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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74화 (673/1,559)

제 674화

홍단이는 물리 법칙을 베어버린다.

청단이는 비 물리 법칙을 붕괴시킨다.

그리고. 두 아이가 합쳐진 초단이는 베어낸다는 개념으로 그녀의 힘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 존재하는 것을 모조리 베어낸다.

공간, 시간, 중력, 물리적인 것, 또 비물리적인 것.

법칙을 깡그리 붕괴시키는 힘으로도 쉽게 죽지 않는 오버 마인드였지만.

그 위계부터가 신검과는 급이 다른 상위의 힘인 금기의 힘이 발현되면서 놈에게 치명상을 남겼다.

끼이이이이이이익!!

끔찍한 비명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그놈은 그럼에도 죽지 않았다.

대체 이놈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게 대체 무엇인가.

신의 권능까지 일부 거절하는 금기의 힘으로 붕괴시켰음에도 버텨내는 놈을 보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야, 저거 또 일어난다.”

그때 굳은 채 가만히 침묵하던 데이비 왕녀가 약간 피곤한 표정으로 점액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존재를 가리켰다.

“생명줄까지 이어붙였네.”

점액 속에서 일어나는 건 다름 아닌 심연의 공주였다.

그녀는 거대한 창을 든 채 몸을 완전히 일으켰고 이내 중앙에 선 나와 데이비 왕녀를 포위하듯 앞뒤로 무기를 겨누었다.

앞쪽엔 오버 마인드.

뒤쪽엔 심연의 공주.

하지만 나와 데이비 왕녀의 얼굴에 곤란함은 서리지 않았다.

“촉수는 네가 상대해. 저거 혐오스러워서 상대하기가 싫다.”

좀 전 옷가지 사이사이로 스며들었던 촉수의 감촉이 끔찍한지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내게 말했다.

“촉수가 싫다고? 넌 데이비 올 라운이 아닌 거 같다.”

“거지같은 x끼야! 네가 직접 당해보던가 그럼!”

그럴 수야 있나.

나는 따지면 하는 쪽이지 당하는 쪽이 아니다 이 말이다.

스릉…….

티격태격하지만 그녀와 나는 동일인물이라는 걸 입증하듯 둘 다 동시에 초단이의 검 끝을 적을 향하게 겨누고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똑같은 내공을 터뜨리듯 뿜어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쳐 죽여. 알아들었어? 하나라도 늦게 죽으면 저놈 무슨 모종의 힘을 써서 부활한다.”

내 말에 그녀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검면이 앞을 향하게 그립을 얼굴 쪽으로 잡아당긴 뒤 양손으로 틀어쥐었다.

“알아서 하라고.”

그 말과 동시에 그녀의 전신에서 폭주하듯 힘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제대로 구현될지는 모르겠다만.”

짧게 중얼거린 그녀의 몸에서 극도로 강력한 천마공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나 또한 초단이를 들어 기수식을 잡고 천마공을 일으켰다.

그녀와 내가 일으키는 검술은 모두가 똑같은 검술이었다.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존재가 둘이 되어 같은 검술을 동시에 펼치는 것은 회랑의 영웅들도 보지 못한 일일 것이다.

[마령검]

[80초식]

스릉…….

[필사즉생 생즉필사]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니.

반신급 위계를 지닌 존재와 위계만 부족할 뿐 압도적인 힘을 품은 존재가 동시에 검기를 펼친다.

동시에 심연의 공주가 데이비 왕녀를 향해 창끝을 찔러 들어왔고 대부분 분해된 오버 마인드의 눈이 갈라지며 그 안에서 검은 망령 같은 것이 튀어나와 나를 노린다.

저게 본체 중 하나구나.

생각을 마칠 것도 없이 데이비 왕녀와 나는 움직이기 불편한 점액으로 가득 찬 바닥을 박찼다.

쩌엉!!!

두 사람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으킨 진각은 안 그래도 박살 나버린 지면을 수차례 더욱 붕괴시켜버렸고 이내 지하 제단을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쩍!!!!

소리는 크지 않았다.

중앙에 몰려있던 나와 데이비 왕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서로가 바라보는 적의 뒤편까지 넘어간 후였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면에 가볍게 내려섰다.

아직까지 반신의 위계를 가짐으로써 생겨나는 변화를 전부 캐치해낸 것은 아니다.

좋은 점도 존재하고 분명 나쁜 점도 다수 존재하지만.

선택의 여지 같은 건 없었다.

이윽고 굳어버린 두 괴물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끝을 뻗던 심연의 공주는 파스스스~ 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오버 마인드가 내뿜은 검은 망령 또한 형체를 잃고 액체처럼 무너져 내렸다.

