이를 내려 세운다.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손에서 번뜩이는 초단이의 모습은 확실히 괴리감이 들게끔 만들었다.

콰지직!!!

이윽고 그녀가 강하게 지면을 구르기가 무섭게 가녀린 다리에서 나온 힘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는 막대한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팔라디아식 행성분열창]

[중검]

[복합검술]

[지각변동]

막대한 중량의 힘이 서린 초단이가 오버 마인드의 거체를 일순간에 양단해버렸다.

수백 수천의 눈이 달린 끔찍한 형태의 오버 마인드는 단단한 피부를 지니고 있었지만 초단이의 예리함에는 버티지 못하는지 순식간에 잘려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불사마저 베어버리는 초단이의 힘으로도 오버 마인드는 대번에 죽지 않았다.

불사의 근원이 설사 다른 곳에 있어도 그 링크를 끊어버리는 게 청단이의 빗물리 법칙 절단일진데 저렇게 버틴다는 건 단 한 가지 뜻을 의미했다.

물리적인 힘으로 놈의 육신이 버티고 있다는 점.

쉬리리리릭!!!!

방 전체를 잠식하던 촉수들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날아든다.

피할 공간 하나 주지 않겠다는 듯 파고드는 촉수의 움직임에 반사적으로 광역마법을 준비하는 데이비 왕녀였지만 이내 그녀의 시선이 내게 닿는 듯하더니 마치 한줄기 섬광이 되어 촉수를 피해 다시 합쳐지는 오버 마인드를 베어 넘기며 촉수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 하였는가.

닥치는 대로 촉수를 베어내면서 외려 공격을 감행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청단이와 홍단이를 들고 부드럽게 말했다.

“홍단이, 청단이, 아빠랑 산책할까?”

내 말에 두 검이 웅웅 울리며 의념을 전해오기 시작했다.

[홍다니 할 수 이써! 아빠랑 잘할 수 이써!]

[청다니도 열시미 할거에요!]

두 아이가 막대한 힘을 내뿜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두 아이의 힘을 융합시켜 초단이를 만들어내자 늘 그러하듯 반투명한 10대 중반의 소녀가 형상화되며 뒤에서 내 목을 끌어안듯 매달렸다.

[아버지, 초단이 힘낼게요.]

“왜 아바마마는…….”

[미…… 미워요!]

발그레해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는 녀석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디 가보자.”

그렇게 말한 나는 초단이를 빙그르르 돌리듯 들어 올려 기수식을 취한 뒤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

서거거거걱!!!!

동시에 지면에서 튀어나온 엄청난 길이와 굵기를 자랑하는 뱀의 꼬리를 일순간에 베어버렸다.

[키아아아아아아아악!!!]

지독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반뱀 반인의 심연의 공주가 몸을 버둥거리며 땅속에 박아넣은 꼬리를 뽑아내고 버둥거렸다.

[네놈…….]

“심연의 공주치고는 너무 막 나가게 생겼는데.”

적어도 다른 심연의 공주들은 인간 형체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생김새부터가 달랐다.

팔은 8개에 달하며 거대한 뱀 꼬리와 함께 어마어마한 머리카락 길이를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심연의 공주는 엄연히 강자로서 그 객체의 특수능력과 전투능력을 고려하면 한 세상을 멸망시킬 힘을 지니고 있다.

이미 환수의 세상인 룩스 대륙 같은 경우 울드의 손에 멸망한 전례가 존재하며 그 외에 아직 내가 확인해보지 못한 세상 중에서도 심연의 공주에 의해 파괴된 곳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녀는 위험한 존재라는 건 분명했다.

게다가 그녀의 힘은 객관적으로 분석해봐도 베르샤나 멜트같은 하위 심연의 공주와는 다른 강대한 힘을 품고 있는 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내겐 나서지 말라 하였지만, 굳이 내가 가만히 있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초단이를 빙그르르 돌리는 나를 향해 놈이 거대한 창끝을 겨누어왔다.

[네놈도…… 먹어치우리라.]

섬뜩한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뱀 꼬리에서 끔찍한 형태의 진액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진액은 파괴되고 무너지기 시작한 제단 전체로 퍼져나갔다.

철퍽!!