이미 죽은 심연의 공주를 강제로 일으켜 싸우게 했던 그의 죽음이 치명상을 입고 다시 한번 쓰러진 심연의 공주를 일으키지 못한 것이다.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두 괴물이 완전히 사라지자 놈들이 남겨놓은 진액이 부서진 바닥을 타고 지면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투웅!!!!

동시에 내 몸에 거대한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서로 말을 하진 않았다.

힘을 폭주한 페르세르크는 환골탈태에 성공, 힘을 다시 제어하기 시작했고.

나를 계속해서 회귀하게 만들고 실패를 겪게 만들었던 오버 마인드는.

혼의 격을 상승시킨 내게 위치를 들켜 결국 살해당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비록 신이 내린 시련이었지만.

몽환 세계에 빠져들면서 프리아 여신에게서 다시 한번 기회를 탈취한 꼴이었다.

“결국, 살리반은 살리지 못했네. 팔란 제국은 무너졌고…….”

“그 외에 다수라도 살렸으니까.”

“넌 이곳도 지켜.”

그렇게 말한 그녀가 내게 다가와 멱살을 틀어잡았다.

“팔란 제국이 무너지면 대륙에 어떤 혼란이 올지, 너도 잘 알 거야. 지금 대륙은 힘겨루기가 밸런스를 맞추고 있어.”

그녀의 말과 동시에 내 몸이 몽환 세계에서 쫓겨나듯 서서히 흩어진다.

“명심해. 페르세르크가 이상 현상을 감지하기 직전, 녀석이 내게 드레스를 만들어주었었어. 푸른빛의 드레스를. 아마 넌 남자니까 정장이라도 만들어주겠지.”

마침 페르가 영지에서 취미생활로 옷을 만드는 법을 에이미에게 배우기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그것을 신호탄으로 여겨야 하는 모양이었다.

“그것 말곤.”

“없어. 그러니까. 지키라고. 부탁이니까.”

그녀가 씁쓸한 얼굴로 결국 고개를 숙였다.

“살리반…… 그 인간 살려달라고.”

그 말과 함께 결국 눈물을 떨구는 데이비 왕녀를 보며 나는 그녀에게서 처음으로 그녀가 나와 다른 개체라는 존재라는 느낌을 받았다.

* * *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멍하니 주저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륀느와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밀피유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은 륀느가 깨어났던 지하유적이었다.

“시간이…….”

에오니샤가 내게 만들어준 특제 시계를 꺼내 확인해본다.

시간은…….

“1초…….”

몽환 세계에서 보낸 시간은 내가 기억하기만 해도 몇 달은 되는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곳에선 1초도 흐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영향력이 약해져도 시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하니 이 정도 간섭은 우습다는 소리인 건지.

애초에 신의 꿈속인데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아…… 데이비 님.”

이윽고 륀느가 바닥에 주저앉아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회귀가 해제되었다고 륀느가 보고.”

“끄응……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륀느와 다르게 밀피유는 기억이 듬성듬성 날아가 버렸는지 정확히 몽환 세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말 없이 손을 들어 금기의 힘을 발현했다.

과거엔 금기의 힘을 발현하는 데에만 어마어마한 심력을 잡아먹는 데다 범위도 그저 내 육신의 독립 정도에 그쳤다.

그것을 응용하는 것도 무기나 내 몸에 담아 순간적으로 터뜨리는 방식을 통해 상대에게 간섭했다면…….

지금은 혼의 위계가 바뀌었는지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마치 어느 정도는 내게 허락한 듯한 모습.

비록 가장 사기적이라 생각되는 끝없는 진화는 아니지만.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하는 힘에 이어. 그것을 침식하고 부수는 힘을 완화된 페널티만으로 휘두를 수 있다는 건 최고의 힘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대가도 싸지는 않았다.

“환골탈태가 불가능하게 돼버렸지…….”

250 스택이면 충분할 환골탈태 스택이. 내 영혼의 질이 올라가 버리면서 불가능하게 변해버렸다.

그렇다고 반대로 했다면 영혼의 위계를 올리는 게 불가능해졌을지도 모를 일이라 결국 어느 쪽이든 선택을 내려야 했다.

가장 효율적으로 강해지고, 빠르게 성장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가장 방해가 되는 심연을 쫓아내고 넬타리드와도 손절을 한 후에.

티오니스에서 독자적으로.

내 취미생활을 즐기며 살아가리라.

그저 취미생활을 즐기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보겠다고 한 목표가 어째서 이토록 방대하게 변질되었는지는 사실상 생각할 것도 없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결국 인간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니까.

“페르…… 페르를 봐야 해.”

뿔을 만져야 한다!

나는 거의 본능에 휩싸이듯 륀느를 허리에 끼워 안았고 끙끙대는 밀피유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내가 죽인 오버 마인드는 그저 프리아 여신이 보여준 미래.

그렇기에.

아직 진짜 오버 마인드는 세상에 존재하고, 이제야 깨어나 페르세르크의 힘을 폭주시키고 이곳으로 넘어와 세상을 잠식하려 들것이다.

페르세르크와 오버 마인드 두 방향에서 침식이 시작되니 티오니스가 대번에 무너져 내렸지만.

놈은 알지 못한다.

놈을 쳐 죽이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쳤는지를 말이다.

다만 그전에 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다.

덜컹!!!

하인스 영지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밀피유와 륀느를 두고 페르세르크의 방을 찾아간 나는 뜻밖의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오…… 라버니?”

떨떠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에오니샤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작은 드레스를 내게서 휙 숨겨버렸다.

“만들어준 거야?”

“쿡쿡…… 본녀의 솜씨도 제법 좋아진 게지.”

그녀의 장난스런 말투에 나는 에오니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어울린다.”

“고……고마워요.”

어느 정도는 신뢰하나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나는 생각난 듯 손가락을 튕겼다.

“맞다. 에오니샤.”

“네?”

“최근 작업이 없다고 들었는데.”

“티아라 영애를 돕는 것 말고는 사실상 하는 게 없긴 하죠? 좀이 쑤실 정도예요.”

“그래? 그럼 오라비 부탁을 받고 뭘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는데.”

“물건이요?”

“알다시피…….”

말끝을 흐린 내가 페르세르크의 벽장에 있는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남자의 마음을 휘어잡는 요부의 기술 10선.]

“…….”

텁!

그만 알아보도록 하자.

책을 덮어버린 내가 다시금 꽂아 넣자 페르세르크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어쩔 줄 몰라했다.

에오니샤도 책의 표지에 그려진 삽화를 보며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는 당황한 기색을 내비친다.

“데…… 데이비! 그건!”

하지만 나는 대답 대신 다른 책을 뽑아 들어 펼쳐주었다.

“보여?”

“네?”

“뭐가 문제인 거 같아.”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문제라뇨?”

“네가 보기에 이 책이라는 게 만들어지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거 같냐고.”

“그거야…… 마나 인쇄를 쓰면…….”

“그 과정이 번거롭진 않고?”

내 말에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이 세상에서 종이나 인쇄방식은 나름의 발전을 겪은 탓에 마냥 비싸진 않다지만 그래도 비효율적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

“그래. 종이를 만들고, 인쇄방법을 재정립할 거다. 적어도 우민화 정책은 영지민들을 다루기 편하게 하지만 그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

위험한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일궈낼 생각이었다.

“핫! 좋은 수가 있으신 건가요?!”

“그럼.”

내 미소에 그녀가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좋은 재질의 종이와 인쇄방법에 대한 호기심에 눈을 뜬 것이다.

“어떻게?!”

“그건 네가 생각해야지.”

옅게 웃어 보인 내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뭐해. 가서 연구하지 않고.”

내 말에 그녀는 허망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등을 떠밀 듯 그녀를 페르세르크의 방에서 빼낸 뒤 문을 닫아버렸다.

“갸아아아아악!!! 이걸 어떻게 만들라는 거에요!!”

비명을 지르는 에오니샤의 외침에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공돌이 갈아 넣어서 안 되는 일 없다.

처음부터 전부 가르쳐주면 성장은 거기서 끝일 뿐이니까.

이후 고개를 돌린 내가 페르세르크를 바라보자 그녀가 움찔거리며 침대 위에 주저앉은 채 물러났다.

“데…… 데이비. 뭔가 눈이 위험한데.”

“뭐? 남자를 만족시키는 요부의 뭐?”

내 말에 그녀가 벌게진 얼굴로 당황한 듯 물러난다.

“선택해.”

비장한 얼굴로 내가 말했다.

“뿔 만지게 해줄래. 입이라도 맞출래.”

내 말에 그녀는 부끄러움으로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끝내 실크 이불을 들어 제 얼굴을 가려버렸다.

그게 나를 더욱 자극하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됐고. 몇 달 동안 나를 가둬놓은 프리아 여신을 원망해라.”

몇 달 동안 페르세르크를 보지 못한 것이 내게는 제법 큰 타격으로 다가왔다.

사실상 내 멘탈을 가장 흔들었던 요소.

그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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