“어? 뭐야 이거.”

끔찍한 냄새를 풍기는 진액을 밟았다는 게 마음에 안 드는지 인상을 찌푸린 그녀가 잠시 멈춘 탓일까.

수차례 베이고도 죽지 않고 반격하는 오버 마인드의 촉수가 끝내 그녀의 허리와 팔을 낚아채 버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스럽게 만드는 촉수가 순식간에 그녀를 휘감으며 그녀의 전신으로 퍼져나간다.

마치 포박하고 잠식하듯 옷의 틈이란 틈으로 다 비집고 들어가려는 그 모습에 그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야.”

싸늘하게 말한 그녀의 붉은 눈동자에 서늘한 감각이 서렸다.

“이 개 x놈이.”

쩌억!!

일순간 촉수들이 무더기로 잘려나가기가 무섭게 그녀가 그대로 오버 마인드의 본체에 덤벼들었다.

그리고는 언제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륀느의 주 무기. 크로우바를 집어 들고 그대로 눈동자를 터뜨릴 것처럼 후려쳤다.

“어딜 기어들어 와. 어?”

퍼엉!!!!

일격에 어마어마한 폭음과 충격파가 퍼져나가며 오버 마인드의 전신에서 끔찍한 비명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녀의 손에는 자비가 없었다.

압도적으로 밀리기 시작하는 오버 마인드의 모습에 심연의 공주가 급해지기라도 한 듯 창에 검은 기류를 머금었다.

그리고는 거대해진 육신에 힘을 실 듯 그대로 몸의 절반가량을 이용해 광범위하게 베어 들어왔다.

섬뜩한 예기와 함께 검은 기류가 머금어진 창은 단단한 벽면은 물론 닿는 모든 것을 베어버리고 변질시켰다.

어찌나 지독한 힘인지 오버 마인드를 압도적으로 찍어누르고 있던 데이비 왕녀조차 초단이로 튕겨내거나 피하는 선택을 할 정도였다.

물론 창이 노리는 건 정확히 데이비 왕녀가 아닌 나의 존재.

피할 틈을 거의 주지 않은 채 공격해 들어오는 걸 보니 아주 작정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윽고 그녀의 창이 지근 거리까지 다가왔을 때.

나는 초단이의 끝을 그녀에게 겨눈 뒤 그대로 진액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리곤 심연의 공주가 휘두른 창을 맨손으로 낚아채 버렸다.

쩌엉!!!!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검은 충격파가 터진다.

동시에 기괴하게 변한 그녀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어렸다.

베어내거나 잠식하거나 분명히 변화가 있어야 할진대.

그녀의 창끝은 내 손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창끝의 힘이 내 손에서 흘러나온 검은 힘에 잠식되듯 둘러싸여 서서히 분해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궁금하면 돈을 내셔야지.”

금기의 업보는 영혼의 본질에 따라 그 형태가 변한다.

헤라클래스는 끝도 없이 진화하는 말도 안 되는 사기적인 능력을 지녔지만.

나는 그런 사기적인 능력은 아닐지라도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에볼루션 석세스다 이 말이야.

촤악!!!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고기가 잘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연의 공주는 내 변화를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한 얼굴로 굳어버렸고 나는 그녀를 베어버린 초단이를 휘둘러 검신에 남은 끔찍한 냄새를 풍기는 진액을 모조리 털어내고 증발시켜버렸다.

철푸덕! 소리와 함께 흉물스러운 고깃덩어리가 되어 쓰러지는 그녀의 육신은 곧 그녀가 내뿜은 진액 속으로 서서히 잠기듯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던 심연의 공주 특유의 생명력이 서서히 사라지는 걸 보며 나는 초단이의 융합을 풀어 두 자루의 검으로 나누었다.

그녀의 바람대로 나는 더 이상 손을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나는 이미 이 사태의 중점 중 하나인 페르세르크의 폭주를 저지했다.

그것으로 오버 마인드가 이 팔란 제국 이외의 공간에 간섭할 공간을 제약했고 그것으로 본래의 할 일은 끝이 났다.

이 세상에선 어느 정도 늦은 상태로 회귀를 진행하였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본래의 세계로 돌아갔을 땐.

오버 마인드가 팔란 제국을 잠식하기 전에 이 사태를 모두 끝내야 했다.

오며 마인드는 겉보기엔 조금 영악한 심연의 괴물이지만 나는 아직 놈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공허한 얼굴로 시신이 되어버린 심연의 공주의 죽음 때문일까.

오버 마인드의 눈동자가 급속도로 팽창하는 듯하더니 이내 데이비 왕녀를 공격하던 촉수도 멈추고 침묵했다.

콰직!!

그리고, 그 짧은 방심은 곧 초단이의 검에 놈의 육신이 처참하게 도륙당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번엔 제법 치명상이었던 것일까.

제대로 재생조차 하지 못하는 놈의 모습에 데이비 왕녀와 나는 조용히 침묵했다.

슈르르르르…….

이윽고 녀석의 촉수가 쓰러져버린 심연의 공주가 있는 쪽으로 뻗어져 나갔고, 이내 놈의 잘려나간 거대한 눈동자가 빠르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곧이어 들려오는 끔찍한 괴성.

놈은 마치 심연의 공주의 죽음을 절망하듯 끔찍한 괴성을 내질렀고. 그 여파 때문인지 잘려나간 파편들 사이사이에서 눈동자들이 뜨여지더니 이내 데이비 왕녀와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동시에.

세상의 빛이 사라지며.

새카만 어둠만이 남았다.

[심연 속에서…… 죽어가리라.]

놈의 말뜻을 깨달은 나는 반사적으로 데이비 왕녀의 팔을 붙잡았다.

역시. 같은 놈이지만 내가 본 어떤 심연의 괴물보다 위험하다.

물리력이 문제가 아니라. 놈의 특성이 우리 같은 상반되는 측의 생명체에겐 극도로 위험하니 말이다.

* * *

끝없는 어둠.

인간은 여러 가지 요소에서 공포를 느낀다.

미지에 대한 공포.

혐오에 대한 공포.

죽음에 대한 공포.

종류는 가지가지이지만.

심연은 사실상 모든 종류에 해당하는 끝없는 어둠이라 할 수 있었다.

괜히 병명으로 심해공포증이니 환 공포증 같은 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느끼는 모든 공포의 정도에 따라 그것을 혐오하고 보는 것을 꺼려한다.

심연은 생명체가 느낄 수 있는 공포 요소를 자극하는 공간이다.

오버 마인드는 즉.

일대 영역을 순간적으로 심연화 하여 생명체의 정신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것을 어디서 보았던가.

과거 뱀파이어의 유적 지하에서 발견했던 심연과 이어진 공간.

그곳에서 본 끝없는 어둠과 같았다.

마치 그 어둠 속에서 나를 당장이라고 끌어 당길듯한 공포가 엄습한다.

초단이로 베어내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농밀한 공간인 만큼 예전이었다면 데이비 왕녀나 나나 둘 다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소리도, 냄새도, 시각도 완전히 차단된 이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심연 그 자체이자 타나토스인 근본의 괴물들.

적은 움직이는데 나는 움직일 수 없다면 공포를 느끼는 건 당연지사의 일이다.

[죽이리라…… 죽이리라 죽이리라!! 참혹하게 찢어발기고! 유린하고!! 능욕하리라!!]

끔찍한 의지가 전해져 온다.

보통이라면 어지간한 마스터 급 이상의 굳건한 의지를 지닌 존재조차 미쳐버릴 만큼의 압박감이 전해져온다.

하지만.

살짝 굳어버린 데이비 왕녀와는 다르게 나는 거리낌 없이 손을 뻗어 올렸다.

저쪽은 나의 역량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끝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아셔야지.

이번만큼은 놈이 운이 없었다고 말하지 않으리라.

이 상황에 오기까지 내가 몇 번을 반복했던가.

두 번은 없다.

놈이 구현해낸 심연의 공간 전체가 나를 짓누르기도 전에 손을 휘저어버린 내 손이 놈이 만들어낸 심연의 공간 전체를 유리창 부수듯 박살 내버렸다.

어둡던 시야가 돌아오고.

눈앞에 경악한 오버 마인드의 거대한 눈동자가 보였다.

“이 악물어라.”

아, 눈밖에 없으니 눈을 악물어야 하나?

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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